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18화(572화)-마신(魔神)(12)
"뭐!?"
"몸이 안움직여."
벤하르트는 재빨리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마법에 노출된 몸쪽인가. 대충 왼쪽의 반은 거의 멈춰 있다고 해도,'
완벽하게 감각이 차단 되어 있는 감각의 이질감에도 벤하르트는 당황하지 않았다. '여기서' 당황하는 것은 자신은 물론이고 리스와 티온을 지키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후.. 그렇군."
크로세트는 여유롭게 공중에서 벤하르트를 내려다 보았다.
"그 마법에 맞고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네녀석 순수한 인간이 아니었던건가? 그래. 그렇다면야 납득할수 있겠군. 몸이 움직이지 않는건가?"
"글세. 내가 몸이 움직이지 않는 척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거냐?"
"그 점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지."
크로세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하지만 네게 있어서는 내가 그렇게 착각하는게 더 유리할터 그런 상황에서 그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아마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확실하겠지. 하지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생각'을 노렸을지도 모르니 더더욱 조심하지 않을 수는 없지."
그는 마력을 집중해 벤하르트에게 겨냥했다. 벤하르트가 얼마만큼의 빈사상태고 어느정도로 당했든 크로세트는 그에게 접근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것은 크로세트 본인조차 모르고 있었지만, '신중'이 아닌 '공포'때문이었다.
크로세트로부터 쇄도하는 '인간을 멸살하는 마법'은 벤하르트에게로 쇄도했다. 벤하르트는 오른손에 든 검으로 믿기지 않을 정도의 움직임으로 대부분의 마법을 쳐냈다. 유려의움직임을 '극한'까지 끌어올렸음에도 '움직이지 못한다'라는 점 때문에 아무리 벤하르트라도 한계가 있을수밖에 없었다.
"보아하니 움직이는 것은 오른쪽의 반신(半身)정도인가?"
하지만 크로세트는 여유를 가지고 싶어도 가질수가 없었다.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는 벤하르트의 눈빛에 압도 당한듯 그는 공중에서 살짝 뒤로 물러섰다.
"벤! 어서 피해."
"아니.. 리스 너조차도 저 마법에는 견디지 못해. 네가 티온을 지켜주었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지킬 차례인거야."
그는 이제는 오른쪽 상반신밖에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 검을 바로 잡고 말했다.
크로세트는 벤하르트를 보면서 생각했다.
'저녀석은 죽음이 두렵지 않은건가! 이 마법에도 어떻게 저런 눈을 할 수 있는거냐!'
크로세트의 마법은 '인간이 아닌 자들을 죽이는'마법이었다. 스스로를 봉인하면서 그는 다음번에는 리스를 이길 수단을 생각해냈다. 마법 자체를 '한정'지어서 특례적인 힘을 취하는 것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인간계'에서 부활할수 있도록 손을 썼고, 인간의 신체 마족의 힘을 지닌채 부활해 마법을 완성지었다.
인간이 아닌 존재의 생명을 지워 버리는 마법. 아직 명칭조차 만들어 내지 않은 그의 회심의 마법은 닿는 적의 '생명'을 고갈 시킨다. 하지만 그 대상은 언제나 '인간'이 아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인간을 완전히 배제했기에 얻을수 있는 마법이라고는 하나, 이런 마법을 구현할수 있는 것은 크로세트나 이미 봉인된 레니아 정도 밖에는 없을 것이다.
이 마법이 있었기에 크로세트는 리스를 상대로도 자신감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실제로는 리스가 티온을 지키려 들지 않았다면 마법에 정통으로 맞아 줄리도 만무 했지만, 그는 리스가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과, 스스로가 '불사성'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티온에게 마법을 날리면 스스로가 방패가 될 것이라는 것도 이미 계산하에 있었다.
거기에 벤하르트조차도 '순수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엄청난 낭보가 아닐수 없었지만, 그는 어째서인지 정신적으로 약간 말리고 있었다.
'이건 거짓이다. 절대로 내가 인간 따위에게 밀릴리 없다. 그래! 이건,, 그저 조금 더 신중하게 저녀석을 죽이기 위해서 조심하는것 뿐이다.'
"으아아아아!"
크로세트는 거대한 마력의 폭풍을 벤하르트에게 날렸다. 오른쪽 팔로 검에 힘을 주었다. 순간 그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그림자를 보았다.
"티온!?"
"으읏!"
티온은 그 자그마한 몸으로 손을 쫙 펴서 벤하르트에게 날아오는 마법을 자신의 몸으로 막아 내었다. '순수한 인간'인 티온은 그 마법을 막았음에도 전혀 상처가 없었다.
"방해를!"
크로세트는 돌변하며 붉은 화살을 날렸다. 날아오는 붉은 화살을 벤하르트는 꼴사납게 쓰러지며 검을 휘둘러 쳐냈다. 그것으로 패는 완벽하게 크로세트에게로 돌아가 있었다.
"크하하하 그래 움직일수 있는것은 오른쪽 팔 뿐인가! 자 어디 다음 것도 막아 볼테냐!"
"리스! 움직여!"
벤하르트는 검을 들어 그대로 리스를 베어냈다. 리스의 조각조각 나서 아지랭이처럼 일어나던 신체는 형체를 이루었다. 그녀는 재빨리 티온을 데리고 거리를 벌렸다. 크로세트는 다시 부활한 리스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회복따위 할 수 있을리 없지. 이 마법은 '생명'을 지워 버리는 마법. 몸을 다시 재생시켰다고 해도 이미 날아간 '힘'자체는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터.. 안그런가? 원의 흡혈귀?"
리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벤하르트에 의해 조각난 몸은 바로 치유를 받았지만, 크로세트의 말처럼 힘은 모이지 않았다.
"어째서 자신을 치료하지 않는거에요! 저를 치료했을때처럼 지금처럼 벤하르트가 자신을 치료한다면,,"
"벤은 '자신만은' 치료하지 못해. '그런 기술'이기에 타인에 한에서는 순식간에 상처를 낫게 할 수 있는거야. 아마도 크로세트 네 마법도 그렇겠지?"
"그 말대로.. 많이 나약해졌군 원의 흡혈귀. 나는 설사 이 기술을 익혔다고 해도 너를 이렇게 쉽게 이길거라고는 생각치 않았다. 네가 이런 눈먼 마법에 맞아줄 것이라고는 생각도 안했으니까 말이지. 고고하기 짝이 없었던 네가 고작해야 인간 하나를 지키기 위해 몸을 바치다니, 웃기는 노릇이로군."
"헛소리 하지 마. 나는 예나 지금이나 마음이 오가는대로 행동할 뿐이야. 네녀석들의 눈치 따윈 본적도 없고 앞으로도 나는 내가 바라는대로 살아 나갈거다. 이 삶은 말야. 네가 왈가왈부할정도로 무르지 않아. 벤! 일어서. 거기서 비틀거리는게 네가 할 일은 아니잖아!?"
"그야 그렇지. 걱정 하지 말라고, 리스."
벤하르트는 미소를 띄우고 크로세트를 보았다.
"죽기 직전의 송장주제에 어째서 그런 눈으로 나를 보는거냐!"
크로세트는 '분노'로 '두려움'을 떨쳐 내었다.
'다리는 물론이거니와 전신이 멈추었다. 틀림없이 마지막 일격이 될 것이다."
"죽어버려라!!! 벤하르트!"
쇄도하는 수백의 궤적 아마도 크로세트의 필사의 마법에 벤하르트는 검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한손이면 충분하다."
흐르는듯이 움직이는 검은 보는 사람이 그 아름다움에 매료될 것만 같은 궤적을 그렸다.
"일섬 극의(極意) 천륜요란(天倫擾亂)"
순간 세계가 정지했다.
"뭐.. 뭐..!!?"
크로세트는 스스로의 몸을 바라보며 절망감에 빠졌다.
"몸이!! 움직이지 않아!"
"사람이 가장 절망할때는 '무력함'을 느낄때이다. 누군가를 지키는데에 힘을 사용할 수 있다면 나는 그걸로 좋아. 하지만 '그것마저도' 불가능한 적이 나타난다면, 나의 '전력'으로 조차 감당할 수 없는 적이 나온다면 어떨까? 아니면 단체적으로 나를 노리는 적이 있어서 '지킬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크으으극."
"자신의 '전력' 이상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 운명이 나의 패배를 정해 놓았다면, '그 운명'마저도 흐트러 버리면 되는거다. 그런 의미에서 크로세트 너는 자신의 실력에 자신을 가져도 좋아. 너는 나와 리스를 상대로 내가 '이 기술'을 쓰지 않으면 안될 상황을 만들었으니까,"
벤하르트는 검을 바로 잡아 들었다.
"운명은 역전되었다."
"마 말도 안돼! 이게 뭐..냔 말이다!"
"네가 내게 입혔던 상처다. 아마 오른팔만 움직이는 상황이었던가? 거기에 추가적인 피해가 있기는 할테니 지금은 더욱 망가져 있는가? 반대로 나는 방금의 네 상처 정도에서 그쳐 있겠지. 서로의 '운명교환'인 것이다."
"그런.. 말도 안되는 그건 이미 '마법'의 영역 아니 '마도'의 영역을 초월한 기술이다. 그런걸 네놈같은 인간따위가!"
크로세트는 절규했다. 움직이는 것은 한쪽 팔 조차 아닌 손목 정도에 불과한 정도 이 상태로 그가 벤하르트를 당해낼 기술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래 네 말대로 이건 나에게는 과분한 기술이겠지. 하지만 그거야 내가 생각할수 있는 일. 너는 '불합리'를 느낄 자격따윈 없어. 네가 그랬었나? 네 그 마법은 '생명'을 지우는 마법이었다고? 그렇다는 것은 그것이 그대로 네게 적용된 이상 너라 해도 더 이상의 재생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겠지?"
"크윽!"
도망칠 곳은 전혀 없었다.
'이럴수는 없다!'
그는 신호를 주어 지옥의 불길을 소환해 리스를 공격하게 했다. 이미 크로세트의 마법에 의해 거의 힘을 쓰지 못하는 리스는 자신의 몸이라면 모를까 티온을 지킬수는 없었다.
"일섬 백룡(白龍)"
벤하르트의 검에서 백색의 검기가 용의 형상을 이루어 지옥의 불길과 뒤섞여 싸우기 시작했다. 사실 형체를 이루어 소환해내는 기술은 상당한 부담이 가기에 그다지 사용하는 기술은 아니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 벤하르트는 크로세트에게서 시선을 떼는 것을 그만 둘 수 없었다.
'악몽... 인가? 이 상황은 현실..인건가?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그래 '이대로'는 죽지 않는다!'
"'봉인'을 해서라도 이 상황에서 살아나 보이겠다. 어차피 인간. 수백년 뒤에는 죽어 없어져 있겠지! '네놈'과는 다시는 싸우지 않겠다. 크하하!!"
"그래 그건 남은 네 반신(半身)으로 이루어라."
"리스조차도 부수지 못한 결계의 봉인이다. 네놈 따위가 부술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크로세트를 검은 소용돌이가 휘감는가 싶더니 크로세트는 검은색의 봉인석이 되었다. 하지만 '이미' 그 봉인석 마저도 '검'의 저주는 피하지 못했다.
"일섬 참도(斬刀)!"
봉인석은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잘게 금이가기 시작했다. 그 금이 가루가 되어 산산히 부서질때 그 마지막의 찰나 크로세트의 낄낄 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벤하르트는 멈칫 거렸다. 그 '웃음'은 자신의 '죽음'보다도 통쾌한 무언가가 섞인 웃음이었다.
"리스!!"
벤하르트는 다급하게 리스를 불렀다.
"어!?"
리스는 벤하르트가 처리하는 것을 보며 사뿐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때 리스의 발치에서 백색의 빛이 감돌았다. 그것은 크로세트가 마지막으로 남겨둔 마력을 머금은 구체였다. '봉인'을 거론한 것도 '자신'을 죽이지 못한다고 말했던 것도 전부 '포석'에 지나지 않았다. 벤하르트의 신경을 온통 '자신'에게 쏠리게 만들기 위한 '미끼'였던 것이다. 구체를 통한 마법은 인간외적인 존재를 멸살하는 마법 외에도 사람을 죽일수 있는 마법까지 섞인 여지 없이 리스와 티온을 죽여 버리기 위한 크로세트 최후의 단말마 였다..
"벤!"
크로세트의 공격권에서 벗어나 있었기에 벤하르트가 수습하러 나갈채도 없이 빛은 사정없이 리스를 휘감아 들었다. 하지만 리스를 휘감았던 광탄을 한사람의 인영이 가로 막았다.
"후우 중요한 이야기 공급원이 멋대로 이런 저급한 수에 걸려 죽어 버리게 되면 이야기를 들을 수 없게 되지 않겠냔 말이지."
광탄을 쉽사리 집어 삼키며 허공으로 날려 버리며 구아나는 특유의 게으른 표정을 지어 보였다.
"구아나!?"
"그나저나 참 아슬아슬하게도 싸우는구나 너희들. 하기사 그 편이 내 '마법'에는 더 도움이 되겠지만 말야. 새삼 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대단한 전투였어."
"후아아.."
벤하르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 작가의말
연참대전 종료.. 흐음.. 매번 연참대전 이후에 했던 감사의 인사가 조금 조촐하게 끝날 것 같군요. 그래도 억지로 찾아 찾아서..
언제나 댓글을 남겨주시는 심생종기님 그리고 알테마웨폰님 꼬매네요님
그리고 연참대전도중에 1화부터 완독해주신 L에일리님
제 부족한 글에 열성적으로 멋진 비평을 해주시는 무식국어쌤님
그리고 꾸준히 댓글을 달아주시는 실버클로버님과
그외에 아키라나님 봄돌님 선생님(?) 달빛뮤지션님 Purgo님 사비님 아히이잇님 귀염고양님 그리고 기타 등등 혹시 제가 보지 못해서 빠졌을지도 모르는?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 혹시 이게 싫어서 최근에 댓글이 적었다거나.. 하지는 않았겠죠..?
그나저나 이번 연참대전은 시험기간과 겹쳐서 많은 난항을 겪었습니다. 사실은 시험에 집중을 하고 연참대전 따위는 무시를 했어야 하는 것인데도, 성격이 고지식해서 그렇게 하질 못했네요.
하지만 힘들면서도 나름 인간의 한계(?)를 느낄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험 성적은 조금 불안하지만요..
그럼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정리가 되며 연참대전이 끝나서 다행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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