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 벼락부자가 막 퍼줌3
웅성웅성.
그룹총수의 은퇴소식은 미래그룹 모든 계열사 직원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수근수근.
세계 최고의 투자회사인 미래자산운용 또한 마찬가지다.
1년에 걸쳐 그룹이 해체될 거라는 폭탄발언에 몸값 비싼 펀드매니저들이 손을 놓고 뉴스를 보며 떠들고 있었다.
“모두 주목!”
사장이 나타났다.
40대 초반임에도 머리카락 절반을 잃은 권순진이다.
“사장님! 우린 어떻게 됩니까?”
“솔직히 자산운용은 회장님 뜻대로 투자해왔지 않습니까?”
윤회장 잠적 후 권순진이 모든 걸 지휘했지만, 큰 실수는 없었기에 여전히 윤회장이 키를 잡고 운전했다고 생각하는 직원들.
권순진은 그들의 불안감을 이해하면서도 내심 섭섭했다.
“불안한 것 알겠지만, 1년 동안은 아무 변화 없이 그대로 일을 한다. 각자 하던 것 해. 재계약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계약기간만큼은 꼭 지키자.”
미래그룹의 모든 직원은 계약직이다.
평생고용을 보장하면 아무리 스펙 좋고 성실한 엘리트라도 세관직원처럼 월급도둑이 되어버린다.
권순진의 말은 펀드매니저들의 불안감을 씻어주지 못했다.
와글와글.
“시끄럽고! 전 사원 메일 보냈으니까 확인해봐!”
“예? 무슨?”
“그룹주 스톡옵션에 대한 권리야. 확인하고 얼마나 살지 정해!”
윤동욱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상장가에 살 수 있는 권리. 대신 2년간 판매 금지.
“헉. 현재가격보다 10분의 1!”
“이렇게 싸게! 이렇게 많이!”
“2년간 팔 수 없으니 2년 동안 최선을 다해야겠는 걸!”
2년 후 비싸게 팔기 위해선 2년 동안 회사의 실적이 좋아야 한다.
“자, 스톡옵션 원하는 만큼 신청하고. 일하자 일!”
“옙!”
직원들이 우렁차게 대답하고 자리에 앉았다.
흔들리는 직원들이 일손을 잡게 만드는 금융치료.
모든 직원이 각자에게 허락된 스톡옵션을 최대한 당기고, 일손을 잡았다.
전 세계 미래그룹관련종사자 700만 명에게 벌어진 일이다.
“지금 미래블록이 없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삶 자체는 지금과 별 차이 없었을 거야. 내가 한 발 앞서 개발한 것들은 내가 아니었어도 다른 누군가가 개발할 수 있었을 테니 미래그룹이 하던 서비스를 형들은 좀 더 비싸게 이용하며 살 거야.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패권다툼을 했을 테고, 주식 시장은 지금보다 조금 더 과열되어 있겠지. 일본이 무너지지도 않았을 테고, 미국의 주식은 하늘 높이 계속 치솟았을 거야. 버블이 부풀어 오른다는 소리야.”
내가 왜 미래블록을 만들었는지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공격받지 않는다.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를 보면 버블이 어떻게 커가는 지를 알 수 있어. 미국에 부동산 호황이 오면서 사람들은 너도나도 집을 샀고, 돈이 부족하면 돈을 빌려서 집을 샀어. 돈을 많이 빌릴수록 이득이라는 걸 체험한 사람들은 최대한 대출을 많이 받으려 했고, 은행은 돈을 빌려줄수록 이득이니 최대한 대출해줄 명분을 찾았어. 금융은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대출해준 증서를 묶어 파생상품으로 만들어 팔았고. 그렇게 회수한 돈으로 또 돈을 빌려주고, 그 돈이 부동산에 들어가 은행으로 회수되면 다시 대출하길 반복하며 거대한 버블을 쌓았고 2007년에 쾅! 하고 터져버렸지.”
재미없지?
채팅창 올라가는 게 느려진다.
이럴 줄 알고 돈자랑 먼저 했는데 역시 부족한가.
“미국의 주가를 보면 양적완화로 돈을 뿌리기 시작한 이래로 꾸준히 우상향했어. 12년간 제대로 된 조정도 없이 무한정 계속 올랐어. 세일가스가 쏟아져 나와서 오르고, 기업이 망하려고 하면 국가가 세금을 쏟아 부어 살려주니 또 올랐어. 그래. 기업이 망하지 않으면 좋지. 수많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으니 좋은 게 맞지.
하지만 회사가 망하는 건 망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야. 공산주의 사회가 아닌 이상 도태된 회사가 망하고 새로운 회사가 성장하는 게 좋은 현상이야. 그런데 미국 주가는 10년간 오르기만 했어. 양적완화로 돈을 뿌려댄 덕이지.
현재 주식시장을 봐봐. 미래블록이 등장했는데도 미국의 주가는 역대 최고가를 찍었어. 미국은 강대국이니까 그럴 수 있다 생각해? 코로나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사라질 정도로 실물 경제가 망했는데 이러는 게 정상적이라 생각해?”
사람은 중립적이지 못하다.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한다.
주식에 돈을 넣은 사람은 한없이 오르길 바란다.
주식에서 돈을 뺀 사람은 한없이 떨어지길 바란다.
사람은 매순간 최선의 선택을 한다.
주식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주식을 처분하기 전까진 장미빛 전망만 내놓는 게 좋다.
내가 말한 버블에 대한 경고는 욕설이 되어 돌아왔다.
채팅창이 실시간으로 더러워졌다.
“찾았습니다!”
칼리 페르난도가 창동에서 허탕을 친 후 돌아오자 해킹책임자가 달려와 소리쳤다.
“뭐? 누구를?”
“윤동욱! 그자를 찾았습니다!”
“어떻게?”
“그의 방송이 잠시 멈췄었습니다. 멈춘 방송이 재개되는 순간 수많은 시드 중 하나의 시드가 대량의 데이터를 뿌렸습니다. 윤동욱 자신의 실시간 이미지죠. 윤동욱의 실시간 이미지를 받은 주변 시드들이 재전송을 했지만, 그 사이 0.5초의 텀이 있습니다.”
토렌트식 데이터 분산 처리를 위해선 최초의 데이터전송이 필요하다.
창동 아레나에 접속한 아바타들은 각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뿌린다.
자신의 행동을 데이터로 뿌리고, 주변 아바타의 행동을 데이터로 받아 종합적 상황을 메타버스 시드로 만들어 세계에 뿌린다.
아바타로 접속한 이들은 작은 데이터를 뿌리지만, 윤동욱은 실시간 이미지를 전송하기 때문에 항상 대량의 데이터를 뿌려야 한다.
0.5초의 텀이 지나면 주변에서 데이터를 받은 이들이 재차 뿌리기에 크기의 차이가 없지만, 전송이 멈췄다가 재개되는 순간엔 흔적이 남는다.
CIA는 미래 메타버스가 렉이 걸려서 멈추는 돌발상황 덕에 꼬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래? 윤회장은 지금 어디 있는데?”
“실시간 데이터를 만들어낸 곳은 한국에 아홉 개, 모두 성수동 인근 기지국이며, 베네수엘라 카라카슈에 한 개, 대표적인 부촌 지역입니다. 한국의 데이터는 아마도 사장 급 주요인물들이 메타버스에 합류하려는 것일테니 베네수엘라가 틀림없습니다. 그곳에서 본인이미지로 접속할 인물은 실종된 윤동욱 말고는 없으니까요.”
칼리는 잠시 생각해봤지만, 부하의 말이 옳다고 여겼다.
곧장 전화기를 들며 지시했다.
“넌 구체적인 범위를 좁혀봐. 예예. 부장님. 동아시아입니다. 예 목표 발견. 미래메신저로 보내겠습니다.”
해킹을 주의해야 하는 건 CIA도 마찬가지다.
칼리 페르난도는 곧장 미래메신저를 통해 윤동욱의 행방을 전달했다.
“현재의 주식, 부동산 시장이 왜 이렇게 비싼지 이해할 수 있어? 서브프라임 사태의 재현이야. 아니 그때보다 더 심각해. 부동산과 주식이 계속 오르는데 대출받아 투자하지 않으면 바보지. 대출을 받아 주식에 넣고, 부동산을 사. 투자한 것의 가치가 오르면 추가 대출을 받아서 더 사. 갭투자. 이걸 하지 않으면 바보가 돼. 바보같이 월급 받으며 일하는 것보다 대출 받아서 투자하는 게 수십 배 이득이니 일하면 바보지. 너도나도 달려들어서 투자하게 되고, 이러면 주가는 계속 올라. 은하철도구구구처럼 우주 저 끝까지 계속 상승하면 아무 문제없겠지.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잘못된 것은 반드시 문제가 된다.
하지만 사람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다.
옳다, 그르다를 따지며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은 각자 상황에서 자신에게 최선의 답변만을 선택취사한다.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되면 정부는 금리를 올려서 과열을 식혀. 미국은 부동산투기 조짐이 보이자 2004년부터 금리를 확 올렸어. 상승한 금리 덕에 부동산 열기가 차츰 식었고, 집값 상승분이 대출이자보다 낮아진 순간, 2007년에 붕괴했지. 부동산 붕괴가 정부 탓일까? 아냐. 늦게라도 식힌 거야.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면 더 높이 올랐다가 더 끔찍하게 무너졌을 거야.
버블붕괴는 슬프지만, 버블은 초반에 꺼트리는 게 피해가 적어.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코로나로 실물경기는 역대 최악인데 주가가 역대 최고치를 찍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잖아. 이거 다 버블인 거 알잖아. 버블을 꺼트려야 하는데, 지금 세상에선 그게 안 돼. 양적완화로 돈을 찍어서 뿌렸는데 금리를 올리면 정부 자체가 자기 빚에 깔려 죽어. 금리를 올려서 과열을 식히는 게 불가능해.
게다가 미국은 중국과 경제전쟁 중이잖아. 중국이 독점한 원자재 가공 산업을 베트남과 인도가 대체하게 될 3년 후까지는 절대 금리를 내리지 못해. 지금보다 더 많은 달러를 찍으며 경제전쟁을 이어가겠지. 소련이 미국과 무기경쟁을 벌이다가 말라죽은 것처럼 중국이 말라죽을 때까지 미국은 계속 달러를 찍어 뿌릴 거야. 미국이 달러를 찍으며 싸운다는 것은 중국이 나머지 전 세계와 싸우는 격이 되거든. 최소한 3년 후까지는 달러를 꾸준히 찍을 테니, 사람들이 미친 듯이 갭투자를 하고 주식이 미친 듯이 오르겠지. 미래블록이 없었다면 말이야.”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이 심화되자 미국은 중국에 대한 초강력 압박을 시행했고, 기업들의 중국 탈출 러쉬가 이어졌다.
중국을 떠난 기업들은 현재 베트남과 인도 등지에 대규모 생산공장을 짓고 있는데 이 시설이 운용될 때쯤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도 끝난다.
중국은 원자재 가공을 독점한 걸 무기로 미국에 싸움을 걸었지만, 중국이 생산할 수 있는 건 아무나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이 값싼 노동력과 공산당의 반자본주의적 집중 투자를 통해 가격경쟁력에서 승리해 원자재분야를 꽉 잡았지만, 미국이 달러를 찍어 뿌리면 중국보다 싸게 생산할 수 있다.
한동안은 세계경제가 힘들겠지만, 인도와 베트남 등지에서 중국이 생산하던 기초부품을 대체하게 된다면 세계는 중국패싱이 가능해진다.
그때가 되면 중국은 멸망하고, 미국은 다시 압도적인 세계의 패자가 된다.
“최소 3년. 중국과 미국이 무역전쟁을 하는 동안 주식은 계속 오를 거야. 중국을 죽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달러를 마음껏 뿌리는 것이니까 미국은 계속 돈을 뿌리겠지. 미국이 돈을 찍는만큼 전세계는 미국에 보이지 않는 세금을 지불해야 하고. 부동산과 주가도 3년간 무한정 오를거야. 여기까지는 좋지? 형들이 투자한 재산이 늘어난다는 거잖아. 그렇다면 중국이 미국에 패한 이후엔 어떻게 될 것 같아?”
질문했지만, 답을 바라고 한 말이 아니다.
그런데 정답자가 등장했다.
“내가 대답해주지.”
채인수다.
“어? 형?”
“오랜만이다. 동욱아.”
난입이다.
그간 연락을 하지 않았으니 이건 대본에도 없는 일이고, 채인수가 방송을 보다가 스스로 끼어든 것이다.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지 채인수가 팔을 벌리고 다가왔다.
마주 안아주려고 팔을 뻗었는데 휑~
채인수는 서울에 있고, 난 베네수엘라에 있다.
메타버스 참 생생하구만.
“내가 녹음 파일을 받았는데 이걸 틀어도 될까? 네가 하는 말에 어긋나지 않을 거야.”
“그러세요.”
채인수라면 믿을만하지.
채인수가 큐를 하자 녹음이 흘러나왔다.
-미국이 달러를 찍을 수록 미국에 이득이야! 그리고 세계가 불황을 겪으면 그땐 더 큰 이득을 얻게 돼! 왜냐! 달러는 기준화폐니까!
미국 최고위 회의에서 트럼프가 떠들던 말이다.
양적완화 옹호론과 비판론이 싸우는 녹음파일.
원색적이고 솔직한 격론이 흘러나왔다.
-세계가 불황을 겪으면 미국이 이득을 얻는다.-
정확히 내가 하려던 말을 트럼프가 대신해줬다.
미국의 입장에서 트럼프는 애국자가 맞다.
하지만 이 방송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본다.
여기서 공개되면 큰 파장이 일 수 밖에 없다.
채인수가 끼어든 게 이해되었다.
내 입으로 떠들어봐야 음모론 소리나 들었겠지만, 녹음에는 전직대통령 트럼프가 현직대통령 바이든이 끼어있었다.
그들이 자기 입으로 미국의 이득임을 밝혔고, 한국에 선전포고를 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땡큐 트럼프.
땡큐 바이든.
- 작가의말
미국에 불황이 오면 미국이 이득을 얻는다.
이 한문장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기 위해 소쩍새는 봄부터 그렇게 울었나 보오
배후의 지배자가 없다는 걸 바닥에 깔아야 하고, 각자 최선의 선택이 이런 흐름을 만들어 낸다는 걸 전해야 했고, 블록체인이나 주식, 공매도 등등등을 전하고 세계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며 국가마다 차이점을 전해야 했고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까지 넣어야 했고 또... 그러다보니 책 12권 분량이 나왔네요
써놓고 보니 미국을 악의 축처럼 쓴 것 같은데 미국이 중국보다 훨씬 훌륭한 나라입니다
그리고 국가의 지도자라면 자국의 이득을 위해 행동하는 게 옳다고 봐요
트럼프를 그래서 넣었죠
한국 입장에선 쌍놈이지만 미국 입장에선 좀 쪼잔하지만 괜찮은 대통령, 애국자인거죠
만약 한국이 미국의 입장이라면 한국의 지도자가 미국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일본이 미국의 입장에 있다면 일본 또한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모든 건 배후의 지배자 없이 각자 자신의 역할놀이에 심취해서 일어나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요. RPG죠 인생은 RPG, 세상은 RPG, 알라의 요술봉은 RPG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