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부자가 막 퍼줌

200. 자동차 플랫폼

모닥불이 스마트폰을 들었다.

“최저가 스마트폰. 29만 9천원. 느리고, 무겁고, 영상 재생도 느리지만 싸. 그럼 이걸 만들기 위해 미래그룹이 뭘 했을까?”

“모델을 설계하는 설계팀이 있고, 디자인 팀이 있어요. 이 팀은 우리만 운영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부품기업들이 참가해 각 부품을 넣는 최적 모델을 설계했고 조립과정에도 참가했어요.”

“모델을 만들어서 인터넷에 공개해 예약을 받고, 주문받은 대로 세계 각지에 있는 공장에서 조립하고 발송. 받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재고비용 낮으니 최저가가 가능해지지.”

“여기서 우리가 얻는 이윤은? 29만 9천원의 1%가 아니라 각 부품사 가격 떼고 디자인 조립 비용 2만원에서 1%인 200원 벌어요. 놀랍지요?”

“이게 우리의 혁신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플랫폼 기업이니까요.”

-ㄷㄷㄷ 폰 한 대 팔아서 200원.

-저러다 굶어죽는 거 아냐?

-공장 돌리고 직원 월급 주고 보너스 돌리고 남는 게 200원임. 폰 1000만 대 팔면 윤형은 20억 범

-어? 그렇게 보면 괜찮은 거 아닌가?

-윤형 투입 비용이 얼만데 괜찮겠냐?

-하긴.

-어쨌든 말야, 미래가 이렇게 나오면 다른 회사도 가격 낮춰야 하지 결과적으로 우리는 좋아짐

-그러다 상섬전자 망하면?

-어쨌든 폰값싸짐

-상섬 기술력 못 따라오지

-스마트폰 파티에 상섬도 있는데?

-결국 가격경쟁하면 지지 않을까?

-프리미엄폰은 못 들어오지

설왕설래.

경제는 경쟁이다.

경쟁이 없으면 소비자 가격이 오르고 경쟁이 심해지면 소비자 가격이 내려간다.

우리가 박리다매 할수록 애플과 상섬은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

미래그룹의 모든 사업은 그동안 너무 쉽게 너무 많이 벌던 회사의 파이를 빼앗으며 성장한다.

이게 혁신이다.

그리고 내가 200원만 버는 건 아니다.

미래스마트폰에선 200원씩 벌지만, 핵심 부품사 70개를 인수했고, 300여개 회사에 20% 이상 지분을 보유했다.

미래 스마트폰이 잘 팔릴수록 내 수익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건 당연히 비밀.

내 이미지는 소중하니까.

“컴퓨터 껍데기는 중요하지 않아요. 껍데기 속 부품이 뭔 지가 중요하죠.”

“스마트폰 껍데기는 중요하지 않아요.”

“부품이 무엇이 들어갔는지가 중요하죠.”

“다양한 운영체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소프트웨어끼리도 서비스 경쟁을 하게 되죠.”

“애플은 부품을 만들지 않아요. 우리와 똑같이 부품을 사다가 조립해서 팔죠. IOS를 제외하면 우리와 똑같은 껍데기 기업이에요.”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미워하는 상섬전자. 그런데 애플 폰 부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상섬전자예요.”

“지난분기 애플의 매출이 120조인데 영업이익이 37조였어요. 거의 30% 이익이죠. 이걸 우리회사에 대입해볼까요?”

“우리라면 허리띠 졸라매고 피토하는 하청업체에 10%를 더 줄거에요.”

“그리고 자체 이윤은 1%로 낮출거고요.”

“그러면 소비자는 20% 할인된 가격에 만날 수 있겠네요.”

“우리의 활동은 상품을 제공하는 부품기업에 숨통을 트여주고.”

“소비자의 지갑 부담을 줄여줘요.”

“그 결과는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죠.”

“아... 애플 주주님들만 빼고요.”

-ㅋㅋㅋㅋ애플아직 안내렸냐?

-애플진짜 졸라버는구나

-대놓고 저격ㅋㅋㅋㅋㅋ

-애플갬성은 못따라온다고요

-응 중국에 개인정보제공기업

-어. 나 미래자동차 뭔지 알겠다

-플랫폼이라잖아. 미래자동차플랫폼

-게다가 파티라고도 했고

-뭔데? 그래서 결론은?

-테슬라 내리라고 ㅂㅅ아

살짝 놀랐다.

제법 날카로운 분석이 있다.

운을 띄우기는 했지만, 즉각 알아들을 줄은 몰랐다.

100명 중 99명은 이해하지 못해도 한 명씩은 이해한다.

그 한 명이 사람들을 설득하고 다니며 테슬라 가격을 낮췄다.

당연히 우리도 열심히 내리고 있다.

“테슬라는 완벽합니다.”

최근 도지도지 거리며 암호화폐를 힐끔거리던 테슬라 사장이 화들짝 놀라서 주가하락을 막으려고 하지만, 모든 공매도 세력이 달려들어 테슬라를 쥐어패고 있다.

아직 다 못 팔았는데.

도요타 회장 놈 때문에 망했어.

1월 8일.

코엑스에서 기업발표회가 열렸다.

이틀 전 공지했고, 공항에는 전세계 자동차 산업의 거물들이 줄줄이 입국했다.

현기차. 복스바겐. 지엠. 르노 등 완성차 회장들이 코엑스에 들어왔고, 그 외 시총 50조 급 부품기업 회장 30여명이 모여들었다.

이보다 화려할 수 없는 참가자 명단.

수백명의 기자가 외부를 둘러쌌고, 세계 각국 10여개 방송사가 생방송을 진행하고 미래방송 또한 당연히 중계한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기업발표회가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윤동욱입니다.”

하기 싫은데 자꾸 이런거 시키네.

아 눈부셔.

조명 너무 쎄.

앉아 있는 사람들이 안 보인다.

봐봤자 노인네들이라서 볼 필요는 없지만.

“미래그룹은 미래자동차플랫폼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합니다. 이 회사는 미래홀딩스 본사 직할로 붙으며 향후 3년간 500조원을 투자합니다.”

향후 투자만 500조고, 그간 관련 산업 지분인수 등에 1500조를 쏟아부었다.

전 재산의 이할을 자동차에 올인한다.

500조 발언에 놀란 기자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이만하면 됐지.

“미래자동차플랫폼의 사장을 소개합니다. 윌리엄 핸리씨입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을 만들어 구글에 팔고 30대 나이에 구글 사외이사 자리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젊고 도전적인 성격 덕에 초빙할 수 있었다.

이제 내려가야지.

저 자리 더워.

윌리엄과 악수해주고 내려갔다.

여기까지가 내 역할이다.

본사 회장님이 이 정도로 판 깔아줬으면 됐지.

윌리엄이 마이크를 잡았다.

“테슬라는 무슨 회사일까요?”

저기요, 아저씨 대본 첫줄에 자기소개 적혀있는데.

왜 내 주변 사람들은 다들 하나씩 빼먹고 살지?

넓은 회장 여기저기서 대답이 들려왔는데 잘 들리지 않는다.

윌리엄도 대답을 바란 질문이 아니었다.

“전기차 회사? 전기차란 무엇일까요? 정부보조금? 환경 사랑? 전기차 한대와 가솔린차 한대가 똑같이 10만 킬로를 뛸 때 환경오염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정답은 7 대 10입니다. 큰 차이 없죠? 전기차를 굴리기 위한 전기를 생산하는 데 탄소가 배출됩니다.

그래도 개스차보단 낫다?

여러분. 인류는 플라스틱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을까요? 석유를 정제해 만드는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면 전기차가 훨씬 낫겠죠. 하지만 플라스틱을 쓰는 한 인류는 석유를 정제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가솔린과 경유가 생산됩니다. 남는 가솔린과 경유는 땅에 파묻을까요? 전부 화력발전으로 불태울까요? 바보 같은 소리죠. 즉, 플라스틱으로부터 독립하지 않는 한 가솔린, 경유차나 전기차의 환경오염 정도는 똑같습니다. 즉, 현재 전기차의 장점은 환경적 장점이 아닌 정부보조금의 장점밖에 없습니다.”

조용.

기업 발표횐데 환경 얘기 하고 있다.

“다시 질문드리죠. 테슬라는 무슨 회사일까요? 전기차 회사? 아시다시피 전기차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충전시간이죠. 낮에 운전하고 밤에 충전하면 된다? 당연히 되죠. 그런데 그게 안 되는 사람은? 저녁에 갑자기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한다면? 밤낮으로 2교대로 운전하며 일해야 한다면? 주유소에서 충전 누르고 한 시간동안 식사를 하고 온다? 그게 안 되면요? 이건 전기차의 태생적 한계입니다. 최소 10년간은 개스차의 주유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이건 매우 중요한 단점이다.

20년 후에도 못 따라잡는다.

주유소에서 1분간 기름 넣고 떠나는 것과 주유소에서 30분 이상 충전하는 차이는 너무도 크다.

훗날 전기차가 자동차의 중심이 되면 고속도로 휴게소는 지금보다 세 배 커져야 하고, 추가된 공간 전체에 전기차 충전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현재 인류가 쓰고 있는 주차공간의 두 배를 전기차 충전공간으로 설치해야 한다.

애석하게도 아직은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단점이다.

그렇다고 전기차가 싼 것도 아니다.

배터리는 반드시 마모된다.

처음엔 충전이 잘 되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충전 효율이 줄어든다.

5년가량 지나 배터리 효율이 70% 이하가 되면 교체해 줘야 하는데 이 배터리 가격이 2000만 원 선이다.

5년마다 소모비용 2000만원.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가격이다.

또 효율 70%인 배터리를 그냥 분해해봤자 절반밖에 건질 수 없다.

버려지는 폐기물은 환경에 끔찍하게 안 좋은 중금속이다.

즉, 전기차는 딱히 좋지 않다.

“이런 단점이 있는 테슬라가 왜 이렇게 인기가 좋을까요? 전 세계 사람들은 바보일까요? 왜 테슬라에 열광할까요? 세계 5대 완성차 회사가 지난 한 해 4000만 대를 팔았습니다. 반면 테슬라는 50만대에 미치지 못했죠. 그런데 테슬라의 시총은 5대 완성차의 시총 총합을 넘겼습니다. 어.. 우리의 파티가 밝혀지고 떨어졌지만, 그래도 대단하죠. 이런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어째서 50만대 생산한 테슬라가 4000만 대 생산한 대기업들보다 높은 가치를 부여받을까요?”

거듭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

조용한 회장을 둘러보다가 무릎에 올린 노트북을 봤다.

윌리엄 핸리의 발표가 나오고 한쪽에 예하가 앉아서 통역을 해주고 있다.

정확히는 통역이 아니라 윌리엄의 말을 따라가며 대본을 읽고 있다.

-ㅋㅋㅋㅋ 또 틀렸다

-아까 전기차가 뭐죠? 할 때 제시님은 나는 윌리엄 핸리입니다 하셨제

-ㅋㅋㅋㅋ커엽

-윌리엄 아저씨가 대본을 안읽고 있네ㅋㅋ

-아 그래서 뭔데요

-테슬라는 도지코인 홍보회사 입니다

-정답, 당신은 우리와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합격목걸이를 목에 걸어주세요

-ㅋㅋㅋㅋ도지코인 ㅅㅂ 졸라

-비트코인 하나로 테슬라 전기차 살수있다아

-답이 뭔데?

예하가 뭔가 실수 했나? 아마도 윌리엄 아저씨가 실수했을거야.

감히 예하를 애먹이다니. 잘라버릴까.

“테슬라는 자율주행차량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전기차 회사가 아니죠. 이 차이를 기억해 주십시오. 이제 미래자동차 플랫폼의 비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본론에 들어간다.

윌리엄 핸리 뒤쪽으로 거대한 동영상과 애니메이션이 나왔다.

우주에서 위성이 전파를 받고 쏜다.

지구 전체로 빔을 난사하고 모든 도로에서 신호를 받고 서로서로 신호를 교환한다.

고양이 한마리가 도로로 뛰어들면 수천대의 차량이 동시에 멈춘다.

안전거리는 1m. 앞차가 멈출 때 뒤 차량도 동시에 멈춘다.

어디에도 운전자가 없다.

승객만 있을 뿐이다.

차안의 침대에서 자거나 영화를 보거나 미래대학 강의를 들으며 필기하거나 연인과 키스하고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사람이 내리고, 사람을 내려준 차는 혼자 집에 돌아간다.

미래자동차가 만들 자율주행차량.

애니메이션 팀을 갈아넣어 만든 홍보영상이다.

작가의말

애플의 영업이익은 솔직히 말도 안 되죠... 폰 속에 들어가는 부품 99%를 외부에서 사와서 조립하는데 말이죠

당연히 영업이익의 비결은 ios......

[난의향기]

감상 잘하고 감니다.

[그린라떼]

진정한 혁신은 수소차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물론 자율주행도 같이

[역사자]

수소는 제가 잘 모르겠어요 읽어봤는데 뭔소린지... 에헤헤
수소생산비용 계산이 맞는 지 아닌지 정확한 답이 아직 없어서 손 놨어염

[물빛여운]

모든차가 자율주행으로 바뀌면 트래픽잼도 사라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