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88화-주마의 숲(6)
사실 벤하르트에 있어서는 셋을 데리고 가는것보다 혼자 가는 편이 훨씬 더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다. 말로는 도와주지 않겠다고 했지만, 자신 혼자라면 리스도 나름대로는 도와 줄것이라는 생각이기도 했고, 이전의 마수들과 싸울때 말했던 그들이 도망치게 된다면 반반의 확률로 살것이라는것은 어디까지나 벤하르트 혼자 상대했을때의 일. 설사 죽기 직전이라고 해도 라프라와 류누 스크루가 없다면 리스가 벤하르트를 죽을때 까지 방치할리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경우도 그와 마찬가지였지만, 벤하르트는 지금에 와서 셋을 짐이라거나 자신의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만이 강해도 좋다. 저들을 지켜주기 때문에 손해를 보아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강하고 약하고의 구분을 떠나 함께 있다는 그것 하나로 벤하르트는 성장하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차츰 어둠을 헤치고 나갈때마다 느껴지는 마수의 느낌은 굉장히 가까웠다. 벤하르트의 감지 능력도 이 공간에서는 평상시보다 훨씬 약했다.
'다섯... 여섯.'
하나같이 마수라고 생각할수 없을 만큼의 강함. 아직 눈으로 본것도 실력을 본것도 아니었지만, 그 기도만으로도 상대의 능력은 결코 낮지 않았다. 아마도 일전의 마수들조차도 저것에 비하면 덧없다고 표현할수 있을만큼의 강함.
살짝 멈칫 거린 벤하르트는 뒤의 셋을 슬쩍 보았다. 비장한 각오로 공포를 억누르고 자신의 뒤에서 걸어오는 셋을 보고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벤하르트가 느낀 마수는 총 여섯이었다. 조금 더 걸어가자 곧 탁 트인 곳에 도착했다. 중심에는 거대한 나무가 하나 그리고 그 나무의 가지에 앉아 있는것은 각각 다른 모습을 한 마수들이었다.
[괜찮겠어?]
사태의 심각성을 먼저 파악한것은 리스였다. 그 뒤를 이어 벤하르트도 어떤 상황인지 깨달았다. 여섯의 마수가 이곳에서 어떤 위치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수 없었지만, 확실한것은 그들은 하나하나가 벤하르트와도 겨룰수 있을 만큼의 실력자들이었다. 이기고 지는것을 논외로 치더라도 능력 하나 만큼은 이미 벤하르트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마수들 아니 순수한 능력 자체만 본다면 벤하르트보다 위인 마수들도 존재하고 있었다.
벤하르트도 금방 여섯의 마수의 정확한 능력은 몰라도 그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직감적으로 알아 차릴수 있었다. 필시 자신과도 붙을수 있을만한 능력이 여섯. 별다른 합공이 없다고 해도 아마 자신이 그들을 상대로 이길 확률은 엄청나게 희박할 것은 볼것도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사실을 라프라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불안감을 떠맡는것은 자신 하나로 충분한 것이다.
'그런데 왜 움직이지 않고 있는거지?'
자신들이 도착했다는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을 마수들은 한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파악하지 못한것은 절대로 아니다. 되려 여섯마수의 시선은 전부 벤하르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여섯의 마수가 시선을 집중한것은 그것자체만으로도 공포를 불러 들이기에 충분했지만, 벤하르트는 지금 공포에 떨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저 눈은 공격할 의지가 아닌것 같은데, 조금 달라.'
눈빛만으로 의사소통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가끔은 마치 특례와 비슷하게 그런것이 느껴지기도 하는 법이다.
'뭔가를 바라고 있다.'
확신은 할수 없었지만, 그는 마수가 자신에게 무언가 바라는게 있는것이라고 생각했다. 순간적으로 그런 기분이 든것 뿐이었지만, 때로는 직감이라는게 중요하듯 벤하르트에게는 망설이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여기 있어."
그는 한걸음 한걸음 조심 스럽게 거대한 나무를 향해 돌진 했다. 조금씩 조금씩 마수들의 공격범위 안쪽으로 서서히 접근했다.
한걸음만 더 가면 공격을 당할수 있을만큼의 사정범위를 통과해 그는 자신을 보고 있는 마수들의 앞에 섰다.
그때 나뭇가지가 벤하르트를 강습했다.
"읏."
공격 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은 시작 전부터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순식간에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했다. 그를 공격한것은 여섯의 마수가 아닌 그 여섯의 마수를 담고 있었던 나무였다.
'이런 마수였나. 여기까지 오면서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수십의 가지와 수백의 잔가지는 마치 빗자루처럼 벤하르트에게 쇄도했다. 벤하르트는 백색의 빛으로 살짝 공격을 지연시키고 한걸음 뒤로 물러나 공격을 회피했다.
'이 와중에도 공격하지 않아.'
아무리 동료 의식이 없는 마수라고 해도 대부분의 마수들은 하나의 적을 인식하게 되면 그 적을 공통적인 적으로 삼았다. 이미 몇번이고 경험해 보았던 바. 지금 이 상황에서 마수들이 노려야 하는것은 벤하르트였다. 하지만 여섯의 마수는 나뭇가지 위에서 벤하르트를 보고만 있을뿐 공격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서지는 않는건가.'
그렇다고 해서 벤하르트가 유리한가 하면 그런것도 아니었다. 눈앞의 있는 나무 마수도 객관적으로 따져 보면 현 시점의 벤하르트가 상대하기 벅찰 정도의 실력이었기 때문이었다.
"조..종."
"뭐지!?"
한 마수가 입을 열었다. 퀘이소 같은 마수가 있는 마당에 저렇게 강한 마수들이 말을 할수 있다는게 놀라울리 없었지만, 벤하르트가 놀란것은 그 단어였다.
'조종?'
그정도 까지 들었다면 벤하르트도 나름의 정리를 할수 있었다.
'여섯의 마수들은 조종을 당하고 있다. 나에게 적의를 나타내지 않은것은 그 조종을 풀어 달라고 말하는건가? 하지만 저 마수는 나를 공격하고 있다는건,, 모종의 이유로 여섯 마수는 저 마수를 건드리지 못하고 조종 당하는것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내가 필요하거나 그런 종류 인건가?'
그렇게 정리하고 그는 나무를 유심히 살펴 보았다. 쉴새 없는 공격 속에서도 그는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벤하르트는 곧 마수와는 다른 무언가를 찾아낼수 있었다.
'저거다!'
위치는 알았으나 그곳까지 접근하는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마수의 가지는 끝도 없이 늘어나는데다 그 수도 엄청났다. 벤하르트가 굳이 치고 들어가지 않는다면 막는것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공격을 하고자 한다면 그 위험성은 비교도 할수 없을 만큼 커지게 되는 것이다.
'후퇴하고 싶은데,'
하지만 그 생각을 하자 마자 살기가 몰려 들었다. 여섯의 마수의 표정은 아까와는 사뭇 다르게, 완벽하게 살기로 뭉쳐 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벤하르트가 이곳에 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의 공포.
"도망은 안된다. 이거로군."
검을 휘두르면서 그는 자세를 취했다. 그의 비기중 하나 '백뢰'가 나무 마수에게 쇄도했다. 실로 번개같은 그 공격은 공격하는 가지째로 소멸시키면서 길을 뚫어 내었다.
"됐다!"
그는 있는 힘껏 내달렸다. 그 순간 그를 통과한 가지가 있었다.
'안돼!'
가지는 한가닥이라고 할지라도 라프라나 류누등이 막을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하지만 공격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회수가 되는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닿아라..'
순간.. 1초로는 표현할수도 없고 그의 100분의 1이라고 해도 표현 할수 있을리 없는 그 시간 벤하르트는 생각했다. 생각하는 단어를 입밖으로 언급하는것보다도 빠르게 그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는 정도의 생각과 그보다 더 빠르게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오빠.."
"너.."
그 가지의 속도를 따라잡아 벤하르트는 막아 내었다.
"안심하고 있어. 너희들은 내가 지켜줄테니까,"
"아니..."
나무 마수의 가지는 결코 가늘지 않다. 잔 가는 가지로 벤하르트를 공격하지 않는것은 아니었고, 그 공격 자체도 예리한 칼과 같아서 한번이라도 정확하게 맞아 버리면 그대로 몸이 분할 되어 버릴만큼 무서운 공격이었지만, 방금 라프라등을 공격한 것은 그런 가지가 아니었다. 상당히 굵은 가지로. 그 가지는 벤하르트의 어깨를 꿰뚫은 것이다.
"하하.."
너털웃음을 터뜨렸지만, 어느 누구도 웃을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너덜너덜정도가 아닌, 금방이라도 끊어져서 잘려 나갈것 같은 왼쪽 팔을 다잡아 벤하르트는 오른쪽 팔로 검을 들었다.
"물러서 있어."
그가 검을 휘두르자 긴 균열이 일었다. 마치 영역이라도 나눈것마냥 생겨난 금을 가리키며 벤하르트가 말했다.
"거기까지라면 공격이 닿기 전에 너희들이라도 피할수 있을테니까.."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나는 나가겠어. 그 결과 다른 마수들에게 당할지라도 네게 폐를 끼칠수는 없다."
"폐가 아니야. 적이 저녀석 하나라면, 충분해. 나에게 맡겨둬."
"하지만,"
"그 뜻 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여섯 마수중 한 마수는 놀라고 있었다. 방금전 벤하르트가 가지에게 한 팔을 내어준것은 그에게 있어서는 그저 바보같은 일일 뿐이었다. 아마 그런 일이 없었다면 시간을 들여서라도 저 남자라면 '주박'을 풀어낼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바보짓이 아닌 놀란 이유는 다름 아닌 그 이전의 움직임이었다. 남자가 처음에 발휘하던 실력이 전력이 아닐리는 없었다. 인간으로써는 저것만으로도 엄청난 경지임에 틀림 없었고, 굳이 이런 상황에서 전 실력을 드러내지 않을리도 없었을 테니까, 그런 벤하르트의 모습을 계산한 결과 마수는 그의 실력이 어느정도인가 능력 자체를 측정해낼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해할수 없었다. 그의 몸놀림으로는 그 공격에 접근하지도 못했어야 정상이었다. 반응하는것도 늦었기에, 마수는 기술명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백뢰'의 기술로도 닿을수 없는 그런 빠르기의 공격이었다. 그것을 기술도 아닌 스스로가 따라 잡아서 막아내었다.
'어떻게 그렇게 움직일수 있었던 걸까..'
"왠지.. 마음이 차오른것 같아. 지킬것이 있다는것은 약한게 아니야. 나는 몇번이고 지킬게 있어서, 위기를 극복해 왔으니까,"
그는 서서히 자세를 취했다. 방금도 보여주었던 백뢰.
'같은게 두번이나 통할만큼 얕보는건가!'
마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두번은 다르다. 도리어 첫번째가 미끼였다고 생각해도 좋은것. 원래가 일섬류의 기술은 기술명을 말하는 순간 그 기술의 완성도는 차원이 달라지게 된다. 벤하르트의 현재 능력은 회복을 했다고 해도 정상적인 상태를 10이라고 봤을때 고작해야 6~7정도에 불과 했으나 그것은 일반적인 모습일 뿐이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지키고자 할때의 그의 능력은 그 상태에서도 평상시를 월등하게 뛰어 넘고 있었다. 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정신 상태에 따라 그 능력이 차이가 나지만, 벤하르트의 경우는 그보다 더 확실하게 자신의 능력을 끌어낼수 있는 매개체가 있었다. 소유자의 의지를 반영하는 인도(人刀)는 자신의 주인의 의기를 반영했다.
왠지 질것 같지 않은 기분을 머금고 벤하르트는 그 기술을 입으로 내뱉었다.
"백뢰(白雷)"
한줄기 섬광. 기이한 각도로 쇄도해 오는 검기의 파도는 막아내는 나뭇가지의 장벽을 전부 가르고 전부 분쇄하며 돌진했다. 어떤 방어 기술로도 막아낼수 없었고, 어떤 기술로도 견제를 할수가 없다.
모든것을 베어내는 검이 되어 검기는 벤하르트가 목적했던 물건을 부숴 버렸다.
- 작가의말
오늘은 너무너무 바쁘군요,,, (알바 택시 타고 가야 할 판국이네요 ㅠㅠ;) 내일 뵙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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