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엔쿠라스 520화-정보(3)

"으음.."

눈을 뜬 그의 시야에 맨 처음 들어온 것은 레니아의 얼굴이었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레니아의 모습을 보고 그는 그녀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내가.. 어떻게 된거지."

쓰러져 있었다는 것은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수 있었다. 레니아는 자신을 간병해 준 것이라는것도 금새 알수 있었지만, 그 과정의 결과를 그는 이해할수 없었다. 자신의 과거를 알고 싶어서 정보의 보고에서 찾아 보았고, 딱히 많은 정보를 얻을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기억속에 없는 기억을 한번 볼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그것이 자신을 어째서 이렇게 만들수 있는 것인지 그는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그 광경을 다시 떠올리자 그는 상태가 좋아지지 않는 것을 느꼈다.

"그게 도대체 뭐길래."

붉은 언덕의 서 있는 자신 돌려서 생각해 보면 멋지다고 까지 말할수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백번을 양보해서 생각해도 이렇게 몸을 악화 시킬 그런 정도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것 이라니?"

어느샌가 깨어난 레니아가 말했다.

"레니아."

"벤. 방금 말했던 그것이라는 건 뭘 말하는거야?"

"아니 별건 아니야."

"별건 아니라고? 뭘 봤는지는 몰라도 피를 왈칵 내뱉고 쓰러져서는 벌써 5일째 이렇게 누워 있었던 건데 그게 별게 아니라고? 그럼 도대체 네게 있어서는 뭐가 별것의 일이라는거야?"

사실 레니아는 벤하르트를 몰아 세울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너무도 자신에게 무심한 것 같은 벤하르트의 태도에 무심결에 울컥 감정이 치밀어 올라왔다.

"5일 이라고? 그렇게나 기절해 있었단 말야?"

"그래."

그제야 벤하르트는 졸고 있었던 레니아의 모습을 생각했다. 자신이나 레니아나 물론 잠은 필요하겠지만, 체력만 따지고 본다면 정상적인 범주는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그런 레니아가 졸고 있었다는 것은 꽤나 긴 시간동안 자신이 쓰러져 있었다는 것을 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레니아가 자신을 어느정도로 간병해주었는지도 말해주고 있었다.

"고마워."

"인사치레는 됐어. 어쨋든 이만큼이나 걱정을 하게 했으니까, 도대체 뭘 보고 그렇게 쓰러져 있었던 건지 말해줘."

벤하르트는 정보의 보고에서 본 것들을 남김없이 레니아에게 이야기했다.

"그게 다야?"

"그래. 의외로 별것 아닌 내용이라서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고, 날 의심해도 할말은 없지만, 그게 완벽하게 전부야."

"아니 네 태도를 보면 그게 진실이라는 것 정도는 알겠어."

"하하 거짓말을 말하는것에는 도가 텃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쉽게 진실을 구별할수 있게 되면 되려 씁쓸한데 말이지. 물론 지금 말한건 전부 진실인게 맞지만 말야."

"헛소리는 그만 하고, 되려 그게 사실일 경우를 생각해야 겠지. '네 기억에는 없는데 정보의 보고는 기억하고 있었던 그 정보'는 객관성으로 따져 볼때 확실하게 있었던 일인게 분명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나는 기억에 없어."

"혹시 쌍둥이가 있다거나 하는건 아니겠지?"

"글세 하도 어렸을때에 부모님이 돌아가셨으니 정확하지는 않아도 나는 외동아들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농담이야. 저 정보가 그런 실수를 할리가 없잖아."

레니아는 고개를 절레 절레 저으면서 말했다.

"네가 생각했던 것은 '나의 과거를 알고 싶다.'였으니까, 저 정보가 너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누군가에 대한 정보를 보여줬을리는 없어. 결국 그것은 네 자신이었다는 것을 뜻하는거지. 그게 '누구인가?' 라는 질문은 전혀 의미가 없는거야. 그건 확고부동하게 네 자신이라는 건 고정된 사실이야."

"하지만 말야."

"벤. 사실과 거짓 속에서 진실을 알아내고자 하는 일에는 기준이 되는 척도가 필요해. 이것도 저것도 믿지 못하는 정보를 가지고는 진실을 알아낼수가 없지. 만약에 정보가 잘못 되었다는 가정을 하게 된다면, 확실한 정답은 아무것도 없게 되어 버려. 정보도 믿지 못하고 네 기억도 완벽하게는 믿을수 없어. 그렇다면 당연히 정답을 추론해내는것도 무리가 되어 버리게 되는거야."

"....."

"나는 너를 믿어 하지만 네 기억은 믿지 않아."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내용의 일이라면 네가 말하는것을 분명하게 믿겠지만,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이 없는 점을 믿어달라고 하는것을 믿는 것은 다르다는 이야기야. 확실하게 말해서, 너는 네 자신이 틀린 답을 믿어 달라고 하는 것일수도 있다는 이야기지."

벤하르트는 그녀의 말을 듣고 확실히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정보는 거짓말은 하지 않아. 네가 바라는게 있었고 그것을 전했다면, 아마도 그것은 정답일거야. 그 전제를 무시하면 정답에는 다가갈수 없을거야. 정보가 맞다고 가정을 하게 되면 자연히 틀리게 되는것은 네 기억쪽의 문제라는 것이지."

"기억.."

"기억하지 못했다고 했고, 네 상태를 보면 그 붉은 언덕의 정보는 적어도 네게 있어서 좋은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수 있어. 내가 알고 싶은것은 그거야. 과연 그 기억은 '네가 스스로 기억하지 않으려 했던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지워진 것일까.' 하는 점이야."

"내가 스스로 기억을 지웠다고?"

"책에서 본적이 있어.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면 스스로가 기억을 봉인하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어. 네게 있어서 '큰 충격'이기에 네가 그 기억을 잃어버린 것일수도 있겠지. 그리고.."

"그리고?"

"만약 네 기억을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지웠다고 할 경우는 조금 복잡해 져 버려. 네 그 기억을 지운다고 해서 '지운 사람'에게 어떤 득이 되는 지를 모르기 때문에 '이유'와 '목적'을 알수가 없게 되어 버리게 되거든. 차라리 단순하게 안좋은 기억이 개인적인 충격으로 잊혀졌다고 하는게 생각만으로는 더 간단하겠지."

하지만 세상일이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 전자의 경우도 후자의 경우도 어느쪽으로도 기울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렇기에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믿어 버리면 곤란했다.

"결과적으로 얻은것은 하나도 없었네."

레니아의 말에 벤하르트는 고개를 젓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 적어도 나는 왠지 마음이 후련해진 것 같은 느낌이야. 아까부터 그 생각을 해도 그렇게 아프지 않으니까."

"방금 그걸로 하나 더 알아냈어. 네 그 기억은 정신적인 부분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부분인 것 같아."

"그런건가?"

"어쨋든 벤 너말야. 어떻게 그렇게 개인적인 곳에 정보를 다 써버린거야."

"아니 나는 널 믿고 있었거든. 네 머리는 내 기준에서는 전재산을 다 걸어도 좋을만큼 신뢰하고 있으니까,"

"흐 흠. 그 말은 고맙긴 하지만, 얼렁뚱땅 넘기려고 해도 결국은 뒷 생각을 안했다는 거잖아. 하여간.."

"그 점은 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나도 처음 들어 갔을때는 아오이스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했었어. 그렇게 개인적인 일로만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고, 그나저나 레니아 너는 정보를 잘 얻어 냈어?"

"뭐 그야.. 네가 전폭적인 신뢰를 하고 있는 값어치 만큼은 했다고 자신할수 있을 정도려나?"

레니아는 가슴을 펴고 도도한 태도를 보이며 말했다.

"정보라는 건 굉장히 편리한 거더라. 나는 항상 독서를 하곤 하잖아? 독서를 하게 되면 머리속에 그 책에 대한 내용이 정리 되서 들어 오게 되지? 그 시간을 무한하게 함축 시켜 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어."

"그랬지. 내 경우는 그런 쪽보다는 기억을 일으키는 매개체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래서 말야. 나는 처음에는 령을 알고자 했지. 풍령은 말야. 에린델의 동쪽 끝 바다의 도시 하이리루에서 꽤 떨어진 어느 섬에 있었어. 애초에 풍령의 경우는 이 라스펠의 정보망과 연결 되어 있어서 알아내는게 쉬웠거든. 신기한 것은 어떤 사정인지는 몰라도, 라스펠에서 풍령을 앗아간 녀석들의 은거지가 아닌 모양이야."

"그 이야기는 지금은 풍령의 소유자가 달라졌다는 것 아냐?"

"그것은 확정할수가 없어. 사실 말야. 풍령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었던 것은 아까도 말햇듯이 라스펠의 정보망과 연결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위치를 알 수 있었던 거야. 너나 내가 정보를 통해서 얻은 '진짜 정보'와는 다르게 그저 위치만을 알수 있을 따름이라는 이야기지."

"그렇구나."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대부분은 그 위치에 따른 내 추측으로 여러가지를 생각해본 것인데 말이지. 운이 좋으면 말야. 아예 주인이 없는 것일지도 몰라."

"어째서?"

"내가 말했지? 섬에 들어갔다고 그 섬은 마수들이 서식하는 섬이야. 흑마의 섬 이라고 불리우고 있더라. 그 근방에서는 이곳의 주마의 숲으로 불릴만큼 불길한 섬으로 알려져 있어. 만약 훔쳐간 본인들이라고 하거나 혹은 모종의 사고로 령이 다른곳으로 세어 나갔다고 해도 '인간'이 그곳에 갈리가 있을까 하는 말이지."

"그것도 그렇네. 그럼 령이 그곳에 있게된 시기는 어떤데?"

"아 그건 정보망에 걸리지 않았어. 어느 시기를 전후로 해서 그 섬에 령이 당도한것 같았는데, 그 정확한 시기를 잡아내지는 못하고 있었지. 내가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그부분이야. 이게 굉장히 미심쩍거든."

"수상한 냄새가 풀풀 풍기고도 남는다고 생각한다만, 거기다가 그 령을 누가 그곳에 옮겼는지도 알수가 없잖아. 훔쳐간 사람들의 손을 떠났다고 해도 '누군가'는 그 흑마의 섬인가 하는 곳으로 그 령을 가져가야 하는게 아닌가?"

"령이라는 것은 자연현상과 비슷한 거거든. 우리처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관리한다면 잃어 버리지 않겠지만, 잃어 버리게 될 경우 령은 살아있는 것처럼 어디에도 있을수 있고 어디에도 없을수가 있어. 물론 그렇다고 해도 령이 그곳에 있는 것은 수상하기 짝이 없는 일이기는 하지. 수상함을 제외하고 생각한다면, 령은 어떤 이유에서 그들의 손을 떠났거나 혹은 저 홀로 떠돌거나 아니면 최악의 경우는 훔쳐간 본인들이 그 섬으로 가져갔거나 하는 경우등이 있겠지. 그 외에도 여러가지 상황은 가정해볼수 있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러가지 걸리는게 있다고 해도 풍령의 위치는 확실하니까 한번쯤은 노려볼만 하다고 생각해. 사실 훔쳐간 장본인들에게 있다고 해도 우리들에게는 별다른 선택지는 없는것이나 다름 없으니까 말야."

"뭐 그렇긴 하지."

"풍령에 대한 건은 이정도야. 사실 내 추측이 많기는 했지만, 결국 결론적으로 얻은 정보는 령의 소재지 정도밖에는 되지 않아. 하이리루의 동쪽에 위치한 흑마의 섬에 풍령은 존재하고 있어."

"거창하게 이야기 했지만 결국은 위치만을 알았다는 것 같은 느낌인데,"

레니아는 웃으면서 말했다.

"정답이야. 하지만 지금부터 이야기할 내용은 아마 벤 너도 감탄할 정도로 대단한 이야기 일거야. 뭐 그다지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레니아는 자신만만하지만 진중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작가의말

사실 저도 댓글은 좀 많이 주렁주렁 달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다 제 재량이지만요.. ^^;;;
아이고 바쁘다

[심생종기]

이젠 다시 떠나겠구나

[으아니잠깐]

주렁주렁+1

[알테마웨폰]

주렁주렁+2

[betray]

주렁주렁+3이요~ 잘 보고 갑니다

[Jenjam]

주렁주렁 +4 이요~

[은하계]

이번에는 호박넝쿨이 주렁주렁이요!!

제가 문피아에서 보는 글중에는 월간지도 있고
계간지에 가까운글도 있고
반년이 넘도록 연중하고있는 것도 있고
연중이 오래되어 게시판이 삭제된 것들도 있지만
엔쿠라스는 아니 색향님은 어쨓든지
연참대전만 시작되면 돌아오신다는거...
독자들도 이제는 알아서 돌아온다는거
참 재미진 현상임다요

자 떠나자 고래잡으러 아니 돌잡으러??!!

[꼬메내요]

ㄱㄱㄱㄱ
완결을 기대하면서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기대하는 모순된
생각을 하면 다음편을 기다립니다 ~~

[L에일리]

다시 여행 ㄱㄱㄱ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