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89화-주마의 숲(7)
벤하르트가 목표로 한것은 다름아닌 나무 마수를 조종 하고 있었던 어떤 물체 였다. 동그란 원형의 검은 물체는 벤하르트의 혼신의 일격에 산산조각이 나 부서져 버렸다.
그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벤하르트는 주저 앉았다. 어깨의 구멍에서 흐르는 피는 이미 자신의 주변에 흥건히 고여 있었다. 의식은 몽롱해지고 곧 그는 자신이 흘린 피 웅덩이에 쓰러졌다.
마지막에 느낀것은 자신의 피가 의외로 따듯하다는 것이었다.
"아.."
잠에서 깨자 눈앞에 보이는것은 은은한 갈색의 나무로 이루어진 집이었다. 푸근한 느낌마저 줄 정도의 집의 모양에 벤하르트는 벙찐 얼굴을 했다.
"일어났나?"
여성의 한마디에 그는 재빠르게 전투 태세로 들어갔지만, 그렇게 행동함과 동시에 바로 이불을 들어 올려야만 했다. 아랫속옷을 제외하고 아무런 옷도 입고 있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까지 경계할 필요가 있을까."
조곤조곤 여성은 벤하르트를 보면서 이야기 했다.
"아니 여긴 어딥니까."
"그라이누프 네가 쓰러트렸던 나무 마수 주마의 숲을 만든 장본인의 몸속 이라고 말해야 하나."
"예? 그럼 내가 먹혔다는건가?"
"먹혀? 하핫 인간 답지 않게 생각하는게 굉장히 단순하군. 하지만 이 상황. 너라고 하면 알았겠지. 별로 우리는 적의를 드러내고 있는게 아니라는것을."
확실히 눈앞의 여자로 보이는 마수는 벤하르트에 대한 적개심이 없었다. 살기도 없었다. 되려 호감이라도 가진 것만 같은 행동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는 이불을 둘러 쓴채 경계를 풀지 않았다.
"신중하군."
"적진이니까 말이죠."
"그래. 남은 녀석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다 이건가?"
"....."
"뭔가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굳이 그 셋을 언급한것은 협박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네가 그렇게 살기를 뿌려서야 이야기조차 할수 없으니까, 그걸 어떻게 해달라고 하는것 아냐. 나라고 해서 마수를 죽이고 싶다거나 하는건 아니라고, 다른 녀석들이라면 또 모르지만, 일단은 이야기를 해뒀으니까, 알아쳐 듣겠지 뭐."
"불러 주세요. 그리고 제 검과 옷도.. 이야기를 하는것은 그 다음의 일일것 같군요. 저에게는 마수처럼 선천적인 무기가 있는것도 아니니까 말입니다."
"그런것 치고는 꽤나 무시무시한 송곳니를 겨누고 있는것 같은데 말이지."
갈색의 긴 장발 머리의 인간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마수는 사뿐하게 일어나 한달음에 그 방에서 나갔다. 곧 그녀는 라프라와 류누 스크루를 데리고 왔다. 그와 동시에 벤하르트의 검과 옷도 던져 주었다.
"이걸로 된건가?"
옷을 전부 챙겨 입고 방을 나서서 그라이누프 라는 마수의 배속에서 나오자 벤하르트가 어제까지 싸웠던 넓은 숲의 광장이 나타났다.
벤하르트를 데리고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마수를 제외한 남은 다섯의 마수들은 제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묘한 살기를 내뿜는 자들도 존재하고 있었다.
"왜 제 목숨을 구해주신 겁니까?"
"마수라고 피도 눈물도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싶을지 몰라도, 일단 그렇지는 않거든.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고 해도 사실 상관은 없고, 자유이긴 하지만 이유를 바란다면 은인을 죽이기는 뭣했다 정도 겠지."
"은인?"
"물론 네 쪽에서 생각하기에는 전혀 우리를 위한 행동은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따지면 그렇지. 그리고 한가지 말을 해두고 싶은게 있는데 사실 어느정도 치유를 해준건 사실이지만, 대부분은 네가 독자적으로 치유 된거라구."
전투가 끝나고 났을때, 벤하르트는 정신을 잃었고, 여섯의 마수는 그의 앞에 서서히 다가왔다.
"죽이자."
한 마수가 말했다.
"그래. 결과적으로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우리를 구해주고자 한 행동이 아니다. 거기에 인간은 어찌 되었든 마수에 있어서는 적이나 다름 없는 존재니까,"
"이녀석이 죽인 마수만 해도 만은 쉽게 넘기고 있다고! 이대로 살려둘것 같아? 죽여 버리자고"
"하지만 그렇게 말할수만도 없는 노릇이지. 그것은 실제로 정당방위였으니까, 주마의 숲의 법칙에 따르면 어찌 되든 상관 없는 일이었어. 거기에 수만이나 죽은 근본적인 원인은 이녀석이 아니고, 이녀석이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 쉽게 대화를 하고 있을리도 없을테니까,"
"어떤 식으로 보면 은인이라고도 할수 있겠지만, 이례적이군."
"하지만 이 인간은 우리의 뜻을 어느정도 알아주고 움직인것 같으니, 이대로 죽이기에는 조금 뭣한것도 사실이지."
"모든것은 법칙대로 하는게 맞겠지."
여섯은 차례로 자신의 의견을 내세웠다. 티격 태격 하는 도중 한 마수가 들고 일어났다.
"헛소리 집어 치워! 이녀석이 죽인 녀석 안에는 내 수하들도 몇마리 끼어 있었을 거다. 절대로 그냥 지나가지는 않을거다!"
도마뱀의 머리를 한 마수가 벤하르트를 보자 그곳에는 퀘이소 셋이 부들 거리는 몸으로 그에게서 벤하르트를 막아내고 있었다.
"뭐 하는거냐? 애송이 마수 셋이 모였다고,, 봐줄것 같아?"
"브루프!"
한 마수가 귀가 떨어질것만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그에 브루프라고 불리운 마수는 흘끗 그 마수를 보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
"켁. 재수 없는 잡종주제에."
"그만들 해둬. 여기서 더 문제를 일으켰다가는 이쪽도 가만히 있지 않을테니까, 그나저나 재밌군. 우리들 마수는 인간과는 다르게 본능에 따르고자 하는 생각이 강한데, 이녀석들은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 그 공포를 극복하고 있다는 건가?"
우아한 새 마치 백조를 연상시키는 마수는 천천히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곧 여성의 모습으로 변했다. 백조나 여인이나, 전투에는 관련이 없어 보였지만 실제로 퀘이소 셋이 느끼는것은 순간에라도 자신의 머리가 오체가 뜯겨져 먹혀 버릴 것만 같은 공포심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공포때문에 발이 멈춘게 아니다. 스스로의 의지로 그들은 마수와 대치하고 있었다.
"너희들 거기에 계속 있다면 죽을텐데,"
굳이 마수가 아닌 평범한 인간이었다고 해도 오금이 저리고 심장이 허해져서 고통 스러울 정도의 살기에도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저는 가지 않아요."
라프라는 똑바로 그녀를 노려 보면서 말했다.
"그쪽은?"
"가 갈까보냐! 이녀석에게는 빚이 있단 말이다. 정히 이녀석을 죽이겠다면, 나도 살아 있을 생각은 없어."
"흐음. 그렇다면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너희가 죽는다면 이녀석은 살려주지."
벤하르트만은 살려준다고 하지만, 그 경우는 자신들이 죽는다는 말. 분명히 벤하르트와 함께 자신들을 죽이라고 한것에 거짓은 없었지만, 그런 조건이 제시되자 류누와 스크루는 망설이게 되었다. 조금의 틈이 그들의 마음에 구멍을 뚫리게 한 것이다. 벤하르트와 함께 죽는다면 죽을수 있다. 하지만 벤하르트 대신에 자신이 죽는것은 어떨까? 분명히 후자가 이득이다. 어차피 죽는다면 누군가가 사는쪽을 선택하는게 현명하다. 원수도 아닌 생명의 은인을 위해 그정도는... 당연한것인데도 그렇다고 말할수가 없다.
'완전히 달라.'
전과 후는 그 말 하나를 바꾼 조건의 제시일 뿐이지만, 정작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완벽하게 달랐다. 누군가와 함께와 누군가를 대신한다는 그 두 말이 이정도로 차이가 날것이라고는 듣기 전까지는 생각도 못했다. 차마 그렇게 말하지 못하는것은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마수가 그렇다고 대답하는 순간 죽일것만 같은 살기를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다르게 말해볼까. 너희들중 한명을 제외 하고 나머지는 살려주마. 그렇다면 어떻게 할거지?"
방금전과는 다르게 스스로가 살수 있는 여지를 확실하게 남겨둔 말에 퀘이소들은 더더욱 망설였다. 그 와중에도 흔들림 없이 라프라는 말했다.
"제가 죽을게요."
"괜찮겠어?"
"안돼 라프라 그럴거면 내가!"
"그럴거면이면 곤란해요. 이 마수가 보고 있는건 그런게 아니니까,"
'이 꼬맹이가..'
"그렇다면 가져갈게. 네 목숨. 그래도 상관 없다고 한건 너니까,"
"대신 나머지 분들은 살려주는것 확실하죠?"
흔들림은 전혀 없다. 속은 혼란과 공포에 떨고 있으면서도 시선과 말 태도에서 만큼은 절대로 흔들리지 않았다. 이전 마수에게 잡혀서 스스로의 목숨을 위해 타인을 잡아왔던 그녀와 지금의 그녀는 확실히 달랐다.
"약속하지."
"안돼! 라프라 너는 부족장님의 따님이라고!"
바람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라프라의 왼쪽 팔이 잘라졌다.
"으아아아아아아!!"
고통 속에서 마수는 물었다.
"어때 지금이라면 살수 있는데?"
대답은 없었다. 그저 눈으로 노려볼뿐. 그에 나머지 한 팔이 잘려 나갔다. 라프라의 고통에 의한 비명은 숲 전체에 울려 퍼질듯 퍼져 나갔다.
"이제 곧 죽을테지만, 마지막으로 묻겠어. 어떻게 할래."
"죽여!"
"하아.."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는 손가락으로 딱 하는 소리를 내었다. 순간 고통은 언제 그랬냐는듯 사라지고 라프라의 몸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정신은 죽었다고 생각해 그 값은 받아주도록 하지. 꽤나 강단있는데? 퀘이소 주제에. 모두들 불만 없지?"
대다수는 그 결정에 승복했지만, 브루프라는 마수는 불만스레 어쩔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도 죽지는 않았어요."
"고집 좋구만, 하지만 여기서는 가만히 있는게 정답이야. 어찌 되었든 비켜봐. 그녀석 그대로 두면 과다 출혈로 사망할테니까, 인간이라는 녀석들은 정말로 약해 빠져서 말이지. 꽤 시간이 지났으니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지."
"안돼요!"
"금기시 되는 사랑인가. 마수와 인간.. 어감은 좋지 않지만, 사례야 없지는 않지. 더군다나 퀘이소라면 더더욱 그렇겠고,, 응원해줄게 마음속으로만,"
"그 그런건 아니에요."
"음? 음.."
마수는 벤하르트의 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녀의 심각한 표정에 라프라가 물었다.
"뭔가 문제라도?"
"이녀석 정말 인간 맞아?"
"네 아마.."
"너희들의 눈으로 보지 그래? 출혈은 멈췄고 벌써 상처가 아물고 있어. 아직도 구멍을 뚫린 채고 상처 회복력도 대단하다 할수는 없지만, 인간과 비교하면 말도 안되는 회복력이잖아? 이런 인간은 본적이 없다고."
"정말.."
- 작가의말
깜박 하고 안올리고 알바를 갈뻔 했군요. 연참대전 끝날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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