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 게임 스탑2
게임스탑 사태는 남에게 맞길 수 없다.
이건 이성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400달러 되면 전부 빼면 되요, 라고 말할 근거가 없다.
그래서 직접 한다.
“오빠... 좋은 아침.”
“어. 좋은 밤.”
직접 하다 보니 낮과 밤이 바뀌었다.
뉴욕 증시시간에 맞춰 저녁에 하루를 시작하고 아침 해가 빛날 때 퇴근한다.
해가 지고 나서 슬슬 일어나 출근한 김하나와 팀원들을 만나 회의를 하고 서칭을 한다.
매수프로그램을 점검하고 가격대가 바뀔 때마다 살지 말지 고민해야 한다.
“콜옵션 100만 달러어치 나왔습니다. 110달러에 만기는 한 달 후, 현재 가격으론 140% 올라도 본전입니다.”
옵션은 큰돈을 못 번다.
일단 시장이 작다.
100만 달러 사봤자 12억밖에 안 된다.
매우 다양한 옵션이 발행되지만, 대부분 허황된 것들, 예를 들어 콜옵션 100달러, 300달러, 이런 장난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옵션을 발행하는 금융사들도 돈 벌려고 하는 것이기에 최대한 안전하게 발행한다.
지금처럼 유동성이 넘쳐나고 변수가 무한한 게임스탑 같은 경우엔 개별 옵션도 얼마 안 되고, 옵션의 가격도 어이없다.
“전부 사요.”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끔 일어나곤 한다.
“샀습니다. 그리고 풋옵션 30달러에 추가 발행. 100만 달러어친데.”
“더 올라요. 풋은 보지 마요.”
“네.”
게임스탑의 현재가 60달러. 한 달 후 콜옵션 110달러의 권리를 30달러에 샀다.
140달러가 되야 본전.
110달러 이하로 가격이 멈추면 증권사는 공짜로 30달러를 번다.
대신 140 달러 이상 오르면 엄청난 수익이 발생한다.
한 달 후 200달러 근처니까, 30달러 투자해 60달러 버는 격.
고작 200% 수익이다.
중간에 400달러 되었을 때 산다는 사람이 생기면 30달러 투자로 260달러 버니까 9배 수익.
고점에서 팔린다면 말이지.
게임스탑은 점점 화제를 모았다.
가격이 오를수록 월스트릿베츠는 불타올랐고, 개미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사회운동 비슷하게 과열되었다.
격전을 벌이던 주가는 열흘 만에 150달러를 찍었다.
“최대한 팔아요.”
“네.”
“차트 깨지 말고요.”
“예.”
막내 사원형이 와서 프로그램을 만진다.
매도창 상단에 소액씩 매도예약을 하고, 매수세가 나올 때마다 긁어먹으며 정리한다.
21달러에 들어가기 시작해 100달러까지 꾸준히 매집했다.
평단 37달러에 1000억 원 넣은 게 4배 수익.
150달러에 멈춘 시간이 짧아서 절반 밖에 정리하지 못했다.
2000억 수익.
-어? 대주주 지분봐
-YDW 8.1%로 줄었다.
-WTF 윤동욱 수익실현?ㅅㅂ
-어깨동무풀었네 이새끼
-이놈도 기관임 공매 졸라하는 놈임 믿지마
여기는 월스트릿베츠.
한국에서도 내가 게임스탑에 투자한다는 게 알려졌다.
한국 사이트에서도 욕이 쏟아진다.
공매도는 전세계 개미 모두가 싫어한다.
원색적인 욕이 내게 쏟아졌다.
잠시 150달러에 머물던 주가는 90달러까지 내려왔다.
김하나가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내리시죠. 이미 적정가보다 18배 올랐습니다.”
18배 폭등.
김하나의 조언은 옳다.
신기술이 있는 회사도 아닌데 적정주가 5달러에서 18배나 올랐다.
오직 공매도 세력에 대한 분노로 결집했다지만, 너무 많이 올랐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괜찮아요. 더 사요. 물량 나올 때마다 삼켜요.”
“그럼 지금 옵션을 조금 사서 햇지라도.”
“지금 300% 수익이죠?”
“네.”
“그럼 됐어요. 잃어봤자 1000억인데요 뭘.”
작은 회사라서 시드가 작다.
더 늘릴 수가 없는 게 아쉽다.
150달러에 놀란 기관들이 마구 던져 90달러까지 내려갔지만 개미들의 뒷심이 기관보다 강하다.
차근차근 다시 오른다.
공매도 친 기관은 어떻게든 내리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그들의 총알은 이미 바닥났다.
매도 폭탄을 던지기 위해선 일단 매수를 해야 하는데 개미들의 매수세가 워낙 강해 그들이 사면 또 오르게 된다.
매도물량을 던져 가격을 낮추고 낮아진 가격에 탈출하고 싶어하지만, 대량의 매도폭탄은 내가 삼킨다.
나뿐만 아니다.
다른 기관들도 달려들었다.
기관은 하나다?
모든 기관이 나쁘다?
고유정 하나 때문에 모든 여자를 욕하는 건 나쁜 짓이다.
기관이 양아치짓을 한다고 모든 기관이 정신 나간 건 아니다.
무엇보다 기관들이 모두 같은 편이라는 건 너무 큰 착각이다.
기관은 돈을 벌기 위해 뭉친 집단이며, 개미들의 한두 푼보단 다른 기관의 거금을 뜯어먹는 걸 더 즐긴다.
시트론 물렸대!
멜빈 캐피탈 5000만주 공매쳤단다!
와아아 매우쳐라!
포지션이 노출된 호랑이는 기관총 앞의 종이표적이다.
멜빈 캐피탈은 20달러에 공매도를 치고 지금 100달러 근처이며 미국의 공매도는 최대가 3개월이다.
11월부터 꾸준히 공매도 쳤다고 알려졌으니 4월까지 20달러로 돌아가지 않으면 올라간 만큼 손해다.
지금 100달러니 -400% 손실.
공매도 1조 투입했으니 현재 손실이 4조.
모든 게 까발려졌고, 시트론의 도발로 개미들이 결집했다.
그렇다면 물리지 않은 기관의 선택은?
시트론 나빠요~ 멜빌 캐피탈 함께 죽이죠~
개미들과 함께 어깨동무 한다.
이게 세상이며 돈에 명함은 없다.
기관들도 함께 시트론을 욕하며 매수세에 동참한다.
어디까지?
눈치 보다가 누군가 내릴 때까지.
그리고.
Gamestonk!!
-앨론이 왔구나!
-로켓!!!!!
-람보쏜다아~
-앨롱이가 공매도에 가장 심하게 당했지
-쏘지마라! 아군이다!
알론 머스크형이 트윗을 했다.
이 형은 진짜 무서운 게 없나?
아니면 생각이 없나?
나도 지금 입이 근질근질하다.
월스트릿베츠에 인증샷 올리고 수익 자랑하고 어깨동무하고 같이 로켓! 람보! 거리며 놀고 싶지만 참고 있다.
주가조작으로 잡혀갈까봐 한 마디도 못하고 있다.
그런데 저 형은 아무 생각 없이 공매도 죽이자고 열을 낸다.
저러다가 주가조작으로 잡혀가면 80년 형 맞을 텐데.
지금 테슬라 상황도 안 좋은 데 뭐하는 겨.
테슬라의 최대 악재 - 사장의 트윗질.
90달러~150달러에서 와리가리치던 주가가 머스크의 은총을 받았다.
시작가가 100퍼 상승한 310달러로 시작했다.
미친 주가.
수익실현 매물과 기관의 하락공세에 주가는 40% 떨어졌지만, 오후가 되자 개미가 결집해 450달러까지 끌어올렸다.
하루만에 300% 폭등.
적정주가 5달러인 주식이 아무런 호재 없이 450달러를 훌쩍 넘겼다.
광기.
역사에 남을 광기다.
“와... 신기하다.”
내 기억대로 가는 게 신기하다.
나란 존재의 영향력이 그렇게 작았나?
“오빠... 장 끝났어. 자러 가자.”
“어? 예하 일어났어?”
“웅. 나 오늘 스케줄 없어. 놀자. 아니 같이 자자.”
“그래. 김팀장님 수고하셨어요.”
“예. 저녁에 뵙겠습니다.”
김하나 팀장과 막내사원들이 존경의 빔을 반짝반짝 뿌린다.
훗.
뭐 대단한 일 했다고.
-수고했다
-공매 옵션 만기 이틀남았다
-이틀동안 어깨동무 풀지 말자
-10000달러 가보자!
-전우여 홀드더라인!
월스트릿베츠도 훈훈하다.
본관을 나와 집으로 갔다.
졸린 눈을 한 예하는 두꺼운 패딩만 입고 날 데리러 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오빠 요즘 운동 안했지?”
“응? 그러네. 낮 밤이 바뀌다 보니.”
“힝. 이게 뭐얌. 얼마나 번다고 그래?”
“얼마나 벌긴. 예하야 이 오빠가 열흘 동안 2조 5000억 벌었어.”
“고작 그거잖아. 오빠 전 재산의 영쩜영영영 밖에 안 되잖아. 그냥 맡기고 다른 일 하면 되지. 운동도 안하고. 몸 망가져. 오빠가 직접 할 필요는 없잖아.”
얘가 돈 알기를 우습게 아네.
내 전재산에선 얼마 안 되지만 고작 열흘만에 니 전재산보단 많이 벌었거든요.
게임스탑이 소형주인게 아쉽다.
“하다보니까 재밌어서 그래. 이번 열기만 꺼지면 그땐 맡기려고.”
“엉. 어. 이번만 그래. 힝. 오빠 건강 나빠질까봐 더 불안하다. 눈도 나빠질 것 같고.”
놀거든.
거래에 하루 종일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구글번역으로 월스트릿베츠 읽으면서 개드립 읽고 웃고 있거든.
자료조사는 형들이 해주고 있고, 거래는 프로그램이 해 주고 있고.
“알았어. 적당히 할게. 이 질주의 끝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조금만 참아.”
5달러 주식이 450달러가 되었다.
90배 상승.
가장 크게 물린 멜빈 캐피탈의 공매도 손실은 -2200%, -22조원이다.
나는 16% 보유해서 2조 5000억원 수익.
이제 이틀 남았다.
이제는 놀라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결말부분만 남았다.
누가 각본 썼는지 몰라도 기승전결을 참 완벽하게 짰다.
예하와 잠깐 놀다가 잤다.
“오빠... 일어나. 오늘은 같이 있을까? 내일도 스케줄 없는데.”
“아니.... 그래. 같이 구경하자. 어차피 나도 바쁜 건 없어.”
씻고 예하의 손을 잡고 본관으로 갔다.
베팅을 위해 꾸려진 방.
모니터 8개짜리 엄청 전문가용 같은 컴퓨터가 내 거다.
거래는 프로그램이 알아서 하고, 난 주갤이나 월스트릿베츠 돌아다니며 놀지만, 어쨌든 전문가용이다.
“회장님. 절반이라도 정리 하시죠. 미래펀드도 전부 정리했어요.”
김하나가 진지한 표정으로 조언을 한다.
이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많이 한 얼굴이다.
“미래펀드에도 물량이 있었어요?”
“예. 운용자금이 워낙 크다보니 게임스탑 지분을 2.9% 보유하고 있었다더군요. 150달러부터 정리를 시작해 17배 수익으로 끝냈습니다.”
그쪽 지분도 있었구나.
내 앞으로 돌릴걸.
에이 됐다.
“알겠습니다. 장 시작하면 현재가보다 높게 조금씩 빼주세요. 욕먹을 테니까 가격 떨구지는 말고요.”
“예. 매수세 생길 때마다 올릴게요.”
“그리고 공매 칠 수 있어요?”
“예. 물량은 약간 있습니다. 그런데 3개월 공매 대여료를 27% 불러요.”
공매도.
공매도를 하려면 주식을 빌려야 하고, 빌리는 것에는 반드시 대여료가 붙는다.
보통 1~5% 이자가 붙지만, 지금 같이 유동성이 넘칠 때는 고무줄처럼 늘어난다.
세상은 누구 하나의 편의를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주가가 과하게 올랐으니 공매를 치고 싶다?
그럴 땐 공매대여 수수료가 비싸지니 정확한 고점을 잡지 못하면 생각만큼 큰돈을 벌지 못한다.
“뭐...... 싹 다 긁어주세요.”
“예.”
이제 하락이니 공매도도 치자.
풋옵션은 살 수 있는 물량이 없다.
금융사가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 풋옵션을 발행할 리 없지.
누구나 하락할 걸 뻔히 알면 돈을 벌 수 없다.
적정주가 5달러에서 90배 오른 480달러.
내릴 준비를 하자.
물론 이건 팀원을 속이는 페이크다.
“장 시작합니다. 10, 9, 8....”
막내 형이 외치고 다들 매도 준비를 했다.
그리고.
“정지! 모두 정지! 공매도 정지!”
내가 소리쳤다.
이 순간을 기다렸다.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노래가 절로 나오네.
우리가 쓰는 프로그램은 로빈후드.
2021년 1월 28일.
게임스탑 주식에 대한 매수 버튼이 사라졌다.
매도만 가능하다.
쇼타임의 시작.
“와 나 시발. 김팀장님 제 화면에 로빈후드 계좌 열어주세요. 바이화면으로. 그리고 다른 화면들을 전문가처럼 켜주세요. 인증샷 찍어야죠.”
산 정상에 올랐으면 인증샷을 찍어야지.
내가 이 인증샷을 찍으려고 어제 안 팔았다고!
인증샷을 준비를 하는 사이 게임스탑은 폭락을 거듭했다.
사는 게 불가능한 주식.
오직 파는 것만 가능하다.
하락. 서킷브레이크.
브레이크 풀리자마자 하락. 서킷브레이크.
브레이크 풀리자마자 하락. 서킷브레이크.
브레이크 풀리자마자 하락. 서킷브레이크.
7연속 서킷브레이크.
480달러에서 112달러까지 곤두박질.
월스트리트베츠도 난리가 났다.
-뭐임?
-ㅅㅂ이거 사기아니야?
-왓더퍽!
-와... 내 주식
-공매세력놈들 이렇게 탈출하네
불붙은 월스트리트베츠에 사진하나가 올라왔다.
<YDW>
무릎 늘어난 츄리닝을 입은 젊은 동양인이 모니터 8개짜리 컴퓨터를 앞에 두고 사진을 찍었다.
메인화면엔 로빈후드 게임스탑 바이 버튼이 올라가 있고, 보유주식 수 1700만 주.
표정은 딥빡.
사진 아래 적힌 글자.
W T F.
-엌시바얘도물렸다ㅋㅋ
-ㅋㅋㅋㅋ 물량봐봐
-초거대개미네
-ㅅㅂ 미쳤다 1700만주. 더 사려고 했나봐
-그런데 바이가 없네
-믿고 있었다고 동욱윤!
-어깨동무 안 풀었네!
어이. 어이.
친구들아.
나도 물렸어.
나는 결백하다 친구들아. 어깨동무 해줘.
약간의 돈을 포기하고 우정을 산다.
친구비는 이걸로 충분하지?
같이 놀자아.
- 작가의말
??? : 윤형! 우릴 구하러 와줬구나!
아니 나도 물렀어.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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