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530화-
'저기 리스 그 이야기를 해버렸으면 죽이겠다는 건 그냥 협박하기 위해서 한 말이지?'
[글세. 그건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
'경우?'
[그럴리는 없겠지만, 여왕이 이 비밀을 발설했을 경우에도 내가 이 여행을 계속 할 수 있다면, 나는 구태어 그런 행동을 할 필요가 없겠지. 하지만 만약에 여행을 계속 할수 없게 되어 버린다면, 아마도 나는 내가 말한데로 행했을 거야.]
'거짓말이지?'
[자유롭게 생각하도록 해. 누가 뭐라고 하든 나는 마왕보다도 더 악랄하다고 칭송 받던 흡혈귀니까, 굳이 한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안한다는 보장은 없어.]
'그럼 안하는 쪽으로.. 믿고 있을게.'
벤하르트가 방으로 돌아오자 어느새 돌아온 레니아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다. 벤하르트는 혹시나 여왕이 자신의 비밀을 말했나 싶어 순간 가슴이 철렁 거렸다.
"왔어? 레니아?"
"그래. 그나저나 벤. 너 말야. 으음."
레니아는 조금 머뭇 거리면서 눈을 흘겼다.
"뭐 할말 있어?"
"그래. 그러니까, 너 말야."
레니아는 계속해서 우물쭈물 거리다가 말했다.
"트레이야를 좋아해?"
"뭐? 내가? 갑자기 왠 트레이야야?"
벤하르트는 당황해 하며 부인했다.
"누가 그래? 아니 트레이야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뭐 좋아하긴 해도 그런 종류의 좋아하는게 아니라, 그나저나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어?"
"밖에 완전 소문이 쫙 퍼졌어."
"누군지 알 것 같아. 어쨋든 그건 다 헛소문일 뿐이야. 알겠지?"
"뭐 네가 그렇게 까지 말한다면야 정말이겠지만, 왜 그런 소문이 퍼진거야?"
"그건 내가 묻고 싶은 일이라고, 하여간 그 여자.."
"여자?"
"아까 만났던 시중을 들던 하녀 한명이 있었는데, 신입이었는지 내가 트레이야를 찾는 것을 보고 오해를 한거야. 그때 분명히 잘 풀어 뒀다고 생각했는데,"
"트레이야를 찾았다고? 아.. 검을 만들어 주는 것 말이구나. 그래 검은 잘 만들어 졌어?"
벤하르트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검은 몇자루를 만들었는데?"
"두자루."
"하나는 누구?"
"제네스 걸로 만들었어."
"오호.. 정말? 큰 결심을 했네. 제네스를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그 이야기는 이미 듣고 왔어. 이러니 저러니 해도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
"하지만 난 아직도 제네스가 마음에 안들어. 개인적인 이유로 말야."
레니아는 지난 날 자신의 입술을 앗아간 일을 떠올리며 노골적으로 불쾌해 했다. 벤하르트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렴풋하게 알수 있었다.
"그나저나 라스펠에는 하나의 검도 안주다니 조금 안좋게 생각하겠는걸?"
벤하르트는 혹시라도 리스의 일이 레니아에게 들어갈까 싶어 여왕을 따로 본 일에 대해서 숨겼다.
"그야 그렇겠지만, 내 검은 함부로 누군가에게 만들어 줄수 없어. 그리고 사실 라스펠에서 있었던 일들은 그렇게 좋은 일은 아니었으니까, 아무리 나라고 해도 검을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단 말이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나는 이미 지령검을 그들에게 준 셈이 되어 있고 사실 트레이야에게 따로 검을 만들어 준 것도 그들의 검을 빌려서 주었기 때문이니까,"
"그래도 만든 검은 보이지 않게 하는게 좋을 걸. 여기 사람들은 둘러 보니 마법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어. 그래서인지 나는 이래저래 인기가 많았지. 그리고 네 검은 물리적이라기 보다 마법적인 측면의 차원이 강해서 자세하게 보이게 되면 욕심에 불을 지르게 될 것 같단 말이지."
'안그래도 불을 활활 지폈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벤하르트는 레니아가 다시금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넌 정말 뭐든지 알고 있는것 같아."
"음? 그건 무슨 소리야?"
레니아는 벤하르트의 말꼬리에서 자신이 지금 말했던 일을 겪었다는 것을 알고 물었다.
"아니 그렇게 예상하는게 놀라워서."
"그런걸 묻는게 아니잖아. 방금 말은 내가 말했던 그 일들이 일어났기에 하는 말 아냐?"
'예리하잖아.'
그는 울상지은 얼굴을 하면서 말했다.
"사실은 말야. 이미 네가 말한 그대로의 일이 벌어 졌었거든. 그리츠가 내 검을 봐버렸고, 두개의 검이 트레이야와 제네스에게만 준다는 것도 그리고 여왕도 그걸 알아 버렸어. 그래서 한번 여왕이 진지하게 부탁하더라."
"그리고 넌 거절했고?"
"그래. 사람은 제각각 이기적일수 있지만, 라스펠의 경우는 도시에 득이 된다면, 아니 도시를 위해서라면, 다소의 불합리스러운 일은 감수한다고 느꼈거든. 내가 검을 만들어 주게 되면 설혹 생길지도 모르는 억울한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 우리도 한탕 당했고 말야."
"그런 이유라면 한바탕 고집을 부렸겠구만,"
굳이 보지 않아도 훤하다는듯 레니아가 말했다.
"뭐 그렇지. 그런데 레니아 마법때문에 인기가 많았다는 건 무슨 소리야?"
"아 그거? 도서관에서 라스펠의 역사관련 서적을 보다가 한 책을 봤는데 무슨 봉인서라고 불리우는 것이더라. 그래서 열어 보니까 온갖 암호문으로 이루어진 서적이었어. 일반적으로 숨기기 위한 암호와 주문에 의한 복잡한 술식으로 이중적인 암호를.."
"아니 그런건 잘 모르니까,"
벤하르트는 손을 절레절레 저으면서 말했다.
"하여간, 어쨋든 너도 알다시피 에헴. 내가 마법에 대해선 한가닥 하잖아. 그 봉인서라고 되어 있었던 마법을 하나 하나 해독해 나갔지.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눈에 띄여 버린 거야. 우리는 라스펠에서는 영웅 같은 존재니까, 이런 저런 찬양을 듣다가 조심스럽게 묻더라고 해석이 가능하냐고, 그래서 가능하다고 말해줬지."
"무슨 마법이었는데?"
"사실 알려준건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아. 라스펠의 여왕이 수준이상의 마법을 사용할수 있는 건 그 고서의 마법을 사용했기 때문일거야. 하여간 대단하긴 대단했지. 잘 봐."
레니아는 한 손에 마력을 집중했다. 검은 구체가 형성 되는가 싶더니 그 속은 한없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하나가 이 성의 십분의 일은 날려 버릴수 있을 걸?"
"뭐야 그게!"
"뭐 이렇게 중화 시켜 버리면 상관 없지만,"
그녀는 다른 한쪽 팔로 백색의 구체를 만들어서 합쳐 소멸시키고 손을 털었다.
"내가 신이었을때는 이런게 필요 없었고, 강해지고자 하는 욕심도 그다지 없었지만, 인간들은 역시나 인간이구나 싶어. 그 고서는 함부로 만질수 있는게 아니었지. 여왕이 굳이 그 마법을 해독하지 않은 이유를 알 것만 같아."
"그럼 그런 위험한 것을 알려줬다는 거야?"
"설마. 이 마법은 말야. 아무나 할수 있는게 아냐. 머리가 좋은 사람만 할수 있다고 그런 광오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평범한 사람이 사용하려면 그것을 '이해' 시켜줄 사람이 필요하고 꽤나 노력을 많이 해야 겠지. 하지만 내가 그런 걸 시민들에게 알려줄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대충 몇군데 쉽게 할수 있는 것들만 해독해서 알려줬지. 중간에 부분부분 모르겠다고 넘어간 부분이 있으니까, 그걸 해독한답시고 또 엄청난 시간을 허비해야 할걸."
"왜이리 잔혹한거야?"
"그게 어째서 잔혹한거야? 내가 그 고서를 전부 해독해줬으면 라스펠은 멸망해버린다고,"
"뭐?"
"그 고서는 인간계에서 만들어졌지만, 조금 곤란한 서적이야. 다 읽고 외워두고 해독도 거의 다 하기는 했지만, 마법으로 구현화 하는 건 나도 아직 할수 없을 만큼 엄청난 마법이야. 이건 말이지. 천계와 마계 인계 최고의 마법사들이 모여 만든 서적이라고 하더라."
"그게.. 뭐야?"
"천계는 신 마계는 마족 그리고 인계는 인간 각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라고 전해지는 자들이 자신들의 지식중 중요한것 몇가지를 곁들여서 만든 서적이라고 해. 내가 이런 말을 하기는 뭣하지만, 여왕도 이걸 해독해서 마법을 익힌건 아닐거야. 아마도 이것을 해독한 어떤 사람에게서 마법을 배우고 책을 받았겠지. 이 책의 위험함은 상상을 초월해."
"뭐가 위험하다는 건데?"
"주문 자체는 나라고 해도 해독 할수 없었지만, 그중 하나는 멸절의 주문이라는게 있어."
"멸절의 주문?"
벤하르트가 되묻자 레니아는 난처하다는듯한 얼굴로 설명했다.
"그래. 뭐 쉽게 말하면 '무언가를' 멸망 시키는 주문인데, '연쇄'와 '단독'이 있어. 이건 배울 생각도 없지만, 이게 어떤 주문인지만 알수 있었지. 어떤 사람이 이런 걸 만들었는지 지독하기 짝이 없어. 거기에 해독하는 것도 너무도 어려워. 아마도 이 주문은 누구도 익히지 못했을 거야."
"여왕 조차도?"
"당연하지. 여왕이 이 주문을 알았다면 우리들의 도움은 전혀 필요 없이 스스로 기계를 처리해 버렸을걸?"
"어떤 주문이길래."
"'대상'의 소멸에 관한 주문이야. 방금전에 말한 두가지는 그 형식이지. '단독'은 목적한 '무언가'를 이 세계에서 없애 버리는 것. 없어진 무언가는 '실제로 없었던 것'으로 세계에 기록 되게 되지. 예를들어 벤 너한테 사용했다고 하면 너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게 되어 버리는 거야. 나나 트레이야 그리고 그간 만났던 모든 사람들의 기억에서 너는 사라지게 되어 버리는 것이지."
그는 레니아에게 주문에 대한 설명을 듣고 등골이 오싹해 졌다.
"누군가가 너를 그렸다. 하면 그림도 사라져. 네가 만들었던 모든 검들은 '본래 없었던 것' 처럼 사라져. 너와 관련되었던 모든 사건과 기억과 일 들이 사라지는 거야."
"그럼.. 연쇄는?"
"그건 더 지독하지. 또 예를 들어서 미안하지만 벤 너를 예로 들자면 그간 네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을 이 세계에서 지워 없애 버리는 거야."
"뭐?"
순간 벤하르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네가 만났던 모든 인연 장소 사람들이 그저 스처 지나간 사람이라고 해도 전부 너를 중심으로 사라져 버리게 돼. 물론 이 경우는 '세계'를 속이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억에는 남게 되어 있지. 예를들어 너때문에 누군가가 사라졌다고 한다면,"
"나 때문은 아니잖아."
"예를 들자면 말이지. 그 없어진 사람을 다른 사람은 기억한다는 거야. 물론 왜 사라졌는지는 알수 없겠지만, 뭐 그런 극악한 주문이지만, 그렇기 때문인가. 이 암호는 몇중으로 보안 작업이 철저하게 되어 있어. 만약 여왕이 이 주문을 알고 있었다면, 번거롭게 도박을 할 필요는 없었겠지. 제노스를 직접 노려 버리면 되는 거니까, 아무리 라스펠의 전력이 줄었어도 제노스까지 가지 못할정도의 전력은 아니었을 거야. 그렇다는건 모른다고 밖에는 생각할수가 없지."
"그런데 그 암호는 레니아 너도 풀수 없는 거야?"
"나? 나는 풀수 있지. 하지만 난 풀지 않을거고 그 기억 자체를 봉인해버릴거야. 언제고 이 마법이 필요해 질때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건 한번 사용해버리면 그 뒤로는 자신을 주체할수 없는 금단의 마법이니까,"
"잘했어."
벤하르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벤 이거 알아? 이 마법의 연쇄를 사용할때는 반드시 '자기 자신'도 죽어 버린다는거.."
"어?"
"누군가에게 주문을 건다는 이야기는 '엮인다'는 이야기잖아? 결국 멸절의 연쇄를 걸어 버리게 되면 '스스로'도 죽어 버리는 거지. 그런 저주 받은 주문인 거지. 그래서 말야. 그 뒷장은 몰래 찢어서 태워 버렸어."
"어이! 그거 여왕에게 들켰을거 아냐. 내 검의 일 조차도 제눈으로 본 것처럼 알고 있던데 그런걸 모를까봐."
"그렇겠지? 헤헤. 뭐 후회는 없지만,"
레니아는 딱 잘라 정색하면서 말했다.
- 작가의말
역시나 추천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선작이 무려 70개나 올랐군요. 거기에 댓글로 추천 강화를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
그리고 시간이 너무 부족한 관계로 사족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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