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49화(605화)-마굴(9)
벤하르트는 모두가 머무르고 있는 건물로 돌아왔다.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세상에서 그 건물은 유일하게 지표로써 존재하는 듯 했다.
"조사는 잘 끝내셨어요?"
"뭐 그럭저럭."
"알아낸 것도 있으시겠군요."
"나름대로는 말이지."
"뭔가 알아낸 점은 있나요?"
"내가 말해야 할 이유따윈 없잖아?"
이니프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것도 그렇군요."
"이렇게 말하면 너도 별로 기쁘지 않지? 조금은 타인을 생각하는 발언을 하는게 좋다고, 알아낸 점은.."
'결국 말하는 건가요..'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벤하르트가 어지간히도 무르다고 생각했다. 마치 자신과 상극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간이리라.
"이곳은 이세계가 아니라 무언가에 의해 이루어진 이공간이라는 거야. 그 종류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매개체나 혹은 이 도시를 이루고 있는 근간은 존재하겠지. 아마 그것을 없애면 이 마굴또한 사라질거야."
"과연.. 그런데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는데요?"
"아마도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 존재할 확률이 높겠지. 아무래도 에실러가 말했던 '중심' 이라는 곳에 있을 공산이 크다고 보는데,"
"흐음? 잘도 그런걸 아시는군요?"
"이런 저런 경험이 있으니까,"
"경험.. 이라고 하니 말인데, 벤하르트씨는 도대체 이런 일은 왜 하시는 거죠?"
"뭐?"
"그게 이상 하잖아요. 이런 자신에게 득도 안되는 일을 할 이유는 없잖아요?"
이니프의 말에 벤하르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자신에게 득도 안되는 이을 할 이유가 없다.. 라. 그 말대로 나는 나를 위해서 이 일을 하고 있는거야."
"이게 자신을 위한 일이라구요?"
"이전에도 말했든 이건 나에게 주어진 임무이고 일이야. 나는 '어떤 목적'을 위해서 그 일을 맡고 있는 것 뿐이지."
"오호.. 그렇군요. 그렇다면 한가지 더 질문이 있는데요. 만약 길을 가다가 죽기 일보 직전의 사람을 만났어요. 그 일은 굉장히 귀찮은 일이죠. 그렇다고 한다면 벤하르트씨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대답하지 않는 걸로 해두지."
"이해가 가지 않네요. 자신과 전혀 관계 없는 사람을 위한 행동이라는 건.. 어떤 기분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수가 없어요. 타인은 타인 자신과는 일말의 관계도 없을텐데, 그런 사람들을 의식하고 돕는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어요."
이니프는 언제나처럼 미소를 입가에 띄우며 말했다. 그 웃음은 공허하기 짝이 없었다. 미소를 지으면서도 웃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는 미소.. 한없이 덧없어 보이는 그녀의 미소를 보며 벤하르트가 말했다.
"나도 한가지 물어봐도 될까?"
"네."
"어째서 그렇게 삐뚤어진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저도 대답은 하지 않는 걸로 해둘게요."
"'나'라는 타인을 따라 오는 것 또한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나?"
"질문이 두가지가 되어 버렸네요."
벤하르트는 이니프에게서 더 대답을 들을수는 없다고 생각해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에실러를 만나고 오도록 하지."
"아무래도 이곳은 이세계는 아닌 모양이다."
"전에도 약간 제대로 묻고 싶었는데, 네가 말하는 그 세계라는 것의 차이 말야. 나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겠거든.."
"일전에도 말했던 그대로지만, 굳이 비유하자면 이렇지. 혹시 뭔가 쓸 도구가 있나?"
잠시 후 한 남자가 필기구를 가져왔다.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뒷부분을 누르면 됩니다."
딸각 하는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가 나온 것을 보고 벤하르트는 놀라며 종이에 무엇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사각형 한개를 그리면서 그가 말했다.
"이곳은 이런 식으로, 하나의 방을 소환해놓은 것과 같아. 고위 마법을 다룰 수 있는 녀석들은 그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각자 자신의 방을 만드는 이계를 만들어 낼 수 있지."
"그럼 마법사가 이것을 만들어 냈다는 거야?"
"그건 아니겠지. 아마 이 세계 자체는 어디선가 있었던 문명이었을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여러가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정도의 고등한 문명이 존재할 이유를 설명할 수 없어. 아마도 '그런 문명'중 일부를 이공간으로 소환한게 아닌가 싶은데,"
"저 정말로?"
"확신은 못하지만,,"
벤하르트는 사각형 두개를 그리고 그것을 연결하는 가는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외의 것 방금전에 내가 말했던 '이세계'일 경우다만, 우리 세계에 만들어진 '마굴' 이것은 이세계로 향하는 일종의 길일수도 있었다는 것이야. 그러니까 실제로 이세계는 우리가 사는 곳과는 다른 또다른 세계일수도 있었다면,, 의 이야기지만, 물론 이곳은 그런 곳은 아니거든, 한 도시 정도의 규모로 이공간을 형성하고 있을 뿐이고,,"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어떻게 해결 해야 하는건데?"
"글세.. 만약의 경우는 필요 없지 않을까? 지금 해야 하는 것은 이 '이공간'을 어떻게 없애야 하는 것이니까,"
"그래 어찌 했으면 좋겠는데?"
"네가 말했던 그 '중심'을 한번 보고 왔어. 경비가 삼엄해서 나라고 해도 쉽사리 뚫고 들어가기 어려울 것 같더군. 하지만 그것으로 어느정도 그곳에 중요한 것이 있다는 예상도 할 수 있었지."
"잠깐만요.. 우리를 낚아 내기 위한 포석이라거나 그럴 확률은 없는 겁니까?"
젊은 남성 한명이 말했다.
"과도한 망자들을 그곳에 모아 두어 '그곳에 무엇인가 있는 것처럼' 위장했다거나 하는,,"
"확실히 그럴 확률도 생각해볼수는 있을것 같지만, 아마 그건 아닐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곳은 '중심'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마기로 충만해 있었거든. 그것이 이 마굴을 없애는게 아닐지라도 무언가 중요한것이 그곳에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생각되는데,"
"아마..라니, 그런것에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
벤하르트는 젊은 남자를 보며 살짝 웃었다.
"움직여 달라고 말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그렇다면 구태어 이곳에 올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우리의 도움을 요청하고자 이곳에 온게 아닙니까?"
"아니 나는 단지 '중심'에 가는 뭔가 좋은 방법이 있는지에 대해서 묻기 위해 이곳에 온거야. 말하자면 정보를 얻기 위해 돌아다녀 본 것이지."
"그.."
"자.. 자.. 들어가 있어 마나크."
에실러는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 다들 예리해져서 말야."
"아니 충분히 이해할수 있어. 이 상황은 절망하기에는 딱 좋은 상황이니까, 차라리 전쟁이 속 편할 정도로 말이지. 당하면 저들과 같은 무리가 된다. 듣기만 해도 엄청난 공포라고 생각해."
"그렇게 말해주면 이쪽은 고맙지. 그건 그렇고 방법이라,, 아 그래 이전에 돌아다니다가 한 사람을 구한 적이 있었지. 아직 살아 있었던가?"
에실러는 귀엣말로 뒤에 서 있던 남자에게 뭐라고 말했다.
"아 그 사람이라면,"
남자는 에실러의 말을 듣고 곧장 그 방을 나가 버렸다.
"잠시만 기다려줘."
곧 남자는 노인과 아이 한명을 데리고 왔다.
"이분들이야."
"고마워."
"저기 에실러 이분들은?"
"일전에 아직 우리가 여유로웠던 무렵이었는데, 그때 발견한 사람들이야. 실수로 들어와서 숨어 들었다고 했는데, 이 도시의 '지하'에 있었었지."
"지하라고?"
"그래 이 도시에는 군데군데 지하가 존재하고 있어. 마치 개미굴처럼 이곳저곳이 연결되어 있지. 이들은 그곳에 숨어 있었던 모양이야.. 아.. 저기 통역좀 부탁해도 될까? 위니스트?"
위니스트는 고개를 끄덕이고 노인과 아이에게 마계 공용어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언어적 문제도 있었군.'
벤하르트는 양쪽 언어를 다 사용할 수 있었지만, 마계나 벤하르트가 사는 세계의 사람들은 직접적인 대화마저도 제한 되었다. 특히 벤하르트쪽 세계 사람들은 마계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마계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노인과 아이는 퀘퀘한 눈으로 주변을 보며 말했다.
"저희들은 이곳에 들어와 이변을 피하기 위해 우연찮게 지하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예상외로 망자들은 그곳으로 내려오지 않았지요. 하지만 지하는 굉장히 어둡고 무서웠습니다. 지하는 어디론가 연결되어 있었지만, 저는 더 들어가기가 두려워 손자와 함께 남았습니다. 저는 간단한 마법을 사용 할 수 있어서 나름대로 빛을 얻을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곳은 상당히 공포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이유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망자들은 그곳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곳에는 이곳에도 존재하는 이런.. 박스가 있었는데, 그곳에 있는 마실것을 이용해 연명하던중 저분에게 구출되어 이곳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그렇군요."
"벤하르트.. 너 그 언어를 할 수 있는거야?"
"어느정도는.."
"뭐라고 해?"
"음 지하가 있다는 것과 그 지하는 망자들이 없다는 것. 빛도 들어오지 않고 무엇인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 정도?"
"그래 어때?"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있을지도,,"
- 작가의말
흐음.. 전화를 살펴보니 댓글이 ‘공백’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군요..
댓글만 보고 ‘공백’이 도대체 뭐지? 뭐지? 하다가 오늘에야 무엇인지 알아 차렸습니다.
어제 글에서 공백이 많았던 이유... 는요.
저는 메모장으로 글을 쓰곤 하는데, 제 컴퓨터의 백업파일을 보관하는(시스템복구용) 곳이 가득 찼거든요? 그래서 가끔 밑의 시작 바가 올라옵니다..(디스크 공간 부족 이라고..)
자연히 글을 쓰다 보면 그게 거슬려서 못쓰기 때문에 엔터를 연발해두고 중간쯤에 시선을 두고 쓰는 것이죠.
항상 그런 식이었는데, 어제는 너무 급해서 복사를 위에서 아래로 싹 긁어 버렸던 모양입니다.(보통은 밑(끝)에서 위로 긁습니다.)
그래서 밑의 공백이 생기게 되었던 것이죠..
뭐 그랬다는 이야깁니다.. 뭔가 부정이 있었던건 아니구요... 아마 수정해도 10자 안팎으로 차이가 나지 않을런지..
괜히 신경 쓰시게 해서 죄송하네요..
모두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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