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547화-엔도픽(6)
지하의 밖으로 나와 레니아가 말했다.
"그나저나 저런 일을 벌였으니, 그냥 넘어 갈수는 없을 것 같은데,"
벤하르트는 워낙에 혼이 빠져 있었기 때문에 생각하지 못했지만, 확실히 레니아의 말처럼 마수들을 저렇게 죽였다는 사실을 마을에서 그냥 넘어가 줄리가 없었다. 자신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마수들을 죽인 사람인 것이다. 벤하르트는 약간 당황하면서 물었다.
"어떻게 할 생각이야? 무슨 생각정도는 있었던 거지?"
기대에 찬 그의 말을 레니아는 단박에 꺽어 버렸다.
"아니. 나도 조금 열받았었나봐. 뒷일은 생각도 않고 일을 저질러 버린걸 보면 말야."
"아무 생각 없었던 거였냐.."
"하지만 어차피 마찬가지야. 생각했다고 해도 나는 일을 저질러 버렸을 테니까,"
"그렇구만,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일단은 모른척 지내보는건 어떨까? 실제로 우리가 했다는 것을 본 사람은 없으니까, 의심은 할 수 있어도 확신은 하지 못할테고, 마수가 죽었다고 인간을 죽이거나 하지 않을것 같기도 하고,,"
"그건 모르는 일이지."
"맞아. 아무리 내가 예상을 잘한다고 해도 지금 말한건 전부 억측에 불과해. 확률로 따지면 모든게 맞아 떨어지려면 한 3할정도 인가? 하지만 벤 설사 걸린다고 해도 상관은 없잖아? 정히 용납이 안된다면 달아나면 되는 일이니까, 아무래도 마수를 죽였다는 게 그정도의 의미를 가지겠냐만은,"
레니아의 시원시원한 답에 벤하르트는 살짝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어련하시겠어."
결국 뚜렷한 대안을 찾지도 못한채 둘은 방으로 돌아왔다. 벤하르트의 감각은 이미 야생동물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예민해서 사람이 없는곳으로 피해다니는 것 쯤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
방에 돌아와 정신없이 잠자리에 들어 하룻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 마을에는 뒤숭숭한 소문이 흘렀다. 마을에서도 일부분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이미 점점 소문이 퍼지고 잇는 모양이었다.
"마수가 죽었다고?"
마을 촌장 치피는 거의 잠겨 있었던 눈을 번쩍 띄웠다.
"예. 호룬챙을 더불어 그외의 마수 몇마리가 죽음을 당했습니다."
이오로는 있는 그대로를 정갈하게 정리행 대답했다
"그렇게 많은 마수가 죽었다니, 그렇다면 네 실수는 아니겠구나."
"네. 필시 외부의 개입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외부라면?"
"얼마전에 왔던 그 여행객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그런가.. 하기사 이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그들일 가능성이 굉장히 크겠구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치피는 눈썹을 까딱이고는 말했다.
"손님이기는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든 우리의 재산을 탈취한 것은 중대한 죄가 아닐수 없네. 일단은 증거를 잡고 포박해두는게 좋겠군."
"알겠습니다. 사로잡아 두겠습니다."
이오로는 굳힌 표정을 풀고 촌장의 방에서 나갔다.
벤하르트는 방바닥에 앉아 굉장히 전전긍긍 하고 있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무엇이라도 움직이려고 애쓰는 벤하르트에게 레니아가 말했다.
"너무 그렇게 불안해 하지 마. 나까지 불안해 지려 하잖아."
"어 그렇게 티가 나나? 이거 미안하게 됐네."
그는 얼굴을 뭉게 보이며 말했다.
"아무 말 없이 그런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 누구라도 그렇게 느낄 걸. 그나저나 벤 그렇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어."
"너야말로 왜 그렇게 여유만만인거야. 이곳 마을 사람들은 이래뵈도 그런 마수들을 잡을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실력자들이라고, 물론 한명한명과 싸우면 질리야 없겠지만, 그렇게 싸워 준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잖아."
"그래도 우리들이라면 충분히 돌파 해 낼수 있어. 믿는게 아니라 확신이야."
벤하르트는 뚱한 얼굴로 여전히 불안해 하면서도 그것을 잊으려는 듯 바닥에 누워 툴툴 거렸다.
"실례 합니다."
"네 들어오세요."
벤하르트는 약간은 긴장된 얼굴로 이오로를 맞이했다.
"밤새 편안하셨습니까."
평소의 후덕진 얼굴로 이오로는 밝게 웃으며 물었다.
"네. 정말 좋은 방이로군요."
벤하르트도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미소를 띄운채 말했다.
'무리 하고 있구만 바보.'
벤하르트가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레니아와 리스 정도 뿐이이었기에, 이오로는 예상보다 훨씬 더 덤덤하게 받아치는 벤하르트를 보고 조금 놀라고 있었다.
'어제의 일과 관련이 없는건가 아니면, 저정도로 능숙하게 거짓말을 할수 있는건가.'
어느쪽이라 해도 그에게 이득이 될만한 것은 없었다. 어제의 일이 벤하르트와 레니아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사건은 미궁속에 빠지는 것이고, 저것이 연기라고 한다면, 상대는 그만큼 용의주도 하다는게 되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헌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예 촌장님이 두분을 보고 싶다고 해서 혹시 시간이 나는지 여쭈어 볼까 해서 왔습니다."
"시간이야.."
벤하르트는 레니아를 흘끗 쳐다보았다. 레니아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남기는 남습니다만,"
"그렇다면 30분 후에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그 아이를 따라 촌장님 방에 오셔 주시지요."
"네 알겠습니다."
"30분후라는데,"
"그래.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아마 어제의 일 때문이겠지?"
그는 조심스레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물었다.
"십중 팔구는 그렇겠지. 그 일이 아니라면 우릴 부를 이유가 없을 테니까,"
"괜찮을까. 불안 한데 말이지."
레니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걱정도 팔자다. 조금은 네 실력에 자신을 가져도 돼. 거기에 촌장이 꼭 우리를 노린다고 확정 된 것도 아니니까,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게 되면 나머지는 다 그 아래에 속하는 즐거운 일들 뿐이잖아? 일이 틀어진다는 최악의 상황이 나온다고 해도 마을을 달아나면 그만이지."
"그 자신감이 정말 부러워."
촌장의 방까지 가는 길에 벤하르트는 어릴적 추억을 떠올렸다. 연철장에서 자신이 잘못 했을때, 꾸중을 듣기 위해 알에게 찾아갔던 그 광경이 절로 떠올랐다. 벤하르트의 행동은 무엇을 이유로 포장 하더라도 결론적으로는 '인간'들 사이에서는 부정할수 없는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 할수 없었다.
설사 마수에게 비인도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다고 해도 마수들은 어디까지나 촌장의 소유물. 제멋대로 호기심을 충족 시키려다 촌장의 물건을 망가지게 만든것과 다름 없기에 그는 명백하게 잘못한 것이다.
'어떻게 되려나.'
벤하르트는 기를 넓게 퍼뜨려 사람을 확인했다.
'옥상에 셋 건물에 다섯 그리고 다른 곳에서 집중을 하고 있는데 셋 정도인가. 평소의 배는 더 많이 주변에 몰려 들었군.'
이쯤 되면 굳이 말하거나 겪을 필요도 없이 촌장은 벤하르트와 레니아가 마수들에게 손을 대었다고 확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벤하르트는 눈을 흘겨 레니아를 보았다. 천진난만한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영악한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녀의 외모에 불안이라는 것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뭔가 생각하는게 있는 모양이지. 아니면,'
레니아의 흡사 기계처럼 정확한 생각들 이상으로 그녀는 그냥 단순하게 자신의 속에 대한 어리광을 부리고 싶을지도 모른다고 벤하르트는 생각했다. 마수들을 죽일때의 그 슬픈 얼굴은 지금도 잊을수가 없었다.
벤하르트가 느끼고 있는 것 이상으로 레니아는 상처를 받고 있었다.
'설마 그렇지야 않겠지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날뛰는 것이라도, 이번만큼은 받아주지 않을 수 없지.'
그렇게 그는 촌장을 만나러 가는 통로를 걸으며 조용히 몸을 데웠다.
- 작가의말
전화 수정 했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봐두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대적인 스토리는 거의 비슷합니다만, 조금은 메인도 뜯어 고친게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더위가 극성인데 저처럼 몸상태가 최악이 되진 말아주세요. 완전히 뻗어 버리는군요.. 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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