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48화(604화)-마굴(8)
"별을 통째로.. 사라지게라고 한다면?"
아 하고 스팅은 말을 수정했다.
"멸망시킬수 있는 이라고 설명 해야 할까요.. 여하튼 그에 버금갈만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병기의 이름은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지만 말이죠. 군집의 강함이라고 해야 하나. 이 시대에는 이 문명에는 개개인의 힘보다는 국력의 힘을 우선시 한 것 같더군요.. 벤하르트씨는 굉장히 강하시겠지요? 하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이 별을 부술수는 있습니까?"
"그건 아무래도 무리겠지요.. 거기에 그런 것에 빗댈 정도로 강하지도 않고요."
"하지만 이 세계는 그것이 가능했다. 그정도의 의미입니다. 하지만 그 무기는 혼자 사용하는 그런 무기는 결코 아니었지요. 한 나라 국가의 차원.. 나아가서는 세계적으로 다루는 무기였습니다."
"그렇다고 하면 혹시 이 상황은 그 무기때문에 만들어 진겁니까?"
"글세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문명의 사람들도 그정도까지 바보는 아니었겠지요. 그 무기를 사용하게 되면 돌이킬수 없는 일이 생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사용하는 이는 없었을거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스팅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정도의 문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의 손에 의해 멸망을 했다면 제가 나아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게 되어 버리니까요."
그의 직업은 마도구를 만드는 것. 마법왕국에서는 마도공학이라고 불리우는 분야였다. 결국 발전이라는 것에 공헌을 하게 될 사람으로써 그 미래의 결과가 이렇다면 자신이 추구하는 길에 대한 의구심을 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건 어찌되든 상관 없어. 우린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하면 그뿐이라고, 우리의 생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하나하나 걱정한다면 발전따위는 하지 않는게 좋을지도 모르지. 미래가 두렵다면 평생을 원숭이처럼 살아가면 되는거다."
레랄드는 퉁명스럽게 이야기 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어쨋든 이곳의 상황은 지옥이지만 이 문명은 우리에게 있어서는 축복과도 같아. 어떤 의미에서는 신의 은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이렇게 칭얼거릴 틈따위는 없을지도..
"그럼 두분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언어의 장벽때문에 계획한대로 진행 되지는 않지만, 기본 자료와 이곳에 있었던 물건을 해체 해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 세계에서 사용하는 식으로 개발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아까 전에 보여줬던 그 모형도 심심풀이로 만들어 본 겁니다만, 그 일환중 하나이죠. 물론 제가 얻고 싶은 지식은 무기로써가 아니라 민간을 위한 기술입니다만,"
"그렇군요. 이런 곳에서도 그정도로 열심히일수 있다니 감탄했습니다."
"글세요. 이런 곳에서도가 아니라 이런 곳이기에가 아닐지.. 아마 저희의 입장에서 생각해볼때 이곳이 사방에 보물 천지인 곳이었다면, 위에 있는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런데 이곳을 없애는건 어느정도가 걸릴것 같습니까?"
레랄드는 조심스럽게 벤하르트에게 물었다.
"아직 정확하게 잡힌게 없어서,"
"그럼 한가지 부탁좀 합시다. 어림 잡아라도 좋으니 확신이 서면 어느정도가 걸리는지 저희에게 조금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아무래도 중요한 자료와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알아 두면 좋은 자료가 따로 있기 때문에, 그것을 정리하는데에는 시간적인 문제도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혹시 일을 처리한다면 그 시간이라도 알아두고 싶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어이 스팅 쉬었으면 얼른 하자고 아직 밀려있는게 산더미야."
레랄드의 손에 이끌려 투덜거리면서도 스팅은 자신이 가져온 물건을 흥미진진한 눈으로 정성껏 가져가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그럼 벤하르트씨 나중에 보도록 합시다."
"네. 그럼 수고하시길."
"재밌는 분들이네요."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사람들이었지."
새삼스럽게 벤하르트는 레니아와 여행하던 당시 그들의 마도구를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것에 미안함을 느꼈다.
"저는 호루탈 숲을 벗어나 본 적이 없어서 모르는데, 이런 곳은 좀체 없는 모양이네요."
"좀체 정도가 아니지. 낡고 부실해 보이지만, 확실히 이런 문명은 내가 살던 세계에는 없는 수준이야."
"조금 두근두근한데요?"
"뭐가?"
이니프는 웃으면서 창밖을 바라 보았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뭔가 알았다면 가르쳐줬으면 하는데, 이건 나 뿐만 아니라 네 목숨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까지도 걸려 있는 문제라고,"
"별로 중요한 것을 안건 아니에요. 아마 벤하르트씨도 금새 알아 차릴 문제니 구태어 말하고 싶지 않은 것 뿐이죠. 한번 둘러 보시고 오신다고 하셨죠? 그 뒤에도 아무것도 모른다면 가르쳐 드리도록 할게요. 저는 방해가 될테니 일단 이곳에 있도록 할게요."
"쳇 알았다. 일단 둘러 보고 오도록 할테니까, 이상한 일따위는 꾸미지 마."
벤하르트는 더 물어 보고 싶었지만, 이니프가 따라 오지 않는다는 말에 더 추궁하기를 그만 두었다.
"다녀오세요."
손을 흔들며 웃던 그녀는 벤하르트가 사라지자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내 목숨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까지 걸려 있다고?'
그녀는 소리 없이 냉소했다.
'그딴건 어찌되든 상관 없어.'
건물내의 사람들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분포되어 있었다. 그들은 지원자가 아닌 마계에서 마을째로 삼켜져 버린 이들이었다.
이미 생기를 잃은 그들을 보고 벤하르트는 마음을 다잡고 옥상위로 올라갔다.
'어쩔수 없군.'
그는 검을 뽑아 허공에 휘둘러 백붕을 만들어 냈다. 아무래도 주변을 둘러 보기 위해서 '걸어서'가는 것은 위험부담이 컸기 때문에 다소 힘을 들이더라도 날아서 가는 쪽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음습한 하늘에서 내려다 본 도시의 풍경은 암흑으로 가득 차 있었음에도 가슴이 차 오를 정도로 장관이었다. 작은 산처럼 지어져 있는 건물 하늘을 찌를듯이 솟아난 거대한 건물 그리고 그것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는 크고 작은 건물들은 지금껏 벤하르트가 보아왔던 상식을 아득하게 초월한듯 싶었다.
'대단하군.'
그는 아마 이런 마굴의 일종이 아닌 정말로 '이세계'의 광경이었다면 굉장히 아름다웠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아래에 있는 수많은 망자 혹은 사자라고 불리우는 것들은 그 수가 어마어마했다.
'수만.. 아니 수십만? 가늠할수가 없군.'
집중 되지 않았다고 해도 개미떼보다도 더 많은 수의 망자들.. 하나하나의 실력도 뛰어나 벤하르트라고 할지라도 도저히 쉽게는 돌파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는 일단 공중을 날아 도시 끝까지 날아가 보았다. 도시의 끝을 넘었을때 어떤 광경이 나오는지 확인해 두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가도가도 끝나는 것 없이 나아가지를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으로 그는 이 '마굴'이 이세계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 그렇군.'
벤하르트는 그제야 이니프가 무엇을 깨달았는지 어렴풋하게 감을 잡았다. 그녀는 공간을 다루는 자. 아마도 어떤 느낌을 계기로 이곳이 다른 공간을 인위적으로 다룬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아까 내가 무엇을 조사하려 했는지도 들었으니,'
벤하르트가 이 마굴에서 무엇을 조사하려 하는지도 에실러와의 대화를 통해 이니프는 이미 들었었기에 그녀는 벤하르트가 자신이 눈치챈 사실을 조사하러 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왕에 알았다면 나에게 말해줘도 좋았을텐데, 하여간 어지간히도 괴롭히기를 좋아하는 여자로군.'
그는 한숨을 쉬며 도시를 날았다. 순간 검은 무언가가 그를 향해 쇄도했다.
'읏!'
벤하르트는 감각적으로 검을 뽑아 그 검은 형태의 공격을 막고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거대한 검은 갑주를 두른 병사들이 자신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마계병..'
그들은 일제히 자신들이 들고 있는 장창을 들어 벤하르트에게 겨냥했다.
"여기는.."
아무 생각 없이 날고 있었지만, 도시에서도 가장 길고 높은 건물에 도착해 있었다. 그 밑에는 메울 틈도 없이 바글거리는 망자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여기가 '중심'인 모양이로군.'
그 생각하고 있는 틈에도 수십새의 창이 벤하르트에게 쇄도하고 있었다. 벤하르트는 그 창을 쳐서 떨어뜨리면서 마계에서 온 병사의 실력들을 가늠했다.
'확실히.. 강하군.'
이 도시에 기존부터 머무르고 있었던 망자들에 비해 마계병들은 그 곱절은 될 정도로 강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의지는 없다고는 하나 몸이 기억하고 있는 '기술'이 느껴지는 투창이었다. 수없이 많은 망자들과 더불어 저들의 방어까지 더해진다면 자신의 힘만으로는 쉽게 방어선을 뚫기 버거워 보였다.
'좋아. 정보는 이쯤이면 되니 일단은 돌아가볼까..'
수없이 쇄도하는 창질에 벤하르트는 쫓기듯 다시 은거지로 돌아왔다.
- 작가의말
7시가 약속인데 지금 쓰고 택시를 타야 하는 슬픈 현실..
참고로 여기에 나오는 인물 레랄드와 스팅은 이전 K가 나왔을때의 페이렌에서 제작사(1)(2) 편을 보시면 나오는 인물입니다. 벤하르트에게 인물을 찾는 마도구를 만들어준 마법공학자들이죠..
그럼 저는 나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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