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28화(582화)-
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그러고보니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지.'
제4지역의 바람은 '살아 있는 것'이다. 생물도 아니고 생물이 아닌 것도 아니다. 존재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고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이야기를 믿는 자에게는 존재하는 것이고 믿지 않는 자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신비중 하나였다.
"이름이.. 그래, 녹색의 바람이었던가?"
화답이라도 하듯 살랑이는 바람은 벤하르트를 휘감고 달아났다.
'나도 그런 이야기는 믿는 부류인가보군.'
바람이 지나가자 벤하르트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온통 숲 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에 그는 힘껏 뛰어 올랐다. 거대한 나무의 꼭대기에 올라서서 그는 경치를 둘러 보았다.
"크기도 하구만,"
벤하르트를 중심으로 사방에는 숲 밖에 존재하고 있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대륙처럼 바다처럼 이루어진 녹색의 숲. 벤하르트는 호루탈 숲에 도착한 것이다.
다시 내려와 그는 숲을 걸었다.
'꽤 다양한 생물이 있는 모양이군.'
벤하르트는 숲에 남은 발자국을 보고 생각했다. 자신의 몸보다 더욱 거대한 발자국이 사방에 나 있었다. 그 외에도 작은 자취들도 여럿 보였고 벤하르트를 보고 달아나는 마수의 무리도 있었다.
"가만 보자 철편수는 분명히 남서쪽에 모여 있다고 했으니까,"
그는 마도구를 이용해 방위를 맞추고 남서쪽으로 달려 보았다.
'조용히 사냥만 하고 싶었는데 무리겠군'
자신을 쫓는 마수의 무리를 발견하고 그는 검에 손을 가져갔다. 다양한 각도에서 들어오는 공격은 매섭기 짝이 없었으나, 종이 한장 차이로 피해낸 벤하르트는 그대로 검집째로 후려 쳐서 기절시키고는 갈 길을 재촉했다.
'꽤나 수준이 높은데? 처음 마계에 떨어졌을때가 생각나는구만,'
당시에는 요셉이 그를 지켜주었지만, 이제 벤하르트에게 도움은 필요치 않았다. 숲은 이방인을 싫어한다. 이방인이 호루탈 숲에 올 일이 있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냥' 정도에 있다.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사냥감이 되는 역할 따위 누가 좋아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제 4지역 호루탈 숲의 일원은 이방인을 배척한다.
'읏.'
날아오는 화살에 벤하르트는 검을 뽑아 그대로 양단해 버렸다.
'화살?'
"이방인아. 우리의 숲에서 나가라."
순백의 피부에 몸에 푸르스름한 문양을 새긴 여인이 활을 겨누고 마계의 공용어로 말했다.
"흐음.. 귀찮군. 크레노트씨도 이정도의 위험한 일을 시키다니 보수는 제대로 받아 둬야 겠는데,"
사람의 인영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샌가 활을 든 종족이 벤하르트를 둘러쌌다.
"저 혹시 어떤 종족이십니까?"
벤하르트는 어눌하게 마계의 공용어로 물었다. 숲의 무리는 웅성웅성이다가 맨 처음 벤하르트에게 활을 쏘았던 여인이 나서서 말했다.
"우리는 쉬에프 종족이다. 이방인이 이곳에 어떤 용무로 왔는지는 모르나, 바로 나간다면 죽이지는 않겠다."
"그건 무리입니다. 숲에 해가 되지는 않게 잘 할테니 조금만 있다가 나가겠습니다."
"헛소리!"
여인은 두말 할 것도 없다는 듯 벤하르트에게 활을 겨냥 했다.
"나가지 않겠다면 쏘겠다."
벤하르트는 본래 억지를 부리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성격이었지만, 쉬에프 무리들이 상당히 과격하게 나왔고, 여기까지 온게 헛수고가 되어 버리는 것도 원하는 바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을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얼른 나가겠다고 말해! 셋을 세겠다!"
벤하르트는 그녀의 화살을 쥔 손에 시선을 집중했다. 여인은 그가 나갈 생각이 없음을 깨닫고 손에 힘을 주었다.
'일단 사로 잡기라도 해야지!'
그렇게 마음먹고 그녀는 벤하르트의 어깨를 겨냥했다. 벤하르트는 여인이 활 시위에서 힘을 놓는 것과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살은 허공을 가로 질렀고 벤하르트는 빠르게 그들을 돌파했다.
"말도 안돼."
숲의 종족 쉬에프는 본래 요정족으로 부터 유래된 종족이었다. 활을 주 무기로 삼고 활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가렌더 부크를 여황에게 넘긴 요정 부족은 각기 여황의 인도에 따라 여러 터전을 잡았다. 시공의 틈새에 자로잡은 요정도시와 가렌더 부크처럼 이계를 잇는 소도시 그리고 마계에 자리잡은 요정들도 있었는데, 그 소수가 바로 쉬에프 종족이었다.
쉬에프 종족은 호루탈 숲의 정기를 받아 몸에 문양을 받게 되고 숲의 힘을 사용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은 숲의 의지를 안고 함께 살아가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방인의 사냥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이방인이 호루탈 숲에 오는 것은 열에 열은 마수를 사냥하기 위함이었다. 제 4지역의 3분의 1을 뒤덮고 있는 호루탈 숲은 굉장히 많은 종류의 마수들이 서식하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희귀종도 굉장히 많았다. 철편수도 나름대로 희귀한 마수였다.
자연히 그 희귀 마수를 사냥하고자 여러 이방인들이 이 숲에 들렀고 쉬에프 종족은 그들을 배척했다. 그들은 선천적인 요정의 힘과 더불어 숲의 힘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통의 사람들은 도저히 당해 낼 수 없었다.
'순순히 나가겠다고 할 걸 그랬나..'
하지만 그는 저런 자존심 높은 종족을 기만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쨋든 그는 철편수의 이를 얻어가기로 마음먹었고, 그렇게 마음 먹은 이상 그들을 속이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화살이 폭우처럼 쏟아 졌다. 벤하르트는 요리조리 정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움직임으로 그 화살들을 전부 피하고 쳐내면서 내달렸다.
본디 쉬에프는 온순한 종족이었다. '숲을 지킨다'라는 명분만 봐도 본디 싸움을 좋아하는 종족은 아니었으나, 그간 여럿 피해와 숲의 고달픔을 보고 수많은 마계의 종족들과 싸우면서 성격이 점차 변해갔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숲을 해하는 이방인들을 엄청나게 혐오했고 멸시했다. 그렇게 몇년간 굳어져 온 인식은 그들을 공격적이게 만들기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이대로는 안되겠군.'
벤하르트는 검을 들어 살짝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그의 뒤에 그와 똑같은 분신이 만들어 졌고 그대로 벤하르트는 다리에 힘을 주어 반대로 가속하여 자리를 쉬에프들의 시야에서 이탈해버렸다. 순간 쉬에프 종족은 가속하는 벤하르트를 보고 무슨 일인가 싶어서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의아해 했지만, 눈앞에 달리고 있는 벤하르트가 있었기에 그 '분신'을 쫓을수 밖에 없었다.
결국 분신은 달리고 달리다가 다리에 화살이 박히고 그들에게 사로 잡히고 말았다.
"흐음 일단은 바로 죽이면 모를까.. 몇시간 정도는 버텨주려나."
"헛소리.."
흠칫 놀라며 그는 검에 손을 가져가 자세를 취했다. 그림자 속에서 처음 자신에게 활을 쏘았던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벤하르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런,.. 따돌릴 수 없었나."
"다시 묻겠다. 숲에서 나가. 이번에는 위협이 아니라 진짜로 쏘겠다."
벤하르트도 방금전의 화살이 자신의 어깨를 노린 화살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녀가 겨냥한 곳은 확실하게 그의 심장이었다.
"이번에는 빗나가지 않아. 숲의 정기가 나를 수호하고 있다."
'확실히 기도가 다르긴 하구만,'
그녀의 주변을 두르는 청명한 기를 보고 벤하르트는 이번에는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기회를 주는 것은 네가 우리 숲의 동물들을 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가지 않겠다면, 이쪽도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겠다."
그녀는 화살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 작가의말
양이 짧네요..
무한공간도 수정 하고 무한공간을 쓰고 엔쿠라스를 쓰고
운동에 공부에.. 할게 너무 많네요. -0-;;
아쉽습니다.
앞부분에 추가하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다만, 나중에 수정하면서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고치려나..) 별로 중요한 내용은 아니기에 상관은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나저나 참 시간에 쫓기는 군요. 마감이란 이런것인가 싶습니다. 1분 남기고.. 아슬아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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