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46화(602화)-마굴(6)
"마계에서 파견된 병사들은 하나같이 강했지. 그들은 우리들에게 협렵을 요청하고 이 마굴을 한시라도 빠르게 없애겠다고 선언했고, 이곳에 잡힌 사람들이나 혹은 나처럼 목적을 가지고 들어온 사람들도 그 의견에는 찬성했지. 이미 우리들의 힘만으로는 너무도 힘든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들어왔다는 것은 이곳의 망자들또한 강해졌다는 뜻. 생각보다 쉽게 일이 진행되지는 않았지."
"그렇겠지."
"하지만 그들은 강했어. 거의 피해 없이 길을 열어서 결국에는 '독의 중심'에 도달할 수 있었지."
"독의 중심?"
"그래.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망자들에게 의지는 없지만, 유심하게 살펴보면 무언가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나는 그곳을 독의 중심이라고 부르고 있어. 벤하르트 이곳을 없애겠다고 했지? 그렇다면 무슨 방법을 사용하려고 했어? 아까는 그냥 넘어갔지만, 어느정도 생각해둔 것도 있을 거라고 보는데,"
벤하르트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했다.
"일단 이 도시를 살필 생각이지만, 보통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어. 이곳이 말 그대로의 '이계'인지 아니면 이계의 모습을 빌린 '이공간'인지를 살피려 했지."
"그 후에는?"
"이계일 경우는 일단 나가는 방법을 찾아 봐야 겠지. 그리고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구하고 이곳에 들어오는 경계를 찾아 없앤다. 이공간일 경우에는 거의 반드시 매개체가 존재해."
"매개체?"
"이곳을 다루는 술사나 혹은 그에 준하는 물건이지. 그것을 파괴하고 이곳을 부수는 것이지. 일단 그렇게 하려고 생각했다."
에실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과연.. 아마 그 마계병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을거야. '독의 중심'으로 향한 그들은 그 근원지에 들어가려고 했지. 그때였어."
에실러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망자들의 수준이 급격하게 올라가 버린 것은.."
"그 말은..?"
"누군가가 들어 왔던 모양이야. 간신히 버티고 있었던 그 마계의 병사들은 전멸. 모두 망자의 노예가 되어 버리고 말았지. 덕분에 독의 중심 근처에는 마계병들의 수준 높은 망자들이 존재하고 있어."
"누가 들어왔기에?"
벤하르트가 묻자 에실러는 고개를 내리깔면서 말했다.
"몰라. 하지만 '그것'이 들어오고 난 이후 망자들은 급격하게 강해졌어. 마계병들이 들어왔을때도 어느정도 싸우는것은 충분히 가능했었는데, 그 이후로는 2명이나 3명의 망자가 달려들어도 쉽게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강해졌으니까,"
"그래서 다시 이곳에 갖히게 된 건가?"
"그래도 살아갈 궁리는 해야 되니까, 그렇게 손만 놓고 있을 수는 없었지. 희망적인 이야기를 들었거든. 마계병의 대장이신 분이 말하기를 만약 자신들이 이 일에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도 마계에서 손을 꼽는 '청부자'가 올것이라고, 그래 벤하르트 네가 그 손을 꼽는 청부자인거지?"
벤하르트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손을 내저었다.
"그건 오해로군. 나는 청부자가 아냐. 그 대리라고는 해둬도 괜찮겠지만, 그 자는 지금 사정이 있어서 바로 이곳에 올 수 없거든. 만약 내가 실패한다고 한다면, 아마 그 마계에서도 손을 꼽는다는 청부자가 이번에야말로 오게 되겠지."
"뭐? 아닌거야?"
급격하게 실망하는 에실러에게 '위니스트'라고 소개받은 백마법사가 무언가 귀엣말로 속삭였다.
"뭐? 정말이야?"
"네."
"벤하르트 당신 정말 유명한 사람이라면서?"
"아니 별로 유명하지는 않아."
"에이 겸손도.. 백검사.. 어? 어디선가 들어 본적이 있는 것 같은데,"
에실러는 눈을 굴리며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그래.. 백검사.. 이름은 들어 보지 못했었지만, 수많은 기적을 일으키고 다닌다는 풍문을 어디서 들어 본 적이 있었는데, 그게 설마.."
"나는 아니.."
"그래 그런거였어. 하기사 이런 음침한 곳에 선뜻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니 굉장한 거야 당연한가.."
벤하르트는 더 설득 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어차피 에실러가 말하는 것은 대부분 '사실'이었다. 입 밖에 나지 않았다면 모를까, 저렇게 믿고 떠드는 것을 구태어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수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이곳이 사지(死地)라면 자신의 뜬구름 같은 소문의 '희망'은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야기를 계속하지. 그 갑작스럽게 망자가 강해졌다고 했었지? 그 시간은 얼마 전이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약 일주일 정도 전이었으려나.. 보시다시피 온통 검은 세상이라 시간 감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거든."
"그 뒤에는 어떻게 했지?"
"일주일간 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지. 우선 침입을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키우는 것. 여기 있는 예니리는 지압사인데, 어느정도의 잠재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전부 전투원으로 돌렸지. 그리고 틈틈히 기를 다루는 방법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가르쳐서 수준을 끌어 올리고, 위니스트는 백마법을 사용해 결계를 치고, 우리들은 위니스트를 호위하면서 앞으로 오게될 '청부자'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길을 터 놓았어."
"그렇군."
"그래 벤하르트 이 공간을 없앨수 있겠어?"
벤하르트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확답은 할 수 없어. 하지만 노력은 해보지."
"네놈!!"
에실러는 분노하는 남자를 막고 말했다.
"처음에 이야기 했었지? 우리쪽에도 희생자가 있다고, 방금 이야기 했었지? 우리도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그 단순하기 짝이없는 조금이라도 더 일을 수월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 우리는 목숨을 걸었어. 그리고 네 등장으로 인해 망자로 희생된 사람들도 있어. 그런 태도로 임할 거라면 오지 않는 쪽이 나았을거야."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미안하다. 태도가 잘못 되었던 것 같아. 하지만 방금전은 별로 대충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야. 단지, 너무 기대를 받는 것은 익숙치 않아서,"
"그래.. 그럼 좋아.."
"한가지 물어 보고 싶은게 있는데,"
"뭔데?"
"아니 에실러 너 말고 이 주변에 있는 자들에게 질문이다. 내가 보기에 에실러는 여기중에서 가장 강하지는 않아. 하지만 분명히 이곳에서는 지휘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이유를 말해줄수 있나?"
에실러 뒤에서 차분하게 걸어 벤하르트의 앞으로 다가온 여인. 위니스트라고 불리웠던 백마법사가 말했다.
"제가 말하도록 하죠. 그녀는 여기중에서 누구보다도 '사는 방법'을 제대로 터득하고 있었습니다."
"사는 방법?"
"네. '어떻게 하면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내놓는 것은 누구보다도 빠르고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판단 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그녀가 아니었다면 지금 이 건물에 있는 사람들의 반도 채 살아남지 못했겠죠. 확실히 힘만을 따지고 본다면 에실러는 정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살아남는 방법'에 관해서라면 이중 누구보다도 아마 벤하르트 당신보다도 더 위일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에실러 한가지만 묻지 우리가 살기 위해서 꼭 해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답을 몰라도 좋아. 그 감각으로 찍어도 좋으니 말해주지 않겠어?"
"흠..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아무래도 독의 중심을 공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해."
"알겠어. 그러면 일단 그것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지."
"벤하르트씨 괜찮으시겠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각보다 더 위험한 상황 아닌가요?"
"그러게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
"그건 안되죠. 벤하르트씨가 저를 떼어 놓으려고 하는게 그렇게 눈에 보였는데 그 소원을 들어줄리가 없죠."
"그런 의도가 없다고 하면 거짓이겠지만, 그런 의도만 있는건 아니야. 이 일은 정말로 내가 해야 할 일이었어."
"네?"
이니프는 살짝 놀라며 반문했다.
"하지만,,"
"본래는 가렌더부크에 돌아가서 천천히 끝내려 했지만, 시간도 남았고, 사태가 커지기 전에 수습하기 위해 먼저 들어온 것 뿐이야. 겸사겸사 너를 떼어 낼 수 있다면 그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그나저나 다들 기운이 없네요."
벤하르트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이니프는 웃으며 말했다.
"어째서 웃고 있는거지?"
"네? 아.. 그게 웃기잖아요? 저런식으로 축 늘어져서는.. 죽고 싶다면 죽으면 되는 것을 살고 싶다면 더욱 발버둥치면 되는 것을, 저런 얼굴을 한 것은 자신의 권리를 방치해 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지 않아요? 밟아서 살아있는지 확인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해야 하나?"
"사람은 이분법적으로 볼 수 있는게 아니야. 검은색 백색으로만 구분 짓는다면 좋다는 보장따위는 어디에도 없어."
"그렇겠죠."
벤하르트는 그녀가 자신의 말을 건성으로 듣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 그래도 저렇게 생기가 도는 사람이 있기는 있군요?"
"음?"
건물을 헐레벌떡 뛰어서 어디론가를 향하는 한 남자를 보고 벤하르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벤하르트씨? 뭐하세요?"
"저자는..?"
- 작가의말
후우 사실은 연이어 쓰려고 했는데 몸이 피곤해서,,
내일 모레 총회는 어떻게 해야 할지..
2화분량을 쓰지 않으면 연참대전이 끝날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역시 하루 한화... 라는 건 쉬운건 아니네요.
Commen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