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34화(588화)-
"말도 안되는 소리를!"
베스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숲으로 향했다. 마음을 먹은것 뿐인데도 마치 심장이 쥐어 뜯기는 듯한 격통이 전신을 엄습했다.
'이 이런 일이..'
벤하르트가 사용하는 주술은 기를 사용한 능력 중에서 가장 고도의 기술에 속하는 것이었다. 베스는 '소문'으로나 듣던 기술을 벤하르트가 사용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아니꼽게 느껴졌다.
"들어야 하는건 그게 다 겠지?"
시퍼런 눈으로 베스는 벤하르트에게 물었다.
"그래. 나머지는 원하는대로 해라."
"케멘트! 이곳의 일을 정리해라."
"베스님. 저자는.."
"됐다. 여기서는 물러서는게 현명한 것이다."
베스는 입술을 질근질근 물면서 요새를 떠나려 했다.
"베스님 저희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내가 알겠냐! 숲에 관한건 포기하는게 좋아. 너희 왕에게도 알려라. 이 숲은 건드리지 않도록 말야. 이 숲을 건드리게 되면 내 손으로 너희들의 왕국을 없애버릴 것이라고도 전해라."
"하지만 지금까지,,"
"답답하기 짝이 없는 놈이군. 지금 여기서 다른 제 삼자가 숲을 망쳐도 그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면 '우리가' 죽어버린다는거다."
그제야 컨푸르는 창백하게 안색을 바꾸었다. 조금의 이득을 보기 위해 바둥거릴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베스 잊지는 않겠지만, 여기서 지금까지 잡아간 쉬에프 종족을 모두 돌려 보내는 그 기간은 5년이다. 일이 꼬였다면 부단하게 노력하는게 좋을 것이다."
"크윽. 컨푸르!"
"네."
"지금까지 거래 했던 명부를 전부 가져와라."
"알겠습니다."
컨푸르는 허겁지겁 막사 안으로 들어가 지금까지 거래한 목록을 기록해둔 명부를 가지고 왔다. 베스는 거만하게 그 명부를 넘기고는 컨푸르에게 일을 잘 처리하라고 말하고는 여인을 불렀다.
"라피 가자."
"네."
여인은 요염하게 웃으며 베스에게 붙었다 그녀는 벤하르트를 끈적한 시선으로 보고 눈웃음 지었다. 베스는 여인과 함께 환영을 남기며 사라져 버렸다.
컨푸르의 옆에서 계속 상황을 지켜보던 병사가 물었다.
"컨푸르님 어떻게 할까요?"
"뭘 말이냐?"
"베스님도 없고 케멘트님도 자유로운 상태이신데 지금이라면 공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바보같은 녀석! 지금 내가 어떤 상황인지 모른다는 말이냐?"
"압니다 알고 말구요. 하지만 말입니다. 저 인간은 실수를 해버렸잖습니까."
"실수라고?"
컨푸르는 흥미가 돋는다는듯 병사에게 다음 대답을 촉구했다.
"분명 숲에 위해를 가하면 안된다고는 여러 방면으로 말해두었지만, 저자는 자신을 노리지 말라고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쉬에프 종족이라면 모를까 저 남자 하나라면 공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게 아닌지?"
"그렇구나! 전군 저자를 사로잡아라 절대로 놓쳐서는 안된다! 필요하다면 죽여 버리도록!"
"바보같은 짓."
케멘트는 그렇게 중얼 거리면서 높은 장소로 올라갔다. 이런 잡병 천명은 커녕 나라의 전군을 끌고와도 벤하르트를 잡을 수 있을리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케멘트라면 제 4지역의 전군을 데리고 온다고 해도 충분히 죽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럴진대 벤하르트가 저런 일반 병사 천여명에게 당할리가 없었다.
그는 벤하르트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지를 보기 위해 좋은 자리를 잡았다.
달려드는 병사들은 일제히 벤하르트에게 창을 들이 밀었다. 체계적으로 잘 훈련된 병사들이었지만, 벤하르트에게는 별반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그는 창끝을 손으로 잡고 들어 휘둘러 삽시간에 전열을 혼란스럽게 한뒤 그대로 검을 뽑아 들어 백색의 섬광을 날려 길을 뚫었다.
"으 으아."
"캐뱃 따라와."
그대로 벤하르트는 달려서 허둥지둥하며 달아나는 컨푸르를 낚아 잡고 말했다.
"노려도 나는 별로 상관은 없지만, 나라고 해서 내 생명을 노리는 녀석을 계속해서 살려두고 싶은 마음은 없거든. 오늘은 용서해 주겠지만, 만약 다음번에 어줍잖게 나를 노렸다가는 그때는 각오해두는게 좋을거다. 세번은 봐주지 않아."
"네.. 네 알겠습니다."
벤하르트는 컨푸르를 그대로 던져 버렸다. 컨푸르는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아 낙법조차 하지 못하고 막사에 그대로 쳐박혀 버렸다.
"잡아라!"
"일섬 백뢰."
백색의 번개가 사방에 내리치자 병사들도 더 접근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개중에 조금 뛰어난 병사들 조차 벤하르트가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 사이에 벤하르트는 그대로 캐뱃을 데리고 요새를 나가 버렸다.
벤하르트가 사라지고 난 뒤에 컨푸르는 망연자실해 있었다. 그는 이 일을 통해서 왕에게 좀더 나은 신임을 얻어 좋은 위치에 오르기를 희망 했으나, 이제는 전부 무산 되어 버렸을 뿐만 아니라, 이런 이득도 안되는 땅에 묶여 버리게 되어 버린 것이다. 결정적으로 베스의 말을 왕에게 전하게 되면 자신의 신용은 땅에 떨어질게 뻔했다.
"으으..."
분하디 분한 일이었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베스가 한 것처럼 그도 나름대로의 시험을 해 보았다. 가슴이 시큰거리면서 금방이라도 터질것 같은 느낌에 벤하르트의 주박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병사들을 전부 동원해서 이 요새를 철거하고 베스님이 말한 것을 전부 지켜라. 베스님 뿐만 아니라 네 목숨도 걸린 일이니 소홀히 하지는 못하겠지."
"케멘트.."
컨푸르는 신경질적인 어조로 케멘트를 대했다. 사실 베스가 그런 일을 물고 오지만 않았어도, 그는 이 숲에 대한 관심을 가질 일이 없었다. 감히 베스에게 대들지는 못했지만, 베스의 심복인 케멘트가 마음에 드지 않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입 다물어라. 네놈 따위야 이곳에서 썩어 죽던 말던 관여 할 것이 아니지만, 베스님은 이런 곳에 묶여 있어서는 안되는 분이시다."
"헛소리 하지 마라! 사실상 베스님이 오시지 않았다면 내가 이런 일에,,"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렇다는 이야기지."
"나는 이곳을 정리하라는 명을 받았다. 베스님의 성격상 이런 일에 휘말리면 네녀석은 화풀이 대상으로 죽어 나갈 녀석이다."
"히익."
컨푸르는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홧김에 막말을 하긴 했지만, 베스나 케멘트의 성격상 자신을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놀랄 것 없다. 너를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아마도 이런 말도 안되는 주박에 걸리지 않았다면 너는 죽어도 몇번은 죽었을거다."
"사 살려주게."
"내가 이곳에 남은 것은 혹여라도 있을 '네녀석'의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 남은 것이다. 이곳 요새를 철거하고 앞으로 절대로 이 숲에 위해를 가할 생각을 가지지 않도록 일을 정리 하기 위해서 말이다."
컨푸르는 목이 바짝바짝 말라왔다.
"죽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네녀석은 앞으로 '목숨'을 걸고 이곳을 지켜야만 한다. 필요하다면 네 전력을 다해서 말이다."
순간 컨푸르는 안 좋은 생각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케멘트와 자신 그리고 베스는 이 숲에 의해 셋 다 목숨이 묶여 있는 것이다. 잘만 사용하면 베스에게서도 무언가를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지으려는 순간 극심한 고통이 그의 팔에 느껴졌다.
"안되지 안돼. 너는 말야 너무 생각이 표정이 드러난다고,"
"으히익."
"그랬기 때문에 베스님이 너를 문 것이다. 바보같으니라고 제 4지역 혼자서도 충분히 먹을수 있는 호루탈 숲에 대한 정보를 꺼내주고 이따위 요새 하나로 3할에 해당하는 자원을 받아가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이용당하는 순간에 조차 이용당하는 줄 모른 돼지같은 네놈이었기에 베스님이 이용해 먹은 것이다."
"으으으아."
"알다시피 베스님을 포함해 나와 너는 이 숲에 목숨이 묶여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네가 베스님과 동등하다고 생각하면 곤란하지. 방금 준 상처에 독을 넣어 두었다. 해독 하고자 한다면 해독하려 해도 좋지만, 그것은 내 가게스트의 조각을 이용한 독이다."
"가 가게스트!"
"혹시나 모를까 싶어 이야기해주지. 가게스트의 해독제는 없다. 오로지 소유자의 말로만 풀어지고 말에 의해서 독을 발하는 '저주의 독'이다. 너 정도면 10분 내로 녹아 사라지겠지. 뭐,. 아까 그 인간의 주박 만은 못하지만, 네녀석 정도를 다스리는데에는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쓰일 수 있지. 당장에 독은 내뿜지 않겠다. 하지만 네가 이상한 마음을 품는게 조금이라도 발견 된다면 그 날이 네 마지막이 될 것이다. 네녀석은 맡은바 일만 잘 하면 되는거다. 이 숲을 네 힘으로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라. 허튼 수작을 안부리면 죽을때까지 잘 살수도 있겠지만, 허튼 수작을 부리면 너는 물론이고 네 일족을 전부 멸족 시키겠다."
"아 알겠습니다.. 네."
컨푸르는 벤하르트에 이어 베스에게 마저도 약점을 잡히게 되어 버렸다. 괜한 욕심을 부렸다고 후회하기에는 너무도 늦은 시기가 아닐 수 없었다.
"어찌 어찌 해결 된 것 같군."
요새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벤하르트가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해결은 무슨 어째서 그녀석들을 완벽하게 제압하지 않은거지!"
"음?"
"너라면 너에게 대들지 않는다거나 그런 것도 가능할텐데!"
캐뱃은 흥분해서 고래고래 소리쳤다.
"조용히나 해라. 물론 불가능 하지는 않아. 하지만 그렇게 꽉 조일수는 없는 노릇이지."
"무슨 소리냐 그건?"
"베스는 자존심이 센 녀석이다. 내 밑에 있는 것은 아마 용납할 수 없는 그런 성격이겠지. 그런 녀석에게 길을 터 놓지 않으면 터지게 되어 있어. 아까는 위협으로 가렌더 부크나 이 숲이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기는 했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캐뱃은 멀뚱멀뚱 벤하르트를 바라 보았다.
"베스녀석이 그정도로 성장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 성격상 나에게 굴복하는게 싫은 베스는 극단적이게는 자신의 목숨을 버릴 각오로 가렌더 부크와 이곳을 망가뜨릴수도 있다는 거다."
"설마."
"설마가 아냐. 주박이라고 해도 완벽한 것은 아니고, 여러가지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그녀석의 폭주는 예상해볼수 있지. 자신이 그렇게나 멸시하던 인간에게 그런 꼴을 당했다는 것은 쉽게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일 테니까, 하지만 이렇게 '나를 죽일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
"녀석에게 가렌더 부크나 이 호루탈 숲은 아무것도 아냐.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해도 아무것도 아닌 그런 정도의 의미 밖에는 되지 않지. 그러니까 이정도는 '내 말'을 들어도 상관 없는것이고, 그보다 큰 '나를 죽이는' 일 쪽으로 신경을 돌리게 되겠지. 그럼 가렌더부크와 호루탈 숲은 안전하다."
벤하르트의 말에 캐뱃은 머리가 오싹하게 저려왔다. 그녀는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분위기를 읽을 줄은 알았다. 벤하르트가 적대시 한 세력은 분명히 무시무시한 힘을 지닌 세력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너는."
"나는 괜찮아. 이런 일이야 젊었을때부터 익숙한 일이니까, 어차피 나는 마계인도 아니고,"
하지만 보통은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실력에 자신이 있다 해도 자신이 해 주었다는 사실만 있다면, 호루탈 숲을 더 염려해 준다거나 하는 식의 일을 해주는 자가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보면 볼수록 벤하르트는 이상한 인간이었다.
"저기!"
캐뱃은 그대로 머리를 바닥에 박으며 말했다.
"고맙다! 정말 고마워! 호루탈 숲은 쉬에프 종족은 큰 은인을 만났다."
그녀는 흐느끼며 울고 있었다. 벤하르트는 '그런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멋적은듯 코를 긁으며 말했다.
"그런 의사 표시는 됐다고, 그래 외부인을 전부 배척하는 그 사상정도만 조금 고치면 좋겠는데,"
"좋아."
"그리고 덤으로 철편수의 이에 관해서도,,"
"그래."
그녀는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벤하르트를 만나고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다.
- 작가의말
일본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2월 중순쯤? 음 첫 해외 여행(태국은 가족여행이어서 별 의미가 없었고;;) 인지라 조금 떨리네요.
언제나 여행을 가게 되면 여러가지 소설에 사용할 소재를 머금고 돌아와서 다 까먹곤 했는데, 이번에도 좋은 소재거리나 가지고 올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
그나저나 곧 연참대전도 끝이군요.
제가 아쉬워 해야 할까요?
독자님들이 아쉬워 해야 할까요?
양쪽 다일지도 모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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