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520화-정보(2)
벤하르트는 부드럽고 청량한 기운을 느끼다 눈을 떳다. 주변은 방금까지 서 있던 방이 아닌 아무것도 없는 공간 이었다. 벤하르트는 레니아만큼 똑똑하지 않았다. 머리가 좋고 나쁘다를 따지고 든다면, 분명 평범한 사람쪽에 속한다 할수 있었다.
그 기본적인 머리로 그는 조금더 주의깊게 조금더 생각해서 인간중에서는 오래 살았던 경험으로 유추해서 평범하지 않게 보일 뿐이었다.
때문에 직접적으로 이런 곳에서 그는 레니아처럼 행동할수는 없다. 그가 할수 있는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인의 범주 내의 정보로 하나나 둘 정도를 가지고 갈 수 있을 따름이었다.
벤하르트는 그 사실을 잘 숙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허투로 정보를 남용할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레니아는 이미 령의 위치를 파악했다고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진실. 만에 하나라도 레니아가 실수를 할리가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는 령에 대한것은 그녀에게 전부 일임할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벤하르트는 실제로 세상사에 관심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어떤 나라가 어떤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 지에 대해서 알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가 정보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는 것은 한정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도리어 그런게 좋았다. 우유부단한 자신의 성격상 조잡하게 많은것을 알아야 한다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 뻔하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일단 아오이스에 대한 것에 대해 생각했다.
스스로가 알고 있는 아오이스에 대한 정보에 덧칠 되어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기억이 떠올랐다. 정보의 보고를 통해서도 아오이스에 대한 것은 많이 떠오르지 않았다.
벤하르트가 알고 있는 정보가 도리어 더 많을 정도로 정보를 극단적으로 감추고 있는 아오이스는 여러 곳에서 그 이름만이 허허히 나돌 뿐이었다.
'정체불명인가.'
여러가지 각양각색으로 이곳 저곳에서 떠돌던 아오이스의 이야기가 그의 머릿속에 하나둘씩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그것은 정말이지 신기한 감각이었다. 마치 영상의 정보로 관찰자가 되어 그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나씩 자리잡는 기억에는 낯익은 얼굴들도 있었다.
'저건 카이후.'
광적인 웃음소리와 함께 자기 자신을 밝히는 카이후와 사람들이 쓰러져 죽어가고 있는 모습이 그의 뇌리에 자리 잡혔다. 그 외에 잡다한 아오이스에 대한 정보의 기억은 끝이 났다.
'건질 만한 것은 없었나.'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 보였던 카이후의 모습과 기억은 결코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었다. 머리속에 정보를 받아 들이는 시간은 길었는지 짧았는지 알기 어려웠다. 마치 찰나의 시간 같기도 했고, 영원처럼 긴 것 같은 느낌 이기도 했다.
그제야 그는 여왕이 이야기 했던 설명으로 말할 수 없는 경험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짧은 것 같았지만, 생각해보면 짧았다고 해도 그가 느낀것은 수없이 많은 정보의 기억이었다. 그 기억을 떠올리는데 한순간이면 족하다 해도 그 기억의 정보는 결코 한순간이 아니었다.
'꿈이라도 꾼 것 같은 느낌인걸.'
그는 시간을 더 허비할수 없었다. 한차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그는 심호흡을 한번 했다. 그는 스스로에게 있어서 독이 될지 득이 될지 모르는 미지의 기억에 손을 데려고 하고 있었다. 서 있다는 감각 외에는 아무것도 행할수 없는 공간에서 그는 몸을 떨었다.
'내가 알고 있는 연철장.'
스스로의 기억의 단편을 뒤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기억과 세계의 정보가 뒤섞여 당시의 상황을 재현해 내고 있었다.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는 알고 싶었다.
레니아에게 이야기 했던 그 날의 기억들. 정보가 기억하고 있는 것과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은 별 차이 없이 비슷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왜 내가..'
기억은 뒤 바뀌었다.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모습은 스승인 알의 모습이었다.
"감시 당하고 있었던가. 성가시군. 아무래도 상관 없기는 하지만,"
말을 끝으로 그가 손을 흔들자 귀에는 온갖 잡음의 소리가 들리며 기억은 산산히 쪼개졌다. 머릿속을 수십마리의 벌레가 기어다니기라도 하는듯 간지러우면서도 소름끼치는 기분에 벤하르트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스승님..?"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멈추고 그는 생각했다.
'스승님이 있었다.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연철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이 정보를 '없앴다' 아마도 연철장에 대한 이상의 정보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인가?'
뭔가 불안함이 가슴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차라리 무엇이라고 해도 알기를 원했다.
'나...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줘.'
머릿속이 소용돌이처럼 휘몰아 치기 시작했다. 느끼는 것은 그 지난 날 자신이 느꼈던 경험 감각일 것이었을 터. 그는 붉은 언덕에 서 있었다. 그 언덕에서 벤하르트는 슬픈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벤하르트를 보고 있었다.
'뭐라고 말하는거지?'
입모양으로 무엇인가를 중얼 거리는 것이 무엇인지 그는 끝내 알 수 없었다.
"우웨에엑."
"벤!"
벤하르트는 기를 단련하는 사람이었다. 어지간해서는 자신의 몸의 개인적인 이상은 나지 않았지만, 그는 정보와 끊기자 마자 한바탕 헛구역질을 해대었다. 속에서 넘어오는 시디 신 액체는 흘리면서도 그는 마지막 풍경을 떠올렸다.
'그런건 내 기억에 없었어.'
하지만 너무도 인상적인 광경이었다. 그 붉은 언덕에서 붉게 물들인 자신의 모습 아마도 평생을 지난다고 해도 잊지 못할 것만 같은 광경 그런 것을 지금까지 그는 모르고 있었다.
정보라는 것은 스스로의 기억을 반영하는게 아니다. 정보의 보고란 모아 놓은 정보를 구성하고 있는 창고. 그렇기에 그 광경은 벤하르트의 기억에서 꺼낸 것이 아닌 '어디선가' 있었던 일을 보여준 것이다. 그것은 벤하르트의 기억속에는 없지만, 정보가 기억하고 있는 곳에는 존재하던 '사실'이었다.
"어떻게 된거야? 저게 이렇게 위험한 거였다고는 이야기 하지 않았잖아."
"위험하지 않아. 적어도 그렇게 만들었던 것이었으니까, 벤하르트의 경우는 알고자 했었던것이 저런 상태를 불러 일으키는 내용이었을 뿐이었겠지. 기본적으로 저것은 무해하다. 무해하지 않을때에는 경고를 무시한채 연달아 사용할때 뿐이지만, 벤하르트는 지극히 정상적인 정도만을 사용했으니까, 결과적으로 저 구슬의 탓이 아니야."
"벤 괜찮아?"
"그래. 미안해 레니아. 쓸만한 정보는 무엇하나 얻지 못했어."
"그딴건 상관 없어!"
울렁이는 속을 억누른채 벤하르트는 기를 운용해 몸을 정상으로 돌리려 했다.
"도대체 뭘 봤길래 그래?"
"그렇게 충격적인것은 아니었어."
내용만 생각하면 그렇게 충격적인 장면은 아니었다. 그저 붉은 언덕에 서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본 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 장면을 생각할때마다 그는 도저히 정상적으로 있을수 없었다.
"크윽."
"벤 너 피가.."
"아."
그는 피를 닦으려고 하다가 한차례 피를 왈칵 쏟아내었다.
"벤!"
"레니아 조금 쉬는게 어때?"
"괜찮아. 그나저나 트레이야. 너희도 이왕 온 김에 그 정보의 보고를 사용해 보는게 어때? 너희들이 원하는 모험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는 아주 좋을것 같은데 말야."
"그거야 그렇겠지만, 벤이 일어나고 나면 쓰도록 할게."
"불안하기라도 한거야? 안심해도 좋아. 벤이 이렇게 된 것은 그저 개인적인 문제일테니까,"
"그런건 아니야. 단지 친구가 이렇게 쓰러져 있는데 그런 것을 사용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 거 뿐이니까 신경 쓰지 마."
"고마워."
트레이야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나저나 조금 쉬는게 좋지 않겠어? 벌써 3일간 한번도 쉬지 않았잖아."
"이정도야 별것 아냐. 너나 나나 이런걸로 어떻게 될 사람은 아니잖아? 난 괜찮아."
"벤은 꼭 일어날테니까, 걱정 말고 조금 쉬는게 좋을것 같아."
"트레이야 난 말이지. 이녀석에게 몇번이고 도움을 받았어. 언제나 도움을 받으면서 나는 반대로 내가 이녀석을 지킬수 있게 되기를 빌고 또 빌었어.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 이녀석이 나를 지켜주는게 그리고 그렇게 무리했던 것들이 '이상하지 않았다'고"
트레이야도 한동안 벤하르트와 같이 다녔었기 때문에 레니아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어렴풋하게 알아 차릴수 있었다.
"벤은 분명히 보통의 사람들과는 달라. 이미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할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것은 그렇게 성장하고 만들어졌기 때문이지 본래부터 그랬던게 아니야. 결국 기본적인 배경은 일반인과 전혀 다르지 않지.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워하고 힘들면 힘들어 하고 싫으면 싫어하는 평범한 사람임에도 나는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 들이고 있었어."
"이래 보여도 벤은 영웅 기질이 좀 있는 편이니까, 악운에 강하다고 할까."
"그래서인지, 벤은 무슨일이 있더라도 극복해낼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 이번 일도 눈앞에 닥치기 전까지 내 눈을 믿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이녀석은 강한것 같으면서도 한없이 약하고 한없이 약한 부분이 있는데도 너무나도 강해."
"그렇지."
벤하르트의 강함은 그에게 있어서는 약함에 있어서 만들어 진다. 약함이 있기에 강하다는 모순때문에 언제나 레니아는 그의 약함이 단점이 아니라고만 생각해 왔다. 그랬기 때문에 그의 약한 모습은 상상할수 없었던 것이다.
"트레이야 너에게만 말하는건데, 나는 '이번에는 내가 도와줄 차례야' 라는 말같은 것을 굳이 하고 싶지는 않아. 나는 영악한 여자거든."
"그게 무슨 뜻이야?"
"네 말대로 굳이 내가 이렇게 간호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벤은 일어 날거야. 죽을 일도 아니고 내가 지극정성으로 있을 필요도 없는 노릇이라는것은 확실한 사실이지. 정히 걱정이 되면 네게 부탁을 해도 되고,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을거야."
트레이야는 잠시 생각해 보고는 배시시한 눈으로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
"아하. 그렇다면야 불청객은 잠시 빠져 있어줘야 겠군. 이거 참 눈치가 없어서 미안했네."
레니아는 그 말에 미소로 답했다.
그녀는 지극히 단순한 이유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벤하르트가 일어났을때 처음으로 보는것은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도 좋았고, 여지껏 간병을 한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그가 알아 주는 것도 좋았다. 그런 권리는 누구에게도 양보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살짝 행복한 기분이 되었던 그녀는 미소를 거두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벤이 이정도까지 될 정보는 도대체 뭐였던 걸까?'
- 작가의말
오늘은 조금 빨리 올리고 갑니다. 2일차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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