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92화-퀘이소(1)
벤하르트는 라프라들을 데리고 아래로 사뿐히 내려왔다.
"벤!"
"어. 레니아"
"괜찮아?"
"그래. 봐 상처도 별로 없잖아."
레니아는 벤하르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벤하르트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몸을 보았다. 상처는 없는것처럼 보일수 있었지만, 옷은 거짓말을 할수 없었다. 구멍이 난 자국은 둘째로 치더라도 흠뻑 젖어 붉다 못해 갈색이 되어버린 모습은 괜찮다고 하기에는 너무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아. 결과적으로 말이지."
"하여간, 어떻게 된거야?"
'생각보다 추궁 하지 않는군.'
"내가 더 말하지 않는건 반쯤 포기했기 때문이니까,"
"너 어떻게 내 생각을 읽은거야?"
"아니 너무 다행이라는듯한 표정이어서 말야. 생각을 읽을것도 없지 뭐. 네가 이렇게 일행과 끊겨서 그런 상황이 되어 버렸다면 또 어딘가에 휘말렸을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지만, 역시나,,"
"그나저나 용케도 도우러 안왔네?"
레니아는 흘끗 벤하르트를 보고 말했다.
"서운했어?"
"아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가려고 했지만, 다른 녀석들이 말려서 말야. 3일만 기다리고 안되면 죽여서라도 가려고 했지만, 나와서 다행이야."
"아니 죽여서 까지는 안되잖아."
"돼."
'무서워..'
평상시처럼 따지지 않고 조용하게 말하는 레니아는 어딘지 무서워 보였기에 벤하르트는 저도 모르게 사과 했다.
"저기.. 미안"
"됐어 네 탓도 아닌걸. 하지만 말야. 하아..."
깊게 한숨을 내쉬면서 레니아는 어쩔수 없다는듯 벤하르트를 바라 보았다.
"도대체 어째서 너는 그렇게 휘말려 버리는거야."
'조금 풀린건가?'
레니아의 말이 푸념조가 되자 왠지 풀린듯한 느낌이 들어 벤하르트는 표정은 조금 밝아 지려고 했다. 하지만 꼿꼿하게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레니아의 눈을 보자 그는 곧바로 눈을 내리 깔았다.
"그거야 나도 모르지."
"어쨋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해줘."
"어.. 그래."
벤하르트는 다른 일행들에게도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었다. 자신의 회복력에 관한 부분이나 리스의 도움등 어느정도 숨겨야 할 부분을 제외하면 주마의 숲에서 벌어났던 일들을 전부 이야기 해 주었다.
"주마의 숲에도 그런게 있었나? 그렇군. 그래서 그때.."
"아 우리도 그런적이 있었지."
트레이야의 말에 제네스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주 조금 밖에 길을 잃은 적은 없었는데,"
"어쨋든 이번에는 완전히 미치는줄 알았다니까, 근데 그쪽은 어째서 안 잘렸던 거지?"
"여러가지 가정은 있겠지. 어떤 규칙을 지켰을때 발동한다거나, 어떤식이라고 확실하게 답을 내릴수는 없지만, 그렇게 분단 시켜서 가두는데에는 필요한 조건이 있었을 거라고 봐."
"그런가.."
"다음번에 한번 들어가 봐야겠군."
프쿠타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마족이니까, 그녀석들하고도 친하게 지낼수 있지 않을까? 하하하."
"그럴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런데 여기는 어디야? 주마의 숲 밖인가?"
"그래. 저길 봐."
레니아가 가리킨 곳에는 드넓은 땅이 있었다. 군데 군데에 숲이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황야였다.
"잠깐 어이 류누 이리 와라. 너희 퀘이소는 어디에 있는지 말해줘야지."
"저쪽으로 날아서 한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데,"
"가깝군."
'또 안에서 뭔일 있었던 모양이군.'
안봐도 눈에 선한 장면에 레니아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일단은 퀘이소 마을에 가보는게 어떨까?"
"잠깐, 우리들은 라스펠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하겠다. 마법으로 연결된 공간 조율을 해둬야 하니까"
마누어가 말했다.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마누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벤하르트와는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퀘이소 마을로 가는 길. 류누와 스크루는 날아서 갔지만, 라프라는 달려서 가기를 선택했다. 아무리 라프라의 실력이 좋다고 해도 나는것과 뛰는것의 효율중 좋은 쪽은 당연히 나는 쪽이다. 라프라는 조금 힘들어 하면서도 억지로 벤하르트에게 붙어 섰다.
벤하르트도 그녀의 심정을 알면서도 차마 무어라 말을 하지는 못했다.
"거의 다 왔습니다."
스크루의 말에 벤하르트를 포함해 전부는 멀리 마을이 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일단 우리가 들어가서 말을 할테니 여기서 대기를 좀 해줘. 음. 라프라는 조금 있다가 들어와도 되겠지."
류누와 스크루는 그렇게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지나고 나자 늙은 사람 한명과 굳건하게 생긴 남자 하나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아빠.."
라프라가 말한것은 굳건하게 생긴 남자를 향한 말이었지만, 그 남자는 라프라에게 싸늘한 눈빛밖에는 주지 않았다.
"어서 오십시오."
늙은 사람처럼 보이는 퀘이소는 온화하게 말했다.
"잠깐 우리들은 인간인데 그래도 괜찮아요?"
"허허. 무슨 말씀인지.."
"인간 때문에 당신 동족 둘이 잡힌 건데,"
정확하게는 트레이야 본인의 탓이었다. 그 자리에서 나 때문에 라고 하지 않은것은 속이 뜨끔 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적이었다고 하는것을 밝히고 싶지 않다고 하는,, 죄책감에서 비롯해 오는 심정이었다.
"물론 그렇습니다. 저도 마수인 이상 화가 나지 않을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모든 인간이 다 그런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실제로 여러분은 이녀석들을 구해 주었고, 저희는 종족상 인간을 싫어하는것보다는 좋아하는 쪽입니다. 이래뵈도 오래 살아왔으니, 인간의 여러 모습들은 알수 있지요. 하나의 일면만 가지고 인간을 판단하는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퀘이소 마을의 촌장인 고리츠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고리츠는 진심으로 벤하르트의 일행을 맞이 했다. 퀘이소 무리는 류누와 스크루는 물론 라프라까지 돌아온 일에 흥겨운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마을의 쌓아 두었던 식량조차도 전부 사용하면서 오랜만에 축제다운 축제 분위기가 형성 되었다.
"라프라 아버지에게는 안가는거냐?"
"하지만,"
"가봐. 이쪽은 신경 쓰지 말고,"
그녀는 머뭇 거리는듯 하다가 마침내 부족장인 다키츠에게 다가갔다.
"아빠.."
순간 짝 하는 소리와 함께 라프라의 머리가 흔들렸다. 워낙 축제 도중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벤하르트는 물론이고 그의 일행들은 전부 그 이변을 알아 차릴수 있었다.
"어째서 내 말을 듣지 않은거냐."
"죄송해요."
"죽었으면 어떻게 할뻔 했어!"
"죄송해요. 아빠의 얼굴에 먹칠을 해서,,"
"헛소리 하지 마. 얼굴에 먹칠... 그따위 생각으로 죄송하다고 한것이냐? 네가 내 얼굴에 먹칠을 하던 칼을 들이 밀던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내가 화를 낸것은 나때문이 아니야! 너 때문이다. 바로 너! 마친 그곳을 지나가는게 저자들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할뻔 했지? 조금이라도 사악한 인간이었다면? 더 강했다면? 그따위 인간 낚시 따위는 하지도 못하고 죽어 버렸을게 틀림 없겠지."
"죄..송해요."
무뚝뚝했다. 라프라의 아버지인 고리츠는 언제나 종족의 번영만을 위해 왔다. 자신의 어머니가 죽었을때조차도, 마찬가지였다. 슬픈 기색도 없이 종족을 위해서 분투했다.
"나에게 같은 상처를 남기지 말거라."
그런 그에게서 이런 말이 나올거라고 라프라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성장한 그녀는 지금 말하고 있는 이것이 자신의 아버지 고리츠의 진심이라는것도 알아 차릴수 있었다.
"저분들하고 같이 있고 싶은 모양이니 가보거라."
라프라는 자신의 아버지를 돌아 보았다. 고리츠는 다시 고개를 끄덕여 주자 그제야 라프라는 밝게 웃으며 벤하르트를 향해 달렸다.
한참 즐거운 축제 동안에도 라프라는 약간은 울상인 얼굴인 채였다.
"라프라."
"네?"
"아마도 네가 마을에 가게 되면 그때는 마지막이 되겠지만 너무 슬퍼 하지는 마라."
"......"
"원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지는게 있다고 하잖냐. 그런 거라고 생각해둬."
"말은 누가 못해."
레니아는 옆에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저는.. 사실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럴거라 생각했어. 아직 어려서 그런지 너는 숨긴다고 해도 표정에 너무 드러나 보였으니까,"
"조금더 여행하고 싶어요."
"....."
그런 모습을 보이면 벤하르트는 항상 약해진다. 그런 벤하르트를 대변하듯 레니아는 냉정히 말했다.
"안돼."
"하지만,"
"우리는 네 보모가 아니야. 네 시중을 드는 사람도 아니야. 굳이 따지자면 '어쩔수 없이 함께 하게된 동료' 정도라고 하면 맞겠지. 솔직히 말하면 앞으로의 여행에서 네 존재는 짐이 될 뿐이잖아."
"....."
라프라는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라프라 울지마. 레니아가 말은 과격하게 했지만, 애한테 너무 심한거 아니냐?"
"현실이잖아. 그걸 회피하려 하지 마. 언제까지고 라프라와 함께 라는게 가능할거라고 생각한거야? 너는? 나는 라프라가 싫은게 아니야. 도리어 좋아. 만약 여기서 퀘이소를 놓쳤다고 한다면, 더 데리고 다닐수도 있었을거야. 어쩔수 없으니까, 내버려 둘수 없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퀘이소의 무리를 발견해버렸어."
"그래.. 미안."
레니아라고 그런 말을 하는것을 즐길리가 없었다. 그저 자신이 하지 못했기에 대신 그런 말을 해준것 뿐. 그정도가 아니면 라프라가 쉽게 포기할리 없다는것 정도는 벤하르트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애초부터 라프라 네게 있어서 이번 여행은 네 동족을 찾을때까지 였잖아. 기억하지?"
라프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억지는 부려선 안돼. 여행을 하고 싶다면, 조금 더 자라서, 외적으로든 내적으로든 강해진 후에, 당당하게 말하도록 하는거야. 목적은 그래, 뭐든지 좋지. 우리를 찾기위한 여행이든 아니면 네 자신이 해보고 싶은것을 하는 자유 여행이든 어떤것이든 가져다 붙히면 돼. 원래 여행이라는건 그런거니까,"
"....."
"지금 헤어진다고 언제고 만나지 못한다는 보장은 없어. 지금 헤어지면 그것으로 끝이라는건 너무 아쉽잖아? 희망만은 간직하고 있는게 좋은거야. 너는 우리를 잊을지도 모르고 잊지 못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확실한것은 우리는 너를 잊지 않을거야. 언제고 다시 만날날을 기대하면 돼. 그렇게 바라고 바라면서 이루어지는지 이루어지지 않는지, 살아가는것도 하나의 행복이라고 생각하거든."
'달변이잖아.'
"네.. 저 크면 꼭 여행을 할래요. 그래서 벤오빠와 레니아언니를 찾으러 떠날게요."
"전세계를 땅으로 하는 숨바꼭질이 되겠네? 찾을수 있을까?"
"찾을거에요."
레니아는 라프라의 눈빛이 왠지 벤하르트 같다고 생각하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 듬어 주었다.
- 작가의말
바로 전에 것은 제가 제목 실수를 한것입니다.
사실 이번 화는 조금 더 감정 조절을 잘해보고 싶었는데, 이놈의 시간이 그걸 허락해주지 않는군요. 나쁘지는 않다고 보긴 하지만 말이죠. 그나저나 이번 연참대전도 어찌어찌 턱밑까지 클리어 분위기가 나고 있군요. 네..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