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13화(567화)-마신(魔神)(7)
"무슨 짓을 저지른거냐. 배신이라도 하려는 것이냐?"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이 아이는 제 야망에는 조금 방해가 되기 때문에,"
"뭐라고!"
"이제 마신님이 부활을 하려면 제 검을 얻는 것 외에 방도가 없겠지요? 저는 그걸 노리고자 했을 뿐입니다. 모태가 사라졌으니 남은 것은 이제 모태의 성질을 지닌 제 검 뿐. 그만큼 마신님의 저를 의지하는 정도는 더욱 늘어나게 되겠지요."
크로세트는 붉은 눈으로 벤하르트를 노려 보았다.
"그래서 이 아이를 죽였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모태 따윈 필요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제 검 하나면 족한겁니다. 그리고 저도 이런 짓을 하고 무사를 기원할수는 없으니 계약을 하도록 하죠."
벤하르튼는 품안에서 백색의 종이를 꺼냈다.
"이것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규칙의 서약을 이루어내는 종이입니다. 서로가 동의를 한다면 그 규칙에 대해서 지키고 그렇지 않다면 위반으로 죽게 되는 뭐 그런 식의 계약서입니다. 설사 신이라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이지요. 마신님도 마법을 사용할수 있으시니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서로간에 수락한 계약이 어느정도의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는요."
"크큭.. 꽤나 책략가로군. 좋다. 하지만 규칙을 정하는 것은 네가 아니라 나다."
"그래서는 곤란하죠. '제 의견'도 꼭 반영이 되어야 합니다."
"원하는 것을 말해봐라."
"원하는 것은 교주에게 주기로 했던 권력 지분의 8할을 저에게 넘기는 것과 마신님이 제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어떻겠습니까?"
"거기에 한가지 더 추가 하도록 하지. 네가 만든 검의 제물이 내가 생각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너를 죽여도 되는 것으로 말이다. 아 그리고 네가 제물을 꼭 나한테 넘긴다는 조건 또한 달아 두어야겠군."
"그건.."
"뭐가 문제지? 너는 내 제물인 모태를 죽였다. 네 검에 그만한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네 기술에 목숨을 걸어라. 나도 만족 할 수 있다면 딱히 너를 죽이거나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권력을 빌미로 너같은 녀석을 다룰수 있다고 하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겠지."
벤하르트는 고민하는 척 생각하는 시늉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 말대로입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벤하르트와 크로세트는 계약서에 규칙을 쓰고 서로 서명을 한뒤 피를 찍었다. 하지만 사실 그 종이는 그저 백지에 불과했다. 벤하르트는 그저 행동에 대한 명분으로써 백지를 이용한 것 뿐이었다.
"제물은 언제 가져가면 됩니까?"
"내일 당장."
크로세트는 붉은 눈을 번뜩이며 벤하르트를 노려보았다.
'의심 받아 버린건가? 이제와서는 아무래도 좋지만,'
"헌데 이 아이의 시체는 어떻게 할까요?"
"죽어버린이상 그건 단순한 쓰레기일 뿐이다."
"그렇습니까?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크로세트가 확실하게 사라진 것을 확인한 벤하르트는 티온에게로 다가갔다. 벤하르트가 티온을 젖히자 어깨부터 골반까지 베어졌어야 할 상처는 온데간데 없어져 있었다. 벤하르트는 티온의 등을 두드려 그녀의 숨을 되돌리고 이마의 식은 땀을 닦아 내었다.
'겨우 속여 넘긴건가? 하지만 내가 티온을 데리고 나갈수는 없지.'
벤하르트는 티온을 두고 밖으로 나오며 간수에게 말했다.
"저 시체 내 검을 만드는데 사용해야 하니 조금 뒤에 치우도록 하게."
"네."
기계처럼 대답하는 간수를 뒤로 하며 벤하르트는 밖으로 나왔다.
"역시 그렇습니까."
"그래 그 녀석의 정보는 알아 보았느냐?"
크로세트의 물음에 교주가 답했다.
"안타깝지만 하루 종일 그자는 공방에서 움직임이 없습니다. 다른 목적이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나저나 크로세트님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요? 그런 녀석을 그냥 놔두실 생각이십니까?"
"결과에 따라 다를 것이다. 괘씸한 녀석이기는 하나, 그 결과물이 만족스럽다면 구태어 죽일 필요는 없겠지. 규칙에 얽메어 있기도 하고, 하지만 그 결과물이 형편 없는 것이라면 지옥이라는게 어떤 것인지 보여주면 그뿐인 것이다."
교주는 가급적이면 벤하르트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인상을 쓰고는 말했다.
"크로세트님. 인간인 제가 보기에 그녀석은 크로세트님에게 절대로 복종하는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것은 질투때문이냐. 하니면 나에대한 충정때문이냐?"
"물론 충정입니다."
교주는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크로세트는 붕괴되는 몸을 보면서 붉은 눈을 가늘게 뜨고 허공을 응시했다. 사이비 교주라고 매도하기는 했지만, 교주의 능력은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없었다면 이정도의 신도를 모아 자신에 대한 경외를 쌓아내는 것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그 말에 거짓은 없겠지?"
"네. 그자는 꼬리를 잡힌게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면 네 감에 대해서 믿어 보도록 하지. 그녀석이 지금 만든다는 제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잘은 모르겠습니다. 왠지 그는 크로세트님에게 신뢰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지금까지 보인 행동이 제물을 사용하게 하기 위한 포석이었을수도 있기에, 어느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에는,,"
"됐다. 그것이 나에게 독일지 득일지는 만져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하지만 네가 그렇게까지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그녀석을 믿는 것은 위험한 일이겠군."
"크로세트님."
교주는 크로세트가 자신을 신뢰 한다는 사실에 감복하여 무릎을 꿇고 고개 숙였다. 크로세트는 그런 교주를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벤하르트는 공방에 들어가서 마지막 손질을 끝내고 기회를 봐서 분신을 남겨두고 감시자들을 속여 구아나의 집으로 향했다.
"하암 벤하르트잖아."
"구아나 리스는?"
"글세. 아. 왔네."
조금 있다 붉은 안개를 흩뿌리며 리스가 구아나의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품에는 티온이 안겨 있었다.
"리스!"
"왜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니까,"
리스는 투덜 거리면서 한손으로 티온을 들어 바닥에 물건처럼 내려다 놓았다.
"으음.."
티온은 차가운 바닥에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아!"
그녀는 놀라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처음에는 구아나를 보고 난잡하다고 생각했고, 그 뒤로 리스를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했으며 벤하르트를 보고 반가우면서도 순간 두려움이 일어났다. 티온은 당황해하며 자신의 몸을 보았는데, 분명히 양단 되었다고 생각했던 몸에는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여기가.. 어디에요?"
"여기 있는 구아나의 집이다."
벤하르트는 부스스한 눈으로 피곤해하는 구아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벤하르트가.. 저를 구해준 거에요?"
"구해준 쪽은 저쪽의 리스가 구해줬지."
다시 벤하르트는 리스를 가리켰다.
"정말로 한게 없으시네요."
"농담을 할 기운은 남아 있나보군."
벤하르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그래 벤. 무슨 짓을 한거야? 구할 거라면 내가 그냥 구해도 되는 거잖아."
"아니 내가 나서든 네가 나서든 '구해서는' 안됐어."
"그게 무슨 뜻이야?"
"티온이 그곳에 감금 되어 있었던 것은 가장 큰 이유로는 도망 칠 수 없었기 때문이지만, 그 이전에 도망 칠 시도조차 생각 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었지. 그 이유는 일전에 말해줬지?"
"어머니 때문이었다고 했었나?"
"그래. 그렇기 때문에 티온은 스스로가 나가기를 원하지 않았던 거야. 그녀의 의지로 나가게 되면 아마도 크로세트는 보복이든 협박이든 티온의 어머니를 죽이게 될테니까, 그러니까 티온과는 관계 없는 내 '독단'이 필요했던 거야."
벤하르트의 이야기에 리스는 물론이거니와 어린 티온과 구아나도 귀를 기울였다.
"내 욕망을 위한 '독단'으로 티온을 죽여 버린게 되면 크로세트는 나를 의심하면서도 이제 유일하게 부활에 사용할 제물을 가지고 있는 나를 건드리지는 못하지.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크로세트가 나를 노릴수는 없었고, 또 티온이 죽음으로 인해서 티온은 어머니가 인질로 잡혀 있던 상태에서 자유를 되찾게 된거지."
"오호.. 그렇구만,"
"잠깐만, 그럼 이 티온이라는 아이는 한번 죽었다는 이야기야?"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질문하는 구아나에게 벤하르트가 답했다.
"죽은 것 처럼 내가 만들었지. 일단 베어낸 것은 진짜였다. 그 뒤에 바로 치료를 들어가면서 티온을 가사상태로 만들고 심장소리를 차단했지. 아무리 크로세트라고 해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멈춘 호흡과 심장소리에 확실하게 죽었다고 생각했을거야,"
"잠깐만요 그럼 제가 정말로 베였던 거에요?"
"그래."
"그럼 어째서 제 상처가 나아 있는거에요?"
"벤은 말야. 검을 사용해서 상처를 치료 할 수 있어. 외상에 한정하기는 하지만, 검으로 베어낸 정도라면 양단이 된다 해도 순식간에 낫게 할 수 있지."
리스의 말에 구아나는 나지막하게 탄성을 내지르면서 좋아라 했다.
"오오오 뭔가 영감이 떠오르는 것 같아!"
구아나는 눈을 번뜩이더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티온은 자신이 지금 있는 장소가 정말로 낯설고 신기했는지 약간 어수선하게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실로 그 모습은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강한 척을 해도 어린애는 어린애구나.'
"그래 벤 이제 어떻게 할거야?"
"크로세트는 어차피 반신(半神)이니까 별로 나도 손속에 정을 둘 필요는 없겠지."
벤하으트는 티온의 어깨에 손을 올려 놓으며 말했다.
"잘 들어라. 티온 네게는 이제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
"두가지요?"
"하나는 우리가 네 어머니를 구해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지."
"다른 하나는요?"
"다른 하나는 네가 직접 어머니를 설득 하는거다."
"설득..?"
"나는 사실은 네가 이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하자면 네가 이곳에 남게 되고 나와 리스가 크로세트를 잡으러 가게 되면 십중 팔구 네 어머니는 죽는다. 분명히 도중에 크로세트가 네 어머니를 내가 구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네가 설득한다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게 된다. 단, 그 경우는 너도 목숨을 걸지 않으면 안돼."
"기껏 구해서 다시 그런 식으로 데리고 갈 거면 구한 의미가 없잖아?"
"그러니까 리스 네 역할이 중요한거야. 티온이 등장하는 때는 크로세트가 부활하기 직전이야. 이건 굉장히 큰 차이지. 만약 티온이 그때까지도 크로세트의 수중에 있다고 한다면 인질로 잡혀있는 어머니를 구할 방도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죽었다고' 생각했던 티온이 나타난다면 어머니를 설득할 일순간의 '시간'을 벌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 티온을 데리고 오고 티온을 지키는건 어디까지나 리스 네 역할이라고,"
리스는 약간 아쉬워 하며 말했다.
"나는 주 전공이 파괴하는 것인데 말이지."
"그래서 티온 넌 어떤 선택을 할거지?"
티온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같이 갈래요."
흐리멍텅한 눈은 이제 온데 간데 없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빤히 벤하르트에게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는 어린 티온을 보며 벤하르트는 웃음을 짓고 말했다.
"물을 필요도 없었나."
- 작가의말
띄어쓰기 검사를 돌려보니,, 엄청나게 틀리더군요. 일일히 다 고치기가 너무 힘들어서(시험 공부도 해야 되고,,) 당장에 고칠수는 없지만, 진짜 공부좀 해야 겠다 싶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르겠네요.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시험기간이라 정말 걱정이 앞을 가리네요. ㅠㅠ 모두 추위 조심하시고 한 주의 시작을 즐겁게 시작하시길 빕니다.
경주는 무슨 추위와 바람이 태풍처럼 불어서 밖에 한발도 못나가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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