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엔쿠라스 2부 53화(610화)-마굴(14)

"어라? 벤하르트씨 그건 뭐에요?"

"스팅이 주더라고, 아마도 이 세계에서의 유희중 하나인 모양인데,"

"뭔데요?"

"어떻게 조작했더라."

벤하르트라고 해도 생전 처음 보는 물건을 다루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버벅거리면서 스팅이 했던 것을 떠올려 이니프에게 틀어주었다.

"어어?"

이니프는 영상을 빤히 보더니 금새 빠져들어 집중하기 시작했다.

마계에 온 뒤로 벤하르트는 연전을 거듭했다. 벤하르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기를 단련했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사람보다 더 지치지 않고 오래간다는 것이지. 쉴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요컨데 벤하르트는 현재 상당히 지쳐 있었다.

'4할.. 아니 5할 정도인가.'

좋게 봐줘도 평소의 반 정도 거기에 호쉬르에게 당한 상처도 아직 제대로 낫지 않은 상태였다.

"앞으로 이틀. 될 수 있는 한 최대한 끌어 올리는 수 밖에 없겠군."

그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근처에만 다가가도 살이 떨릴 정도의 기운을 내뿜으며 그는 몸을 가다듬었다.

"아윌비백."

"뭐야 그건."

"저기서 나온 말인데요? 무슨 뜻인지는 저도 모르죠. 그나저나 대단한데요? 바깥세상에는 저런 것들이 넘쳐나는건가요? 투투투투.. 뭐 요런 것?"

벤하르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아니 우리가 사는 세계는 저정도로 역동적인 무기는 없지. 아 비슷한 무기는 나오는 모양이지만,"

"에이 벤하르트씨가 사는 세계가 저런 세계면 좀 더 재밌을 것 같은데 말이죠."

"아닌걸 어찌하겠어. 정히 가고 싶다면 그런 세계를 찾으러 여행을 다니는 것도 괜찮지 않겠어?"

벤하르트는 이니프에게 눈도 돌리지 않고 집중하고 있었다. 몸에 칼을 들이미는 것 같은 감각을 앞에 두고도 그녀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자약하게 벤하르트의 앞에 섰다.

"그건 그렇고 저런걸 더 보고 싶은데,,"

"그러면 스팅에 찾아가서 부탁하도록 해. 아무래도 꽤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니, 그리고 덧붙혀서 앞으로 하루 정도는 이 방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네 네. 재밌는 것을 찾기도 했고, 벤하르트씨를 믿고 하루 시간을 드리도록 할게요. 설마 제 믿음을 배신하고 혼자 간다거나 하는건 아니시겠죠?"

"누가 들으면 엄청나게 신경써주는 거라고 생각할 법한 발언이구만, 알았다. 알았어. 그럼 도움을 받도록 하지."

"그런데 스팅씨는 마계어를 할 줄 모르는데 어떻게 하죠?"

"하아.. 그런건 손짓 발짓으로 어떻게든 해결하라고, 이쪽은 자리를 비울수가 없으니까 말야."

벤하르트는 손을 휘저으며 어서 나가라는 행동을 취했다. 이니프가 자리를 비우자 벤하르트는 눈빛을 바꾸고 한껏 집중했다.

"어?"

"아.. 이니프.. 라고 했었던가?"

이니프는 방문을 열고 나가자 에실러와 마주쳤다. 에실러는 라군델의 사람이었고 이니프는 마계의 공용어와 쉬에프 종족의 말 밖에는 알지 못하였기에 둘은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없었다. 이니프는 자신을 가리키며 예의 형식적인 미소를 띄우고 말했다.

"이니프"

"아.. 우와 안되겠다."

에실러는 당황하다가 이니프의 손을 잡고 살짝 끌었다. 이니프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녀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에실러는 이니프를 데리고 어떤 방으로 데려가 문을 두드렸다.

"누구시죠?"

"나야 에실러."

"에실러? 무슨일입니까?"

위니스트는 무표정한 얼굴을 빼꼼 내밀고 말했다.

"아니 통역을 좀 해달라고,"

그제야 위니스트는 이니프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들어오시죠."

"저기요. 저는 조금 바쁘거든요? 별다른 일이 없으면 빨리 나갔으면 좋겠는데요."

"...라고 말하고 계시는군요."

"잠깐 기다려 달라고 전해줘."

"...라고 이야기 하십니다."

위니스트는 기계처럼 서로의 대화를 상대방에게 전달했다.

"그러면 무슨 볼일인지 얼른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라는군요..

"아 저기 말야. 지금 벤하르트는 도대체 그 방 안에서 뭘 하고 있는거야?"

"싸울 준비를 한다고 하셨는데요."

"싸울 준비?"

중간 중간 아주 귀찮아 죽겠다는 듯한 무미건조한 위니스트의 통역을 억지로 걸러내며 둘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뭔가 엄청나게 집중하고 계시는 것 같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그렇게... 그나저나 이니프라고 했던가.. 이 여자 어떻게 그런 곳에서 태연하게 나올 수 있었던 거지?'

"그래 싸울 준비라.."

"그건 왜 묻는 건데요?"

"아 사실 잊고 있었는데, 우리들이 이곳에서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중에 한명이 있는데, 그 사람으로 벤하르트를 조금 도와줄까 해서,"

"어떻게 돕는다는건데요? 가능하다면 제가 설득해보죠 뭐."

"그러니까.."

만 하루 벤하르트의 방은 열기로 가득했다. 벤하르트는 상의를 벗은 채로 무시무시할 정도의 집중을 하고 있었다. 비단 한 방이 아니라 이미 사방의 몇층 정도에는 영향을 줄 정도로 그의 기는 요동치고 있었다.

'후우..'

벤하르트의 주변은 땀으로 온통 흥건한 상태였다. 땀으로 범벅이 된 그는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한참은 멀었구나. 그나저나 한참이 지났는데도 이니프가 오지 않네?'

그가 집중하고 있을때에는 거의 무방비나 다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다른 곳에 신경을 쓰거나 할 겨를이 없었다.

"시간에 맞출수 있으려나.."

한계 이상 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평소의 8할정도의 상태정도라도 만들어 두고 싶었다. 하지만 지친 몸의 피로를 없애는 것은 자신의 마음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최악의 경우도 각오 하지 않으면 안되겠군. 음?'

"아무래도 끝난 모양이네요. 엇? 벤하르트씨 몸 좋네요?"

"큭.."

벤하르트는 부랴부랴 상의를 입으면서 말했다.

"이니프냐. 조금 눈치는 주고 들어오지 그래?"

"그야 벤하르트씨라면 당연히 먼저 알 줄 알았지요."

"그래 그 영상물은 재밌게 보고 왔어?"

"뭐 나름대로는요. 그나저나 방안이 왜이리 후덥지근 한거에요? 으 이 땀좀봐."

이니프는 눈을 좌우로 굴리면서 질색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 조금 집중하다보니 이렇게 되어 버렸군. 바로 들어온 것을 보니 밖에서 기다렸던 모양이지?"

"그렇다고 해둘게요."

"그런데,,"

벤하르트는 이니프를 위아래로 보며 의아해했다.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었나?"

"어떻게 아시는거에요?"

"아니 어떻게고 자시고, 그런게 내 특기중에 하나니까, 좀 더 강해진 것 같은데,"

"그에 대한 건 에실러가 말해줄 거에요. 에실러가 찾고 있으니 가보도록 하세요."

벤하르트는 에실러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어느샌가 소문이 돌았는지 사람들은 벤하르트를 보고 눈에 이채가 서려 있었다. 그 눈빛에는 공포나 두려움 좌절이나 절망등도 섞여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기대'가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들어갑니다."

"아 벤하르트 어서와."

"나를 불렀다고 하던데,"

"그래 중심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서? 어때 잘 됐어?"

"뭐 그럭저럭.. 이니프에게 뭔가를 한 모양이던데,"

"아 그래. 벤하르트 일전에 이야기 하지 않았던게 있는데, 말야. 그것을 지금 말해볼까 해서 말야."

"이야기 하지 않았던 것?"

에실러는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래. 누군가가 들어올고 마계병이 들어오고 또 벤하르트 너마저 들어와서 일이 무산 되기는 했지만, 우리는 망자들을 상대로 길을 만들고 있었어. 여기 있는 위니스트는 백마법사니까, '성'마법의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망자들을 상대로 하는 마법의 길을 만들 수 있었거든.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 사람들이 합심하고 있던 도중에 네가 들어와서 희생자를 내게 된거야."

"그렇군. 그 건은 정말 미안하게 됐어. 이쪽으로서도 어쩔수 없기는 했지만,"

"여기서 문제. 우리는 어떻게 길을 만들 수 있었을까?"

"어떻게라니,"

"어떻게 '누군가'와 '마계병'에 의해 강해진 망자들을 상대로 길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우리들의 실력은 한정적인 것일텐데,"

그러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처음 들어왔을때라면 모를까, 지금의 망자들은 그렇게 녹록한 무리가 아니었다.

"어떻게..?"

"우리들에게는 여기 있는 침술사 니키레우스가 있어. 니키레우스는 사람의 잠재능력을 끌어 올리는 침술을 사용할 수 있지."

"잠재능력이라.. 그래 그런 방식으로 버텨온 것이었나."

"그래. 사실은 처음부터 해줘야 했을지도 모르지만, 만약의 경우도 있으니까, 만약 강화를 했을때 네가 사로잡혀 버리면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제 무덤을 판 것이나 다름 없거든."

"그렇겠지."

"내일 출발한다고 했었지? 그래서 침에 대해서 말하려고 했는데, 접근하기가 어려워서.."

벤하르트의 기운은 평범하게 기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 조차도 움찔하며 물러서게 만드는데 하물며 기를 사용할 수 있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들어가기가 두렵기 짝이 없는 기운이었다. 막연하게 공포를 느끼게 만든다는게 정확한 표현이었을 것이다.

마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무엇인가가 날아와 목이 잘려 죽을 것 같다는 그런 느낌으로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터였다.

"미안하군."

"아냐 아냐. 그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니까, 니키레우스 부탁좀 해도 되겠지?"

녹색머리의 청년이 벤하르트에게 다가왔다.

"옷을 내려주시겠습니까?"

"네."

벤하르트는 다시 상의를 벗고 정좌했다. 니키레우스는 침 몇개를 동시에 양손에 들고 말했다.

"조금 아플겁니다."

"살살 부탁드립니다."

니키레우스는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르기로 벤하르트의 목을 따라 침을 놓다가 중간에서 멈춰 버렸다.

"니키레우스? 뭐하는거야?"

"이럴수가.."

"음?"

벤하르트는 니키레우스의 침을 놓고 있는 손이 멈춘것을 보고 뒤를 돌아 보았다. 니키레우스는 질린 듯한 얼굴로 벤하르트를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제 침으로는 이 이상의 힘을 내게 할 수 없는 모양이군요."

"무슨 뜻이야?"

"이분은 이미 한계 이상의 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거지."

벤하르트는 옷을 다시 입으며 일어났다.

"성의만은 감사히 받도록 하지. 내일 출발해야 될테니 나는 마저 준비를 다하러 돌아가고 싶은데 따로 할 말은 있나?"

"아니.."

"그럼 이만."

벤하르트가 나가자 에실러는 니키레우스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거야?"

"후후 속 편한 소리는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그 자는 말이죠. 이미 자신의 한계에 다다른 힘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 침으로 성장할 여지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럼 벤하르트는 저게 한계라는 소리야?"

"그렇지는 않겠죠. 인간의 한계는 자신의 현재 능력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즉 벤하르트라는 저 사람은 본래 자신의 한계 이상의 능력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어떤 기술인지는 몰라도요. 즉 저 자는 적어도 지금 '현재의' 한계까지의 실력을 끌어다 사용할 수 있다고 해야 하는게 옳겠지요."

"..... 그럴수가.."

"침술사로써 많은 사람들을 보아 왔지만, 저런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여러의미로 대단한 사람입니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조금 이야기라도 나누면서 몸을 조사해보고 싶었을텐데 아쉽군요."

"......"

에실러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벤하르트가 나간 곳을 바라보았다.

작가의말

오늘은 조금 일찍 올리겠습니다.

생각보다 글이 제대로 안써져서 기분이 조금 별로네요.. ㅠㅠ..

죄송합니다.

[우끼끼랑]

ㄷㄷㄷㄷ 건필하세여
벤하르트 간지 ㄷㄷ

[L에일리]

ㅋㅋㅋ 먼닭느낌이 펄펄..이제 적이 되어버린 철방 사람들 긴장좀 타야겠네요 ㅋㅋㅋ
잘 보고 갑니다

[아키라나]

벤하르트 무쌍을 보고 싶은 1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