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90화-주마의 숲(8)
"그렇게 된거지. 도와주지 않은건 아니지만, 애초에 우리들은 마수. 남을 치료하는데에는 서투르기 짝이 없는 무리들이지. 인간과는 생각 체계 부터가 다르니까, 단순 무식 하거든."
왠지 그녀의 말투의 끝말은 상쾌한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이게 지금 스스로 회복 되었다는 건가?"
"스스로는 잘 모르겠지만, 이쪽이 별로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건 확실하지. 거의 자체 회복력으로 회복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걸."
그 말을 듣고 벤하르트는 마수들과 싸웠던 때를 떠올렸다. 만마리는 가볍게 넘기는 마수의 무리. 그런 마수들을 상대하고 난 후 자신의 상태는 설사 치료를 했다고 해도 그렇게 빠르게 회복될수 있을 정도의 상처 였을까? 하는 의문.
아니다. 상처 자체는 나름대로 빠르게 회복하는데 무리가 없을지 몰라도, 애초에 그 외에도 체력이라는 부분도 신체의 환경에는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곳에 들어올때만 해도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싸울수 있을 정도 까지는 회복 되었다는게 상황때문인지 인지 하지 못했지만, 평상시의 상황에서도 가능한것이었을지 객관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그렇게 회복 될수 있을것이라고 생각까지 하고 있었는데,'
그 이상할 정도로 빠른 회복력을 자신이 눈치채지 못한게 가장 의문인 것이었다. 마치 평상시의 자신의 몸을 대하는것처럼 그는 평상시와는 다른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회복 하면, 리스 이건 흡혈귀와 관계가 있는건가?'
[흐음. 네 안에 들어가 있는 피는 그정도의 회복을 하기에는 조금 무리지. 고작해야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정도니까,, 하지만 그렇게 짚어낸것 자체는 정답이야.]
'뭐야. 내가 어떻게 된건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고 있잖아.'
[그야 뭐.. 나는 너보다 너를 더 잘 알고 있으니까, 그정도는 당연하지.]
'당연하지 않잖아. 의미심장하잖아.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상상하는 그대로지. 뭐 이런 마당에 숨기고 말고 할게 뭐 있겠어.]
'너.. 뭐 알았다. 이제 와서 꼬치꼬치 캐물을것도 없는 일이지. 그래서 나한테 일어난 일이 뭔데 그래?'
[정말 말해도 돼? 조금은 충격을 먹을지도 모르는데,]
리스의 말에 벤하르트는 잠시 멈칫 했지만, 피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말해줘.'
[벤 네 현재 몸 상태 말인데, 사실은 너는 이제 순수하게 인간이라고 할수는 없어.]
'그정도야 알고 있어.'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는거야. 실제로 네 인간의 피가 더 옅다고 말할수 있을 정도로 상하 관계가 역전 되어 있다는 거야. 이전의 네 몸이 인간이 90이고 다른 이물이 10 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의 너는 인간이 50 그리고 이물이 50 반반 정도가 되어 있는 것이지.]
'뭐!?'
[봐 철렁 했지?]
'아니 뭐 그렇지는 않은데,'
그런 거짓말이 리스에게 통할리 없었다.
[너는 내 피만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중간에 또 누군가에게 요력을 받았었잖아. 지금은 자고 있을지 몰라도, 그 요력과 내 마력 그리고 인력 그리고,, 아니 이렇게 셋이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는 상태라 이거지. 그런 마당에 이곳에 들어와 버려서 마기의 영향을 받아 버리게 된거야.]
'주마의 숲.'
[이곳은 마수들이 모여 사는 곳. 마계와 비교한다고 해도 그 마기(魔氣)의 농도가 이곳이 더 짙을 정도니까, 내 피나 그 여자의 요력이 반응하기 쉬워 지는 것이지.]
'그렇게 된건가.'
[네가 이상하지 않게 생각했던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해. 네 몸은 설사 그렇게 달라지고 있다고 해도 네 소유니까, 팔이 변했다. 눈이 변했다. 머리가 괴물로 변했다. 같은 일들이 아닌 한에야 그런 긴박한 상황에서 회복력이 좋다는것을 깨닫기는 힘들지. 어디까지나 네 몸이니까, 네 머릿속에서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그저 회복력만 올라간 상태니까, 무의식적으로 너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건데, 그 근간이 무엇인지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어느정도는 눈치챘겠지?]
'주마의 탑에 영향을 받아 내 안의 인간외적인 부분도 나 자신이라는 건가?'
[꽤 비슷해. 너는 한사람이지만, 네 안에 있는 너는 굉장히 무수한 자신이 있어. 예를들어 레니아를 만나기 전의 너와 만난 후의 변화한 너는 분명히 차이가 있지만 벤 네 자신이라는것에는 변함이 없지. 그렇게 자기 자신안에도 무수한 자기 자신이 있는건데, 지금 여기에 있는 벤 너는 평상시와는 조금 다른 너 자신일거야. 그렇다고 해서 네가 네가 아닌건 아니고, 평상시와 별로 대단한 차이가 나는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회복력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너 자신이었다는 것이겠지.]
'미묘하구만,'
[그렇지..]
'그럼 지금 나는 반은 마수 같은 건가?'
리스는 버럭 성질을 내며 말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내 피나 그 요괴 여자의 요력은 그렇게 엉망이 아니라고, 물론 그 요괴 여자도 내 피의 존재성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만, 어쨋든 순도로 따지면 마수 따위와는 질이 틀리지. 그렇고 말고,]
'아니 그런 자부심을 들으려고 말한게 아닌데,'
[마수와 비교따윌 하다니.. 여하튼 지금은 그렇지. 이곳에서는 되도록 상처를 입어서는 안돼 상처를 입으면 입을수록 네가 그렇게 지키고 싶어하던 인간은 점점 마수의 피에 먹혀 들어가게 될테니까, 처음에 마수들과 대거로 싸웠을때는 회복력이 인간보다 조금 더 빨랐을 정도였지? 하지만 두번째는? 그 구멍은 도저히 '조금 더 회복력이 좋다' 정도로 수습할수 있는게 아니야. 즉사 까지는 아니어도 그대로 두면 죽음이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상처가 빠르게 아물었어. 인외적 존재의 힘이 그정도로 강해졌다는것을 뜻하는거지. 과연 지금은 어떨까?]
그렇게 듣고보니 사태가 그렇게 가벼운 사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벤하르트는 리스에게 물었다.
'잠깐 나는 이제부터 계속 그런 상태를 유지하게 되는건 아니겠지? 이곳을 나가게 되면 원상태로 돌아온다거나..'
[그거야 뭐 그렇겠지. 농도가 짙은 곳에서나 이정도까지 상승해 있는거니까, 추가로 말해야 할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뭐야.. 그렇다면 별로 놀랄것도 없는것 아냐.'
리스의 첫번째 말만 듣고 벤하르트는 안심했다.
[글세. 하지만 말야. 벤. 네 인간의 피가 버티고 있는건 그저 네 정신이 강하기 때문일 뿐이야. 사실상 내가 피를 줬을때조차도 보통은 그 적은 양이라도 10분의 1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흡혈귀의 여왕이라고 아니 여신이라고 불리우는..]
'굳이 정정할 필요가 있었나 거기..'
[조용. 듣기나 해. 쳇.. 그러니까 그런 내 피가 고작해야 10분의 1이라고 하지만 인간의 피를 점령하지 못할것 같아? 물론 쉽지는 않겠지. 그러니까 그런 조건하에 레니아와 상의해 그정도의 양만 주입해서 회복력에 쏟아서 살아 남은것 뿐이니까,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는 어때? 내 피는 이미 네 몸의 3분의 1을 먹어 서고 있어. 지금 네가 '인간'으로 존재할수 있는건 당연한게 아니야. 그렇게 정신이 올곧기 때문에 버티고 있는것 뿐. 3분의 1이면 언제 내 피가 주도권을 잡아서 흡혈귀로 변할지 알수 없을 정도의 양이란 말이지.]
'그 그래? 하지만 여기서 나가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테니까 상관 없지 않을까?'
[아니 이곳에서 흡혈귀화 되어 버리면, 나가도 돌아올수 없어. 나가서 흡혈귀의 힘이 반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인간의 피가 내 피를 누를수 있을까? 너라고 해도 무릴걸. 아마... 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심각하구나 정말..'
[철렁 철렁.]
'놀릴때가 아니잖아!'
[그러니까 더 이상 상처를 입어서는 안돼. 요괴의 그리고 내 피가 강해진 이곳에서 더 상처를 입었다가는 더욱더 그쪽으로 힘이 실리게 되어 버려, 지금은 3분의1이지만, 그게 3분의 2가 되면 어떨까? 네 정신으로도 누를수 없는 양이 되어 버린다면? 최강의 개미가 있다고 해도 코끼리에게는 당해내지 못해. 네 인간성이 내 피에 대항할수 있는것도 아직까지는 그 양이 많기 때문이니까, 앞으로는 절대로 다쳐선 안된다는거지.]
'명심하도록 할게. 그나저나 넌 내가 흡혈귀가 되는걸 바라는것 아니었나?'
[아.. 으음.. 뭐 그런거지? 이제와 아무렴 어때? 라는 느낌? 내 개인적으로는 되나 안되나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너는 다를것 아냐? 일단은 그쪽 관점에서 설명해준것 뿐이야. 또 만약 흡혈귀라도 되어 봐. 네 성격상 '하하 흡혈귀가 되어 버렸네?' 라고 말할리도 없고, 한동안 엄청난 정색과 원망과 기타 등등 얼마만큼 찌질하게 보이게 될지는,, 난 그런걸 감당해 주고 싶지는 않거든. 하지만 된다고 해도 나쁘지는 않겠다.]
'아니 정중하게 거절하도록 할게. 여하튼... 여러모로 고마워.'
[그런건 멋쩍어 하면서 말하면 별로 멋이 없는데 말야. 아 그리고 여기서 끝내면 곤란한데, 사실은 말하지 않은게 더 있었거든.]
섬칫 놀라면서 벤하르트가 물었다.
'그것도 안좋은 소식인가?'
[사실 말이지. 방금 말한 '역전' 현상은 별게 아니거든 아무래도 이 이후 전투는 없을것 같은 분위기이고, 이렇게 주의를 주는데 네가 다칠리도 없고, 사실 최악의 경우는 내가 수습을 조금 하는것도 가능하고,,]
'아니 그걸 먼저 말했어야지! 왜 이제와 말하는거야?'
[그럼 쉽게 안심해 버리게 되는데, 그럼 재미가 없잖아.]
'너... 정말 악녀구나..'
[아핫 그거 나한테는 완전히 칭찬인거 알고 있어?]
리스의 목소리는 정말로 기쁜듯 보였다.
'그래.. 어쨋든 그 다음건..?'
[아까 이야기 했었지? 여기서 역전이 일어나면 밖으로 나가도 인간으로 돌아올수는 없다고, 그 이야기의 연장인데, 여기서 강화된 인간 외적인 힘은 밖으로 나가면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 약해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농도적인 차원에서의 일이라는거야. 즉 비율로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지.]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여기서 내 흡혈귀와 요괴의 힘을 합한 것 그리고 인간의 비율이 5:5 라고 한다면, 밖으로 나가게 되면 인간외적인 힘이 약해지겠지? 그건 맞아. 하지만,,]
'하지만..?'
이미 벤하르트도 어떤 이야기인지는 감이 잡히고 있었지만, 구태어 물은것은 확실하게 해두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네가 이곳에 들어올때의 인외적인 힘은 약 20 정도로 잡아 두었다면, 그 힘이 이곳에서 인간의 힘 대신에 힘을 얻어 버린 만큼 즉 네 치료때문에 강해진 부분은 나간다고 해도 완벽하게 사라지는게 아니야. 물론 낮아지기야 하겠지만, 그러니까 본래 20이었던 부분이 밖으로 나가게 되면 30... 그보다 더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지.]
'하아..'
[철렁 거렸지?]
'몇번이고 말할 작정이야? 도대체.. 하지만 그래 졌다. 완벽하게 계속 해서 철렁철렁 거렸다고!'
[꼭 인간이길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나? 흡혈귀던 요괴던 막말로 마수던 별로 상관은 없잖아.]
'하지만 나는 그렇게는 말할수 없어.'
[그렇겠지.]
리스도 간단하게 수긍했다. 벤하르트란 그런 인간이니까,
[어쨋든 이제 밖이나 조금 신경 쓰는게 좋을것 같은데?]
'뭐?'
순간 벤하르트는 거친 충격에 눈을 떳다.
"아야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자 마수는 손가락으로 벤하르트를 가리키고 있었다. 꿀밤이라도 먹인듯 했지만, 그 충격은 마치 주먹이라도 맞은듯한 아픔이었다.
"뭐하고 있는거야? 말해도 대답도 없고 정말 죽었는줄 알았네."
'뭐지? 분명히 밖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줄 알았는데 어느새.. 아니 그보다 이것도 상처에 들어가나?'
"아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까?"
마수들은 다들 미친 사람이라도 보는듯 벤하르트를 보고 있었다.
- 작가의말
일주일에 두번만 쉬어도 소원이 없겠는데 말입죠.. 후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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