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미래뮤직
잠깐 댓글을 보고 그 중 피디가 찝어준 질문에 답변을 했다.
그러다 모닥불이 물어봤다.
“그런데 유성주 사장님. 사장님은 미래 IT의 공동사장이라고 했죠?”
비쩍 마른 유성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사장님이 이런 소리를 해요? 제시님하고 아무 관계없잖아요.”
“팬이니까요! 우리 직원들도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아유. 진짜. 방송 할 때마다 저쪽에 주루룩 앉아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사장님 직원이에요? 이거 월권 아닙니까? 제시님의 미모를 돈도 안 내고 보고, 막 이래도 되요?”
와아아아~
구경하던 아이티 직원들이 좋다고 환호성을 질렀다.
김상철 사장은 마무리 작업이 바쁘다고 해서 안 내려왔지만, 마무리 작업이다 보니 파트별로 할일이 없는 이들이 많아 다들 내려와서 구경중이다.
“하하하. 그렇죠. 그래서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제시님께 선물을 드리기 위해 오늘 제가 나왔죠.”
“선물이요? 뭔데요.”
“잘 들어보세요. 일단 방송. 음악방송에 나가면 돈을 잃어요.”
“그 얘긴 하셨고.”
“그리고 음원. 음원사이트에서 수익을 올리면 일단 10분의 1을 국가가 가져가요. 나머지의 절반을 음원사이트가 가져갑니다. 대충 45퍼센트가 남는데 이걸 소속사와 작곡가와 작사가 등등등과 나눕니다.”
“그것도 알죠. 인터넷에 치기만 하면 나오잖아요.”
“그래도 아티스트가 너무 조금 가져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만들었죠. 미래뮤직코인. 미래뮤직코인을 통해 음악을 듣는다면 세금 10퍼와 미래뮤직에 10퍼를 떼이고 나머지 8할을 아티스트 팀이 가져갑니다. 음원사이트보다 두 배 가져가는 거죠.”
미안하다.
광고하려고 어그로 끌었다.
방송사를 욕한 이유는 우리 상품 광고하기 위해서였다.
미래 IT에서 녹음기에 이은 두 번째 블록체인 상품을 출시했다.
미래 뮤직 코인.
“코인이요? 자고 일어나면 반토막 난다는 그거? 그거 사기 아닌가요?”
“하하. 잘 들어보세요. 원리를 설명할게요.”
게임회사를 운영하면서 투자자를 설득해야 했던 유성주는 생각보다 말을 잘했다.
상철이 형이 하는 것보다 여유있고, 편안하게 말한다.
외모는 볼품없는 뼉다구지만, 어차피 예하 옆에선 다들 오징어다.
앞으로 유형한테 시켜야겠다.
“우선 녹음기부터 설명 드려야겠군요. 아시다시피 미래 녹음기 폰로이어는 중앙서버가 없습니다. 이용자 서로가 토렌트 방식으로 서버를 제공하며 블록체인으로 묶죠. 이 과정에서 이용자는 데이터와 연산장치를 소모합니다. 그 노력의 대가로 블록이 생성됩니다. 한창 붐이 일고 있는 블록체인 암호화폐와 같은 거죠. 이것의 이름은 미래블록입니다.”
“미래블록이요? 미래코인이 아니라?”
“개념에 대해선 따로 설명하죠. 우선 이 블록은 사용자 각자의 노력에 대한 대가입니다. 여기까지 이해되시죠?”
“네.”
“그 대가를 뭐로 드리느냐? 당연히 광고비에서 나옵니다. 폰로이어에 작은 팝업창이 있는데 거기에 미래펀드라는 광고가 붙어있죠. 보신 적 있죠?”
“네. 봤어요.”
“거기 광고를 올린 가격으로 30억을 지불했습니다. 2분기 광고료죠. 처음이기에 미래펀드에서 지불했고, 앞으로는 다른 기업들의 광고를 받을 겁니다. 광고비용을 우선 미래IT가 받은 후 그 돈으로 미래블록을 매입하겠습니다. 매 분기 폰로이어로부터 생성되는 미래블록의 개수와 광고 수익을 역산해 광고료가 정해집니다. 광고수익만큼 미래블록을 매입해 폰로이어 사용자의 노력의 대가를 지불하는 겁니다.”
“우와. 무료앱을 쓰고 돈을 버는 거네요.”
“블록체인의 채굴과 같은 개념입니다. 저희 폰로이어는 중앙서버가 없는 대신에 서버유지를 사용자가 나눠서 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폰로이어 광고수익으로 돌려받는 거죠. 그렇다고 비트코인처럼 무지막지하게 데이터와 그래픽카드를 소모하지 않습니다. 저희 코인은 최대한 가볍고, 증명의 기능만 있거든요.”
“좋네요. 깔아두고 와이파이로 연결하면 데이터소모도 없고 돈도 벌고, 법정증거가 될 수 있는 녹음도 하고. 최고네요.”
“그렇죠. 이제 미래뮤직 코인으로 가 보겠습니다. 제시님의 데뷔곡 나 오늘 취해도 돼? 는 이미 미래뮤직 사이트와 미래거래소에 등록되었습니다. 음원이 등록되면 미래뮤직에서는 미래뮤직-나오늘취해도돼 라는 코인 만개를 발행합니다. 이 만개의 코인은 곡의 비중에 따라 각자 분배할 수 있습니다. 관계자분들이 동의 했기에 분배비율을 공개하자면, 미래뮤직이 천개, 제시님 사천개, 작곡가님 이천개, 작사가님 560개, 안무가님 140개, 안무팀 10개씩 등등으로 사전에 협의한 비율대로 분배했습니다.”
“그게 중요한가요?”
“이것 자체가 저작권비율이기 때문입니다. 곡에 대한 1만개의 코인은 추가생성이 불가능한 유니크한 코인으로, 생소한 용어지만 NFT라고 합니다. 소비자가 곡을 들으면 미래블록을 소비합니다. 미래블록을 구매해 노래를 듣는데 사용하는 거죠. 블록체인으로 보호받는 음원은 자동으로 청취자에게서 미래블록을 받아오는데, 받아온 미래블록은 음원에 발행된 NFT 코인의 비율대로 배분됩니다.”
“아하. 이해했어요. 메론에서 노래를 들으며 돈을 내듯, 미래블록을 노래 듣는데 사용하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음원의 NFT 코인을 통해 자동으로 추적해 수익을 배분하는 거죠. 저희 혹은 누군가가 끼어드는 게 불가능한 가장 합리적인 수익분배죠. 추가로 이점이 더 있습니다. 평생 저작권료를 벌어도 되지만, 당장 급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곡에 대한 저작권을 쉽게 팔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시님의 나오늘취해도돼?의 저작권인 코인을 거래소에서 손쉽게 팔 수 있죠. 코인만 넘겨주면 자동으로 저작권료가 그쪽으로 넘어가는 구조니까요. 현실에서는 변호사의 공증을 받아 저작권계약을 다시 작성해야 하지만, 블록체인 코인을 통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거죠. 서로 원하는 가격이 일치한다면 교환하면 끝입니다.”
“그런 편의성이 있네요. 그럼 미래블록으로 노래를 들은 게 전부 NFT 코인으로 분배되나요?”
“정확히는 칠할만 들어갑니다.”
“에에? 그러면 나머지는요? 사장님이 슥삭? 우와. 너무 많이 가져간다. 완전 도둑놈이다.”
“하하.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폰로이어는 중앙서버가 없어요. 사용자 각자의 데이터로 운영되죠. 똑같이 미래뮤직 또한 서버가 없습니다. 음원을 스트리밍하는데 데이터가 필요한데 서버를 미래그룹에서 운영하지 않습니다. 사용자 중 동의한 분들의 데이터를 소모해 스트리밍하죠. 그렇다면 이분들의 데이터를 소모한 대가를 줘야겠죠.”
“아하. 데이터 제공자에게 일부 나눠준단 말이네요. 그러면 내가 노래를 들어도 지불한 금액의 일부는 돌려받게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해요? 그냥 서버운영해서 벌어들이는 게 낫지 않나요?”
“탈중앙화. 블록체인의 메인화두죠. 만약 우리가 운영하다가 서버가 다운되면 노래를 못 듣게 되겠죠. 우리 회사가 망하면 비싸게 산 NFT코인도 휴지조각이 될 테고요. 하지만, 사용자 각자의 서버를 이용한다면 어떨까요?”
“없어질 일이 없겠네요.”
“그렇죠. 바로 그겁니다. 노래에 대한 권리, NFT는 지구에서 인터넷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존재하게 됩니다. 두 명 이상의 사용자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노래를 들을 수 있고, 영원히 저작권의 올바른 권리를 받아옵니다.”
“훌륭하네요. 이게 블록체인의 의미네요.”
“추가로 장점이 더 있습니다.”
“뭔데요?”
“내가 작곡을 했는데 가수를 찾지 못해 아직 노래를 출시하지 못한다? 등록부터 하면 됩니다. 블록체인이 보호해줍니다. 누가 베낀다면 블록체인 기술이 과거에 먼저 작곡했다는 것을 증명해주죠.”
“아하. 그럼 과거의 노래를 베끼는 것도 안 되겠네요.”
“그건 당연한 거죠. 애초에 표절은 나쁜 일이죠.”
“음. 알겠어요. 아. 중요한 질문이 왔네요. 후원하고 질문해주신 물빛여운님 감사합니다. 암호화폐로 노래를 들어야 한다면 가격이 올랐을 때 오히려 못 듣게 되지 않을까요? 적당한 가격이면 암호화폐를 내고 들어도 부담 없겠지만, 얼마 전처럼 100배 가격이 오르면 그 돈을 내고 노래를 들을 수 없잖아요. 예를 들어 노래 한곡 듣는 데 만원이라면 누가 들을 수 있겠어요? 라는 질문입니다.”
“좋은 질문이군요. 거기에 대한 답은 스테이블 코인으로 해결하겠습니다.”
“스 테이블? 가구인가요?”
“네. 좋은 개그였고요. 가격이 고정된 코인이란 뜻입니다. 저희 미래 IT는 미래블록을 101원에 무한판매합니다. 언제든 101원에 구매할 수 있죠. 또한 저희가 판매한 개수만큼 100원에 의무매입 합니다.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요? 모닥불님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격이 백배 오르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음. 미래에서 101원에 사서 100배 가격에 팔아야죠.”
“그쵸. 이러면 가격이 오를 수 있을까요?”
“아하. 가격이 오르는 게 불가능하네요. 조금이라도 오르면 미래에서 사다가 비싸게 팔 테니까요.”
“그렇습니다. 버블이 끼는 게 불가능합니다. 또한 저희는 음악을 듣고자 하는 이에게 블록을 판매하되 판매한 수량만큼 회수하니 코인발행을 통한 이득이 전혀 없죠. 대신 저작권코인, 미래뮤직-제목 코인의 가격은 하늘높이 오를 수 있겠죠. 이 가격은 아마도 노래의 가치에 달려있겠죠.”
“영구적 저작권 수익이 붙어있는 제목코인은 오를 수 있단 뜻인거죠?”
“네. 거래소에 음악코인 하나를 천만원에 올려도 살 사람은 사겠죠. 노래를 들어봤는데 정말 좋다. 불후의 명곡이 될 것 같다, 싶으면 그 코인의 가격은 오를 테고, 망곡이면 팔리지도 않겠죠.”
“여러모로 합리적이네요. 그럼 미래뮤직은 뭘 먹고 살아요?”
“곡을 등록할 때마다 일정량의 NFT 코인을 받잖아요. 곡을 등록하는 대가죠. 이 또한 협의가 가능해서 망작이면 많이 받고, 유명한 가수나 작곡가의 곡이면 조금만 받아야죠. 그렇게 약간의 수수료와, 미래뮤직의 광고수익 일부로 돌려받죠.”
“거기서도 광고수익이 나올 수 있군요. 이것도 사용자에게 돌려주나요?”
“네. 스트리밍 한곡이 시작할 때마다 3초의 음성광고가 나갑니다. 상품이름 한번 말하면 끝이겠네요. 다양한 회사로부터 광고비용을 받아서 광고를 넣죠. 이렇게 얻은 광고수익은 대부분 새로 생성된 블록을 회수하는데 쓰입니다. 즉, 노래를 듣지 않고, 데이터만 켜 놓아도 블록이 생성되며 이 블록은 미래뮤직의 광고수익으로 교체되니 돈을 벌게 됩니다. 즉, 여러분은 통신기계를 구매하고 통신사에 데이터 사용료를 지불한 통신료를 저희를 위해 사용하고 돈을 버는 겁니다.”
“좋네요. 합리적이에요. 뭔지 잘 모르겠지만 미래적이에요.”
“하하. 그렇죠. 미래그룹. 저희의 시선은 미래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나봐요. 노래 한곡 듣죠. 제시님아~ 준비됐어요?”
“네에~~”
“제시님이 남의 노래를 부릅니다. 이한나의 테이크어 보우.”
오~ 하바러 라운돕 어포스. 예에~ 스탠딩 오 베이션 오오우우 예~ 예 예예예
예하의 노래는 세계를 평화에 잠기게 한다.
미래가 잘했다, 돈독 올랐다, 방송국은 죄가 없다, 메론이 짱이다 등등으로 싸우던 전쟁터가 고요한 평화에 빠진다.
약간의 뽕삘이 섞인 이한나의 알앤비에 예하의 소울이 담겨 시원한 뽕짝이 탄생했다.
장르가 뽕짝 맞나? 음악을 잘 모르니 뭔지 모르겠다.
미래 거래소.
미래 뮤직.
미래 IT에 새로운 수익구조가 추가되었다.
이 파급력이 얼마일지는 날 빼곤 아직 아무도 모른다.
바츄 풋돈 콰이러 쇼 릴리 햇미 고잉~
예하의 노래를 들으며 전화를 했다.
“최의사님과 약속을 잡을 수 있을까요?”
병원 외과사무실이다.
- 수술 들어가 계십니다. 오늘 11시까지 수술이 있어서 오늘은 안 될 것 같습니다.
대단한 의사다
“그럼 내일은요?”
내일은 내가 안 되지만.
- 내일도 종일 수술이 잡혀있습니다. 9시 넘어서 끝날 것 같은데.
대단해.
교수자리까지 올랐음에도 환자를 보는 걸 멈추지 않는다.
“모레는요?”
- 대학 강의날이십니다. 5시에 끝나십니다.
다행히 수술을 쉬는 날이 있긴 하구나.
“그럼 모레 저녁에 시간 좀 잡아주세요.”
-네. 말씀드리겠습니다.
최태수.
근면성실하고 환자밖에 모르는 참 의사.
골치 아픈 상대다.
“오빠 뭐해?”
노래를 마친 예하가 무대를 빙 돌아서 나에게 왔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했다는 즐거움에 약간 상기된 표정이다.
“예하야. 내일 스케줄 없지?”
“음악방송 있었는데 오빠가 취소했잖아.”
“그래. 그럼 내일 같이 홍콩가자.”
“어? 어어. 오오오. 조우아요. 가자 홍코옹. 오빠. 우리 미리 퇴근할까? 이제 일정 없는데. 짐 싸러 갈까?”
예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래. 들어가자.”
별일 없다는 듯이 퇴근했다.
핵폭탄을 던졌지만, 난리 난 건 얻어맞은 쪽이지.
- 작가의말
기술적인 가능성은 몰라요. 상상하여 말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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