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56화(613화)-마굴(17)
"하아 하아.. 말도 안돼.. 저런 위력이라니,,"
"목숨을 건 일격이야. 저것 조차도 전력이 아니겠지,,"
벤하르트의 천륜요란에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의 비기. 자신의 목숨을 힘으로 바꾸는 필사의 기술. 만전인 몸 상태였다면, 방금전 보다도 훨씬 강한 일격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망자가 될 수 밖에 없었다는 건가..'
"모두 조심해. 온다!"
베일즈의 비기에 휩쓸려 나간 망자는 수를 헤아릴 수도 없었지만, 도시를 메운 망자의 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모래알처럼 셀 수조차 없이 넘쳐났다.
"일섬 백뢰!"
백색의 빛이 길을 꿰뚫고 그 사이를 셋은 내달렸다. 1진 2진 망자들을 꿰뚫고 지나는 길. 그 길은 벤하르트에 의해 추풍낙엽처럼 쓸려 지나갔다.
"후후.. 과연 이를 수 있을까? '짐'을 가지고.."
건물의 옥상 한 소년은 백색의 빛을 뿌리며 달리는 한 남자를 보며 중얼 거렸다.
"사자(死者)의 춤."
"읏."
벤하르트는 몸을 회전해 사방을 두르는 적을 베어냈다.
'움직임이.. 달라졌다.'
그는 의지없이 눈앞의 적만을 노리는 망자들의 움직임이 변모한 것을 눈치챘다. 분명히 '의도적인' 공격 망자들은 벤하르트를 피해 이니프와 에실러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큭.. 과연 여기서부터는 호락하게 넘어가지 않는건가..'
검을 바로 잡고 그는 바닥에 내리 찍었다.
"백진(白震)!"
벤하르트를 중심으로 바닥이 갈라지고 그 안에서 백색의 빛이 주위에 퍼져 망자들을 일순에 제거해버렸다.
"우와.."
"대단하시네요."
"조심해. 움직임이 달라졌다. '내'가 아냐.. 너희들을 노리고 있어."
"과연.. 뭔가 달라졌나 했더니 그런 것이로군요."
"건물까지는 멀지 않아. 이대로 돌파할테니 따라 붙어."
"알겠어."
에실러는 벤하르트의 싸우는 모습을 이번에 처음 본 것이었지만, 그의 등을 따라가는 것에 한치의 의심도 품지 않았다.
'하아.. 하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했지만, 벤하르트는 상당히 난처해 하고 있었다. 망자들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예리했다. 자신들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는 공격. 그리고 '자신에 대한 공격'이 아닌 에실러와 이니프를 향한 공격이라는 것도 벅찼지만, 한명의 몸으로 에실러와 이니프를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물며 그 망자들은 지금껏 싸워왔던 어떤 사람들보다도 '영리'하게 싸우고 있었다.
강한 것보다도 위험한 것은 자신의 강함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대한의 이득을 보는 싸움을 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최대의 난적이라 할 수 있었는데, 망자들의 공격은 실로 그와 같았다. 개개인의 능력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벤하르트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목숨마저도 '장기말'로 사용하는 그들의 공격은 실로 아무리 벤하르트가 뛰어나다고 해도 쉽게 여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리는.. 300딜 정도인가.. 조금 힘들겠지만 어쩔수 없군.. 가급적이면 사용하지 않으려 했건만,'
벤하르트는 검을 휘둘러 백색의 끈을 만들어 그대로 이니프와 에실러의 몸을 묶었다.
"뭐 뭐하는거야?"
"....."
"일섬 백붕."
평소에 보여주는 백붕이 아닌 한참은 작은 백색의 새를 소환해 그 위에 에실러와 이니프를 태우고 그대로 벤하르트는 일점으로 뚫기 시작했다.
"마 말도안돼."
마치 귀신이라도 들린 듯한 실력으로 벤하르트는 망자들의 소굴의 안에서도 망설임 없이 베어 넘기며 앞으로 진격 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스칠 것 같았지만, '스치지 않는' 벤하르트의 몸놀림은 그 추악함 속에서도 아름답다고 여겨질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백붕은 그의 뒤에서 공격을 당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날기 시작했다.
"으아아!!"
백색의 빛으로 망자들을 뚫어 벤하르트는 드디어 '문'에 도착했다. 백붕에서 사뿐히 뛰어내린 이니프는 미소를 띄운채 벤하르트에게 말했다.
"고생하셨네요."
"덕분에 말이지. 조심해 포기한 것 같지 않아."
"여기서부터는 제가 맡을테니 벤하르트씨는 아무쪼록 '문'을 열어 주세요."
"뭐?"
"그정도로 창백해져서는 '또' 분신이라도 사용하실 생각이신가요?"
"후우.. 못당하겠군."
이니프는 알아 듣지 못하는 말로 무언가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그녀를 중심으로 수많은 검은 공간이 주변을 두르기 시작했다. 수없이 많은 검은 공간은 각각의 모형을 취하기 시작했다.
"저는 벤하르트씨 처럼 열혈은 아니지만, '전력'으로 막아 드릴게요."
"그럼 부탁하지."
벤하르트는 문 앞에서 검을 가져가 한번 휘둘렀다. 둔탁한 금속성과 함께 검은 막혔다.
'결계.. 그것고 상당히 질이 높아.. 여러번 힘을 낭비하면 좋지 않겠군.'
거대한 문 앞에서 벤하르트는 눈을 감고 힘을 집중했다.
"이 결계.. 과연 부술 수 있을까?"
건물 위의 소년은 벤하르트를 보면서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하기사 '부숴도 상관 없지만,' 쉽사리 내버려 두기에는 아쉬운 걸.. 좋아.."
이니프의 공간 술은 자신을 둘레로 반경 5보 이내에는 자유롭게 만들 수 있었다. 자신의 신체가 있는 '곳'을 기점으로 5보 였고, 만들어지는 '통로'를 만들 수 있는데 그것은 힘이 닿는 한 거리의 제한이 없었다.
자신의 공간에 들어온 망자들에게는 사정 봐줄 것 없이 공간을 '소멸'시켜 망자들을 제거하고 통로를 이용해 멀리 자신의 손을 가져가 공간을 만들어 그대로 소멸 시키는 금기 '공간마법'으로 그녀는 한발자국도 벤하르트에게 도달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하지만 공간마법은 체력적인 부담이 굉장히 심한 것이었다. '그런 마법'을 다루기에 그녀는 직감적으로 벤하르트의 형상을 이루는 '기술'이 상당한 체력이 소모된다는 것을 눈치챘던 것이다.
"하아.. 하아.."
"이니프.."
'이거 참 힘든데요.. 벤하르트씨.. 정말 대단하시네요..'
오는 적을 막는다. 그것에 한정한다면 분명히 그녀의 마법은 훌륭했다. 빈틈이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고대의 요정마법 금기시된 공간마법을 그녀는 원 없이 날렸다.
"보였다.."
벤하르트는 주변이 얼얼할 정도로 집중한채로 검을 뽑아 일섬의 자세를 취해 휘둘렀다.
"일섬 참!"
갈라지는 그 순간.. 아직 벤하르트의 자세를 풀지 못한 그 때 틈새를 통해 망자 다섯이 동시에 접근했다. 이니프는 '오는 적'은 막을 수 있지만, '상대'는 그 윗줄의 생각 까지 하고 있었다. 벤하르트 정도가 아니라면 눈치채지 못할 작은 틈새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망자들을 조종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벤하르트의 일섬을 노린 그 틈을 타 가장 강한 망자 다섯을 그 틈을 통해 보낸 것이다.
벤하르트라고 소리치는 것보다 먼저 이니프는 다급히 공간을 전달해 그에게 이르는 망자들을 차단했다. 엄청나게 침착한 대응이었지만, '상대'는 그 보다도 한단계 위를 생각하고 있었다. 공간을 돌린 그 틈을 놀치지 않고 망자들이 들이 닥친 것이다.
'아..'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을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늦었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때 마법을 다룰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이라는 속편한 생각을 하고 있을때 그녀의 앞을 누군가가 가로 막았다.
"아..."
"늦지 않았군."
"벤하르트씨?"
"고맙다 이니프 네 덕에 문을 열 수 있었어."
"사 상처가.."
벤하르트는 검을 휘둘러 주변의 망자들을 몰아냈다.
"베 벤하르트..?"
에실러도 걱정스러운듯한 표정을 짓자 벤하르트는 웃음을 짓고 말했다.
"걱정 마.. 상처는 생기지 않았어. 이건 내 피다.."
"예?"
"한계 이상으로 달려서 혈관이 터진 모양이야. 자 문은 열렸다. 여기에 있다가는 표적이 되니 어서 들어가자."
이니프는 뭐라 대꾸도 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면서 눈의 촛점을 잃고 벤하르트를 따라 들어가기 시작했다.
칠흑의 공간 들어가기 직전에 에실러는 화들짝 당황하며 반발자국 뒷걸음질 쳤다.
"벤하르트! 이니프! 들어가면 안돼!"
"뭐!?"
"아.. 이 이런.. 우리는 속은거야.."
"뭘 말이야?"
"'여기' 이곳 자체가 바로 '덫'이야. 말도 안돼.. 여기는 들어가면 안돼."
슬슬 뒷걸음질치는 에실러를 벤하르트는 잡아 당겼다. 뒤에는 망자의 무리가 서서히 들어오고 있었다.
"백벽(白璧)!"
문을 가로막는 백색의 결계를 쳐두고 벤하르트가 말했다.
"그래 네가 '덫'이라고 경계할 정도라면 얼마나 위험 한지 알겠어. 하지만 이제는 선택지는 없는 모양인데, 여기는 '덫'임과 동시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장소이기도 한거야. 이제는 나아갈 수 밖에 없다고,"
'특히 내게 있어서는..'
벤하르트는 자신의 팔을 한번 보았다.
"아 알았어."
"어..? 이니프? 어이 거기서!"
이니프는 몽롱한 듯이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어이! 이니프.. 아니..?"
벤하르트는 이니프를 따라가 잡으려 했지만, 잡지 못하고 이니프는 사라져 버렸다. 칠흑같은 어둠속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그는 다시 뒤를 돌아 보았다. '있어야 할' 에실러 조차 사라져버린 후였다.
'이게.. 어떻게 된... 크읏..'
머릿속이 깨질 것 같은 고통에 그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 작가의말
저번 화를 올릴때는 하도 습관 처럼 올려서 몰랐었는데, 그날이 연참대전의 마지막 날이더군요... ;;;
정말 당황 스러웠습니다. 매번 하는 감사의 인사도 드리지 못했고 말이죠..
어쨋든 모두들 연참대전 내에 항상 댓글도 달아주시고 제게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소설을 쓸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아서,, 조금 더 힘을 내서 써봐야 겠습니다.
그리고 평점이 어느새 또 10점이 되었는데,
그럴만한 소설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항상 10점을 올려주시는 여러분들 덕이네요. 감사합니다 ^^;; 그럼 즐거운 한 주가 되시길 기원하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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