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522화-정보(4)
"나는 그 정보안에서 연관되는 지식은 전부 머릿속에 집어 넣었어."
레니아의 말을 듣고 잠시 멍하니 생각하던 벤하르트는 놀라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 그걸 전부 기억하려 했다고?"
"너무 나 자신을 자신했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사실 가능할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는 잘 되지 않아서, 결국에는 정리하는것만으로도 버거웠지만, 여러가지 전반적인 정보들을 머리에 넣을수 있었지. 에린델부터 룬델의 대륙 그리고 그 밖의 정보들 까지도,"
"상상도 안되는걸."
벤하르트는 정보를 경험해 보았기에 그녀가 말하는것이 정말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을수 없었다. 사실 레니아의 머리가 자신과 비할수 없을정도로 대단하다는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해 버리면 레니아는 자신과는 정말로 비교할수 없을정도의 차이를 지니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을 스스로가 시인하게 되는 것이었다.
"주눅이 들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어. 방법만 안다면 나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벤 너라해도 많은 정보를 얻는게 가능했을거야."
"글세 그럴거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데,"
"뭐 어쨋든 그래서 세계 각지의 이런 저런 일들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뒷 이야기도 몇가지 알게 되었지."
"뒷 이야기?"
"아무래도 정보라는 것은 모든 정보를 얻을수 있는게 아닌 것 같아. 본래 있었던 이야기에 대한 정보같은 일에 관한 기억은 사실로써 기억되지만, 어느 한 집에서 한 가족이 어느날 무엇을 먹었는지는 알수 없는거야. 때문에 기억되고 기록 되는 것은 언제나 '대략적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정도의 사례를 토대로 모으게 되는거야."
"하지만 그렇다면 연철장이나 세부적인 정보는 얻을수 없는것 아냐?"
레니아는 살짝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그렇지는 않아. 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이 마법이라는건 굉장히 복잡한 방식으로 되어 있는 것 같아. 여기서 부터는 추측이지만, 아마도 십중 팔구는 확실한 이야기인데, 저 정보망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하게 정보에 대한 수집이 아냐."
"내가 단순한 정보의 수집이라고 생각한것을 왜 그렇게 자연스럽게 전제로 깔아 두는거야."
"아니야?"
"아니라고는 말 못하지만,"
"생각한번 잘한거지. 이 마법은 연관의 마법이야. 공존이라고 했었지? 기본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방법이 세계 곳곳에 있지만, 이것들이 정보를 모으는 방법은 1차적이지 않아."
"1차적이지 않다고?"
벤하르트의 물음에 레니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을 감고 선생이라도 된 듯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방금 이야기 한 것 처럼 단순하게 정보를 모으는 행위만을 하는게 아니라는거야. 실제로 그런식으로 모은 정보는 조잡하고 의미가 없지.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정보라고 한다면 그 희소성과 가치도 자연히 떨어지지 않겠어? 거기에 그런 정보를 알고자 하는 사람도 없을테고,"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정보라는 것은 좀 더 고차원적인 가치가 필요한 거야. 그걸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글세."
"하여간 생각을 안한다니까, 하긴 이건 생각을 한다고 해도 몇가지나 나와 버리니까 되려 생각하면 더 어려워 지겠지만,"
레니아는 분위기를 잡고 이야기했다.
"정보라는것은 결국 사람이 사용하는 것 그러니까 '사람'을 노려야 비로소 뜻있는 정보를 손에 넣을수 있게 되는거야. 이 정보망은 이래. 우선적으로 거대한 정보를 읽고 그 정보에 관련된 사람의 정보를 모으기 시작해. 사람과 사람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정보망을 구축해 나가지. 한 도시를 아니 한 대륙이나 세계를 그렇게 정보망으로 뒤엎는 거야."
"그런게 가능한거야?"
"어렵지 이게 쉽다면 마법사들은 다 신처럼 군림하게? 사실 나도 흉내조차 못낼 정도로 대단한 거야. 아 그렇지 네가 샀었던 그 이름과 위치를 찾는 그 마도구의 확장판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지. 다만 이경우는 사람을 통해서 정보를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하니까 그 수준은 천지차이라고 할수 있겠지만 말야."
"그렇군. 그런데 그렇게 어려운 마법이 어떻게 돌아갈수가 있는거지?"
"자 자.. 일단 듣기나 해."
레니아는 벤하르트를 타이르고 다시 말했다.
"정보는 인간을 통해서 모아져 그렇기에 숨은 진실을 알아내는 것도 가능했던 것이고, 너나 연철장이나 그밖의 여러가지 대단찮은 것들마저도 정보를 수집할수 있었던 거야. 이건 장점이면서 사실은 어느정도의 단점이 있지. 그렇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에 대한 주의를 가지는 사람들이나 혹은 단순한 방법의 비밀 이야기 같은 것들은 종종 놓치곤 하지."
"그래?"
"아오이스의 정보가 쉽사리 잡히지 않는건 그것때문이야. 그녀석들은 어느 누구와 만나는 것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드러냈다고 해도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 드러난 부분의 정보는 고작해야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이야기일 뿐이야. 그것 조차도 마음대로 잘라내서 버릴수 있는 도마뱀의 꼬리와 같은 내용일 뿐이기 때문에 아오이스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보는 모을수 없었던 거야."
"그렇구나. 그러고 보면 아오이스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을때 카이후의 모습이 보였던 것 같아."
"나도 봤어. 참 징그러운 녀석이었지. 다음에 만나게 되면 혼쭐을 내주고 싶을 정도로.."
"꿈에 나타날까 두렵다. 그래 그 다음 이야기가 있을것 같은데,"
"정보는 얻을수 있는 정보가 있고 얻을수 없는 정보가 있지만, 왠만한 정보는 대부분 수집이 가능했어. 한 가정에서 무엇을 먹었는지는 알수 없어도, 한 가정에서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도는 알수 있을 만큼의 정보망이었지. 그정도로 뛰어난 정보망이었지만, 읽어내지 못한 정보망이 있는것도 분명한 사실이지?"
"그렇지. 아오이스의 건 처럼."
"소거법이라는게 있지? 하나 둘씩 소거해서 결과를 찾아내는 것 말야."
"잘은 모르지만 개념이 뭔지는 알겠다."
"언제고 꼭 책을 달고 살게 해주고 싶어지는 발언이네. 어쨋든 정보는 거의 모든 정보를 얻어낼수 있지. 하지만 얻지 못하는 정보가 존재해. 그리고 아오이스는 당연히 암묵적인 비밀스러운 일들을 벌이고 다녔을거야."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의 정보가 있어. 거기에는 뒷 세계의 일들도 상당수 아니 많은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지. 수를 써서 절대 얻어낼수 없는 정보도 존재하지만, 그렇다는건 결국은 대부분의 정보와 뒷세계의 정보를 뺀 정보가 바로 얻을수 없는 정보라는 것이잖아?"
"아.. 하지만 그래도 모르는건 모르는것으로 끝나는 것 아닌가?"
"그렇지도 않아. 그 많은 정보들에서 맞지 않는 부분이 있거든. 예를들어 그때 그 뒷공작에서 했던 이야기와 '벌어진 사건'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어. 그렇다면 거기에는 무엇인가 손을 썼다는 이야기가 되어 버리게 되는 것이지. 그렇게 하나씩 짜 맞추어 나가면 비어버린 '공백의 정보'를 만들어 낼수가 있게 되지. 물론 그게 전부 아오이스와 관련된 정보인것은 아니겠지만, 그정도로 '완벽하게 숨겼으니' 상당수는 아오이스와 관련 있는 사건들이라고 가정해도 과언은 아니야."
"네가 말하는게 뭔지는 이해하지만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는거냐?"
"쉬웠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솔직하게 말하면 정말로 힘들었어. 결과적으로는 어느정도 해냈지만,"
"그럼 아오이스에 대한 정보를 얻어낸거야?"
"정보라고 해봐야 그녀석들의 목적은 무언가의 비보를 찾아내는 일이었잖아? 제로나 루크에게 들었듯이 말야."
"그거야 그렇지만, 그럼 아무 정보도 못 얻었는데 그렇게 이야기 했던 거야?"
레니아는 킥킥 거리며 웃었다.
"그럴리가 없잖아."
말을 끝내고 그녀는 웃음을 감추었다.
"라군델이 갑자기 성장하게 된 것 알고 있지? 벤 네게 있어서는 수십년이라는 인생의 단편이었으니 갑자기라고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실제로 몇십년 사이에 라군델은 굉장히 많은 정복 활동을 벌여 왔었지?"
"그랬었지. 그런데 그게 왜.."
벤하르트는 그녀가 굳이 라군델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어느정도 분위기를 읽었지만, 확실한 답을 듣고자 레니아에게 물었다.
"그 모든 정복활동의 뒷면에는 아오이스가 있었어."
"뭐...?"
"모든이라고 말하면 우스운 이야기겠네. 대부분이라고 하는게 옳으려나. 결국 정복을 한것은 인간들 자신이니까, 아오이스는 그것을 부추겼을 뿐이겠지. 일개 국가에 지나지 않았던 라군델을 지금은 제국이라고 불리우며 모든 국가들이 떨게 하는 거대한 국가로 만든 것은 아오이스야."
"어째서.."
"그게 그들의 목적에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겠어?"
"하지만 지난 수십년간 멸망한 나라만 해도 얼마나 되는데, 그런 일을 벌일 이유가 아오이스에 있다고?"
"나도 거기까지는 몰라. 하지만 적어도 라군델은 '누군가의' 뒷 배경을 토대로 성장해 나갔어. 그동안 멸망한 여러 국가들 그리고 라군델이 성장함에 따라 정복활동의 반대세력도 있었고 지지자들도 있었지만,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 지지자들이 힘을 받는 세월이 계속 되었고 그간 멸망한 나라만 3개국이었지. 그 뒷 배경이 무엇일까? 꽤나 높은 확률로 나는 아오이스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
레니아의 가설은 어디까지나 예측에 불과했다. 여러가지 물증은 있지만 결정적이지 않았고, 그러한 증거물들을 통한 강한 심증에 지나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오게 되면 거의 답은 확실했다.
"지금도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뿐이지 라군델은 브렌모스와도 샤이한과도 적대 관계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잖아? 그 뒷 배경에 무엇이 깔려 있는지 사실 확답을 내리긴 쉽지 않지만, 아오이스라면, 아오이스의 일차적인 목적이 드러나게 되는거야."
"나라의... 멸망인가?"
"그래. 물론 정보를 통해 짜맞출때는 뒷 세계에 아오이스만 있는것은 아닐테니까, 가끔씩 안맞는 부분이 여럿 존재하기는 했지만, 대다수는 내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어. 백에 하나 아오이스가 아닌 다른 조직이 관련 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건 희박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새삼스럽지만 레니아. 정말 넌 천재구나."
"글세. 그게 계산이나 머리를 뜻하는 거라면 별로 부인하지는 않겠어. 여하튼 그게 내가 두번째로 알아낸 거야."
"어? 두번째라니 세번째도 있는거야?"
"그래 이건 방금 이야기와는 다르게 조금 재미있을지도 몰라."
레니아는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 작가의말
역시 댓글은 힘이자 원동력인것 같습니다. 댓글을 읽다가 문득 제 소설에 대해 스쳐 생각나는게 있었는데, 왠지 철새가 떠오르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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