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535화-
"아오이스?"
"들어본적 있어?"
"들어 본적이야 있는 것도 같은데, 이 세계를 떠돌아 다닌지도 벌써 꽤 긴 시간이었으니까,"
프쿠타는 무언가를 생각했다.
"그 아오이스라는 녀석들이 중간에서 농간을 부렸다는건가?"
"예상이지만,"
"어째서지?"
"그건 아직 정확하지 않아서 말할 수 없어."
"아는 것만이라도 말해줬으면 하는데,"
"아는 것만이라고 해도, 결과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것을 말해도 납득이 될리가 없지 않을까? 네가 알고 있는 결과와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은 그렇게 다르지 않아. 한가지 아오이스가 그런 일에 관여를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그 사실 하나만을 더 알고 있을 뿐이지."
"그런가. 아오이스라, 그러고 보면 그 이름 자체는 몇번인가 들었었지만, 그 실체는 작은 것 하나 조차도 알지 못하고 있었군. 그래. 아오이스라.."
"프쿠타 거듭 말하지만 나는 네가 죽는 것은 바라지 않아. 정들일도 없었고, 이야기 할 틈도 없었지만, 너는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프쿠타는 설렁 서렁 이동하며 말했다.
"그거 고맙군. 너는 한때 신이었다고 들었는데, 신에게 그런 말을 듣게 될줄은 몰랐다."
"신이나 마족의 구분 따위를 짓는건 어리석은 일이지. 이건 그냥 개인의 성향 차이라고, 네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쁜 녀석이라면, 이렇게 나오지도 않았을거야."
"한 도시를 멸망시킨 마족에게 할 말은 아니지 않나? 그래 이유야 어찌 되었든 네가 날 좋게 봐준다는건 좋은 일이지.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레니아. 네 조언은 잘 먹혀 들었으니까, 네 말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아오이스의 정체를 안다고 해도 그냥 접근하는것은 자살 행위다 이런 이야기겠지? 네가 말했던 '개죽음'으로 끝낼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굳이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무리는 하지 않을거다."
레니아는 프쿠타를 보았지만, 그의 얼굴에서 읽을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평상시 그대로의 얼굴을 유지해 감정의 변화는 조금도 읽을수 없는 모습이 되려 무섭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그렇군. 연관성이라 이거지?"
프쿠타가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아오이스와 좋은 관련을 짓고 있는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는 그 정보를 통해서 아오이스에 대한 것을 조사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에 대한 정보'가 들어 왔다는 건가?"
"그래. 아오이스는 라스펠의 정보를 사용한다고 해도 그 꼬리를 잡히지 않았을 정도야."
레니아가 아오이스에 대한 정보를 잡을수 있었던 것은, 아오이스에 대한 비어있는 정보를 대신할 방대한 양의 세계에 대한 정보를 포괄적으로 머릿속에 담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으로 비어있는 정보를 짜맞추어 각 방향에서의 검토를 통해 유추해 내었고, 그러한 사건들을 모으던 도중 프쿠타의 일을 보게 된 것이다.
"어쨋든 고맙다고 말해둬야 겠군. 도시가 멸망한 것은 순전히 내 탓이다.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누가 부추겼든 누가 그런 상황을 만들었든 칼을 뽑아든 건 나 자신이니까, 그것에 대해 변명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후회를 한다고 해도 '내가' 할 일이지만, 놀아난 사실만큼은 그냥 넘어갈수야 없는 일이지. 아오이스라, 딱좋은 상대로군."
프쿠타는 즐거운듯 웃었지만, 그 안에는 분노도 담겨 있었다.
"라스펠의 정보망을 통해서도 정보를 거의 알아낼수 없는 미지의 조직.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라는건 참 좋은 일이지. 그것이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고맙다."
프쿠타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의문을 품어 본적은 없었다.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 그리고 자신의 무지한 행동에 의해 벌어진 참극 그 모든 것은 그저 자신만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후회를 할 지언정 이상하게는 생각하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중계했던 그런 모략은 없었던 것처럼' 기억 되고 있었다.
'아마도 어떤 조작을 당한게 아닐까.'
레니아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수는 없을지도 몰랐지만, 적어도 프쿠타는 이 일에 대해 조사를 해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설사 레니아의 말이 거짓이라고 해도 그것을 증명해야 하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며, 만약 진실이라고 한다면, 그는 지금까지 까막눈처럼 진실을 외면하고 살아왔다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럼 나는 이만 실례 할게. 안좋은 추억을 생각나게 해서 조금 미안한걸."
"신경 쓸 필요 없다. 그 이상으로 얻은게 있으니까,"
프쿠타는 사자의 얼굴로 편안하게 웃어 보였다. 그런 모습만 보면 평화 로워 보였지만, 레니아는 이제 그 얼굴만 믿을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프쿠타를 마음에 들어 한 것은 프쿠타가 바라는 것이 자신이 바라는 것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변하지 않고 예상이 가능한 시작하기 전부터 정답을 예상할수 있는 그런 미래는 재미가 없다. 신이었을때의 레니아는 그런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본래 무한 하게 변동하는 것을 머금는다는 것을.. 프쿠타가 바라는 것은 과거에 자신이 바랬던 것이었다. 새로운 것 쉽게 경험할수 없는 것 추구하는 바의 종류가 다를 지언정 그 본질은 다르지 않았다.
그랬기에 공감대가 형성 되었던 것이다. 애초에 프쿠타는 좀처럼 보기 힘들 정도의 양심적인 마족이었다. 말만 번드르 하게 누군가를 속이는게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벤하르트를 닮아가기 때문일까, 그런 사고를 가진 자를 보게 되면 호감이 생기게 되었다. 하물며 목적하는 것의 본질조차 비슷하기에 더더욱 공감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레니아가 바라는 것과 프쿠타가 바라는 것은 달랐다. 레니아는 벤하르트와 함께라면 소소한 변동이라도 즐길수 있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굳이 거대한 사건이 아닌 소소한 일상이라고 해도 그녀는 만족했다. 엔쿠라스를 찾으러 가는 것이 결정적인 목적이지만, 그 과정 자체에도 그녀는 크게는 크게 작게는 작게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프쿠타의 경우는 '특이한 사건'을 원하고 있었다. 자신이 상상을 벗어난 다른 '기적적인 일'에 가까운 경험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종류와 성격이 다를 지언정 본질적인 부분은 같았다.
"어딜 갔다 왔어?"
"잠시 볼일이 있어서."
"화장실?"
소리 없이 뻗은 주먹은 벤하르트의 코를 강타했다.
"인정사정 없구만,"
"흥."
라프라는 레니아가 온 것을 보고 기쁘게 다가가 이런 저런 것들을 물었다. 라프라는 벤하르트의 성격을 좋아했지만, 이야기 할때에는 레니아의 딱부러진 면을 더 좋아했다. 라프라와 레니아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벤하르트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지난 일들을 생각했다.
연철장에 있었던 일. 브렌모스에서 대장장이를 하던 일. 세월이 지나 죽을 자리를 찾아 헤매 레니아를 만나 지금까지 여행하기까지를 그리고 앞으로의 여행을 생각하면서, 그는 자신의 기억을 되새김질 했다. 그때 기억속의 자신이 했던 말의 입 모양을 흉내내어 보았다. 그 기억의 전체는 이제 잊어 버릴 것만 같이 흐릿해져 왔는데, 유독 그 입 모양만큼은 잊혀지지 않았다.
"아.. 으.. 음? 에이."
무엇인지 고민한다고 해서 쉽게 나올 답일리 없었다. 벤하르트는 자신에게 있었던 여행을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과거 자신의 기억.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모르는 연철장의 변모 스스로의 기억에 존재하지 않는 다른 일화와 아오이스와 관련된 연철장의 사람들등. 자신이 모르는 것은 너무도 많았다.
'무언가 관련은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아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저 막연하게 느끼는 감정은 그것이 중요한 일이라는 것 하나 뿐이었다.
"아 으.. 어.. 음.."
기억속의 자신이 무어라 말하고 있는지 한번 읊어 보려 했지만, 옆에서 보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생각하다 그는 살짝 잠에 들었다.
벤하르트는 황야에 서 있었다. 한 눈에 그는 자신이 서 있는 그곳이 꿈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공중에서 쏟아지는 한차례의 붉은 무언가가 그를 덮쳤다. 격류속에서 허우적대던 그는 그 붉은액체가 피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신을 붉게 물든 자신의 모습은 그때 기억속에서 보았던 모습과 똑같았다.
"뭐야 이건!!"
크게 소리를 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어느새 눈치를 채고 보니 벤하르트가 서 있는 곳은 언덕이었다. 입은 옷도 평상시와는 다른 옷으로 그는 언덕에서 기억속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이 가슴을 저리게 만들고 속이 뛰게 만들었다.
'이대로는 안돼.'
울컥 올라오는 속을 진정 시켰다. 꿈이라면 꿈이어도 좋다. 이대로 또 주저 앉는 다면 자신에 대해 알수 없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그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언덕 밑은 피의 강을 이루고 있었다. 드문 드문 피의 강은 부글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부글거리는 틈에서 수많은 해골이 튀어나와 벤하르트를 덮쳤다.
그리고 해골의 검은 눈 구멍안에는 자신이 무어라 중얼거리는 그 장면을 보이고 있었다. 수십 수백개의 해골은 인정사정 없이 그를 덮쳤고 그는 수백개의 자신의 시선을 보아야만 했다.
"우와아아아!"
"벤. 무슨 일이야?"
깨어나 보니 침실이었다. 레니아는 밤새 잘 놀고 나서도 일찍 일어나 있었다.
"뭔가 끙끙 거리더라니, 꽤나 피곤했던 모양이지? 축제중에 그렇게 곤히 잘줄은 몰랐는데,"
"어? 어.. 라스펠에서 이런 저런 일이 있었으니까,"
그는 말을 돌렸다.
"세상에 땀좀 봐. 어떻게 된거야?"
"피곤해서 그런지 악몽을 꿨어. 그것 뿐이야."
"악몽? 그때 그 기억을 말하는거야?"
"비슷한데 조금 달랐지.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 이래뵈도 인간이니까, 악몽이나 길몽 정도야 여러번 꾸곤 한다고,"
"흐음. 그야 그렇겠지. 그 것을 꿈으로 꿨다는게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현재로써 어떻게 할수 있는 방법도 없으니까, 뭐라 할수는 없겠네."
"그나저나 레니아 뭘 하고 있는거야?"
레니아는 분주하게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짐 정리. 이제 슬슬 출발 해야지."
"벌써? 답지 않잖아."
"벤. 너는 모를 지 몰라도 말이지. 여긴 에린델의 최 북서부 지역이잖아. 지금부터 우리가 가야 할 곳은 말이지. 에린델의 최고로 동쪽에 위치한 도시란 말이지. 물론 그걸 제외해도 말야. 라프라 녀석이랑 정을 너무 붙히면 떨어지기 힘들것 같아."
"그건 네쪽을 말하는거야? 아니면 라프라 쪽을 말하는 거야?"
"양쪽 다."
레니아는 망설임 없이 이야기 했다.
실제로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들은 바로 떠날수 없었다. 라프라가 한차례 울어 버렸기 때문이었는데, 라프라를 달랜답시고 그들은 3일이나 더 마을에 머무르며 퀘이소 부족을 도와 주고 나서야 마을을 떠날 준비를 끝마칠수 있었다.
"언니.. 오빠.."
"이번에 울면 따귀를 올려줄거야. 내가 한다면 하는거 알고 있지? 라프라 네가 울어 버려도 우리는 가게 될거야. 우리가 떠나는 길을 엉망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겠지? 나중에 크게 되면 다시 만날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을게. 멋진 여자가 되서 찾아와."
"흑.. 알았어요. 언니처럼 멋지게 클게요."
"나처럼 커봐야 좋을건 없어. 나는 쓸데 없이 뻣뻣 하니까 말야."
"그래도 그렇게 될래요."
"왠지 쓸데 없는 고집을 누구에게 배운것 같은 느낌인데 말이지."
레니아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라프라 잘 살아야돼."
"오빠 정말 즐거웠어요. 함께 여행했던것 절대로 잊지 않을게요."
벤하르트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라프라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거 참 훈훈한 광경이로군."
"프쿠타 너도 갈거야?"
"그럼 내가 여기 왜 있었다고 생각하는 거지? 나는 뒷처리를 애매하게 하는 일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주마의 숲을 안내 하고 너희들을 보내고 나면 또 이곳에 와서 트레이야와 제네스를 안내 해야 한단 말이지."
"넌 마족이 아닌 것 같아."
"마계에 있을때도 그런 이야기는 많이 들었었지. 뭐 마계라고 해서 나쁜 마족만 있는것도 아니고, 굳이 따지면 인간과 비슷하지만, 마계에 있을때도 그런 이야기는 많이 들었더랬지. 아 그리고 벤하르트는 부르달에 도착하고 나면 나와 한번 겨뤄 줘야 겠어. 일전에는 방해로 제대로 싸워 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르니까,"
"꼭 해야 되는 겁니까?"
프쿠타는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꼭 해야지."
"그렇다면 그러도록 하죠."
퀘이소의 부족장은 벤하르트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내 딸의 목숨을 구해준 것. 정말로 감사하네."
"아닙니다."
"앞으로의 여행 무운을 빌도록 하지. 혹여 여행 도중 만나게 되면 꼭 이야기 해 주게나."
"감사합니다."
족장과 마을 퀘이소들과의 인사를 끝내고 그들은 다시 주마의 숲으로 향했다.
- 작가의말
내일 9시 수업 지금은 3시 40분. (.....)
연달아 올리는건 댓글이 많이 안달려서?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수가 없군요. 내일은 밤새서 공부를 해야 하니까 말이죠.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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