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웹소설 1위달성
“양식장 만 개를 설치하면 다도해 전체가 양식장으로 깔리게 됩니다. 혹시 끝내 허가가 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똑똑한 해수부 과장이 최후통첩처럼 물어봤다.
“아시다시피 미래 그룹은 글로벌 기업입니다.”
“알죠.”
“한국에 10조를 쏟아 붓는 건 내가 한국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일 하려는데 막는다면 어쩔 수 없죠.”
“포기하실 겁니까?”
“포기해야죠. 몇몇 어민의 욕심에 어촌 전체가 얻을 긍정적 효과가 사라지게 되는 거죠. 대신 타국에서 미래그룹의 인지도가 좋아지겠죠. 필리핀에 천개, 베트남에 천개, 인니에 천개 칠레에 천개 등등등 세계 곳곳에 양식장이 늘고 각국의 삶이 조금이나마 좋아지겠네요. 미래그룹은 해당 국가들에게 사랑받을 테고요. 사실 수익성은 외국이 더 좋습니다. 그때쯤 되면 여기 모이신 공무원들은...... 큰 곤란에 빠지시겠죠. 한국이 얻을 수익이 외국으로 갔으니까요.”
가지고 있는 패는 다 던졌다.
공무원들이 불안한 눈빛을 오락가락 교환하더니 젊은 해수부 과장이 총대를 맺다.
“예 사정은 알았고, 공감합니다. 최대한 빠르고, 긍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내부회의를 거칠 시간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채인수가 잽싸게 말을 받았다.
“좋죠. 감사합니다. 오늘도 불철주야 고생하시는 공무원님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냅니다.”
내가 싸움 걸까봐 대신 말한 거야?
나도 괜찮다고 하려고 했어.
이제 각 부처별로 회의하고 위로 보고하고 또 회의하고 또 관계부처끼리 책임을 떠넘기고... 어휴 얼마나 걸리려나.
국가소유인 바다 위를 사용하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지만 짜증난다.
그렇다고 철저히 안 하면 온갖 사기꾼이 나라 돈을 뜯어 먹을 테니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자, 다음 안건입니다. 저희 미래그룹은 미래과수란 자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과수원도 만들자.
“전량 수출을 조건으로 만 헥타르의 과수 농사를 지을 겁니다. 종목은 배, 사과, 감귤입니다.”
한국의 배와 사과, 감귤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고급품종이다.
생과일을 옮기는 게 문제지 보내기만 하면 떼돈을 번다.
미래에 운송비가 저렴해질수록 수출량이 많아지는 품종들이다.
해산물 양식과 마찬가지로 이것도 농촌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시간을 주시지요.”
갑자기 화살이 자기에게 오자 강건너 불구경 하고 있던 농림축산식품부 과장이 잽싸게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공무원님들의 나라 위한 마음에 찬사를 보냅니다. 이제 식사라도 하실까요? 29900원짜리 도시락인데 괜찮으실 런지요.”
“어이쿠. 무슨. 이건 각자 먹은 대로 계산하기로 하죠.”
채인수도 분위기를 풀려고 했고, 공무원들도 굳이 나와 척지려 하지 않는다.
다들 탈을 쓰고 억지호탕한 웃음을 퍼부으며 소화 안 되는 식사를 했다.
다음부터 이런 자리엔 나오지 말아야지.
공무원들과 회의 후 보름 만에 허가가 났다.
생각보다 빠른 결과였는데 이는 참기자의 대활약 덕이었다.
회의에 들어왔던 기자가 회담 내용을 최대한 세세하게 적어서 세상이 한바탕 난리가 났다.
어민이 뭐가 나쁘냐, 어민의 suv가 뭔 뜻이냐? 불체자 나쁘다, 고위공무원을 협박하는 25살의 패기, 등등등 온갖 잡설이 떠돌았지만, 언론대응팀의 분석으로는 우리에게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했다.
기자는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돈 받고 기자를 밀어 넣은 어떤 공무원이 통제하지 못한 거니 내 잘못 아님.
신안군 일대에 우선적으로 천개의 양식장이 만들어지는데 예상 건설 기간이 1년이다.
만개의 양식장을 다 만드는데 소요될 시간은 최소 5년.
모든 양식장이 고기를 키우고 파는 데까지 최소 7년이 예상된다.
그때쯤이면 해산물 부족으로 가격이 계속 오를테니 대부분의 문제들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고, 이후 양식장을 추가하는 건 정부가 앞장서서 할 것이다.
7년 후까진 버는 돈 없이 내 돈만 뭉텅뭉텅 잡아먹을 사업.
그냥 기부사업이라 생각해야겠다.
한편 미래대학은 시작 단계부터 온갖 견제를 받았다.
[의료활동을 이렇게 자세하게 공개하면 야매 의료행위가 판 칠 것이다]
x-ray 사진 분석 강좌.
기초 간호술.
맹장수술 절차와 방법.
온갖 의료행위가 동영상 강좌로 떴다.
기존에 있던 영상을 허가받고 미래대학에 넣은 것이다.
가뜩이나 사이가 안 좋은 한국의사협회가 들고 일어났고, 보건복지부는 그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래서 한국어 강좌를 뺐다.
대신 영어강좌로 볼 수는 있다.
이러면 어쩔래?
이것도 잠깐만 버티면 된다.
미래 대학의 의의는 울타리 없는 지식이다.
덕분에 아랍에서 기독교 강좌를 볼 수 있고, 한국에서 공산주의의 장단점을 볼 수 있다.
백성은 어린 양이 아니다.
나쁜 걸 못 보게 눈가려줘야 하는 갓난아기가 아니다.
백성은 통제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대신 남에게 해를 끼쳤을 때 벌을 받으면 된다.
미래 수산과 미래 대학이 가동하는 사이 9월이 되었다.
“짜잔! 오늘은 미래 메신저가 오픈한 지 400일째 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특별방송입니다!”
예하가 활짝 웃으며 선언했다.
-제시 만세!
-제시 얼굴을 9시간 본다아 혜자다아
-노래해 노래해
곁에 앉아있던 모닥불이 툴툴댔다.
“400일은 그냥 아무날도 아니잖아. 괜히 특집방송 만들어서 9시간 연속 방송하라고 하기는. 채변사장님 나빠요.”
옆에서 민지민지가 옆구리를 찔렀다.
“언니. 그냥 해. 돈 많이 주잖아.”
“어? 그랬나? 채변사장님 사랑해요.”
아. 어색해.
대본을 세세하게 쓰는 건 독인 것 같다.
예하도 어색하게 웃고는 진행했다.
“자, 첫번째 뉴스. 대단한 희소식이네요. 두구두구둑. 짜잔. 미래북스와 미래웹툰이 세계 점유율 50%를 넘었습니다. 와아아아! 짝짝짝.”
-이제 와서?
-내 친구들 다 미래웹툰 보는데 왜 이제 1위지?
-틀딱들은 안 바꿔. 느리거든
- ㄴ너도 나중에 틀딱 된다 넌 늙어봤냐 난 젊어봤는데
“이제 와서 1위라고? 진작 그럴 줄 알았는데 왜? 그럼 다른 건 1위 아니야?”
모닥불이 댓글들의 의문을 꺼내왔다.
“힝. 그게... 몰라요. 그... 선정기준이......”
민지민지가 작가의 신호를 받고 대본을 펼쳤다.
“여기 있네. 정확한 통계는 없대. 그래서 소셜북스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통계를 냈대. 즉, 세계 모든 이북 매출보다 미래북스의 매출이 더 커졌기에 50% 이상이라고 선언한 거래.”
“에? 그럼 그냥 지레짐작이잖아.”
“그런데 타 사이트보다 미래북스가 저렴하대. 그러니까 실제 점유율은 70% 이상이 확실하대. 사실 미래뮤직도 50% 이상일 것 같지만 매출액 기준으로는 아직 50% 넘기지 못해서 선언하지 않고 있대.”
“그렇구나. 그럼 이제 슬슬 가격 올리겠네. 원래 세상이 다 그러잖아.”
-ㅋㅋㅋㅋ 노빠꾸모닥불이
-캠핑 못가서 삐진 모닥불의 디스전
-쟨 왜 자꾸 깝치냐? 제시 만분의 일도 안되는 년이
“힝. 언니. 저기에 사장님 보고 있는데?”
“채변 오빠? 앗, 찐사장이다. 가격 올릴거야?”
“안 올려욧! 울 오빠가 양아친 줄 알아? 세상을 멋지게 만들려고 돈을 퍼붓는 남자라고!”
예하야. 방송에선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니 팬들 떨어져나간다.
“네. 사랑싸움은 집에 가서 하시고, 왜 미래북스의 점유율이 이렇게 높지?”
“그야! 에.... 뭐예요?”
오늘은 민지민지가 설명충을 하기로 한 날이다.
또 대본을 뒤적이는 척 하다가 말을 했다.
“찾았다. 일단 작가가 받는 정산비율이 높대. 중위 평균의 정산비율을 보면 미래북스에 올린 작가의 정산 비율이 80%래. 타사 평균 45% 보다 훨씬 높대. 게다가 독자의 지불 금액도 더 적대.”
“어? 이상한데? 한 편 당 100원은 국룰이잖아. 차이가 왜 나지? 환율 때문에?”
“아니. 광고비 때문이래. 책을 보면 맨 위랑 맨 아래에 광고가 붙잖아. 거기서 나는 수익을 독자와 작가에게 나눠준대. 광고가 비싸게 팔릴수록 작가는 더 많은 정산을 받고, 독자는 책 보는데 쓴 미래블록을 일부 돌려 받는대.”
“아하. 유투브처럼?”
“맞아. 유투브처럼.”
구글과 협약하면서 구글의 맞춤광고가 미래북스에도 들어왔다.
이 수익을 전부 먹는 게 아니라 작가, 독자와 나눈다.
덕분에 타 플랫폼과의 정산비율 격차가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지금에 와선 독점계약에 묶인 작가를 제외하곤 모두 미래북스에 먼저 글을 올린다.
“게다가 서버비용도 적잖아. 미래 뮤직의 경우 음원공유를 위한 서버유지 비용에 매출액의 20%가 분배되고, 동영상의 경우 매출의 35%가량이 서버비용에 들어가는데 미래북스는 텍스트라서 용량이 거의 없으니 서버비용도 거의 없지.
덕분에 독자가 쓴 미래블록이 고스란히 작가한테 가는 거야. 독자 입장에서는 웹툰과 웹소설을 볼 때 데이터 소모가 거의 없으니 서버비용으로 받는 미래블록이 책보는 데 쓴 미래블록보다 많대. 그래서 책을 볼수록 돈 번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
토렌트 형식의 공유라서 서버를 제공해준 사용자에게 매출의 일부를 나눠준다.
덕분에 웹북와 웹툰처럼 서버비용이 적을수록 작가에게 큰 수익이 돌아간다.
사용자는 서버제공 대가로 버는 미래블록이 쏠쏠하다.
“게다가 미래메신저 세계에선 표절이 잡히잖아. 구글 짱! 구글 세계 최고!”
-갑자기?
-민지민지 왜 저래?
-너님 회사 착각하신듯
“언니. 정신차려요. 여기 미래그룹이야.”
“헤헤헤. 구글 서칭능력 최고, 텍스트 유사성 검색 최고, 이미지 유사성 잡기 최고, 심지어 번역본 유사성 확인도 최고.”
구글과 협업하면서 AI 성능이 수천 배 좋아졌다.
구글의 AI는 과거 미래메신저가 못 찾던 이미지표절과 번역표절본까지 대부분 잡아냈다.
구글과 협업하고 AI를 돌린 순간 한국의 인기 소설과 인기 웹툰이 전부 중국어로 번역되어 팔리고 있었다는 걸 잡아냈다.
번역되지 않는 웹툰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구글이 그간 쌓아올린 방대한 데이터와 서칭능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이건 미래AI가 한순간에 따라잡을 수 없다.
당연히 표절작은 모조리 계좌를 정지 회수했고, 고유명사만 바꿔 새로 올라오는 작품들을 그때그때 차단하는 중이다.
문제는 이게 미래메신저 안에서만 통용된다는 것이다.
미래메신저 바깥세상의 불법사이트에서 돌고 도는 파일은 회수할 수 없다.
그래서 작가들은 더더욱 미래메신저를 선호하고 있다.
‘책 볼 거면 미래메신저로만 봐라.’
이게 작가들의 입장이다.
덕분에 문퍄나 좌라 등 수많은 소설, 웹툰사이트들은 고사직전이다.
기존 독점계약작 덕에 심장만 뛰고 있지만, 곧 멈추게 될 것이다.
당연히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아마존.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이었던 아마존은 도서분야에서 드라마틱한 매출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이게 미래메신저 출시 1년만의 변화다.
“자, 미래 북스와 미래 웹툰 축하드리고요. 다음 소식으로 갈게요. 그 전에 우리 방 좀 옮겨요.”
“응? 어디가게?”
“바로 옆이에요.”
여자 셋이 촬영 중인 스튜디오를 나와 옆방으로 갔다.
잠시 화면밖으로 나가고 옆방에 세팅된 카메라가 켜졌다.
배경이 초록색이고, 옆, 위 아래 모두 초록색인 방.
-어? 이것은?
-아아. 이건 그거구나
-뭔데?
-뭐냐고? 뭔데?
-정신병동?
“짜잔 메인뉴스입니다. 우리가 할 것은 바로!”
-아 그래서 뭐냐고?
-아아 이것은 그러니까...
-광고보고 오시죠
- 작가의말
문퍄...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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