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Next step5
핀빙빙은 익명 커뮤니티 사용법을 소개했다.
철저한 회원가입제로 받는 비밀 커뮤니티는 시위 장소와 계획을 짜는 공간이며 공산당의 악행을 폭로하는 공간이 되었다.
공산당의 치부가 낯낯이 드러나고 언론통제로 감춰진 진실이 수도 없이 쏟아졌다.
중국의 신문은 공산당을 찬양하지만 집에 숨은 이들은 미래 메신저를 통해 진실을 읽는다.
공산당에 전 재산을 뺏긴 이.
공안에 아내와 딸을 강간당하고 참아야 했던 이.
집단학살을 당하던 티벳인, 위구르인.
숨이 먹먹하도록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던 이들에게 말할 공간이 생겼다.
탄압받던 모든 이가 자신들에게 쥐어진 무기의 힘을 깨달았다.
중국이 흔들린다.
정보통제가 불가능하다.
무려 인터폴총재마저 납치 감금하던 위풍당당한 중국이 고작 메신저 하나를 막지 못했다.
화웨이에선 이과생을 밤새 갈아 넣어 미래메신저를 차단하는 패치를 만들었다.
애플이 미래메신저를 차단한 것처럼 화웨이에서 중국 내 미래메신저를 차단한 것이다.
핀빙빙의 선언 둘째 날이었다.
“아직 차단되지 않은 분들께 말씀드리겠습니다. 화웨이의 미래메신저 차단을 푸는 크랙입니다. 이 크랙을 깔면 미래메신저가 차단되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에게 조용히 알리고 익명으로 인터넷에 뿌리십시오. 조심하세요. 공산당의 칼날을 피해 조용히 뿌리십시오.”
화웨이에겐 애석하게도 마소-미래-화웨이는 새로운 운영체제 함께 개발했었다.
서로 소스를 공유하며 작업하고 있었기에 화웨이의 소스는 전부 손 안에 있다.
그들이 미래메신저를 차단할 것을 알았기에 미리 크랙을 만들어 뿌렸다.
“미래메신저를 숨긴 채 갖고 계세요. 우리는 진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핀빙빙은 매일 방송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죄를 말하고 그들을 무너뜨릴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중국 공산당과 세뇌된 인민들은 거칠게 매도했지만, 핀빙빙의 위상은 계속 커졌다.
놀랍게도 핀빙빙의 폭로 이후 중국내에서 미래메신저 계정이 오히려 늘어났다.
겉으로는 핀빙빙을 욕하면서도 몰래 미래메신저를 깔고 비밀 커뮤니티에 접속하는 것이다.
진실을 향한 열망이 공안의 두려움을 누른 것이다.
그리고 불똥이 여기저기로 번졌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한국인은 모르겠지만, 전 세계 250여 개국 중 절반 이상이 무늬만 민주주의인 군사독재국가다.
이승만 시대처럼 경찰이 자국 민간인을 학살하는 그런 나라가 절반 이상이다.
그 모든 나라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미얀마에서, 캄보디아에서, 에티오피아에서, 전 세계에서.
자유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모든 나라에서 탄압받는 이들이 익명커뮤니티를 만들었고, 그들 독재자에게 통제되던 정보를 뿌렸다.
통제받는 언론 하에서 알지 못하던 진실을 알게 된 이들이 자신들을 강압하고 학살하던 지도자의 실태를 알게 되며 점차 더 큰 무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북한과 아프리카 오지의 일부 나라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수없이 많은 진실 커뮤니티가 생겨났다.
북한은... 하아. 스마트폰이 거의 없어서 변화도 없다.
저놈은 진짜... 답이 없다.
세계 곳곳에 민주주의를 위한 비밀 커뮤니티가 생겨나자 생각지 못한 추가이득을 얻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퓨처메신저 지우기 운동. 공식 종료선언]
[미국 어머니회 : 미래 메신저의 선한 영향력에 공감을 표한다]
[미래메신저의 익명성은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실보다 득이 더 크기에 지지한다 - 전독일 총리]
애플과의 전쟁이 종식된 후로도 미래메신저 익명성에 대한 반대 시위는 끝없이 이어졌다.
애플이 쏘아올린 불꽃이 여전히 활활 불타오른 것이다.
우리도 개인사용자의 이권침해라는 불꽃을 끄지 못했으니 애플에 화내지 못했고.
하지만 핀빙빙의 선언 후 불매운동이 점차 시들해지더니 하나 둘 미래메신저 지지선언을 했다.
미래메신저로 인해 익명의 공간에서 익명의 범죄가 퍼지고, 끔찍한 영상이 퍼진다.
하지만 학살당하고 통제당하고 세뇌당하던 사람들에겐 독재정권에 대항할 유일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다이너마이트처럼.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사회를 발전시키는 신기술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세상이 미래메신저가 추구하는 선한 영향력을 인지했다.
해방.
자유.
진실.
미래메신저는 탄압에 대항하는 자유의 상징이 되었다.
맨하탄의 넓은 저택.
동쪽에 이스트강을 끼고 있는 2000만 달러짜리 대저택이다.
좁은 아파트에 살던 핀빙빙을 이리 옮겼다.
미래경호에서 한팀이 파견되어 내부를 지키고 외부를 FBI와 CIA가 공조해서 지켜주고 있다.
핀빙빙은 그만큼 중요 인사가 되었다.
“한국 갈때...... 같이 가면 위험하겠죠?”
“아무래도 위험하겠지.”
“언니... 고생했어요. 힘내요. 곧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예요.”
예하가 눈물을 글썽이며 핀빙빙의 손을 잡았다.
“음식 내달라 할게.”
높은 나무가 주변 빌딩의 시야를 가려주는 자리에 테이블이 있다.
예하와 나, 새로 뽑힌 수행비서 겸 통역인 민채영과 핀빙빙 넷이 테이블에 앉았다.
눈 앞 이스트 강으로 거대한 배가 오가고 매미우는 소리가 고막을 두들기는 평범한 여름 날.
한층 더 수척해진 핀빙빙이 호스트로서 음식을 가져왔다.
물론 미국 정부가 고용한 요리사가 해준 요리다.
“많이 먹어.”
요리를 테이블 위에 올린 핀빙빙이 맞은편에 앉는 대신 내 옆에 앉았다.
“......”
저기요.
왜 우리 셋이 나란히.
맞은편에 혼자 앉은 통역 겸 수행비서가 많이 뻘쭘해했다.
“언니?”
예하가 내 오른팔을 두 손으로 안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냥... 오늘만... 오늘만 옆에 앉을게. 더 바라지도 않고.”
“히잉... 안 된다고 할 수가 없잖아.”
예하의 허락을 받은 핀빙빙은 대놓고 내 왼팔을 안았다.
그러곤 독한 위스키를 잔에 가득 따르고 절반을 호로록 마셨다.
“한잔?”
“너무 독한 건 싫어요. 칵테일이나...”
예하가 고민하며 말했다.
“예하는 됐고, 동욱씨는?”
“음... 주세요.”
“엣. 그럼 나도.”
예하가 지지 않으려고 억지로 위스키를 받았다.
여자 둘이 내 앞에서 짠을 하고 위스키를 마시고 내 얼굴을 본다.
“왜?”
“안 마셔?”
“...... 둘이 내 손을 묶고 있거든. 꽤나 신박한 결박플레이네.”
양쪽에서 손을 잡고 있으면서 어떻게 마시라는 거야?
“핫. 오빠 미안.”
예하가 놀라서 내 팔을 풀었지만, 핀빙빙은 여전히 팔을 안고 있다.
내 잔을 올려 내 입에 붙여 먹여주고 큐브형 돼지고기 한조각을 집었다.
“동파육이야.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요리. 어렸을 땐 엄마를 한 달씩 졸라야 먹을 수 있었던 건데.”
핀빙빙이 족발빛깔 나는 고기를 청경채와 함께 젓가락으로 집어 설명하면서 내 입에 넣어줬다.
족발보다 좀 더 달고 부드러운 돼지고기.
“맛있네.”
“어. 그땐 이걸 매일 먹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지 생각했었는데......”
“......”
갑자기 어렸을 때 추억을 얘기하지 말라고!
사망플래그 같잖아.
죽지 마.
“내가 원한 삶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사는데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을 걸요. 누나가 잘못한 거 없어요. 누군가의 악의에 휘말린 희생양이었어요. 그러니 잊고 누나의 행복을 찾아요. 누나의 삶을 살아요.”
진심이다.
애써 구했는데 죽는 꼴 보기 싫다.
“글쎄... 행복이란 뭔지 모르겠어.”
“... 나도 잘 몰라요.”
“난 어떻게 살게 될까? 앞으로 난 어떻게 될까?”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겠죠. 중국 공산당을 무너뜨리진 못해도 약간은 눈치를 보게 만들었죠. 과거를 사죄하고 강탈 학살을 한 공안이 죄를 뒤집어쓰고 사형당할 테고 전과 같은 미친 짓을 줄여나가겠죠. 중국 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잘못된 일들이 하나씩 바로잡히게 될 거예요. 그 모든 올바름에 누나의 공헌이 한 스푼 들어가겠죠.”
“내가 뭘 했다고. 사실 네가 다 했잖아. 미래 메신저를 만들 때부터, 아니 폰로이어를 출시할 때부터 숨김 기능을 넣은 건 이런 이유에서였을 거 아니야? 미래메신저는 해방을 위한 기구잖아.”
핀빙빙의 말을 수행비서가 통역해줬다.
곁에서 듣고 있던 예하는 ‘아 그런가? 그렇구나! 역시 내 오빠!’ 하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새삼 보더니 또 오른팔을 껴안았다.
두개뿐인 팔이 자유를 잃었다.
“당연히 내가 제일 공헌이 크죠. 그래도 누나가 격발 스위치를 눌렀으니 누나가 상징으로 기록될 거예요. 누나가 아니었다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빨리 깨닫지 못했을 거예요.”
“어... 그래. 내 녹음이...”
“쫌. 끔찍했던 일은 이제 좀 털어버려요. 뇌 비우고 좀 쉬세요. 좋은 것만 보고 즐겨요. 원하는 건 뭐든 도와줄 테니 말해 봐요.”
“내가 원하는 거?”
핀빙빙이 내 얼굴을 보다가 그 너머 예하와 시선을 마주했다.
“내가 원하는 건 네가 해줄 수 없어. 예하가 허락해줘야지.”
맞은편에서 통역을 해주는 새로 뽑힌 수행비서 간유진이 난감해하며 통역을 해줬다.
예하는 볼을 퉁퉁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래 나만 나쁜 년이지. 나만 나쁜거야.”
예하가 혼자 위스키를 크으하며 마셨다.
그 틈에 예하가 묶고 있는 오른팔을 빼 예하의 어깨를 감쌌다.
“난 예하만 사랑할 거니까 딴거.”
핀빙빙을 받아들이면 예하와 핀빙빙 둘 모두에게 상처가 된다.
새로운 여자에 대한 설레임보다 예하가 더 크다.
예하는 새삼 감격한 듯 데헤헷 하며 두 팔로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럼 없어.”
“여행 다니기. 부모님과 함께. 미국의 호위 속에서. 이건 명령입니다.”
“그럴게. 어떻게든 이겨낼게.”
“지지마요.”
“어.”
핀빙빙이 침울하게 위스키 반잔을 원샷 했다.
“분위기 좀 풀리면 한국에서 봐요. 어쨌든 절대 죽지 마요. 절대로.”
“...... 어.”
핀빙빙이 힘없이 대답하고는 위스키를 쭉 마시고는 내 입술에 키스했다.
예하는 내 허리를 안은 채 고개를 숙여 못 본 척 했다.
두 팔이 자유롭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뭘 해도 우울한 핀빙빙은 위스키를 물처럼 마셨고, 위로하고 힘을 붓돋으려던 나와 예하도 덩달아 빠르게 마셨다.
대화도 재미가 없다.
금세 세상이 빙빙 돈다.
방으로 들어가는데 예하가 날 핀빙빙의 방으로 밀었다.
“됐어. 이럴 필요는 없어.”
“오늘만이얏! 우우우.”
예하는 비틀거리며 날 핀빙빙의 방으로 밀어넣었다.
그러곤 혼자 자기 방으로 갔다.
너무 취해서 예하의 뜻에 저항할 수 없었다.
핀빙빙은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예하가 사라지고 난 후 내 손을 잡아 침대로 잡아끌었다.
너무 취해서 핀빙빙의 뜻에 저항할 수 없었다.
조용히.
자연스럽게.
혀가 얽히고 옷이 사라졌다.
예하를 안고난 후 처음으로 다른 여자를 안았다.
새로운 여자와 관계한 느낌은.
별 차이 없다.
인간은 그렇게 만들어졌고, 섹스는 그런 것이다.
섹스는 항상 즐겁다.
그래서 바람피울 이유가 없다.
다음날 핀빙빙도 예하도 전날밤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핀빙빙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예하와 함께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 작가의말
판빙빙은 모르는 사람입니다 실종사건 전엔 존재 자체를 몰랐죠......
팬심 전혀 없고 글의 주제에 어울려서 썼습니다
복귀이후로 침묵하는 3년이 안타깝네요
지금 마윈이 전재산을 바치겠다며 살려달라고 우는 것처럼 핀빙빙도 영원히 침묵하며 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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