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 사람은 매순간 최선의 선택을 한다
카드 결제를 하면 대략 매출의 2% 가량을 카드사가 가져간다.
굉장히 큰돈이다.
지난해 전국 편의점이 지불한 카드수수료는 900만원대였다.
연매출 4억 일 때 수수료가 500만원 근처고, 연매출 5억일 때 수수료가 1000만원 근처니 편의점의 매출은 평균 4~5억으로 볼 수 있다.
매출 5억에서 수익률 20%잡으면 수익이 1억 원인데, 이 돈으로 1년간 3교대 알바 고용해서 24시간 돌리고 가맹점 수수료 내고 세금내고 나면 눈곱만큼 남는다.
여기서 카드수수료가 1000만원이 그냥 나가니 남는 게 없다는 말이 사실이 된다.
편의점으로 돈을 벌려면 부부가 2교대로 12시간씩 일해야 둘이 합쳐 5000만원 번다.
아니면 편의점 열개를 운영해 매장마다 500만원씩 버는 게 그나마 현실적이다.
미래 핀테크는 스마트폰에 ‘미래핀’ 앱을 깔고 단거리 통신으로 결제하는데 물품마다 입력된 영업이익률의 1%를 가져온다.
매출 기준으로 하면 대략 0.15%니 카드사보다 1/10 저렴하다.
미래 핀테크는 추가 요금이 있는데 결제내역을 블록체인으로 엮어서 해킹, 위조를 막는 데이터비용이 건당 10원 정도다.
이 수익은 내가 갖는 게 아니라 주변의 데이터 공유자에게 미래블록으로 보상된다.
카드사 또한 이러한 데이터 비용이 존재하는데 카드 결제 당 100~170원의 결제비용이 VAN사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카드사는 소액결제에 최소 수수료를 메기는데 이 때문에 현장에서 봉투 20원, 껌 500원 같은 것을 결제하면 점주는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VAN 비용 또한 미래 핀테크가 1/10저렴하다.
카드 대신 미래핀테크만 결제할 경우 소매상 입장에선 건당 매출의 0.25%가 수수료로 나간다.
연매출 5억 기준 125만원이 나가니 카드사와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저렴해진다.
이런 환경 덕분에 미래 핀테크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
우린 따로 마케팅 할 필요가 없다.
소매업체나 식당, 편의점에서 제발 미래핀으로 결제하라고 현수막을 걸고 10만 원 이상 결제 시 음료수를 주는 등 서비스를 한다.
<카드로 결제하시면 우리 굶어 죽어요, 제발 미래핀으로 결제해 주세요.>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일어난 현상이다.
카드사의 대표인 비자의 경우 매출이 25조인데 영업이익이 13조다.
이마저도 온갖 마케팅과 포인트 등으로 지출을 늘린 게 이 정도다.
모두가 알다시피 마케팅과 카드포인트는 탈세와 비자금 마련에 매우 효율적이다.
비자카드의 실제 이익률은 대략 70% 이상으로 봐도 된다.
시스템만 구축하고 나면 돈 나갈 일 없는 땅 집고 헤엄치는 사업.
이걸 알기에 핀테크에 뛰어든 거지.
미래쇼핑의 미래블록 결제가 매출기준 세계1위를 달성했다.
그리고 오프라인 결제마저 미래 핀테크가 1위를 차지했다.
미래 핀테크가 진입한 150여개국 중 130개 국가에서 결제비율 1위를 차지했는데 1위를 차지하지 못한 나라의 면면이 우습다.
우선 일본은 현금결제를 고집한다.
변하지 않는 일본.
진짜 버블붕괴와 함께 변화가 멈춰버린 나라다.
그 외엔 독재자의 친척이 카드사를 소유한 나라들이다.
마치 구청장이 ‘으흠, 내 조카가 구청앞에 인쇄소를 열었는데 참 좋더라, 허허.’ 말하면 거기에 구청 인쇄물이 몰려드는 것처럼 국가 독재자의 친척이 카드사를 운영하면 그 나라 대기업들은 그 카드사로만 결제한다.
이건 이길 수 없지.
그리고 진입하지 못한 나라가 50여개.
이대로 굶어죽을 수 없다며 카드사가 돈을 뿌려 미래 핀테크를 불법으로 막아버린 나라들이다.
증거는 잡았지만, 그 나라 왕이나 독재자가 돈을 받아먹었는데 이걸 어떻게 바로잡아.
이런 반칙을 제외하면 코로나보다 빠르게 번진다.
일선 소상공인들이 앞장서서 제발 미래핀으로 결제해 달라고 사정하니 너도나도 미래핀으로 결제하는 게 생활화되고 있다.
각 나라 카드사들이 죽겠다고 하고, 직원들을 시켜 생존권 보장하라는 시위를 하는데 어쩌라고.
실제로 일하는 편의점주는 죽어나가는데 시스템 구축 후 놀고먹는 영업이익률 50% 이상은 너무하잖아.
고작 1년.
미래 핀테크는 출시 1년 만에 오프라인 결제시장을 차지했다.
1년간 전 세계의 결제내역이 600조이며 아직은 마이너스 3조 원 적자상태다.
그래도 시스템 구축을 했으니 내년엔 결제금액 2000조 이상에 영업이익 7조를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 카드사들의 수익을 10분의 1로 줄여서 내가 독점한다.
이로 인해 수많은 카드사가 망하고, 수많은 직원이 일자리를 잃겠지만......
그건 늘상 있는 변화다.
비디오테이프가 씨디로 교체되고 웹 클라우드로 들어가듯.
산업은 언제나 변하고 언제나 발전한다.
이러한 적자생존의 과정을 통해 소비자는 더 저렴하게 더 좋은 물건을 쓴다.
산업구조의 변화로 사라지는 일자리는 새롭게 생겨나는 일자리로 옮겨가면 된다.
정직원이니 어쩌니 하며 평생고용을 외쳐봤자, 기업의 평균 수명은 20년 안팎이다.
“내 책임 아님.”
“어... 그래도 불쌍하다.”
카드3사의 직원 수천명이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며 시위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성수동 본사 앞이다.
“저 사람들에게 죄가 없는 건 맞지. 맞지만... 어쩔 수 없는 변화야. 돈 잘 벌 때 핀테크 전환을 시작했으면 저런 일 없지만, 땅 집고 헤엄치는 게 너무 좋았으니 그 돈 펑펑 쓰며 놀았잖아. 저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 그간 번 돈 빼돌려 놀고먹던 회사에 항의해야지.”
“그래? 그런데 왜 우리한테 화내는 걸까?”
만만하니까.
“글쎄.”
자기회사 사장한테 지랄 할 수 없으니까.
“우린 돈이 많으니까.”
귀찮게 하면 돈 좀 줄테니까.
“이미지 구축비용은 비싸니까.”
그 돈 아까우면 개평 좀 달라고.
“어차피 정직원이니까.”
회사가 망할 때까지 월급 받을 수 있으니까.
“아내와 자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니까.”
얼마든 악랄해질 수 있는 게 인간이니까.
“뭐라는 거야? 오빠?”
“응? 네가 들으면 상처받을 만한 말을 걸러내고 있어.”
“뭐라는 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냥. 사람은... 현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반복할 뿐이야. 다만... 현재 최선의 상황이 전체적으로 최선이 되지 않을 뿐이지.”
나라를 배신하면 100억을 준다고 한다. 이때 최선은?
목에 칼을 들이밀고 나라를 배신하면 죽이지 않는 다고 한다. 이때 최선은?
딸과 아내의 몸에 폭탄을 설치고 나라를 배신하라고 한다. 이때 최선은?
웃으며 나라를 선택할 안중근 의사같은 고귀한 분이 몇이나 될까?
“저들은 현재 자신에게 최선의 선택을 하는 거야. 망해가는 회사를 위해 뭐라도 하고 있으니 월급 계속 주세요, 라고 말하는 거지. 공부 많이 한 이들이니까 미래핀이 잘못한 거 없고, 사업이란 게 원래 그렇다는 걸 알더라도, 굳이 그걸 말하지 않지. 그렇게 말하면 손해니까. 그냥 그런 거야.”
미래그룹을 미워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미래그룹 때문에 손해를 봤다.
그러므로 미워한다.
미래그룹을 미워하는게 이득이다.
그러므로 미워한다.
백제그룹이 망해서 손해 본 이들.
미래메신저가 흥해서 손해 본 이들.
미래 쇼핑이 떠서 손해 본 이들.
신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어서 손해 본 이들.
그들이 미래그룹을 미워하고 날 미워한다.
이건 당연한 거지.
인간이라면 다 그런거지.
“이건 눈감아 줘야지.”
얼마 전 조진 주장관하고는 다르지.
주장관처럼 자기가 돈 벌기 위해 나에 대한 욕을 창조하는 건 참지 않는다.
드드드드.
삐리리릴.
유어 유니 윌 워크위쥬~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내 스마트폰 진동이 울리고, 비서실의 인터폰이 울리고, 예하의 벨소리는 왜 저 따위야!
“예하 너 벨소리 당장 바꿔!”
자기노래를 자기 벨소리로 하는 인간도 있나.
“데헷! 이 부분이 젤 좋단 말이야!”
“시끄러. 여보세요. 인수형 전화 받았어요.”
인터폰과 전화를 동시에 받았다.
인터폰은 조용히 끊어졌고, 채인수가 떠들었다.
“너 고소됨. 성추행. 작정하고 나왔다. 링크 보내줄게.”
“네.”
전화기를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자기 전화를 받았던 예하가 바싹 따라왔다.
2층 컴퓨터 방에는 컴퓨터 두 대가 나란히 있다.
둘 다 내거다.
하나는 미래메신저에 로그인 되어 있다.
내 계정이 해킹되면 큰일이므로 이 컴퓨터에는 미래메신저 외에 어떤 것도 깔려있지 않고, 특급 보안이 이뤄지고 있다.
그 옆엔 평소 검색하는 컴퓨터가 있다.
미래메신저 뉴스포탈에 들어가니 검색어를 전부 내가 차지하고 있다.
나 대단하네.
[미래그룹 윤동욱 회장(24)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함]
금일 경기 동부지검에 접수된 고소장에 따르면 윤동욱 회장이 7년 전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축제에서 1학년 후배인 A씨의 가슴을 여러차레 부적절하게 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씨의 소식을 듣고 피해자가 용기를 내 고소를 할 수 있도록 도운 박송희 총경은 증거가 있냐는 질문에 ‘가장 강력하고 직접적인 증거는 피해자의 목소리 입니다.’ 라고 했다.
-ㅋㅋㅋㅅㅂ 회장이 뭐가 아쉬워서 그래
-돈주세요빼에에에
-지금이나 돈이 많지 그땐 양아치였어
ㄴ맞아 고딩때 공부도 하고 놀았다더라
ㄴㄴ그때 괴롭히고 삥 뜯던거 돈으로 입막음한거 같은데
-A씨 제발 끝까지 힘내서 진실이 밝혀지길 바래요
-돈에 굴복하지 마세요
-미친. 내가 이런것들 때문에 이민간다
-자고로 여자랑 북어는 하루 세번 패야해
-더럽다 윤동욱 결국 남자는 다 예비강간범
댓글창이 더럽다.
“오빠...... 미안해.”
“응?”
“미안해. 오빠.”
예하가 울먹였다.
“무슨 말이야?”
“여자들이 이러는 거. 미안해. 그냥 미안해.”
“하아. 그걸 왜 니가 미안해 해.”
“그냥. 그냥 미안해.”
“저게 사실일지도 모르잖아.”
내 말에 전혀 상상도 못했다는 듯 예하가 경악했다.
“헉! 사실이야?”
“솔직히?”
“솔직히.”
“...... 모든 사람은 매순간 변화는 상황에서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합니다. 이 경우 나의 최선의 선택은 절대 사실이 아니야 라고 말하는 것이지. 거의 모든 사람이 이런 식으로 개인에게 최선의 선택을 합니다.”
“뭐해? 오빠? 장난하지 말고. 사실이야?”
너무 진지해서 농담을 넣어봤더니 정색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기억 안나.”
“엥?”
“7년 전이잖아. 축제날 사람 많았던 건 기억나는데 뭐하고 놀았는지도 기억 안 난다. 가오리닥똥하고 놀았겠지. 그때 스치다 가슴 스쳤는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아?”
회귀포함 27년 전 고등학교 때 어느날의 일이다.
기억나는 게 이상하지.
“아니 오빠. 여러 번 명확히 만졌다잖아. 그런데도 기억 안 나?”
“그런 일은 확실히 없어. 하지만...... 여러 번 스쳐 지났으면... 그리고 그게 상처가 되어 지금까지 남아있었다면... 사실이 될 수도 있겠지.”
그때부터 폰로이어로 24시간 녹음했으면 편한데.
내가 폰로이어 쓰는 걸 알고 개발 이전을 타겟으로 잡아 고소한 거겠지.
피해자가 누군지 몰라도 철저히 교육시켰을 테고.
배후는... 뻔하지.
“뭐... 어쨌든...... 내가 고의로 그런 일 한 적은 절대 없어.”
“그치? 그럼 쉽게 해결 되겠네.”
쉽게 해결된다.
어차피 예측한 공격이고 방어 대책은 세워져 있다.
그보다 예하도 좀 대범해졌네.
예하가 웃으며 방을 나갔다.
뭔가... 위로해주려는 걸까.
채인수와 통화하고, 법무팀의 결론을 보고받고, 회의를 하고, 예하와 진한 밤을 보내고 자려고 누웠다가 컴퓨터방에 와서 뉴스를 검색했다.
요즘 내 뉴스가 개판이 되고 있다.
젠더전쟁터가 되었다.
여자는 날 욕하고 남자는 날 옹호한다.
날 싫어하던 남자도 분위기에 휩싸여 날 옹호하는 것 같고, 날 모르는 여자도 분위기에 휩싸여 날 욕하는 것 같다.
이런 거 정말 싫다.
아까 예하가 사과했을 땐 정말. 열이. 엄청.
띠링.
옆에 컴퓨터에서 알람이 울렸다.
내가 등록한 친구는 수십명이 되지 않고, 그 중에서 알람이 울리는 건 진짜 몇 명 되지 않는다.
연락 온 건 구형재다.
몇 달만의 연락이다.
구형재가 보낸 메세지는 단촐했다.
구형 : 싼샤댐
구형 : (링크)
구형 : 전부 삭제 필
링크를 옮겨 검색 컴퓨터로 들어갔다.
실시간 싼샤댐 CCTV영상이다.
2020년 10월 20일 새벽 세시다.
- 작가의말
불편한 내용에 불편한 내용을 끼얹었으니 편한 내용이 되겠지.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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