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8화(562화)-마신(魔神)(2)
구아나의 집은 어디 하나 제대로 된 곳이 없었다. 자리가 워낙에 없어서 벤하르트와 리스는 온갖 잡동사니를 치우고 나서야 겨우 이야기를 할만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도시에 대해서 알고 싶다고? 알아서 뭐하게?"
"그거야 알고 나서 생각해야 할 문제겠지. 정히 내키지 않는다면 이쪽에서도 강요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만,"
"뭐 재밌을 것 같고, 무츠의 부탁이라고 하니 내키지 않는건 아니지만, 뭐 이쪽에서도 궁금한건 궁금한거니까,,"
"그런데 말야. 아까부터 무츠무츠 라고 말하던데, 당신 말야 나이가 어떻게 되는거야?"
리스의 물음에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구아나가 말했다.
"무츠와 동갑이지."
벤하르트와 리스는 순간 놀란 얼굴이 되었다가 이내 리스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나는 그렇다치고 벤 너는 왜 놀라는거야? 애초에 네 경우가 더 특이한 상황이면서 말야."
"아 그렇지."
"오호."
구아나는 몽롱했던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도시에 대한 이야기는 무엇이라도 해줄게. 대신에 네 이야기를 그 대가로 받아 가야 겠어."
"내 이야기라고?"
구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이야기를 해달라는 거지?"
"전부? 나는 궁금한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말야. 애시당초에 너희들이 놀란건 무츠의 나이와 같다고 한 내 얼굴이 생각보다 젊어 보였기 때문이었을텐데, 그것보다 더 특이한 상황이라고 하면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해 져 버렸어."
벤하르트는 슬쩍 리스에게 원망스런 눈짓을 보냈지만, 리스는 모른척 딴청을 피웠다.
"좋겠지. 그래 그럼 일단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줘. 이 도시에 있는 종교가 어떤 것인지부터,,"
"그 전에 한가지 물어 보고 싶은게 있는데,"
"뭐지?"
"내가 말하는건 뭐든지 믿을 각오가 되어 있느냐 하는 거야."
"질문의 의미를 모르겠지만, 되도록이면 전부 수용할 생각이지."
"그게 마왕이나 마족같은 이야기일지라도?"
구아나의 말에 벤하르트와 리스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런 이야기거든. 악마라고도 불리우고 마왕이라고도 불리우는 뭐 그런 옛 전설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야. 이 도시에 퍼져 있는 종교의 이야기는. 나에게 있어서는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지만,"
"믿을테니,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군."
'왠지 이런 이야기에 전혀 동요하는 기색이 없는 걸 보니 이런 이야기에 익숙한 모양이군. 나중에 꼭 물어 봐야지.'
구아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곳에 있는 것은 일전에 마계라는 곳에서 마왕의 신분이었던 한 마족이야. 당대에 마계에서는 거의 최강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마계에는 상당히 많은 마왕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이었던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 그렇게 무적으로 지냈던 마왕은 이윽고 마신(魔神)이라고 까지 불리우며 경외의 대상이 되었는데,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어떤 흡혈귀가 있었나봐."
"어? 흡혈귀?"
벤하르트는 슬쩍 리스를 보았는데 리스의 얼굴은 아주 미묘한 얼굴로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뭐 문제라도 있어?"
"아니 계속 해줘."
"그 흡혈귀는 마계에서도 유명한 무지막지하게 강하고 아름다웠다는데, 마신이라고 불리우며 자신보다 더한 취급을 받는것을 용서할수 없었다나,, 하는 이유로 마신에게 싸움을 걸었다고 해. 그 둘의 대결은 수십일이 지나도 승부가 나지 않았는데, 결국은 흡혈귀가 승리를 했대. 그 마신은 몸이 양단되어서 상반신과 하반신이 따로 잘려서 봉인 되었는데, 그 봉인석중 하나가 바로 이 도시에 오게 된거야."
"봉인석이 이곳에 왔다니..?"
"마계에서 가져온건지 아니면 이 인간계의 어딘가에서 찾은건지는 몰라도 이곳 붕화도시의 종교 그 교주는 어디선가 그 봉인석을 가져 왔지. 그 이후로 그는 사악한 종교를 이 도시 전역에 전파 시켰고 이윽고 도시는 종교에 먹혔다..는게 지금의 이야기지."
"흐음.. 리스 뭔가 짐작가는게 있는거 아냐?"
벤하르트는 리스의 약간은 들뜬것 같으면서도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태도에서 반쯤 확신을 가지고 물었다.
"뭐? 아 뭐.. 음.. 조금?"
벤하르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말했다.
"나 참 너였던 거냐고, 하여간 가지가지도 전설에 한 획을 그어 놓으셨구만,"
"아니 벤 잠깐만,"
"뭐 뭐뭐 뭐라고! 그게 무슨 뜻이야?"
벤하르트의 말에 구아나는 눈빛을 반짝이며 리스를 바라 보았다. 아무래도 호기심에 불을 지핀 듯한 느낌이라 리스는 벤하르트를 원망스러운듯 쳐다보았지만, 벤하르트는 모른척 딴청을 피웠다.
"좋아 좋아 오늘은 참으로 풍족한 날이로구나."
"설마 낯이 익다고 생각했더니 크로세트의 이야기였나?"
"크로세트?"
"우와."
구아나는 반색 하며 놀랐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가 이야기 할 때는 크로세트라고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이름을 알고 있다는건 리스가 크로세트와 무언가 연관이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었다.
"몇천년 전이었나?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뭐 그런 마족이 있었어. 젊은 나이에 이미 거대한 힘을 손에 넣어 마왕의 자리에 오르고 건방지게도 마왕 회합을 열어서 누가 최강인지 가려 보자고 스스로가 권유한 뒤에 당대의 마왕을 전부 박살내버리고 스스로를 마신으로 칭한 건방진 애송이 녀석이 있었는데 말이지."
리스의 이야기에 구아나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펜대를 굴리며 줄줄이 무언가를 적어 내고 있었다.
"마계에서도 '힘'이나 '강함'하면 유명한 축들이 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나였거든. 크로세트 녀석은 강함이라는 것에 일획을 긋고 있는 녀석들을 찾아 다니면서 몇차례 이겨 버렸단 말야. 그리고 나서는 최강을 자처하는데 후우 나도 참 젊었었지."
'아니 지금도 그때도 넌 젊지 않았어.'
문득 그렇게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그는 구태여 말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스스로를 최강이라고 주장하고 다닌게 정말 꼴사납고 배알이 틀렸던 거야. 그래서 뭐 찾아가서 싸웠지.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꽤 오래 싸웠었던것 같아. 서로간에 힘이 비슷해서 쉽사리 결판을 낼수가 없었거든,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나는 힘을 무한하게 얻어낼수 있으니까, 결국은 체력이 딸리게 된 크로세트가 졌는데, 으음.. 뭐 뒷이야기는 구아나가 말한 대로긴 한데,"
리스는 차마 그 당시에 자신이 행동한 것을 벤하르트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음 음 참 어렸었었지.'
"잠깐 잠깐, 이야 그러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게 그 흡혈귀란 말이네! 이런 횡재가 아니 이런게 가능한건가? 아 맞다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이 도시는 그 종교에 전부 물들어 있으니까, 흡혈귀의 흡 소리만 나와도 펄펄 뛰는 녀석들이거든. 음 음 잠깐 후드를 조금 벗어 주지 않을래?"
평상시 같으면 시원하게 벗었을 그녀였지만, 눈을 번뜩이며 이곳 저곳을 보는 구아나의 눈빛에 리스는 약간 위축되어 조심스럽게 후드를 벗었다.
"좋아 최고야. 아주 좋은 마법이 완성 될 수 있을 것 같아. 잠깐잠깐 도시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으니까, 더 이야기 해줄테니 흡혈귀.. 아니 리스의 이야기를 조금 이후에 더 들려 줘도 괜찮지? 아 그쪽의 벤하르트도 물어 볼거고, 아핫 무츠 녀석 굉장한 선물을 보내 줬잖아!"
'흐음..'
"그래 도시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아 그렇지. 지금 이 도시에 있는 그 '크로세트'라는 마신의 종교의 교주의 최종 목적은 말야. 마신 크로세트의 부활이야."
"부활!?"
"반신(半神)이기는 하지만, 그 봉인 되었던 봉인석을 부활 시키기 위해서 이 도시에 오게 된 것이지. 이 도시야 말로 마신이 강림하기 가장 좋은 곳이거든."
"어째서지?"
"마신은 봉인 되었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죽지 않았을 뿐' '죽은것이나 다름 없는' 상태였거든, 무슨 수를 쓴다 해도 복구는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인데, 그 때문에 필요한 것이 이 도시에 있기 때문이야."
"필요한 것?"
"모태(母胎)말이지."
"모태..라고?"
"모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어머니와는 거리가 멀지. 어떻게 보면 순수한 제물에 가까워. 다만, 마왕이 그 피와 살로 부터 탄생하기 때문에 모태라고 신성시를 담아 이름을 붙혀 두었을뿐. 마신을 부활 시키는데 필요한 것은 마신을 부활 시키기 위한 경외심과 더불어 마신을 이룰 피와 살이 필요한데, 사실 보통 인간의 피와 살로는 그런 것을 감당해 낼 수 없어. 때문에 신체(神體)가 필요하게 돼. 그게 바로 모태인 것이지."
'설마..?'
벤하르트는 품안에서 사진 하나를 꺼내 들었다.
"혹시 이 아이를 알고 있나?"
"어떻게 이 사진을 가지고 있는거지? 이 아이가 바로 마신의 모태야."
"이 아이가 모태라고!?"
"그래. 이 아이의 모친은 이미 열렬한 신자라서 이 아이의 목숨을 바치는 것 자체를 은총이라고 착각 하는 바보 거든. 그런 신앙심 같은게 바로 마신을 부활 시키는 힘들중 하나겠지만,"
"그나저나 넌 어떻게 그런 것들을 전부 알고 있는거지?"
"나는 이 도시의 어디든지 사념을 집중 시킬 수 있거든, '내가 본 것'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전부를 알 수 있는건 아니지만, 종교가 심상치 않아 지기 시작할 때 여러가지로 알아 뒀었거든. 이야기 자체는 흥미로워서 여러가지 좋은 소재거리를 얻을 수 있었지만, 이쪽에서 어떻게 손을 쓸 수는 없었지."
벤하르트는 미간에 인상을 썼다.
"이 아이는 열렬한 신자인가?"
"아니 신체(神體)이자 모태(母胎)인 인간이 고작해야 이런 주술에 걸릴 수 있을리 없지. 이 아이는 완벽하게 정상 아니 그 이상이야. 아직 여덟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사고는 철이 들 정도로 성숙하지. 그러니까 '맨 정신'으로 추잡한 종교를 이해하고 있는거야. 도시에서 몇 안되는 제정신의 인간이지."
"소름 돋는 이야기로군."
고작해야 8살난 아이가 이정도로 미친 공간에서 '제정신'으로 있어야 한다는게 어느정도로 고역인지 벤하르트는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 아이가 이 도시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어머니가 이 도시에 묶여 있기 때문이야."
"엄청나게도 조사 하셨군."
"뭐 이게 낙이니까, 원한다면 위치라도 알아봐 줄까?"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탁했다.
구아나는 눈을 감고 자신의 사념을 집 밖으로 내어 온 도시를 돌아 다녔다.
'모태는 신전에 있으려나?'
그녀의 사념은 신전의 안으로 들어가 광신도들을 지나 점차 안으로 들어갔다.
'여긴 언제 봐도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니까, 예전에 머물렀던 곳으로 가면 되려나.. 응?'
구아나의 사념은 무언가를 발견하고 가까히에 접근해 보았다.
'교주잖아?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교주는 누군가와 함께 걷고 있었다 검은 망토로 얼굴을 전부 가린 사람과 함께 걸으며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떠십니까?"
"아직이로군. 아직이야. 이정도로는 안된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신도들을 더 끌어 모으다가는 이제 나라에서도 묵인할 수 없을 정도가."
"크크.. 머지 않았다. 내가 부활하게 된다면, 무엇이 두려운가? 이 나라는 네놈의 것이 될 터인데,"
"그 그렇습니다만, 그 이전에 당하게 된다면,"
"누가 당한 다는 것이냐!"
"히 히익 크아아.."
망토의 남자의 손에서 붉은 번개가 교주의 몸을 결박해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하찮은 삼류 사이비 교주를 누가 이렇게 까지 만들어 주었는가?"
"그 그윽."
"네 욕망을 이루어줄 신은 누구인가?"
"끄아아.."
붉은 번개를 땅으로 내리며 망토의 남자가 말했다.
"내게 불가능이란 없다."
"예 예.. 크로세트님."
'크로세트..라고!?'
구아나가 놀라기도 전에 검은 망토를 두른 남자는 붉은 눈으로 쏘아 보며 말했다.
"잔챙이가!"
'아 안돼.'
사념이 달아나는 것 보다 더 빠르게 한 손에서 뻗혀 나오는 붉은 번개가 그녀의 사념을 묶는 것이 더 빨랐다.
'제 젠장..'
"흐음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그 마법사의 영혼이로군."
"아 이전에 말했던,, 그.."
"그렇다.. 크크큭 부활의 때가 다가오는구나.."
"읏."
"어이 어찌 된 일이지? 무슨 일이 일어 났던 거야?"
"일은 이미 일어 났어. 내 마지막 사념을 끊어서 이곳으로 날린 거니까 잘 들어. '나는 잡혔어.' 그리고 '크로세트'는 어찌 된 일인지 이미 부활 해 있어."
"뭐 그게 무슨 뜻이야?"
"전할 수 있는 저장된 말은 그것 하나 뿐이야. 나는 사념의 분신.. 아.. 무츠.."
구아나는 한마디 탄식을 내뱉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어 버렸다.
"아무래도 크로세트에게 혼을 빼앗긴 것 같네."
"혼을?"
"크로세트는 뭐라 해도 마신이라고 까지 불리면서 나와도 필적한 힘을 가졌지만, 그중에서도 여러가지 주술이나 마법에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있었지. 아무래도 사념으로 보고 있었던 구아나를 잡은게 아닐까 싶어."
"그러면 어떻게 되는거지?"
"며칠 정도라면 상관 없겠지만, 너무 많은 시간 혼을 비우게 되면 육체가 죽어 버리게 되겠지."
"무츠씨에게 빚진 것도 갚아야 겠다. 구아나에게도 빚을 지고만 끝낼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지."
"빙빙 돌려 말할 것 있나? 구하러 가고 싶다면 그렇다고 말하면 되잖아?"
벤하르트는 입을 다물고 구아나의 집에서 나서기 위해 발을 놀렸다.
"근데 이곳에서는 어떻게 나가지?"
- 작가의말
뭔가 댓글이 잔뜩 달려서 기뻤던 오늘이었습니다.
글쟁이에게 있어 가장 큰 힘이 되어 주는건 그래요 댓글 뿐이죠!
뭐 그렇습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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