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85화-주마의 숲(3)
"역시 하면 안되는건 없잖냐.."
거친 숨을 내쉬면서 류누는 마지막으로 죽인 마수를 떨어뜨렸다. 사실상 남은 마수 백여마리 정도도 류누나 스크루가 한 것은 별로 없었다. 해줬다고 한다면, 훌륭한 방어 정도. 벤하르트가 백광을 이용한 검기를 사용할수 있는 틈을 만들어 준것 정도의 의미를 부여 했을 뿐이고, 실제로 그 둘이 헤친 마수는 기껏해야 열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되려 마수를 많이 물리친것은 라프라 쪽이었다.
"라프라 너는 언제 그렇게 강해진거냐?"
"네? 별로 강해지지는 않았는데요."
말도 안되는 시치미였지만, 류누는 더 말하지 않았다. 벤하르트 같은 사람과 같이 다닌 시간도 시간. 라프라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어떤 일을 겪었어도' 실제로는 별로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자세한것은 나중에 물어 봐도 상관 없겠지.'
그는 굳이 지금 추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약속이 틀리잖습니까."
"그건 면목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말야. 나는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이 아니어도 그런 짐승 같은 짓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별로 짐승 같은 짓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니 짐승이나 다름 없어. 자신을 구해준 은인을 버리고 달아나는 행위의 어디가 짐승같은 짓이 아니라는거지?"
"왠지 그거 짐승 비하 발언 아닙니까?"
"아니 비유차원에서.. 가 아니잖아! 그 몸을 해서 어떻게 달아나겠다는거였지?"
"달아날수는 있었습니다."
꽤나 단호하게 벤하르트는 말했다. 눈하나 깜짝 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것은 그의 특기였지만, 라프라의 울먹거리는 얼굴을 보니 조금 눈을 돌릴수밖에 없었다.
"사실은 조금 위험하기도 했죠. 하지만 반반 정도로 충분히 살수 있는 확률은 있었습니다."
"그 반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용인될수 없었던것 뿐이라고, 그런 확률은 없는게 백번 옳지."
"아까는 그렇게 떠시더니 잘도 그 마수들에게 싸움을 거셨습니다 그려."
"왠지 말투가 비꼬는것 같은데.."
"비꼬는것은 맞습니다만,"
"....."
벤하르트는 피를 조금 닦아 내고 주변을 둘렀다.
"어쨋든 아무래도 한동안은 오지 않을것 같군요."
"그러고 보니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군."
"뭐 가끔 느껴지긴 합니다만은, 올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군요. 지금 여기 이렇게 쌓인 마수들만 해도 엄청난 수니 말입니다."
벤하르트의 말을 듣고 마수의 산을 보니 그야말로 기겁 할 정도 였다. 일일히 헤아릴수는 없지만, 만은 가볍게 넘을 정도의 마수의 무리.. 거기에 일반적인 마수도 아니고, 주마의 숲에서 살고 있는 마수들을 이정도의 수를 상대한 것이다.
방금전 있었던 벤하르트의 전투를 생각해보면 현기증이 일 정도였다. 벤하르트의 표정도 썩 밝지 않았다. 어쩔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는 원래가 죽이는것에는 굉장히 서툴렀다. 먹기위해 죽인다. 살기위해 죽인다. 인간을 제외하면 몇번정도는 역시 벤하르트도 죽이기 마련이었지만, 아무리 스스로에게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역시 이정도 수가 되면 씁쓸함은 감출수 없었다.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계속 이렇게 있다가는 진짜 한도 끝도 없을텐데,"
"날아서 가시면 되잖습니까."
"그건 라프라에게만 허락된 행위이지."
"왜 저에요? 전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데,"
"남자에게는 바보같다고 생각되도 걸어가지 않을수 없는게 있는거다."
나름대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는 류누에게 라프라가 말했다.
"정말 바보같은 말이네요."
라프라의 그 말은 완벽하게 진심이었다. 류누를 나름대로 치하하는 차원에서의 반어법이 아닌, 순수하게 '저녀석은 바보다' 라는 듯한 느낌의 말투였기에 류누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조금 충격을 받았다.
벤하르트는 주변을 한번 더 둘러 보고는 공중으로 뛰었다. 그리고 한번 주변을 둘러 본뒤 다시 내려왔다.
"후우.."
"아직도 그런 체력이 남아 있었던 건가?"
"그러니까 충분하다고 했잖습니까. 어쨋든 이렇게 된 이상 그쪽의 똥고집에 어울려 줄수밖에는 없겠죠."
그 말을 듣고 라프라는 벤하르트만한 똥고집은 없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성격답게 조용히 속으로만 생각했다.
"사실 방금 공중에서 둘러본 결과 저희는 거의 이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뭐?"
"진작에 살폈어야 했는데, 마수들이 계속해서 오기에 따로 확인할 시간을 잡지 못했던 탓도 있습니다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희는 처음 시작한 곳에서 거의 이동 하지 않은 상태라는 겁니다."
"우리는 만 하루를 달렸다고, 그것도 직진으로 그런데 어떻게.."
"그러니까 주마의 숲이라고 불리우는 곳이겠죠. 사실상 그렇게까지 살아서 통과하기 어렵다고 했을 정도라면 이정도야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나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젠장 역시 망했어."
류누는 바닥을 치며 말했다.
"별로 망한건 아니에요. 최악의 상황에는 날아서 간다는 경우의 수도 있고, 물론 그것에 저는 해당되지 않습니다만,"
"퀘이소는 말한것은 꼭 지킨다."
"아니 아까 라프라를 데리고 가라는 말은 안 지켰잖습니까. 뭘 말한것은 꼭 지킨다는겁니까?"
"아니 맹세한것은 꼭 지킨다는 것이다."
"그 맹세쪽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는게 문제라구요. 상관은 없지만,"
류누와 스크루는 딱히 그 말에는 반박하지 않았다.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벤하르트는 상당히 많이 회복이 되어 있었다. 이미 이쯤되면 자신들은 벤하르트에게 있어서는 민폐나 다름 없었다.
공중을 날아서 가는게 딱히 무서운것도 아닌데도 그들은 벤하르트와 함께 그곳을 나가고 싶었다. 그것은 처음에는 벤하르트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던 그들의 심경의 변화 였다. 물론 라프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벤하르트에게서 떨어질 생각이 없었지만,
"이곳 주마의 숲은 마수들의 은거지가 아닌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주마의 숲 자체가 하나의 마수인것 같고, 거기에 마수들중에서도 두령이나 대장 이렇게 가정하는게 맞을것 같군요."
"주마의 숲이 마수라고?"
"보통 제가 봤던 마수들은 뭉치지 않습니다. 퀘이소야 조금 특이한 종족이니 별개로 치고, 보통은 무리를 지은다 해도 열 정도.. 그 이상으로 모이는 일은 극히 드문 경우라 할수 있겠죠."
"마수들도 자주 모이곤 하는데,"
"인간과 마수 둘 처리하는데 이정도나 말입니까?"
"....."
"그런 일은 보통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거기에 처음에는 몰랐습니다만, 제가 말했던 최대 열 정도라는것은 합동 공격이 가능한 선에서의 열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본래부터'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그들만의 공격을 할수 있는 마수들이 무리를 짓는 경우로 대충 열 정도가 많은 축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렇다면 이번에도 합공이 있었다는 건가? 저 많은 마수들이?"
"그건 맞다고도 할수 있고 아니라고도 할수 있는데요."
"뭐야 그게."
왠지 아리송한 벤하르트의 말에 류누는 살짝 실망했다.
"일단 개개인의 합공은 없었습니다. 3마리 5마리 10마리씩 합공을 하고 들어왔다면 아마도 저라고 해도 당해내기는 힘들었겠죠. 실제로 그정도로 수준이 높았으니까, 하지만 오는것은 오로지 한마리씩이란 전제조건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각개격파를 하는게 가능했죠. 체력이 따라 주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있었지만, 개중에는 연계를 하는 마수들도 없었던것은 아닙니다만, 그것은 아마도 그들 마수만의 기술이었겠죠. 결국 개개인의 마수에 의한 합공은 없었습니다."
"그럼 다른 쪽으로는 있었다는 거에요?"
라프라도 벤하르트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전체적으로는 합공이었지. 사람 그러니까 인간들의 전투에는 진형이라는게 있다. 나도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느낌이라면 아마 그런 느낌이었어. 마수들 하나 하나를 병사로 삼아 나를 서서히 조여 오는 그런 느낌이었지. 대대적으로 개인적인 합공은 없었지만, 그 수만의 군세 자체를 한마리로 생각하면 되려나.."
"그게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이야기로군."
"그렇습니다. 그게 바로 주마의 숲이 마수인 이유중 하나인데, 물론 여기서 부터는 예상일 뿐이지만, 첫째로 주마의 숲은 움직입니다. 아마도 숲 자체를 움직여서 길을 트는 식으로 이용하고 있는것 같군요. 주변을 둘러보는것도 신경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위화감을 못느꼈다는건 숲 전체를 이리저리 오갈수 있다는것. 아마도 그것으로 레니아와 우리를 갈라 둔것이겠죠."
"그럼 그쪽도 위험하다는건가?"
"우리가 사라진 이상 레니아도 있고 사실상 당하지는 않을겁니다. 그 크기라는게 있을테니까, 이 거대한 숲을 한사람 한사람의 단위로 나눌수 있다고 하면 여기서 살아남을수 있는 사람따위 아무도 없을게 뻔하죠. 그렇지 않다는건 어느정도의 인원은 끊을수 없다는 것을 뜻하게 됩니다. 물론 경계의 길을 설정한다면 끊는것도 불가능한것은 아니겠지만, 아마도 그렇게 못하는데에는 뭔가의 이유가 있겠죠. 즉 몇사람이 머물 정도의 공간정도의 크기는 된다는 이야기일테고, 저와 여러분이 사라진 이상 레니아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할리가 없습니다. 시간이 조금 걸릴지라도 아니지,, 시간이 별로 걸리지도 않고 해결해 버리겠죠."
라프라는 벤하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 거렸다.
"그 땅을 이동하는것은 애매하지만, 아마 지금까지 해왔던것 처럼만 하면 다시 끊길일은 없을겁니다. 끊겼다면 다른것은 신경 쓰지 마시고 바로 공중으로 도망치도록 하세요. 그리고 아마도 주마의 숲은 마수임과 동시에 이곳에서의 무언가를 추가로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도저히 저 많은 수의 마수들을 조종 하다 시피 하는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이미 그는 몇번 가량 마수들과 부딛히고 아오이스의 행태를 보아 왔다. 이 마수들의 움직임은 '자신들을 위함'이 아니었다. 무언가 개인 외적인 문제가 섞여 있다는것을 간파한 것이다.
'이정도면 나도 꽤나 머리가 잘 굴러가는 편이 아닌가?'
약간 싱글싱글 거리다가 그는 이내 레니아라면 하루씩이나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는것에 생각이 미쳐 조금 침울해졌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지?"
- 작가의말
알바를 가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조금 끊어서 쓸게요.
요즘 살아가는데 유일한 낙은 야간에 댓글 보는 맛인데, 으흐흑... 야간에는 잘 안달려요 역시... ㅠㅠ;;
정말 유일한 낙이 댓글 보는 것이라니, 야간 알바가 조금 힘들긴 힘드네요. 시간은 시간대로 잡아먹고(10시간) 잠은 잠대로 자고 먹는건 먹는데로 먹다보니 자유시간에는 소설 쓸 한줌의 시간 밖에 남지 않아서, 뭐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OTL..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