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68화(626화)
데인은 그 뒤 가족들과 단란한 식사를 가졌다.
"그래서 오늘은 벤하르트가.."
"잠시.."
데인은 테미의 말을 막고 문쪽을 바라보았다. 곧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데인님 계십니까?"
"누구에요?"
"목소리를 보니 바킴스님의 부하인 모양이다."
"바킴스?"
"내 상관으로 전쟁의 지휘관을 맡고 있는 사람이지."
테미는 그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급한일이 아니라면, 이후에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네만,"
"급하다면 급한 일입니다. 아무쪼록 시간을 내어주실수 없겠습니까?"
"....."
데인은 슬쩍 테미의 눈치를 살폈다.
"갔다와요. 어쩔수 없으니까,"
"미안 테미. 빨리 갔다 오도록 할게."
"아빠. 어딜 가는거에요?"
"잠시 일을 갔다 오는 거니까, 엄마 말 잘 듣고 있어라."
"네!"
"바킴스 다루만님 데인입니다."
"왔나."
"이 밤중에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이정도'로 은밀하게.."
"글세다. 뭔가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아니겠냐."
"케이슨.."
기척을 지우고 있던 케이슨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자네들을 이렇게 은밀하게 부른 것은 케이슨이 말했듯이 기밀의 중요한 일을 맡기고 싶어서 일세."
바킴스 다루만은 현재 군단장들중 하나 이제까지 무패를 자랑하는 샤이 한의 전략가였다.
"기밀의 일이라면,,"
"자네들은 현재 어니스 대륙의 정세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 전쟁이 발발하게 된 사건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할게 아니라고 봅니다만, 지금 현재의 경우라면 단호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전쟁은 의미가 없습니다. 저희가 적으로 삼고 있는 나라만 4개국.. 그들 어느 하나도 이길 수 없음에도 전쟁을 지속하면서 점점 국력은 약화되고 있습니다. 설사 전쟁을 해야 한다고 해도 지금은 휴전을 함이 옳겠죠."
"지금의 전쟁을 주장하는 파벌들도 그것을 모를리가 없을텐데, 어찌 된 일인지, '대다수'가 전쟁을 지지하고 있네. 자네들은 우리 무관들이 전쟁을 지지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렇지는 않지. 되려 지금 가지고 있는 전력으로 전쟁을 하는 것이 의미 없다는 것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쪽이지. 뭐 개중에는 아닌 사람들도 있다만,"
케이슨은 낄낄 거리며 말했다.
"그렇죠. 3군단장이라던가."
"말조심하게. 케이슨. 어찌되었든 나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기에, 개별적으로 조사대를 만들어 귀족들의 조사를 하도록 해보았네."
"어떻게 되었습니까."
"전멸이지. 조사를 보낸 자들은 전부 '제거' 되었네."
"제거.. 라고요?"
"그래 죽었네. 아무래도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확실한 모양이네만, 그것을 조사하는 것이 쉽지가 않아. 해서 자네들을 불렀네. <미검(美劍)> <성각(星脚)> 자네들이라면 어떻게든 알아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지. 하지만, 이 일의 위험도는 특급이네. 여타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것보다도 훨씬 더 위험도가 높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지. 그러므로 강요는 하지 않겠네."
데인은 위험하다는 이야기에 조금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케이슨이 말했다.
"자.. 유부남은 빠질 이야기인 것 같군."
"무 무슨 소리를."
"벤하르트와 테미나 잘 봐주도록 하라고, 이 임무는 내가 맡도록 할 테니까."
"해주겠나? 케이슨?"
"어쩔수 없잖습니까. 이 지긋지긋한 전쟁의 변수가 되어줄지 모르는 일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겠죠. 그런데, 죽은 수사대는 어떻게 처리되었습니까?"
"'직접적으로' 그 일에 대한 함구하는 것을 명 받았네."
"호오.. 그렇다는건.."
"그래 적은 내부에서 지원을 하는것이 확실. 따라서 이쪽으로 부터를 제외하면 지원은 없을 수 밖에 없네."
"상관 없슴다. 어차피 제 뒤를 봐 줄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단독으로 다니도록 하죠."
"케이슨.."
"아서라.. 나는 말야. 잃을게 없는 인간이야. '지켜야 할 것'이 있는 네가 나서기에 아무래도 이 일은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그러니 이번만은 맡겨두라고, 목숨 질긴걸로 따지면 나정도 되는 인간은 없잖아?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은 이몸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거기에 이 일은 나에게는 딱인 일이라고, 내 실력에 대해 의심하는건 아니겠지?"
"그렇지는 않지만,"
"그렇다면 그런 불안한 표정따위는 치우라고, 테미씨한테 내 자랑이나 좀 전해주면 나는 그걸로 족하단 말이지."
등을 밀치며 케이슨은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생각보다 위험하겠군."
그는 지금까지 살해당하고 행방불명된 자들의 명단과 그 조사 목표에 대한 명단을 받았다. 그 안에는 그가 알기로도 상당한 실력자였던 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정도로 중요한 일이 얽혀있다는 이야기겠지. 좋아 가볼까!"
며칠 뒤 케이슨은 흙 씹은 얼굴이 되어 작전실로 돌아왔다.
"바킴스 영감. 아무래도 이대로는 안될 것 같은데?"
"무슨 뜻인가?"
"아무래도 별다른 변화가 없을때는 그 뒤를 잡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야.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변화를 만들지 않으면 안되겠어. 일단 요 며칠간의 조사는 실패다. 아무 걱정 없는 그야말로 지루하기 짝이 없는 귀족의 생활이었다는 것이지."
"그렇군. 생각해보면 그 당시 조사를 나갔던 조사대들은 한창 전쟁추진과 전쟁반대파와의 항전중에 내가 의심을 해서 보낸 것이었으니,"
"그것 말인데, 약간 의아하지 않나? 조사대를 보냈다는 것은 분명히 그들의 귀에 들어갔지? 그리고 죽였다. 그렇다는건 그들은 해서는 안될 짓을 한 것이나 다름 없어. 그런 비밀을 알고 있는 당신을 제거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글세 이 늙은이가 아직 쓸만한 점이 있어서가 아니겠나.. 이 링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거점. 링이 날아가게 되면 그 앞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1,2,3,군단들은 고립되고 전 영역을 잃게 되겠지. 그런 중요지의 군단장을 지금 당장 척살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말야. 만약 이게 그들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일이고,, 내가 그것을 알아낼 경우는 영감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것 아닌가? 이미 '아군'의 목숨마저도 손쉽게 날아간 사안이라고,"
"두려운가?"
"전혀.. 나는 두려울게 없는 남자라고,"
흔들림 없는 눈으로 케이슨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군. 데인 쪽을 걱정 하는 건가.."
"딱히 그런건 아니라고, 굳이 걱정하는것을 말하자면, 이 도시 이 나라 전부다. 영감이 대단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 영감이 죽게 되어서 그놈의 3군단장이라도 와봐. 어디 불안해서 다리라도 뻗을 수 있겠느냐는 말이지."
"후후. 말은 잘하는구먼. 아무리 그래도 아군의 그리고 나정도의 직위를 가진 자를 그렇게 쉽게 척살하러 들겠나? 자네나 조심해서 알아내 주게나. 사건은 이쪽에서 만들어 보도록 하지."
"조심하라고,"
얼마 뒤 샤이한의 수도 셰이르에서는 한차례의 회담이 열렸다. 거듭된 전쟁으로 생겨난 피해의 누적. 지금까지는 전쟁을 지지하는 세력이 확실하게 주도를 잡고 있었지만, 이번 회담만큼은 팽팽하게 유도되어 가고 있었다.
"지금의 전쟁 상황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소."
"말씀해보시지요."
"국경지대에 총 4개의 국가와 전투를 벌이고 있고, 나라의 예산의 반을 넘어가는 비용을 군비에 충당하고 있소, 휴전 자체도 아닌 확실한 전쟁중인 사태. 지금 이 순간에도 병사들은 목숨을 잃고 있소. 그런데도 '이득'은 전혀 보지 못하고 있지. 도대체 이 게슈트,헤인스,스피트 성의 함락이라는 임무는 어째서 있는 것이오."
"그 성을 탈환하면 이 '룬델'의 패권을 우리 샤이한이 잡을 수 있기 때문일세. 저번에도 말하지 않았나."
"불가능한 것은 불가능 한 것. 적은 바보도 아니고 우리 군은 지금 한 나라와 싸우고 있는 것도 아니요. 목적을 국방으로 돌린다면 지금보다 군비를 월등하게 줄일수도 병사들의 목숨도 나라의 국력에도 영향을 줄 것이오.."
"후후 불가능한 것은 댁의 능력 탓이 아닌가? 능력부족을 상황을 핑계로 변명하고 있는게 아닌가? 바킴스."
"내 지금껏 단 한차례의 패전도 없었던 것은 분수를 알았기 때문이요. 인정하리다. 나는 능력부족으로 그것을 감당 할 수 없소. 그러니 이 시덥잖은 명령에 대한 지지를 철거해주시오."
"하하 바킴스 자네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쪽은 달라. 승리는 목전에 있다."
"웨우스. 당신에게도 할 말은 있네. 그 성을 함락하기 직전이라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지. 하지만 그것을 위해 죽어간 병사의 수를 알고 있나? 자그마치 10만이 넘네. 샤이한의 총 병력이 몇이라 생각하는건가 자네는! 그것은 이미 이겨도 이긴게 아닌 것이네!"
"무능한 장군에게 듣고 싶지는 않아. 나에게 맡기면 남은 성도 전부 털어와 주지. 제 3군단은 무적이라고! 아하하.."
"저렇게 성공한 사례가 있지 않소 바킴스. 무인이 전쟁에 대해 너무 두려워 하고 있는게 아닌가? 벌써 하나의 성을 빼앗았네. 요충지는 둘.. 그 둘을 빼앗는다면 통일마저도 바라 볼 수 있지 않겠나? 어떻소 모두? 조금의 피해가 있는 것은 이 발키온 피리스도 잘 알고 있소. 하지만 영광을 앞에 두고 눈앞의 피해를 두려워 포기한다는게 말이 되는 일인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죽어간 병사들은 무엇을 위해 죽어 갔다는 것이겠소!"
"....."
"처참하게 발리셨구만, 이번에는 지지 세력마저도 있었는데 말이지."
"아니 아무래도 무리였겠지. 지지 세력들은 귀족중에서도 확실히 상류층 우리를 지지하는 측은 상대적으로 힘이 너무 없었다네. 하지만 아직 몇번의 화담은 남아 있겠지. 그리고 한번쯤은 이쪽도 역공을 가할테니 잘 부탁하네. 귀족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지층을 쌓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 이미 적어도 숫자로는 '반반' 이미 토론 하나를 이겼다고 막연하게 좋아할 상황은 아닐세. 그렇다는 것은 무언가의 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을 것이네."
"맡겨두라고.."
'발키온 피리스.. 방심할수 없는 여우지.. 흐음 싸우고 있는건가?'
어둠속에 몸을 숨기고 케이슨은 발키온의 집 근처에서 발키온의 반응을 관찰하고 있었다.
"영감 말대로 초조한 모양이군. 하기사 당연시 되어야 할 지지층이 반수나 고개를 돌렸으니, 무리도 아닌가. 음?"
그는 고개를 낮추고 기척을 지웠다.
"저건.."
척 보기에도 수상해 보이는 무리들이 발키온의 집의 지붕을 통해 집으로 들어갔다.
"잡은건가?"
"제길 네놈들.. 이제는 우기는 것도 한계가 있단 말이다! 벌써 그 늙은 뱀같은 놈은 일전부터 냄새를 맡았고! 실제로 국력이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란 말이다. 상당히 위험할 정도까지 와 있는것은 문관인 나조차도 알고 있다고!"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도와 주었던 것을 전부 노출 시키겠다."
"우 웃기지 마라. 그건.. 내가 너희들의 말을 들어 주게 하기 위한 수단의 방식으로.."
"그래. 그렇지만, 그것을 이용해 이곳까지 올라온 것도 또한 네녀석이다. 그것에 대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든 이쪽은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않겠나? 우리덕에 얻은 명예를 우리가 가져간다고 한들 손해 보는 건 실제로는 없으니,,"
"아 알았다. 하지만 이제 내 입장도 이해를 조금 해줘. 가능한한 노력해 볼테니까,,"
복면의 남자는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 그건?"
"사념의 지보."
"뭐냐 그게.."
"사람의 욕망을 조율할수 있는 구슬이지.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네가 잘 알고 있겠지? 지금까지 왔던 것의 한발자국만 더 가면 되는 것이다. 나락에 떨어지는지 천상으로 넘어서는지 말야."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후후.. '줄수 있는건' 이게 다다. 앞으로는 네가 지금껏 이룬 것을 가져가도록 하지."
"네 네녀석.."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지?'
"쥐새끼가 물러 왔군."
"뭐?"
"이번에는 꽤나 강한 것 같은데,"
"수준이 높다. 대행자 정도.. 경우에 따라 그 이상인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냐? 설마 또 꼬리를 잡힌건가? 그것만은 하지 말라고 몇번이나 말했잖.."
발키온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단도가 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우리도 조심해서 움직였다. 다만 이번의 감시자는 그 수준이 유달리 '특별했던 것' 뿐."
"으읏.."
'발각 당했구나..'
살기를 느끼고 재빨리 케이슨은 그 자리에서 벗어나 바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다리는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엄청난 속도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괴물들이로군. 내 속도를 따라 오고 있어. 이거 괜찮은건가? 하나 둘.. 셋 뒤쫓는 자는 셋. 기척을 숨기지도 않는건가..'
그는 달리던 것을 멈추었다. 어느샌가 자신의 앞에는 기묘한 장벽이 쳐져 있었다.
"후아.. 이런.."
눈앞에는 복면을 쓴 작은 아이가 있었다.
"그렇군 샤이 한의 '성각(星脚)' 케이슨이었나. 놀랍군 그정도로 강했다니,"
"칭찬은 순수하게 받아 들이는 성격이지만, 이런 괴물 집단 앞에서 칭찬을 들어 봐야 말이지."
"따로 <투안>을 준비해두지 않았다면, 놓쳤겠어. 그 속도.. 대단했다."
"어이 나는 살수 있는거냐?"
"살 수 없다."
"아니 아니 뭐든지 좋아. 발설하지 않는다거나 뭐 너희편에 들어온다거나 뭐 그런 식으로 해서 살아남을수는 없는거냐?"
"그런 거짓말에는 넘어갈수가 없거든."
"아 그런가?"
시원스레 넘기며 케이슨은 셋을 보았다. 어느 하나 자신이 이기는 것을 장담할 수 없는 괴물들.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좋아. 죽었다 치고 물어보는 건 어때? 이대로는 너무 억울해서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할 것 같거든. 네녀석들 도대체 뭐하는 녀석들이냐?"
"대답할 의무는 없다. 그리고 네 눈은 아직도 포기를 하고 있지 않고 있으니,,"
"빈틈이 없구만,"
그는 바닥을 한번 밟았다. 부드럽게 밟히는 소리. 하지만 땅은 깊숙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목숨을 거는 수 밖에..'
"유성각(流星脚)."
다리에서 나는 빛은 마치 유성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타오르는 빛은 금방이라도 그칠 것만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굉장한 힘이다. 설마 이정도의 남자가 있었다니,"
케이슨이 바닥을 한번 차자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대로 그의 발은 가속한채로 눈앞의 남자에게 적중하는가 싶었지만, 어느샌가 남자는 검집을 가로로 세워 그 공격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검'을 통째로 그의 발은 남자에게 일격을 적중시켰다.
"크으읏.."
적중한다면 한방으로 충분 다른 둘에게 돌격하려고 했지만, 이미 둘은 그 '속도'에 눈이 익어 있었다. 그 '위력' 또한 예상내에 있었다.
"자신의 생명을 취하는 기술이로군. 한번이라도 맞으면 '방어 불능' 놀랍군."
"놀라운건 한번보고 알아차리는 그 눈이다. 도대체 너희들 정체가 뭐냐.."
"글세. 전부 쓰러뜨리고 알아가는건 어떤가?"
'크읏.. 이녀석!?'
눈앞의 남자가 검을 집어 들자 엄청난 기에 그는 살짝 몸이 꺽일 것만 같았다. 빈틈따윈 전혀 없었다. 어디를 공격해도 당할 것만 같은,, 지금껏 수차례나 전쟁을 해온 경험이 그에게 고하고 있었다. 이녀석은 당할 수 없다고,
"이게 무슨 농담이냐고.."
"신월참."
검은 검기가 그에게 쇄도했다. 그 짧은 망설임을 놓치지 않고 꿰찌르는 검기에 '피할수' 있었던 검격을 케이슨은 피할 수 없었다. 자신의 발로 소멸시킨 그 사각에서 복면인의 검이 그를 갈랐다.
"크허억.."
'데인.. 아무래도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군.'
"음!"
한쪽 무릎과 팔로 카이슨은 복면인의 검을 잡았다. 살을 가르고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그는 놓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다리를 그에게 적중 시키려 했다. 피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공격을 남자는 기묘한 움직임으로 피해냈다. 그 때문에 남자는 검을 놓게 되었지만, 이미 검을 빼앗았다는 것은 카이슨에게 있어서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쿠허억.."
"대단하군. 잡고 있는 것만으로 몸을 가를 정도로 검을 휘둘렀는데, 그것을 기술로 상쇄하면서 놓지 않고 일격을 노리다니,"
"쿠하하.. '알아봐준건가?' 대단하시구만, 하지만 이걸로 한계다."
"검을 돌려 주겠나?"
"흥.."
케이슨은 쥐고 있던 검을 그에게 던졌다.
"정말로 깨끗하게 져버렸다."
"그건 이쪽이 할 말이다. <신검>이라 불리는 내가 검을 빼앗겼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패배나 다름 없다."
"신..검?"
남자는 검을 쥐어 들고 뒤의 복면인에게 말했다.
"나는 그만두겠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제온."
"마음이 내키질 않거든. 이녀석은 방금 내 검을 부술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예우다."
"바 바보같은 소리를."
"루나와 네가 있다면, 문제는 없겠지?"
"어이! 끝장을 낼거라면 네가 내버리라고!"
"글세."
마지막에 케이슨은 제온이라고 불리운 남자가 확실하게 웃었다는 것을 느꼈다. 제온이 사라지자 복면인은 짜증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뭐지..'
"쳇 깨끗한 척 하기는.."
복면인은 창을 들고 케이슨에게 다가갔다. 케이슨의 다리에 서려 있었던 빛은 이미 전부 사라져 있었다.
'후우.. 여기까진가..'
"아.."
소녀는 나지막하게 소리를 냈다.
"응? 루나 무슨.."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검격이 복면인을 덮쳤다.
"뭐 뭐냐.."
"서 설마.."
케이슨은 그 검술을 잘 알고 있었다.
"너.."
"괜찮아? 케이슨."
"데인.. 네가 어떻게 이곳에.."
"이야기는 나중이야. 일단 이녀석들을 잡도록 하자고,"
"잡는다고!? 후후 네녀석 혼자 말이냐?"
"그건 아니지."
"온다."
루나는 짧게 말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복면인은 자신이 포위당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제온놈.."
"자.. 순순히 투항하시지."
데인은 복면인에게 검을 겨누고 말했다. 순간 그의 앞을 작은 아이가 가로 막았다.
"어?"
"물러나야 해."
루나의 말에 복면인은 혀를 차며 쓰러진 동료를 데리고 왔다.
"쳇.."
기묘한 빛이 그들을 감싸자 데인은 당황해했다.
"자 잠깐.."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은 그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 작가의말
선작 하나 댓글 하나에 일희일비 하는 나날들도 곧 끝이네요..
아.. 참고로 제가 직장 구하고 나면 다시 재개하는건 100%입니다.
연중은 있을지언정 포기는 없습니다.
다만 연중 기간동안 모든 분들에게 잊혀질까 두려울 뿐이네요..
이번 연중은 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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