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결전! 애플4!
4월.
애플이 전쟁을 걸어온지 두 달이 지났다.
애플에서 조용히 전화를 걸어 왔다.
-귀사와의 갈등에 심히 유감을 표하며 오해를 훌훌 털고 과거의 좋았던 때로 돌아가 양사가 건설적인......
요상한 전화가 왔다.
“아 뭐라는 거야? 육하원칙 몰라? 초딩 졸업도 못했어? 언제누가왜? 왜? 왜? 를 말하라고. 육하원칙에 맞춰서 또박또박. 예하야. 방송켜서 이 통화 내보내봐. 뭐라고 하는 지 알 수가 있나.”
뚝.
뚜뚜뚜.
감히 전화를 끊어?
페북처럼 치욕당하긴 싫은가보네.
페이스북이 살려달라며 팩스를 날리던 게 공개되며 맞은데 또 맞는 아픔을 겪는 걸 봤으니 그들처럼 되기 싫겠지.
4월이 끝날 무렵 애플코리아에서 한국인 지사장이 미국 본사 이사들을 모시고 찾아왔다.
미래 IT의 신입사원을 내보낼까 하다가 워낙 불쌍해서 직접 나가줬다.
“귀사와 당사의 갈등은 서로 원했던 결과가 아닌 바이며 그에 대해 심히 유감을......”
인사가 끝나자 상대가 사과를 해 왔다.
그런데 유감이라는 말이 사과 맞나?
언짢다는 의미 아닌가.
혼나도 말투가 그대로다.
그런데 어쩌나.
“애플에서 미래 메신저를 막아서 죄송하다는 건가요?”
대변인 예하가 대응했다.
“그건 서로간의 의견이 맞지 않아서 생긴 매우 유감스러운 사태를 알렉산더 대왕이 매듭을 풀듯......”
이 새끼들 미안하다는 거야? 아니면 싸우자고 시비거는 거야?
정치적 수사 같은 길고 긴 문장을 1분 넘게 읊조리는데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에...... 사전에 말씀드린 대로 회담 내용은 자막이 입혀져서 공개될 건데요, 이렇게 돌려 말하면 사람들이 오해할 여지가 있으니 요점만 말해주실 수 있나요?”
예하가 공손히 묻자, 옆에서 채인수가 끼어들었다.
“예하야. 네가 못 알아듣는 거 아니야?”
하하하.
호호호.
미래그룹의 사장들이 채인수의 재미없는 농담에 화기애애하게 웃었다.
애플쪽은... 어쭈 안 웃어?
“재미 없으신가봐요?”
내 질문에 애플 쪽 이사님들에게 미소가 꽃폈다.
하하하.
호호호.
회담이 참으로 화기애애하다.
“이 유감스러운 사태에 대해 일말의 도의적 책임감을 느끼는 바......”
또 한참 듣다가 대변인 예하에게 귓속말을 했다.
“얼마 줄 건데요?”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애플코리아 지사장이 이마에 땀을 삐질 흘렸다.
“그... 당사는...”
예하에게 대사를 건네줬다.
예하가 진짜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 고민하다가 질러버렸다.
“얼마까지 알아보셨어요? 얼마 있는데요? 1조 달러만큼 미안해요?”
“에... 그... 저...”
저 아저씨 울겠다.
채인수가 예하와 바톤터치했다.
“쉽게 가죠. 귀사에서 통보 없이 미래메신저를 차단한 사태로 인해 본사에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인정하십니까?”
“예. 인정합니다.”
“당장 차단을 풀어줄 것을 요청합니다. 괜찮겠습니까?”
“예. 이미 풀었습니다.”
사전에 준비한말은 바로 나왔다.
“또한 귀사에서 차단한 기간 동안 본사의 매출은 1000억 달러 가량 피해를 봤습니다. 이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채인수가 1000억 달러를 입에 올리자 뒤에서 통역을 통해듣고 있던 애플 이사들이 사색이 되었다.
“1000억에 대해 본사의 평균 영업이익은 1%. 본사가 얻을 이익금 10억 달러를 피해보상 해 주실 것을 요구합니다. 괜찮겠습니까?”
매출 전부를 요구하면 양아치지.
전부 공개할 회담인데 과하면 역효과를 얻는다.
차라리 매출의 1%가량만 영업이익임을 밝힌다면 자연스럽게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사들이 숙덕숙덕하고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당사의 과오에 심히 유감을 표하오며 지난 잘못을......”
저 아저씨 뭐야 시인이야?
채인수가 말을 잘랐다.
“받아들이십니까?”
“예.”
“그럼 다음으로 귀사와의 의도치 못한 마찰로 본사가 입은 이미지 피해가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비방이 쏟아졌고, 그로인해 손상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힘듭니다. 이에 대해 한없이 부족하지만 귀사와의 관계를 생각해서 50억 달러의 피해보상만 요구합니다. 받아들이실 겁니까?”
깎아주는 거다.
5조원만 내면 봐줄 테니 웃으며 내놔.
금액이 커지자 애플 이사들이 모여 한참 쑥덕쑥덕 계산계산 소란소란 고함고함했다.
그러고는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 이쯤에서 점심 식사를 저희가 예약해 놓은...”
어딜 마음대로 끝내려고 해.
“또한 귀사와의 마찰로 인해 본사에서 계획에도 없이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지출이 있습니다. 휴대폰 교체행사, OS개발비용, 언론사 대응비용 등 다양한 지출에 대해 귀사에서 책임져주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화려한 수사를 왜 쓰는지 알 것 같다.
쫄리고 후달릴 때 쓰는 거다.
큰돈을 달라고 말하는 채인수가 저도 모르게 간곡히 말했다.
애플 이사들이 놀라서 속닥속닥 하더니 질문해왔다.
“애플이 책임질 금액이 얼마죠?”
“에...... 197억 달러군요. 여기 사용내역이 있으니 얼마든지 보여드리겠습니다.”
23조만 주세요.
애플과 싸우며 세계에서 핸드폰 교체 행사를 했다.
세 개의 프로젝트에서 동시에 OS개발에 착수했는데 각사의 지분투자비용은 전부 은행대출로 이뤄졌다.
OS 개발 전부 애플 돈으로 할 거다.
애플 돈으로 마케팅하고, 애플 돈으로 애플 폰을 안드로이드 폰으로 교체하고, 애플 돈으로 IOS에 대항할 OS를 만든다.
“이건......”
“마지막 제의였는데 역시 안 되는 군요. 알겠습니다. 합의는 없던 것으로 하죠. 다시 차단하셔도 어쩔 수 없겠군요. 저희 같은 중소기업이 참고 참겠습니다.”
크흑.
이게 약자의 설움인 것이다.
애플의 이사들이 고함고함 하다가 여기저기 전화하고는 끝내 끄덕였다.
“바..다들이겠습니다.”
“좋군요. 바로 문서화 할까요?”
빛의 속도로 문서가 작성되었고, 채인수와 애플 이사가 악수하면서 공식적인 회담이 끝났다.
자리를 옮겨 점심을 먹는 와중에도 화기애매한 시간은 이어졌다.
최고급 한정식 식당에서 예하와 나란히 앉아 이것저것 맛보는 와중에 애플의 이사가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간청해왔다.
“저... 이제 소송을 취하하시고......”
영어다. 못 알아듣겠다.
“여기 한국인데. 왜 한국에서 한국인인 내가 못 알아들어야 하는 거지.”
내가 중얼거리자 버거형들이 흠칫 굳었다.
한국에 왔으면 한국법을 따라야지.
한국의 영어원어민교사는 외국가면 한국인의 성을 이름 뒤에 말하도록 교육하는데 저 사람들은 한국에 와서 한국법을 따르지 않는단 말야.
한국에 왔으면 미국인이라도 패밀리네임을 앞에 말하고 퍼스트네임을 뒤에 말해야지.
에휴 못 배운 놈들.
내가 진짜 소유주인걸 아는 애플 이사들은 통역에게 전해들은 후 서로 눈치를 보더니 애플 한국 지사장에게 말을 전했다.
“애플 본사에서는 지금 애플을 향해 진행되는 소송을 취하해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한국말로 부탁이 나왔다.
진작 이랬어야지.
채인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래야죠.”
“그럼 정사장님이 한 고소도 취하하실 건지요?”
애플지사장이 저기서 고기를 흡입하고 있는 뚱뚱한 정문우를 가리켰다.
채인수는 대체 무슨 말을 하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 그건 애플을 사랑하고 애용해온 정문우 사장이 개인 자격으로 소송한 것입니다. 개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소송인데 저희가 감히 어찌할 수 없죠.”
“아니 그래도 모든 소송비용을 미래에서 제공하는 걸로 압니다만.”
“그야 도의적인 차원에서 순수한 지원일 뿐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부인거죠 하핫. 소송 취하는 정문우사장님 본인에게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소송비용을 지불할 수 없겠군요. 누군가 개인자격으로 지불한다면 몰라도...”
통역을 통해 대답을 전해들은 애플 이사들이 사색이 되었다.
미래그룹과의 마찰은 거액을 주고 해결했는데 정작 가장 파장이 큰 일반인 집단소송을 해결하지 못했다.
이러면 쓸데없이 돈만 쓴 격이 된다.
이미 계약서도 작성했는데.
동네 구멍가게도 아닌 애플이 계약서를 무시할 수 없지만, 마냥 지불하기엔 30조원이 너무너무 큰 돈이다.
하지만 이건 우리도 어쩔 수 없다.
개인 100만 명에게 소송을 취하하라고 말하려면 한푼이라도 쥐어줘야 하는데 그 비용이... 어휴.
사색이 된 이사들이 수군수군하다가 정문우에게 간청했다.
“저... 소송을.”
우대갈비를 들고 뜯고 있던 정문우가 점잖게 대답했다.
“1조달라.”
“소송을 취하해 주시고... 다른 분들의 소송도...”
“1조달라.”
“아니 그.... 집단소송을 추가로 모으는 것을.”
“1조달라.”
여기 맛집이네.
“예하야. 이거 좀 먹어봐. 진짜 달다.”
“어맛. 이건 뭐지. 못 먹어본 거네.”
이집 한정식 잘하네.
예하와 소근거리며 한상 가득한 찬 하나씩 가져와 먹는 동안에도 협상이 계속 이어졌다.
“저...”
“1조달라.”
“아...”
“1조달라.”
“그...”
“1조달라.”
맛있게 먹으며 정문우의 개인기를 보던 예하가 조용히 노래를 읊조렸다.
“다시~ 돌고~”
“1조달라.”
이 노래 40년 되지 않았나.
“돌고~”
“1조달라.”
“돌고~”
“1조달라.”
“돌~ 고~”
“1조달라.”
그러게 왜 싸움을 거셨어요.
우리 거 금지시키고 그 사이에 시장 먹는 건 반칙이잖아.
“후식은 식혜네. 캬~ 시원하다.”
“그러게. 역시 한식이 제일 맛난거 같아.”
예하도 오랜만에 허리띠 풀고 배빵빵하게 먹고는 배시시 웃었다.
이 집 너무 맛있다.
함께한 서양인들은 애석하게도 한식이 맛을 잘 모르나보다.
불쌍한 버거형들.
우리가 중소기업이라서 시총2위 글로벌 기업에게 갑질 당하고도 이렇게 끝내는 거지, 우리가 졌어봐.
회사가 사라졌을 거야.
캬.
관대하다.
애플과의 합의가 이뤄졌지만, 딱히 변한 건 없다.
미래 메신저 접속금지가 풀렸지만, 개인의 분노가 풀린 건 아니다.
전 세계에 OS 자유화의 바람이 불고, 미국 정부에선 OS를 강제하는 건 불법이라 선언했다.
애플은 OS를 방어할 때가 아니다.
개인정보 때문에 들고 일어난 소비자를 달래야 한다.
그 사이 개인 소송이 멈추지 않았다.
정문우와 100만 명의 집단 소송 이후 각 국가에서 분석을 내 놨는데 이건 명백한 개인의 이권침해라고 봤다.
즉, 소송하면 무조건 이긴다는 뜻.
이름만 적으면 돈이 생기는데 안 해?
진정한 무소유 급 스님이 아니라면 소송하지 않을 리 없다.
국가별로 개인들의 집단소송이 줄을 이었다.
추가로 중국 공산당의 명령으로 중국앱스토어에서 퇴출당한 5000여개 앱 제작사에서 애플에 소송을 했다.
애플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 작가의말
애플 싫어하지 않아요 애플이 문제가 아니라 OS 자유화에 대한 제시일 뿐입니다
처음 구상할 때만 해도 인앱결제 수수료 얘기는 조용한 편이었는데 요즘 난리네요... 아짜증 따라한거 같자나!
한국인 노동자를 쓰는 건설회사에 정부 보조금 지급! 이것도 따라하는 거 같자나... 아 짜증......
믿거나 말거나 글 구상할때 기준으로 제 상상이었어요 데헷
바뀐 댓글알림 보기 힘드네요 예전처럼 바꿔주길......
Commen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