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엔쿠라스 478화-

"어!?"

그 순간 벤하르트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할수 없었다. 그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세이스는 흘끗 복면인을 쳐다보았다. 살기는 마치 송곳으로 목이라도 꿰뚫을듯이 날카롭게 상대를 후벼파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로는 공수를 교차했다. 서로간의 공격은 굉장히 정교하고 빨랐다. 물론 정상적인 벤하르트였다면, 다소 빠를뿐 충분히 대응 가능한 공격이었겠지만,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벤하르트가 생각하고 있었던 범주의 실력은 이미 넘어서 있었다.

점점 서로의 속도는 높아져 갔다. 그 모습을 보고 벤하르트는 놀랄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세이스의 실력은 복면인이 강해지면 강해지는 만큼 그에 상응할정도로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이미 그 수준은 방금전에 용병을 도왔다면 자신으로써는 정말 위험했을수도 있을 정도의 수준까지 도달해있었다.

"훕."

숨을 한번 참고 세이스는 전광석화같은 공격을 세차례나 가했다. 하지만 그 세번의 공격은 복면인의 손에 의해 막아져 내렸다.

'저정도의 실력을 왜 숨기고 있었던 거지?'

그는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숨긴것 자체부터, 그런 실력을 가진 세이스가 자신을 제압하지 않은것에 놀랐다. 서로간의 접전은 점점 거세어져 갔다. 그리고 그 양측의 움직임을 보던 벤하르트는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받았지만, 그것의 정체는 알수 없었다.

'이럴때가 아니지.'

그는 몸을 일으켜 언제라도 반응할수 있을정도의 위치로 몸을 이동했다. 기를 이용해 천천히 회복되어 가고 있었지만, 이 위기를 넘기기 전까지 몸이 낫는다는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끝나지 않을것만 같았던 공방전은 의외로 쉽게 끝이 났다.

"몸 풀이는 이정도면 되었겠고,"

세이스의 그 말에 복면인은 조금 긴장한것 같은 태도를 보였지만, 뒤를 이은 세이스의 행동은 그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세이스는 복면인을 뒤로한채 그자리를 이탈해버린것이다.

종췌 이해할수가 없는 세이스의 행동에 벤하르트는 의아해 하면서도 복면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하지만 벤하르트가 공격을 할것이라고 예상했던 복면인도 아무일 없었다는듯 벤하르트를 지나 숲속으로 사라졌다.

"뭐야 저녀석들.."

얼마 지나지 않아 뒤에 레니아가 도착했다. 그녀는 두리번 거리면서 상황을 확인했다. 꽤나 격렬하게 싸운 흔적을 보며 그녀는 실을 따라 벤하르트를 찾았다. 혹시나 발견될까 두려워 얼굴을 가리기는 했지만, 레니아를 아는 사람이 본다면 누가봐도 그녀라고 말할수 있는 차림이었다. 다행히 남은 셋의 용병은 전부 그녀를 볼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여기야."

그는 레니아의 이름은 말하지 않았다. 레니아는 지그시 벤하르트를 보다가 눈꼬리가 올라갔다.

"하여간 큰소리 칠때부터 알아 봤어야 했는데,"

"면목이 없어. 하지만 굉장히 강했다고, 특히나,,"

"변명하지마. 아무리 강했다고 해도 지금의 네가 못 상대할 수준까지는 절대로 이르지 못해. 거기에 설사 불리했다면 도망칠 여력정도는 충분했을거야."

"그게 아니라니까, 그 퇴로도 막히고,"

"그렇다고 해도 네가 이정도로 만신창이가 될정도가 될리 없어. 이유가 있다고 한다면 벤 네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겠지. 뭔지는 알수 없지만, 적어도 저들때문에 네가 이렇게 당했다고는 생각할수 없어. 아니라면 반론해도 좋지만, 조금이라도 부합되는 부분이 있다면 가만히 있어."

이견이 있을리 없었다. 레니아는 손을 들어 마법을 사용했다.

"치유는 전공분야가 아니니까, 완전한 몸까지는 무리겠지만, 이동하면서 나을수 있을 정도의 여력정도는 될거야."

"고마워."

"실은 아직 끊어지지 않았어. 갈거지?"

"당연하지."

얼마간 회복을 하고 둘은 실을 따라 복면인을 추격했다.

레니아가 벤하르트를 깊게 추궁하지 않은것은 이미 체념한 탓도 있었지만, 자신이 붙어 있다면 벤하르트에게 있어 만약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까닭이기도 했다.

추궁은 언제라도 할수 있지만, 벤하르트의 안전이나 추격은 지금이 아니면 안되는 행동이었기에 그녀는 최소한의 말을 하고 다시 추격을 시작한 것이다.

"깊게 물을 생각은 없지만, 상황정도는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된거야?"

"그게,,"

벤하르트의 말을 듣고 레니아는 작은 한숨을 수차례나 반복했다.

"하지만 그 말은 이상한데? 나도 두개의 끈을 엮고 있잖아. 하나는 복면을 쓴 그 도적과 하나는 네게 연결해둔 것. 이 둘이 연달아 같은 자리에 있었던 적은 없었어."

"아 그래. 그점 때문이었나.. 나도 끈은 보지 못했어. 그것 외에도 조금 미묘한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면 2인조라는 건가.. 음.."

"왜그래?"

"아니 뭔가 조금.. 걸리는게 있어서."

벤하르트도 뭔가 미적지근하게 걸리는게 있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당췌 정체를 알수가 없었다. 한번 기억나지 않는 일은 아무리 기억하려고 해도 기억나지 않듯이 안개에 쌓인듯 답답한 기분이었다.

'뭔가 기본적인것에서 생각했던것 같았는데,'

"그나저나 도적들은 퀘이소들을 어떻게 할 생각일까?"

레니아의 물음에 벤하르트는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

"이래저래 어디든지 이용하려고 한다면 수없이 많겠지."

"하기사 인간은 뭐든지, 이득이 된다면 할수 있으니까 말야. 그런데 벤. 2인조라고 한다면 조금 더 몸을 낫게하고 가는게 낫지 않겠어?"

"아니 그 전에 퀘이소들이 어떻게 될지 알수 없어. 근처에 도착하고 나서 생각해보도록 하자."

꽤나 숲의 깊은곳까지 들어온 그들은 걸음을 작게 바꾸었다.

"요 앞이다."

"그래."

"조심해 레니아."

"상처투성이인 얼굴로 그렇게 말해봐야 신빙성이라고는 전혀 없거든?"

"....."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기척을 완전히 지우고 천천히 끈을 따라 이동했다.

"집인데?"

깊은 숲. 조금만 더 가게 되면 주마의 숲과도 근접한곳에 위치한 집은 상식적으로 이해할수 없었다.. 지금만 해도 잔 마수들이 슬슬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곳에 우두커니 서 있는 통나무집 그 주변에는 어떠한 마력석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곳에 집이 있다니,"

"그녀석들의 은신처 아닐까? 마수들을 취급하는 임시거처라던가,"

"불길한 소리 하지마."

"하지.."

레니아는 말을 멈췄다.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서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이동했다. 순간 자신들의 위치가 적에게 발견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마수!"

레니아는 재빠르게 눈앞에 있는 사자의 머리를 한 마수에게 광탄을 쏘아 댔다. 마수는 광탄을 피하려고 하지도 않고 전부 자신의 팔로 막아내며 레니아에게 공격을 가했다. 그에 레니아는 피하면서 마수의 심장을 정확하게 노렸지만, 마수는 한쪽 팔로 방어하려 들뿐 전혀 거리낌 없이 그녀의 가슴을 향해 손톱을 들이 밀었다.

"바보녀석."

녹색의 섬광은 마수를 꿰뚫고 지나갔다. 이겼다고 생각해 미소를 띄운 순간 연기 속에서 한차례 북실북실한 털손이 그녀의 가슴을 잡아챘다.

"엇!?"

잠시 멍하니 사자 마수를 보던 벤하르트는 레니아의 위기에 몸을 날려 검을 휘둘렀다. 당연히 피할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수는 피하지 않았고, 벤하르트는 궤도를 바꾸어 레니아를 잡고 있는 손가락 부분을 노렸다. 분명히 피할 틈이 있었음에도 마수는 전혀 피하지 않고 받아 버렸다. 떨어진 두 손가락과 함께 레니아는 마수에게서 달아났다.

"미친거 아니야?"

마수의 상태는 처참했다. 심장을 노린 레니아의 마탄은 확실하게 적중되어 있었고 벤하르트의 검은 그의 두 손가락을 잘랐다. 하지만 마수는 거리낌 없이 그들에게 달려들어 손톱으로 벤하르트를 공격했다.

'읏!'

둘의 눈이 동시에 놀라움으로 일그러졌다. 마수가 공격한것은 다름아닌 방금 벤하르트가 잘라내었던 손가락이었던 것이었다.

"상처도.. 없어."

레니아에게 확실하게 적중되어서 곧 죽을것 같았던 상처도 언제 그랬냐는듯 씻은듯이 나아 있었고, 왠지 마수는 의기양양하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것 같기도 했다.

"마수가.."

"아니 레니아 마수가 아닌것 같아. 본적이 있어."

"뭐?"

"그러니까,,,"

벤하르트는 레니아 만큼 기억력이 좋지 않았다. 본적이 있는것은 확실했지만, 분명히 까먹고 있었다. 생각하는 시간을 주지 않은채 마수는 그들을 공격했다. 레니아의 마법을 피할생각도 않고 그는 받아 곧바로 반격했다. 그 형식이 벤하르트가 당했던 '팔하나를 내주는' 용병들의 싸움방식과 아주 흡사했기 때문에 벤하르트는 적당히 대응하면서도 레니아를 도와 줄수 있었다.

'내가 저걸 본적은,, 그래 마수가 아니고,, 아.. 마족..'

"마족이야 마족. 저녀석은 마족이다."

그 말에 사자머리의 마족은 조금 반응해 주춤했지만, 싸움 자체를 즐기는지 이내 공격을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수비라고는 전혀 없는 완벽한 공격. 공격에 대한 수비가 없기에 적중시킬수는 있으나 그 공새를 막아낼수는 없는 기묘한 싸움에 그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지만, 두명이라는 이점으로 밀리지도 않고 있었다.

'마족.. 어디서 봤지? 수마행의 탑은 아니었고, 마계도 아니고,, 어디지..? 마족을 볼만한,,,, 아스포에라? 아니야.'

"카도스다."

"호오.."

마족의 입에서 처음으로 말이 나왔다.

"맞아. 분명히.. 프쿠타 였다. 이왓!"

카도스에서 만났던 사자머리의 마족 프쿠타를 겨우 떠올린 벤하르트는 언젠가 만나면 말하라고 했던 '이왓'을 가까스로 떠올려 말했다. 거짓말처럼 폭풍처럼 몰아치던 공격은 그쳤고 프쿠타는 몸을 풀어내고 있었다.

"이왓이라고 한다면, 분신 녀석이 마음에 들었을때를 말하던 신호였는데,"

"휴우."

안도하는 벤하르트에게 프쿠타가 말했다.

"그 마음에 든것은 그 잠재적인 무력에 한한 것이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그가 다시 공격을 하려고 하자 한 목소리가 그를 말렸다.

"프쿠타! 장난은 그만하지? 이왓은 분명히 마음에 들었을때를 말하던 신호라고 했었잖아?"

"하하. 그래도 너희 외에 이정도의 실력자는 너무 드물단 말이다. 매일 봉사를 해주고 있는 상태잖나. 아니 알았다 알았어."

프쿠타를 말린 그 목소리는 굉장히 친숙한 목소리였다.

"트레이야!?"

작가의말

여기까지 쓰는데 한달이라는 거리가 있었네요. 아쉽습니다.
이 이야기를 짜둔게 몇달 전인데,, 이야기 자체의 전개를 한달에 3화를 적어 버리다니,,,, OTL...
거기에 쓰면서도 조금 들쭉 날쭉 해서 아쉽네요.
앤드류님.. 곧 군대를 가신다구요.. 너무 아쉽습니다. 앤드류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굉장히 힘들었을텐데,, 이제 댓글을 보지 못한다는게 너무 슬픕니다. ㅠㅠ;;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입니다.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군대 가시기 전에 방학이고 하니 잔뜩 써내려 가야겠어요.. ㅠㅠ;;
사실 몇달 전에도 그런 댓글이 있었더랬죠. 뭔가 시간 참 빠른것 같습니다.

[싱숭생숭.]

잘 읽고 있습니다!

[앤드류]

잘 읽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몰아서 볼게요 ㅎㅎ

[도테라짱]

심심찮게 올려 주셔서 잘 보고 있어요.감사 합니다.

[betray]

군에 가시는군요..남일같지않네요 하하하..ㅠㅠ
잘 보고 갑니다

[쿠어킹]

오!! 연재다!! ㅋㅋ 즐겁게보고있어요^^ 요새는 군에서도 인터넷할수있데요 동생이 ㅋㅋ

[은하계]

역쉬 벤이 목표라고 하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