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86화-주마의 숲(4)
류누는 기대심을 가지고 벤하르트에게 물었다.
"뭔가 이곳을 빠져 나갈 방법이라도 있는건가?"
"빠져나갈 방법은 모르겠지만, 일단 대항 정도는 가능할것 같습니다. 어쨋든 자체가 움직인다는것은 확실할 테니까요. 일단 마수쪽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의 기세는 없으니까, 몸상태를 복구하는게 일단 가장 먼저 해둬야 할 일 같군요."
치유 마법 같은 것을 알고 있지는 않지만, 벤하르튼는 검을 사용해서 마법보다는 못해도 어느정도 몸을 치유 하는것은 가능했다. 치유라고 해도 어느정도 잔 상처가 없어지는 정도로 몸을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하지 않는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할수 있었다.
"그나저나, 지금이라면 날아서 갈수 있을 겁니다. 라프라도 있구요. 정말 이대로 여기 있어도 괜찮은 겁니까?"
"으음."
이 상태의 그 질문은 굉장히 미묘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곧 죽을것 같았던 벤하르트는 어느샌가 꽤나 체력을 회복해 있었다. 금방이라도 가만히 두었다가는 죽을것 같았던 고비가 사라지게 되자, 이미 답을 속으로 결정해둔 상태임에도 순간 망설임이 실릴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대로 날아서 가는건 내키지 않는다. 설사 우리의 존재 자체가 민폐라고 해도 말이지."
"그렇습니까. 뭐 어쩔수 없죠."
"의외로 쉽게 수긍 하는군."
"그쪽의 생각이 이해가 안가는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역으로 당하니 참 기분이 묘하군요. 썩 좋은 기분이 아니라는걸 이해했습니다."
벤하르트는 다음에는 조금 조심해야 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아무래도 시체가 수북히 쌓여 있는 장소에 머무는것을 원하는 이는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자리를 옮겼다
"하루정도를 아무것도 못먹었으니 일단은 조금 배를 채워 두도록 합시다."
벤하르트는 시체무리 속에서 가져온 고기를 잘라 불을 피워 구워 먹었다.
'어찌보면 엄청난 도발 아닌가? 이건,, 조금 불안할 정도로군.'
마수들의 소굴에서 마수를 잡아서 구워 먹는 인간이라는것은 설사 동지의식이 결여된 마수라고 할지라도 썩히 좋은 광경이 아니라는것만은 확실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넷은 고기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들은 배를 채우고 나서 몇시간 정도를 쉬었다. 어느정도 몸이 돌아오고 나자 벤하르트는 조금 더 집중해서 주변을 둘러 보았다.
"혹시나 해서 묻는것이지만, 이곳 주마의 숲은 마수가 얼마나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글세. 우리도 지나다니기만 하지 안으로는 간적이 없으니 알턱이 있나. 그런데 그런건 왜 묻는거지?"
"아니 근처에 마수가 단 한마리도 없어서 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아까전에 덤볐던 그 마수들이 전부였다고는 생각하기 힘든데 말이죠."
"저게 전부는 아니겠지. 주마의 숲에서 살지 않아도 우리는 마수니까, 어느정도는 예상할수 있지. 한두번 날아다닌것도 아니고 벌써 몇번째인데, 최소한 그정도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저것보다 월등히 많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스크루는 벤하르트에게 물었다.
"일단은 걸어서 숲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확인해야 할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아무런 정보도 없기 때문에,"
벤하르트는 숲을 걷는 와중에 기를 통해서 거대한 움직임을 파악하려 했다.
'예상대로군.'
그의 예상대로 분명히 숲은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을 옭아 내려는 듯이 천천한것 같으면서도 일사분란하게 이동해 계속해서 그들을 묶어 두었다.
"하하.."
벤하르트는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른 일행들도 허탈하기는 허탈했지만, 웃음은 나오지 않았다. 분명 일직선으로 이동했던 그들이 도착한곳은 다름아닌 처절하게 싸웠던 전장터였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인간 네 말이 확실하다는건 증명 되었군. 이제 어느정도 방법은 찾았나?"
"방금전 걸으면서 추가로 안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뭔데요?"
"그건, 숲이 변화하는것은 일정한 규칙이 있다는것."
"규칙?"
"사실 정확하게 어떤 규칙인지는 알지 못합니다만, 주변의 이동을 봤을때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정해진 법칙이 있다는것만큼은 확실한것 같습니다."
"정해진 법칙이라니,"
"어떤 규칙을 통한 문제와 비슷합니다. 마구잡이로 돌리는것 같지만, 꼭 충족 시켜 줘야하는 규칙이 존재하는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역이용 하는것도 가능하겠구만!"
류누는 기뻐하며 이야기 했지만, 벤하르트의 표정은 조금 굳어 있었다.
"이론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지만, 저는 그 규칙이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일정하게 '어떤 법칙'을 이용하고 있다는것은 어느정도 알겠지만, 그 '어떤 법칙'이 뭔지는 알수가 없다는 것이죠."
"그러면 어떻게 하지요?"
"글세요."
그제서야 류누와 스크루는 날아서 가라고 할때 날아서 갈걸 하는 후회가 살짝 일었다.
정처없이 계속 헤매다가 조금 지쳐 그들은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했다.
'그때 이후로 마수들은 오지 않는 모양이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간다고 답이 나올리도 없고, 왠지 할수 있을것 같은데, 쉽지가 않군.'
조금만 더 하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알것도 같은 기분이었지만, 그게 쉽지가 않았다. 그 한걸음만 더 라는것은 떠오르지 않는한 만리길을 걷는것보다 더 어려울수도 있는 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다들 지칠대로 지쳐서 나름대로 밝았던 라프라 조차도 초췌한 얼굴을 하게 되었다.
'레니아였다면, 이정도 규칙은 쉽게 알았겠지.'
자신도 곧 풀수 있을것만 같은 느낌인 이 길을 레니아가 못 푼다는건 현실적으로 말이 안되는 노릇이었다.
'그러고 보니 레니아는 어떻게 되었으려나. 하기사 어떻게고 자시고,'
그쪽의 인원은 엄청나게 호화스러운 구성이었다. 마족 프쿠타 트레이야와 제네스 그리고 레니아에, 상대적으로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꽤 강한 마누어 일행도 있었다.
'마수를 이용했다가는 되려 전멸하기 딱 좋을 정도의 병기들이지.'
그렇게 말하는 자신도 이미 만을 넘는 마수들을 살육한 시점이었지만, 스스로는 그것에 대해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레니아에 대해 궁금한게 있다면 역시 그것이겠지.'
레니아가 자신을 구하러 오느냐. 아니면, 나가느냐 이 둘중 하나의 문제였다. 나갈수 있다는것은 거의 기정사실이나 다름 없었다. 이미 주마의 숲에 들어와서도 다시 돌아온 자들이 투성이인데다, 레니아 자신만 해도 아마 그 규칙을 아는것에는 별다른 시간이 걸리지 않을것이 틀림 없기 때문이었다. 즉 나갈수 있는 시점에서 자신을 구하러 오느냐가 관건이었던 것이다.
'레니아라면,,'
어떻게 했을까, 라고 생각해봐도, 실제로 자신을 구할것 같다 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는게 없었다.
[벤.]
'어? 왜?'
덤덤하게 받았지만, 사실 그는 리스의 목소리가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크큭 아하하하.]
'뭐야. 말을 걸어 놓고는'
[아니 너무 으음.. 됐다.]
리스가 하려고 했던 말은 귀엽다는 것이었다. 이전에 리스는 벤하르트의 마음을 읽는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애초에 기를 다루는 자의 기억을 조율하는것은 그녀라고 해도 쉬운게 아니었다. 인형을 매개체로 벤하르트와의 접점을 만들어서 그의 기억을 책 보듯이 영화를 보듯이 보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힘을 투자로 한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그녀는 그정도까지 힘을 들이지 않고도 벤하르트의 심정을 어느정도 읽는게 가능해졌다. 벤하르트가 그녀에 대한 저항의식을 현저하게 줄였기 때문이었다. 신뢰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낮추어진 경계는 그녀가 원치 않음에도 느껴지는게 있었다.
얼마전 이야기 했던 '볼일이 있을때만 부른다'는 리스의 말에 영향을 받은 탓에 신경을 써서 그는 이정도로 다급해졌음에도 고의적으로 그녀를 부르지 않은것이다. 굳이 읽지는 않았지만, 삐쳤다 와는 조금 다른 미안함을 머금은 그의 그런 심정을 리스는 느끼고 있었다. 그런 마당에 자신이 불러주자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평정심을 가장한 대답에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온 것이다.
물론 벤하르트의 입장에서는 그녀가 왜 웃는지 알수도 없었고, 현재 자신이 얼마만큼이나 그녀에게 마음을 풀어 놓았는지조차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한거야?'
[레니아 타령을 하고 있을때가 아니라고 말해주려고 해서 말이지.]
'그게 무슨 소리야?'
[네 말대로 이곳은 아무래도 숲 자체가 마수라는것은 정답이야. 왠지 칙칙한게 기분나쁘지만 그점이 바로 마(魔)가 끼인것 같아 친숙한 느낌이 드는걸.]
'삼천포로 빠지지 말라고,'
[어쨋든 그런 마수가 레니아까지 이곳에 오게 만든다는건 말이 안되지. 너희를 떨어지게 만든 그 시점에서 녀석의 목적은 약소한 너희가 되어 버린거였던 거지. 아마 레니아는 지금쯤 순탄하게 길을 헤쳐 나가고 있을걸?]
'그래? 그거 다행이군.'
[뭐가 다행이라는 거야? 레니아가 편하게 나가는건 좋지만, 그 말은 레니아가 생각하는 네 쪽의 입장에서도 '편하다'고 생각하게 된다는거야 그건 굳이 도울 필요가 없다는것을 뜻하게 되어 버리는거지]
'하지만 주마의 숲이 이런 구조라는것을 아는 사람들도 있잖아. 트레이야나 아니면 프쿠타 같이,,'
[프쿠타라면 이런 결계에 같힐 이유가 없을테고, 아마 트레이야도 이 결계는 맛보지 못했을거야.]
'어째서?'
[프쿠타는 마족이야. 같은 마 자가 붙기에 라는 이유는 아니지만, 나 만큼이나 이 숲에 친숙함을 가지고 있지. 아마 저 둘도 숲에 있는 다른 마수가 노리는게 아니라면 굳이 이 숲이 그들을 노리지는 않을거야. 즉 숲은 마수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는 다는 것이지.]
'하지만 트레이야는 인간이잖아? 이전에도 여기에는 들어왔던것 같았는데,'
[하지만 만약 너와 같은 이런 일이 있었다면 그 고생에 대한 말이 있었어야 맞을 거야.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었지? 즉 트레이야는 이곳의 위험함을 어느정도 맛봤다고는 해도 '이정도까지는' 맛보지 못했던 거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관 없을 정도의 일 정도로 생각했겠지.]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너는 '이정도가 되어야' 주마의 숲이지. 하고 생각했지? 이정도로 힘들기에 위험하기에 주마의 숲이다 라고 스스로는 생각했을거야. 하지만 그렇지 않아. 실제로 주마의 숲에 들어와서 죽은 사람은 많아. 많지만, 지금 네가 당하고 있는 일은 그것과는 별개의 이야기. 그들이 당한 주마의 숲과 네가 지금 당하고 있는 주마의 숲은 그 내용이 다르다고 말하고 있는거야.]
'너 지금 우리가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고 있는거구나.'
[뭐 그렇지. 나도 너처럼 레니아 같은 머리를 가지고 있는건 아니니까, 두루뭉실하기는 하겠지만 현재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지.]
- 작가의말
일요일을 쉬니 다시 알바를 나가기가 힘드네요. 주에 이틀만 쉬어도 좋을텐데, 하루 10시간 일을 하는데 달이 두번 쉬려니 몸이 아주 작살작살...
그나저나 저도 벤하르트처럼 모호하게 이기적인것 같습니다. 저번에 후기를 적어두고 알바를 가서 생각해보니, 저 자신은 댓글 요구를 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는데, 실제로 적어둔것을 보면 그게 아니거든요. 확실히 댓글을 바라고 있음에도 그것을 바란다고 독자님들에게는 생각이 안들었으면 하는게 깔려 있다는게 참... 그래서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역시 댓글과 반응이 최곤것 같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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