125. 결전! 애플2!
정문우가 발표하고 있을 때, 나와 예하, 기타 사장들은 손님을 만나고 있었다.
구글 코리아 대표, 상섬과 지엘 부장급 인사, 중국 2대 핸드폰 사의 부장 급 인사.
미래그룹의 이름값에 비하면 많이 딸리지만 우리가 제발 좀 와달라고 간청했으니 어쩔 수 없다.
다들 적대적 관계가 형성되어 있으니 설움 좀 당하는 건 감내 해야지.
“반갑습니다. 미래그룹의 사장 윤동욱입니다.”
공손히 인사했다.
모인 이들도 성심성의껏 인사했다.
각 사 사장들이라면 이해관계 때문에 불편할 수 있겠지만, 부장급 인사들은 월급쟁이답게 우리에게 밉보이려 하지 않았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니까.
사장들의 인사까지 끝나자 채인수가 진행했다.
“미래그룹에서 중대발표를 하고 있으니 우선 방송을 봐 주시길 바랍니다.”
채인수가 켠 화면엔 정문우가 육수를 뻘뻘 흘리며 애플을 규탄하고 소송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각자 편한 언어의 방송을 찾아 보셔도 됩니다.”
채인수의 말에 중국인들과 미국인들은 각자 나라의 방송을 찾아 켰다.
중국과 미국처럼 시장이 큰 나라는 각국 지부에서 홍보방송팀을 따로 꾸려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이게 무서운 거다.
한국에서 하는 홍보를 전 세계에 동시에 한다는 게.
각국의 발표도 비슷하다.
애플 사용자를 모아 권리침해에 대한 소송.
정문우의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모인 이들은 머릿속에 복잡한 계산이 오갔다.
애플이 이길 수 있을까.
아무리 봐도 권리침해가 맞지만.
저 소송은 몇 년이나 끌 수 있을까.
5년 이상 결론이 안 나면 그 기간 동안 미래 메신저를 애플폰에 넣지 못하는데.
이겨도 승리가 아닌 미래 메신저.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우리를 불러 모았구나.
안드로이드가 똑같이 차단하면 모바일 세상에서 미래 메신저가 퇴출되는구나.
만약 구글에서도 차단하면......
생각이 이어질수록 구글코리아 사장의 입가에 미소가 피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구나.
우리는 무엇을 요구해야 할까.
지분 50%?
구글 유투브의 손해에 대한 보상?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을 하는 동안 정문우의 발표가 끝났다.
땀을 닦으며 인사를 꾸벅 한 정문우가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생각해보니 애플폰에서 미래 메신저를 쓸 수 있다는 소식을 들어본 것 같습니다. 심심한데 그냥 한 번 찾아볼까요.”
발연기.
끔찍한 발연기.
저 어색한 발연기는 애플을 비웃기 위한 고도의 연기다.
정문우가 준비된 링크를 눌러 영상을 틀었다.
화면 속엔 중년의 중국인이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차량용 OS를 연구하는 항저우테크의 주찬성입니다.”
중국어 아래 한국어 자막이 흐른다.
미국인을 위해 조작해주자 미리 준비된 영어 자막이 흐른다.
누가 봐도 미래그룹이 준비한 영상이다.
“제가 우연히 운영체계를 만들었는데 이걸 애플에 덧씌울 수 있더군요. 자... 이렇게...”
화면 속 중국아저씨가 끔찍하게 어색한 연기를 하며 OS 설치방법을 말했다.
시드를 받아 설치를 누르면 토렌트 방식으로 설치파일을 전송받고 자동으로 애플의 OS 위에 새로운 OS가 깔린다.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배경도 똑같다.
“제가 우.연.히 만든 이 OS는 짜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래메신저를 쓸 수 있더군요.”
짜잔은 대본에 없었는데.
아예 놀려먹고 있구나.
“애플을 사용하다가 미래 메신저를 못 쓰게 된 분들은 이걸 깔아보시길 바랍니다. 제가 취미삼아 만든 무료 앱입니다.”
심심풀이로 운영체계를 만들어 공짜로 풀어버리는 클라스.
사실 만든 게 아니라 미래 메신저가 돌아가는 구버전을 덧씌운 크랙일 뿐이다.
지린다고 생각하던 구글코리아 사장은 순간 멈칫했다.
안드로이드도 준비되어 있을까?
안드로이드에서 차단하면 즉각 크랙버전을 배포하겠지.
입가에 미소가 사라진다.
미래 그룹의 어린 사장을 보니.
잘생긴 젊은이가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녹음기는 돌리고 계실 테니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애플처럼 하거나, 애플의 점유율을 찢어먹거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쉽지?
내 말에 어리버리한 미국인이 질문했다.
“애플처럼 하다니요? 미래 메신저 차단 말입니까?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되죠?”
누가 이런 놈을 구글코리아 지사장 자리에 앉힌 거야?
“글쎄요.”
“저런 불법 OS를 뿌리겠단 말입니까?”
“글쎄요.”
유도심문 하는 건가?
“구글은 저런 걸 눈 뜨고 볼 생각이 없습니다. 당연히 애플도 가만히 있을 리 없고요. 저런 짓을 했다간 소송으로 미래그룹은 파산하게 될 겁니다.”
와우 당당하네.
멍청한 미국인을 잠시 한심하게 바라보다가 다른 회사 부장들을 둘러봤다.
그들의 표정은 나와 똑같았다.
“저기요... 구글 아저씨. 중국에서 퇴출당했다던데 소송 하셨어요?”
“예? 그거랑 이거랑......”
이제야 깨달은 겨?
“항주테크라는 회사에 소송을 거시든가요. 이기세요. 화이팅.”
미중갈등이 극단으로 치솟자 화웨이는 구글 안드로이드가 아닌 자체 OS를 개발했다.
사실 개발이 아니다.
안드로이드 코드를 찍 긁어 붙여넣기한 복제품이다.
심지어 코드 곳곳에 안드로이드라는 단어마저 남아있는 허접하디 허접한 복사 OS다.
발표가 7월 즈음이니 지금쯤 완성단계겠지.
화웨이가 구글의 운영체제를 복붙해 발표해도 구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중국이란 나라가 원래 그러하다.
이번이라고 다를까.
항주테크는 지난 해 투자한 운영체제 개발업체다.
정확히는 소주테크라는 회사에 투자했고, 항주테크는 이번 일을 위해 만든 페이퍼컴퍼니다.
애플에 한방 먹이기 위한 장치.
자동차용 운영체제를 만드는 회산데 그들이 무슨 능력이 있다고 아이폰 운영체제를 개발하겠는가.
그냥 복사 붙여넣기를 하고, 미래메신저가 막히지 않는 기능만 추가했다.
당연히
“안드로이드용 또한 있다고 하더군요.”
부장님들이 바싹 긴장했다.
“애플은 이미 저희를 금지시켰고, 구글마저 금지시킨다면...... 저희가 고사하거나 세계에 불법 OS가 깔릴 거 같군요. 그렇다면 제조사들은...... 어떤 선택을 하시려나요.”
OS.
운영체제.
컴퓨터에는 수많은 부품이 들어간다.
CPU, 메인보드, 메모리, 하드, 모니터, 그래픽카드 등등.
수많은 부품마다 각자 최강자가 존재한다.
그들 중에서 시총 1위, 압도적 수익을 거둔 쪽은 WINDOWS, OS를 장악한 마소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영광의 시간은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는 순간 끝났지만.
상섬은 지난 7년간 세계 스마트폰 판매 1위였고, 반도체와 휴대폰용 액정은 전 세계 점유율 1위로 경쟁사 애플의 액정 또한 상섬 제품이다.
그런데도 시총 1위는 스마트폰 점유율 10%대인 애플이고, 돈을 아주 쓸어 담는다.
언제나 경쟁하며 단가를 낮춰야 하는 부품기업과, 사용자가 바꾸지 않는 OS는 영업이익률이 하늘과 땅 차이다.
“제 생각에 두개의 회사가 독점하는 OS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OS가 경쟁해야 지금의 엄청난 수수료가 사라져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는데요.”
솔직히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의 수수료는 너무하잖아.
배신하세요.
구글코리아 지사장이 보는 앞에서 그렇게 제의하고 있다.
“저... 그게...”
“네. 권한 없는 거 압니다. 각사에서도 오늘의 영상을 보고 분석하고 있겠죠. 회사에 돌아가셔서 오늘 일을 보고하고 중소기업의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세요. 저희는 메신저 플랫폼일 뿐이지만, 사람들이 찾을 매력이 있어요. 저희를 위해 새로운 OS를 스스로 깔 소비자가 있다는 뜻입니다.”
OS를 까는 건 소비자여야 한다.
휴대폰 판매자가 핸드폰을 켜면 자동으로 운영체제가 깔리는 상태로 판매하지만, 깔려있는 운영체제를 지우고, 다른 운영체제를 까는 건 소비자의 자유다.
애플이 자기 OS만 쓰게 하고, 나머지 회사들이 구글의 OS만 쓰게 강제하는 건 명백한 소비자의 이권침해다.
“어쩌면 미래메신저 안에서 커다란 파티가 생겨날 수도 있겠네요. OS 개발자 파티.”
OS 개발자 파티 구함.
“미래가 방패막이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저희가 참여하겠습니다.”
화웨이의 기획부장이 소리쳤다.
“제가 본사에 말하겠습니다. 저희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제거하겠습니다.”
어차피 구글은 이미 퇴출되었잖아.
지금도 불법사용중이면서.
심지어 이제 곧 자체 OS를 발표한다.
화웨이가 공식적으로 탈퇴하는 건 예정된 수순이다.
구글코리아 지사장의 눈이 동그래진 건 당연한 이치.
“구글의 파티가 흩어지고 있네요. 과연, 자체 핸드폰생산이 없는 구글 안드로이드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두둥.”
“두둥이래 푸흡.”
예하가 저도 모르게 웃었다가 입을 합 다물었다.
“아니 당신! 이봐. 지금!”
“내보내요.”
극도로 흥분한 구글코리아 아저씨가 쫓겨났다.
“구글에 항의서한 보내주세요. 이상한 아저씨 보내서 시끄럽고 짜증났다고.”
“그래.”
채인수가 대답했다.
애플의 접속금지는 미래메신저가 넘어야 할 가장 불쾌한 협곡이다.
소송을 하더라도 수년이 걸릴 것이며 그 시간동안 시장을 잃고 카피작이 점령한 시장은 다시는 얻지 못할 것이다.
애플이 접속금지를 한 순간 구글 또한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구글마저 막는다면 미래메신저는 망한다.
이를 이용해 협박할까?
회사를 홀라당 먹을까?
수익 전액을 바치게 할까?
기존처럼 수수료를 높이게 할까?
이런 건설적인 상상을 했겠지.
복제 OS로 대응할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OS라는 게 10년은 개발해야 하는 것이니.
“안타깝게도 저희와 구글의 협상은 어긋났군요. 저희는 새로운 OS가 필요합니다. 솔직히 여기 네 개 회사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세계 70% 이상인데 굳이 구글에 끌려다닐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새로운 OS를 개발해보죠. 이미 마소에서도 적극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어떠신가요?”
내 제안에 부장들이 땀을 뻘뻘 흘렸다.
자기들이 받아들이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지.
회사의 방향 자체를 바꿀 결정이니.
“잠시만 시간을 주십시오.”
“본사에 통화해보겠습니다.”
연락을 받은 각 제조사 본사에선 벌집을 쑤신 듯 난리가 났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 기획실에서 이럴 경우를 산정해 미리 준비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저희는 새로운 운영체제를 만드는데 합류하겠습니다. 다만 마소의 지원이 있다면 좀 더 빠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리 말을 맞춘 화웨이에서 가장 먼저 대답이 돌아왔다.
미래 - 마이크로소프트 - 화웨이
3사가 공동으로 지분을 나눠 갖는 핸드폰용 OS 회사를 창립한다.
진작에 자체 OS를 개발(이라 쓰고 안드로이드를 복제)하고 있던 화웨이라면 부족한 소스를 마소에서 받아 금방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 회사들은 즉각 답변하지 못하고 회의가 끝났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애플과는 이미 죽음의 강을 건넜고, 구글은 눈앞에서 쫓겨났다.
기존 OS와 미래메신저는 함께 갈 수 없다.
여기까지 생각했다면 OS 시장에 뛰어들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는 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알 수 있겠지.
- 작가의말
애플의 최강무기는 아이폰이 아니라 IOS입니다. 물론 제 근거없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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