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22화(576화)-治心(1)
"흐음 여긴 무린가?"
"뭐가 무리에요?"
벤하르트는 동화를 보고 중얼 거렸다. 티온의 물음에 벤하르트는 동화를 가리키며 말했다. 동화의 용으로 부터 세어나온 연기는 푸른연기 세덩이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 동화는 통행증이자 아스포에라의 배가 언제 오는지 알려주는 지침서이기도 하거든 사용하는 방법은 조금 성가시지만, 꽤 잘 만든 물건이야. 뭐 차차 알게 되겠지만, 지금 여기에 있는 선착장은 한달정도 기다려야 되거든 실패작이라 할 수 있지."
티온은 자세한 동화의 사용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요."
"시간이 나면 ㄸ로 설명해주도록 할게. 어쨋든 기억해야 할 것은 여긴 실패라는 것이지. 한달이나 여기서 기다릴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야."
벤하르트는 티온을 데리고 흑백공간을 나가서 백봉에 올라타고 날아 올랐다. 백봉을 타고 그들은 다시 원래의 장소로 날아갔다. 이전과는 다르게 경치가 쑥쑥 바뀔 정도로 빠른 속도여서 티온은 약간 무서웠지만 푹신한 백봉의 등에 얼굴을 대고 편안한 기분으로 여행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 도착했어요."
"아니 다른 곳을 한번 더 찾아가지고 가야 돼. 아까 그건 이곳에서 '가장' 가까웠던 선착장을 확인했었던 것 뿐이거든. 자 그럼 좀 더 빠른 속도로 날도록 할게."
"히익."
벤하르트는 백봉을 서쪽으로 돌려 빠른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동화가 가리키는 장소는 보통 걸음으로 5일 정도 '이내'에 속하는 '지점'을 가리킨다. 때문에 그 5일의 거리를 벗어나게 되면 '새로운' 5일 이내의 지점을 찾게 되는데 그것을 위해서 벤하르트는 서쪽으로 리스는 동쪽으로 장소를 찾으러 가 본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벤하르트나 리스는 마음만 먹으면 5일 정도의 거리는 시간 단위로 주파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편법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했다.
"어디보자."
어느정도의 거리를 오게 되자 벤하르트는 회색용의 배를 쓸어내려 보았다. 자신에게 부는 바람을 느끼고 방향이 바뀐것을 확인한 그는 바로 바람이 가리키는 장소로 이동했다.
몇분 정도를 날았을까 벤하르트는 목적한 장소에 도착했다. 바로 몸을 날려 아래로 내려간 그는 티온을 낚아 끌어 내렸다. 티온은 처음과는 달리 꾹 참아 냉정함을 유지하는 척 했고 벤하르트는 그에 어울려 주었다.
"자 그럼 들어가 볼까? 이번에는 실수하지마."
"안해요 그런거."
둘은 주문을 외고 이공간으로 들어갔다.
온통 흑백으로 가득찬 세계에서 벤하르트는 동화를 꺼내 들었다.
"흐음 이곳은 하루도 채 안걸리는군. 조금 애매하지만 일단은 이곳으로 하도록 해야 겠다."
"하루도 채 안걸리는데 왜 애매해요? 하루 안에 탈수 있다는것 아니에요? 그럼 아까보다 좋은 것 아닌가?"
8살 꼬마가 생각한것 치고는 굉장히 예리한 판단이었다. 티온은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계산하는지는 몰라도 그 본질은 이미 이해하고 있는듯 했다.
"그렇긴 한데 말이지. 지금 얼마나 남았는지가 조금 애매하거든 3시간인지 4시간인지 조금 애매하게 남아 있는 상태인데, 리스와 빠르게 만나지 못할 경우에는 4시간만에 배를 잡지 못하게 된다면 이후에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거든,"
"그렇구나."
"어쨋든 이곳으로 갈수 있다면 최고겠고, 아니어도 다른 곳을 찾으면 되는거니까, 그럼 일단 리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
티온은 처음에는 신기해했지만, 자꾸보니 흑백공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모든것이 격리되어 있는 그저 배경으로만 존재하는 흑백의 세계는 한없이 차가운 느낌이었다. 그녀는 약속장소로 돌아가자는 벤하르트의 말이 굉장히 반가웠다.
"저기 벤하르트."
"왜?"
"이번에는 조금만 천천히 날면 안돼요?"
"어째서?"
"그건.. 음.. 경치를 좀 구경하고 싶어서요."
티온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솔직하지 못한 녀석.'
"지금 경치나 보고 있을때가 아니잖아? 지금 우리는 늦으면 또 헛탕을 치게 되는 거란 말이지. 뭐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면 조금 정도는 천천히 날아줄수는 있겠지만,"
"으읏."
티온은 쭈뼛쭈뼛 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벤하르트는 허공에 검을 그어 백봉을 만들어 내었다.
"무.. 무서워서.."
"뭐?"
"무서워서요. 너무 빨리 나는건 무섭다구요. 이 말이 듣고 싶었던거죠!"
티온은 얼굴을 붉게 하고 말했다.
"진짜 왜 저를 그렇게 괴롭히는거죠?"
"별로 널 괴롭히고 싶은건 아니야. 따지고 들자면 네가 제멋대로 괴롭다고 생각할 뿐이지."
"그게 무슨 뜻이에요?"
"솔직한건 잘못된게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었거든."
"이렇게 자란걸 어쩌겠어요. 이제와서 애가 될 수는 없어요."
"내가 보기에는 그냥 꼬마아이에 불과한데 말야. 겁먹은것고 화를내는것도 그렇게 어른스럽다고 할 수는 없다고,"
벤하르트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분해했다.
"필요에 의해 거짓말은 해도 좋아. 하지만 네가 하고 있는 것은 그저 네 생각에서 만들어낸 불필요한 거짓말일 뿐이지. 나를 따라오고 싶었긴 하지만, 나에게 폐는 끼치고 싶지 않다.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겠다. 뜻은 갸륵하다고 생각한다만, 그런건 지금 너같은 꼬마가 할 행동이 아니야."
"어쩌란 거에요?"
"솔직해지라는 거지. 내가 너를 놀려먹은건.. 그래 미안하게 생각하긴 하고 난 원래 누군가를 놀리는데에는 별로 소질도 없는 편이라서 마음에도 없는 짓이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말이다. 그냥 좀 더 편해지라고 해본 것 뿐이라고, 상처를 입으면 이쪽이 곤란해."
벤하르트의 말에 티온은 어쩔줄 몰라 했다. '폐를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벤하르트에게 있어서 폐를 끼치고 있는 셈이 되고 있었다. 물론 벤하르트는 그것을 생각해서 한 말이었지만, 아무리 정신이 성숙하다고는 하나 티온이 거기까지 생각할 수 있을리는 만무했다.
"당장에 솔직해 지라고는 조금 무릴지 모르겠지만,"
"솔직해질게요."
딱부러지게 말하는 티온을 보면서 벤하르트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고민할수밖에 없었다.
"별로 강요하고 있는게 아니라고?"
"알고 있어요."
"그래 뭐 그렇다면 상관 없지만, 왠지 이래서야 솔직해지라는걸 강요한 것 같잖아?"
"그런것 아니었어요?"
능청스럽게 농을 하는 티온을 보고 벤하르트는 한숨을 쉬고 찝찝한 얼굴로 백봉에 올라타 티온을 끌어 올려 주었다.
'차차 나아지면 되겠지 뭐.'
벤하르트는 티온의 청대로 조금 천천히 날아 리스와 약속했던 곳으로 돌아왔다.
'조금 지치는걸.'
그가 검을 휘둘러 만들어내는 기술은 그의 체력을 굉장히 많이 소모했다. 짧게 사용한다면 모를까 벤하르트가 이번에 사용한 것은 거의 일반 사람들이라면 보름이상이 걸릴 거리를 이동한 것이었기 때문에 체력 소모도 생각보다는 심했다.
물론 특별히 싸울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정도의 체력 손실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역시나 백붕을 이용해 다니는건 자제하자고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티온과 함께 리스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
'남은 시간은 한 많아봐야 3시간 아니 2시간 정도인가?'
힘을 조금 더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30분정도여도 충분히 갈 수 있었기 때문에 그는 조금 쉬면서 리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제가 이제 가게 될 곳은 어떤 곳이에요?"
"어. 가렌더 부크라고 하는 곳이다. 이곳 세계와는 다른 이계이고, 다른 세계와 연결된 통로야. 사실 나도 그곳에 머무르는건 아니지만, 일단은 신세를 조금 지고 있지."
"그럼 벤하르트가 가버리면 저는 어디에서 머무르게 되는 건데요?"
"아 그렇지. 아직 이야기를 안했구나. 일단 내가 가렌더 부크에서 머무르고 있는 곳에는 내 음.. 나를 주인으로 모시는 녀석들이 둘 있어."
"주인?"
"그러니까 하인을 스스로가 청하는 녀석들이 있거든. 나는 그런걸 별로 원하지는 않지만, 너는 앞으로 그 집에서 지내게 될 거야.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와는 함께 할 수 없지만, 그녀석들과 더 오랜 시간을 같이하게 될 거니까 가게 되면 사이좋게 지내는게 좋을거야."
티온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부진 표정을 짓고 물었다.
"네. 그 사람들은 벤하르트를 잘 따르나 보죠?"
"명령 한다면 뭐 거의 따르는 셈이지만, 나는 명령은 하지 않거든. 말했잖아. 그녀석들이 제멋대로 나를 주인으로 모시는 거라고, 거기에 한녀석은 너무 열혈적으로 나를 따르려 해서 문제고 한녀석은 내게 그렇게까지 열성적이지는 않아."
티온은 그들을 보지도 않았지만, 왠지 상상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명은 충복한 신하 스럽겠고, 한명은 툴툴 거리면서도 벤하르트를 존경하는 그런식일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의 예상은 거의 90점에 가까운 정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 나중에 소개할때는 저를 손님이라고 소개 시키지 말아 주세요."
벤하르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물었다.
"왜?"
"손님이라고 한다면 아마 그사람들은 저를 깍듯이 모시게 될 거니까요. 그건 저도 별로 원하지 않고 벤하르트도 별로 원하는게 아닐게 뻔하잖아요? 벤하르트가 말했던 신뢰를 위해서는 주종관계가 아니라 친구관계나 혹은 가능하다고 한다면 가족처럼 지내는 쪽이 더 나을테니까요."
벤하르트는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정말 못 당하겠는걸.'
그는 동쪽을 보더니 중얼거렸다.
"왔다."
벤하르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붉은 그림자가 바람을 이끌고 나타났다.
"뭐야 꽤 빠르게 갔다 왔잖아?"
"힘좀 썼거든."
"아.."
리스는 티온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조사해온 내용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쪽 방향에는 각각 2일 14일 5일 정도가 걸리겠더라."
"내쪽은 1시간정도면 도착하는 아스포에라가 있었어."
리스는 깜짝 놀랐다.
"진짜? 운이 좋은데 그래?"
"서둘러서 간다면 시간안에 도착 할 수 있을거야."
벤하르트는 검을 휘둘러 백봉을 만들었다. 리스는 사뿐하게 날아올라 백봉의 머리 위에 올라탔다. 셋은 백봉을 타고 아스포에라를 타는 선착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늦지는 않았군."
흑백의공간에서 조금 기다리자 아스포에라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거대한 산만하면서 요란하게 치장되어 공중에 떠 있는 멋진 배를 보고 티온은 입을 벌리고 그 위용에 감탄했다.
"이번에는 실수 하지 말라고,"
"안해요 그런거!"
그렇게 쏘아 붙혔지만 눈에는 불안함이 서려 있었다. 벤하르트는 티온에게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패를 아스포에라 쪽으로 가져가면 저 배에 탈 수 있어. 리스 일단 먼저 가줄래?"
리스는 두말없이 배를 향해 패를 내보이고 아스포에라에 탑승했다.
"저런식으로 가면 되는거야. 자."
티온은 패를 아스포에라를 향해 보이고 그대로 아스포에라에 탑승했다.
"자 그럼 나도 가볼까."
- 작가의말
오늘은 약속이 있는지라 본래는 조금 더 쓰려 했지만 여기까지 밖에 못 쓰겠네요.
예약 연재로 한번 올려 보려 합니다 잘 될지 모르겠네요.
Commen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