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11화(565화)-마신(魔神)(5)
"여기가 바로 공방이다."
교주는 벤하르트에게 지금은 쓰이지 않는 공방을 소개 시켜 주었다. 벤하르트가 공방에 들어가려는 순간 교주가 말했다.
"네놈 무슨 속셈이냐?"
"속셈?"
"나는 마신님의 말처럼 사이비 교주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이비 교주라는건 어떤 의미에서는 보통의 교주보다 더 사람의 심리를 읽는데 재능이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너는 뭔가 달라. 마신님과 나에게 있어서 분명히 걸림돌이 될게 뻔한 인간이다."
"그렇게 생각해도 좋아.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분명히 크로세트님에게 있어서는 명백하게 좋은 일이다. 네게는 나를 방해하거나 멈추게 할 명분 따윈 없을테니 방해 말고 제 할 일이나 하는게 어떠신가?"
벤하르트의 도발에 사이비 교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네놈.."
"똑똑히 다시 이야기 해주마. 나는 말야. 당신이 싫다거나 해서 이런 상황을 만든게 아니란 말이지. 내가 원하는 것은 이 세계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지위와 힘이다. 아쉽게도 그 점이 네 소원과 겹치는 것일뿐 딱히 네게는 아무런 불만도 원한도 없단 말이다. 그러니 너도 지금 이럴 시간에 자신의 지분을 더 받기 위해서 아부라도 더 떨어두는게 어떤가?"
벤하르트의 말에 교주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불쾌해 하면서도 따로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표정을 바꾸고는 신전으로 돌아갔다.
사실 넉넉잡아 크로세트를 속이기 위해 며칠의 시간을 더 얻어 두기는 했지만, 어차피 적이 될 크로세트에게 제대로 된 검을 만들어 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 물론 벤하르트는 제대로 만들지 않는다고 해도 워낙에 실력이 좋은데다 크로세트의 눈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명검을 만들어 주지 않을 수가 없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몇시간 정도면 충분히 만들수 있는 일이었다.
티온의 피를 섞어 그는 검을 완성 시켰다. 그 검은 모태의 속성을 전부 가지고 있으면서 크로세트에게 검의 힘을 주게 될 제물이었다. 벤하르트는 살짝 손에 상처를 내었다.
"아프구만,"
그는 자신의 검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철이 들면서 부터 검을 만들고 나면 자신의 손에 상처를 내는 것도 검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중 하나였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자신의 검을 제물을 위해 사용해 버린다는 것은 썩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만들어진 소도를 검집에 넣고 그는 기를 집중했다. 근처에 누군가가 있는다 살피는 것이었다.
'으음 교주 녀석 의심하고 있다더니 역시나 몇명 남겨 뒀었군. 하나 둘 셋.. 넷 정도인가?'
"어쩔수 없지."
그는 자신의 검을 뽑아들고 허공에 한번 휘둘렀다. 검에서 백색의 빛이 형체를 이루어 벤하르트로 변했다.
"잠시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와서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어줘."
벤하르트의 분신은 고개를 끄덕이고 기지개를 펴면서 밖으로 나갔다. 그 사이 벤하르트는 자신을 감시하고 있었던 네명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린 것을 확인하고 바로 밖으로 나가 구아나의 집으로 향했다.
구아나의 집의 문을 열자 벤하르트는 어질 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결계가 생성되어 있어?'
놀라며 그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의 침대에는 몽롱한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구아나가 있었다.
"구아나."
구아나는 몽롱한 눈으로 벤하르트를 보면서도 뭔가 비꼬는듯한 시선을 하고 있었다.
'아.. 그랬지.'
구아나의 시선을 보고나서 벤하르트는 자신이 그녀의 혼 앞에서 한 짓을 깨달았다.
"그때의 일은 마왕에게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
"과연 그럴까? 나 같은 일개 마법사 나부랭이는 정보꾼에 불과하니까 죽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고?"
"의심해도 내가 너에게 따질 방법 따윈 없겠지만, 나는 무츠에게 부탁 받고 원래부터 너를 지키기 위해 온 것이었다. 그때의 내 행동에 네가 화를 내고 있는 것이라면 그건 나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칭찬이나 다름 없지."
"칭찬이라고?
구아나의 눈썹이 까딱거렸다. 목소리에는 살짝 적의마저 묻어 나오는 듯했다.
"아군인 네가 배신감을 느낄 정도였다면 크로세트의 입장에서는 설사 그가 마왕이라고 해도 내가 정말로 냉혈한이며 너와 동료가 아니었다고 생각을 했겠지. 믿든 안 믿든 상관 없지만, 그 상황에서 더 힘을 주려 했다면 나는 주저 않고 크로세트의 손을 잘라 냈을거다."
구아나는 믿을수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더 그 일에 대해 생각하는게 귀찮다고 생각했는지 얼굴을 침대에 파묻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결계를 아주 잘도 찢어 버렸더군. 아쉬운대로 조잡하게 만들어 두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는 내 결계에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도대체 너 정체가 뭐야?"
"정체라고 한다면 나도 뭐라고 말해야 될지 미묘한지라.. 여행자 정도로 설명해 두도록 하지. 어쨋든 결계 일은 둘째로 친다 해도 네가 위험에 빠진 것은 솔직히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뭐 리스가 구해주었으니까, 나야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하암.. 이제 더 필요한 정보는 없지? 일이 끝나고 나면 나에게 이야기나 해주러 와줘. 나는 쉬고 있을테니까,"
"리스가 뭐라고 전하는 것은 없었나?"
"별 말은 없었어. 그림자처럼 나타나서는 순식간에 내 혼을 잡고 다시 달아났는데, 과연 이런게 전설속에서나 나오는 존재이구나 싶던 느낌이 들긴 했었지."
"일처리 한번 빠른 녀석이라니까. 그럼 리스가 돌아오면 전해줘. 크로세트에게서 티온을 빼내기 위해서는 그녀의 어머니가 필요하지만, 일단 돌아오면 이곳에 있어달라고.."
"티온? 그건 또 뭐야?"
"모태인 아이의 이름이 티온이었어."
"아 그랬던가? 아이의 이름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네. 하여간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이런 일에 나서는게 아니었어. 잘못 했으면 죽어 버릴 뻔 했잖아. 내 목숨값이라고 치고 리스나 네게서는 쉴틈없이 이야기를 받을테니까 그리 알고 있어. 하암.."
구아나는 깊게 하품을 한번 하고는 그대로 머리를 박고 잠이 들었다.
"죽었다 살아났는데도 별 감흥이 없다니, 대범한건지 무신경한건지.. 그나저나 리스는 이녀석을 구해두고 어디고 가버린거지?"
벤하르트는 분신이 사라지는 시간에 맞추어서 분신에게 외출을 시키고 정해진 자리에서 분신과 몸을 바꿔 공방의 안으로 들어갔다. 검은 이미 옛적에 만들어져 있었지만, 그는 제작중인 것으로 해두기 위해 빈손으로 신전 안으로 돌아왔다.
어느샌가 소문이 퍼졌는지 크로세트 종교의 광신도들은 벤하르트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서로를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벌써부터 자신을 무시하는 세력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 교주는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벤하르트는 나름대로 악독한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을 연기하고 또 감미로운 말을 전하면서 여러 신도들에게 환심을 사두고는 티온을 만나러 신전의 깊은 지하 층으로 향했다.
"아 벤하르트."
"아저씨라거나 호칭은 없는거냐?"
"왠지 벤하르트는 아저씨 같지가 않아요. 그냥 친한 친구 같은 느낌인것 같은."
'100살이 넘은 나와 8살난 네가 말이지?'
벤하르트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감이 안잡히는 티온의 발언에 헛웃음 지어 보였다.
"혹시 아주 아리따운 여자가 왔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겠지?"
"없었어요. 아리따운 여자?"
"아 모르면 됐어. 혹시나 해서 물어 봤을 뿐이니까."
"그건 그렇고 마왕을 없애주겠다고 한 일은 잘 진행되고 있는거에요?"
"아직까지는 잘 진행 되어 가고 있지. 이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아. 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큰 법이니까,"
"그렇게 자신이 없는거에요?"
벤하르트는 어깨를 으쓱 거리며 말했다.
"자신이야 넘치지만, 세상 일이라는건 그렇게 좋게만 흘러가는건 아니거든. 내가 마왕을 없앨수 있다고 해서 꼭 그것이 생각한대로만 이루어진다고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거야."
"마왕을 상대로 그만한 자신감을 보인다는게 저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아요."
티온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자신에게 크로세트가 한 일을 떠올렸던 것이다.
"잠깐.."
벤하르트는 티온을 제지했다. 티온은 재빠르게 눈의 초점을 흐리고 멍한 상태로 돌아갔다. 속으로 영리한 아이라고 생각하면서 벤하르트는 검을 휘둘렀다. 티온은 또다시 뜨끔 거렸지만, 벤하르트가 무엇을 했는지는 제대로 보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검은 망토를 온몸에 두른 크로세트가 안으로 들어왔다.
"오 마신님. 지금 피를 뽑고 있던 도중이었습니다."
벤하르트는 검에 묻은 피를 조심스럽게 병에 담으면서 말했다.
"그래 제물은 순조롭게 만들어져 가는건가?"
"물론이지요. 앞으로 이틀이면 최고의 제물이 완성 될 겁니다."
"그런가."
크로세트는 티온에게 성큼성큼 걸어가서는 얼굴을 들어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눈이로군. 뭔가 이 아이에게 말을 걸어 주었나?"
"피를 뽑기 전에 조금.. 대답은 없었습니다만,"
"이 아이에게는 말을 걸지 말도록 해라. 나는 이 아이가 가진 '재료'만을 원하는 것이다. 이 아이의 감정이나 생각같은건 일절 필요치 않은 것이다. '희망'을 품게 만들지 마라."
벤하르트는 어째서 티온이 그렇게 감정을 죽이고 있었는지 그 이유를 알수 있었다. 크로세트는 티온이 필요한게 아니었다. 티온의 몸의 재료가 필요한 것이었기에, 그는 티온의 내적인 부분은 필요하지 않았다. 기쁨을 없애고 슬픔을 없애고 희망을 없애고 감정을 죽여 그저 살아있기만 한 자신의 부활에 필요한 형편 좋은 인형을 만들어 내고자 했을 뿐이다.
"그렇군요. 그래서 이런 곳에 가두어 놓고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던 것이었습니까. 앞으로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마신님. 제물을 바치는 곳에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만, 가능하겠습니까?"
"제단에 말인가?
"네. 아무래도 한번쯤은 봐두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 제물이 어떤식으로 이용 되는지도 알아 두어야 할테니,"
"그렇군."
크로세트는 중얼 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방의 균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마신님!"
벤하르트는 당황해 했다. 자신이라면 아무런 상관 없을지 몰라도, 지금 방안에는 티온도 같이 있었던 것이다. 크로세트의 주문이 끝나자 순간 백지가 되는가 싶더니 시계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붉은 열기의 공간으로 온 세상은 적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노을색과 비슷하면서도 너무도 절망감이 느껴질 정도로 타오르는 그 공간의 언덕에는 제단이 완성되어 있었다.
"여기는!?"
"이 신전의 최하층이다. 공간을 별개의 이계(異界)로 만들어 두었지. 지옥이라고 인간들이 자주 말하곤 하지? 실제로 본적은 없겠군. 저게 바로 지옥의 불길이다."
크로세트가 가리킨 곳에서 거대한 불의 형상이 지글거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무엇이라도 태워 버릴 것만 같은 불길의 중심에는 검은 무엇인가가 있었다.
"이제 모태를 이용해서 제물을 먹고 내 형상을 갖추기만 하면 이 육신에서 벗어나 완벽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열기의 바람에 그를 덮고 있는 후드가 벗겨졌다. 창백한 얼굴과 붉은 눈 그리고 그의 몸은 계속해서 붕괴를 일으키고 있었다. 조각 조각으로 갈라져서 자칫 잘못 치면 도자기처럼 부서질것 같은 그런 외모로 그는 미친 사람처럼 웃고 있었다.
"아.. 아아.."
티온은 비명을 내지르지도 못하고 놀라고 있었다.
"음?"
그녀가 보고 있는 곳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벤하르트라고 했었나? 욕망에 이끌린 자네는 이해 할 수 없을까.. 저들은 나에게 목숨도 바치겠다고 선언한 인간들이다. 그래 말 그대로 '산 제물'이지 나는 한때 자칭해서 '신'을 칭했지만, 이제는 '진짜' 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모태로부터 육신을 받고 인간들로부터 경외심을 받아 마신으로써 부활하는 것이다."
"그때에는 아무쪼록 제게 세계를 주는 것은 잊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네도 여러가지 의미로 대단한 인간이로군."
벤하르트는 티온이 신경쓰였지만, 이 자리에서 티온에게 아는 척을 할수는 없었다. 티온은 한줄기 눈물을 흘리면서 중얼거렸다.
"어 엄마.."
- 작가의말
수정할 기회가 잘 나지 않네요. 싸잡아서 오는 새벽이나
내일 죄다 수정해 버리도록 해야겠습니다.(모임에 나가야 되서,, 오늘도 급하게 쓰느라 시간이 안나네요.)
그리고 띄어쓰기 관련해서,, 사실 저도 띄어쓰기를 잘하고 싶지만, 이상한 습관이 들어 버려서 제가 쓰는것을 정답처럼 이미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타 맞춤법은 틀린것을 인지하고 고치면 하나하나 기억해나가면 되는데 띄어쓰기는 정말로 어렵네요.
너무 번거롭지 않으시다면 본문의 문장중에서 어느부분이 틀렸는지 지적해주시면 하나하나 고쳐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번거로우시다면 어쩔수 없지만요,,
사실 띄어쓰기 오탈자 맞춤법 문제는 이유를 막론하고 전부 글쓰는 사람이 잘못 썼다면 그건 비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명백하게 글쓴이가 잘못한 사실이니까요. 내용이나 혹은 인물의 성격 가지고 비평을 받는것에 대해서 저는 상황에 따라서 회의적이게 생각합니다만 위의 세가지는 잘못되었다면 무조건적으로 비평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제가 실력만 된다면 전부 고치고 싶습니다. (그런데 참,, 쉽지 않습니다.)
오늘도 쓰면서 뭔가 고민고민했는데, 쓰면서도 전부 틀린것 같아서 너무 혼란했거든요. 뭘 틀렸는지조차 모르니 대책이 안서네요. ㅠㅠ.. 맞춤법은 틀린것을 제대로 기억하면 고쳐지지만, 띄어쓰기는 무의식중에서 실수를 해버리니 정말 난처한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조언에 천천히나마 고쳐나갈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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