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72화-시공(時空)(1)(630화)
"뭐 그렇게 된거지."
"그렇게 되었다니,, 그게 다 입니까? 아버지는 어떻게 된거고, 그런 내용은.."
"그거야 내가 모르니까 말이지. 사실 데인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내가 더 묻고 싶다는 거다."
"아오이스.."
"뭐?"
"케이슨씨가 만났던 것은 아오이스라고 하는 조직입니다."
케이슨은 눈을 멀뚱멀뚱 보면서 벤하르트에게 물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몇번 적대한 적이 있었으니까요.. 제가 여기에 떨어졌던 것도 그들 때문이었던 것이죠. 그나저나 케이슨씨. 그 다음은 어떻게 된 겁니까? 묘한 공간에 빠졌다고 하던데,"
"아오이스.. 라는 조직에 대해서 더 듣고 싶다만, 분위기상 내 이야기를 끝마쳐야 겠군."
케이슨은 팔에 찬 물건을 벤하르트에게 보였다.
"그건.."
"보시다시피 시계다. 단 조금 특별한 시계지만 말야. 나는 말야. 그 날 이후 나는 시공을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시공이라고요?"
"그래 시공여행자라고 스스로는 이름을 지어 봤는데 어떻게 생각해?"
흘끗 케이슨은 벤하르트의 눈치를 살폈다.
"어떻게라고 물으셔도,,"
"캬 그 반응 정말이지 재미 없는게 데인과 딱 닮았구만, 어쨋든 그렇게 빨려 들어간 나는 다른 공간 다른 시간대에 도착했다. 내가 처음 도착한 곳은 시공의 틈새라고 불리우는 장소였다."
"시공의 틈새?"
"로쿠라스트에 의해 나와 '같은' 능력자들이 최후로 모이는 장소. 이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죽게 되면 그 공간에 머무르게 되지. 그들은 시간의 관장자. 시간의 안정을 위해 존재하는 이들이었지. 그들에게서 받은 것은 바로 이 물건이다."
케이슨은 팔에 차고 있는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평범한 시계는 아냐. 이것은 오차율. 나와 세계의 연결의 오차점을 표시해 주는 도구다."
"무슨 이야긴지 모르겠습니다만,"
"너는 데인 보다는 머리가 안좋은 모양이구나,,"
케이슨은 실망이라는 듯한 어조로 벤하르트에게 말했다.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그런 비유는 조금 그렇군요."
"각자의 사람에게는 정해진 운명과 시간이라는게 존재한다. 운명속의 흐름에서 본래 존재했어야 하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법이지. 이 사람은 '여기에' '이 시간에' 존재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면, 세계의 운명을 흐트리게 되는것이지. 가령 내가 수십만년 전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잖아? 그것의 오차율이다."
"오차율 오차 라고 한다면 그다지 좋은 기분은 들지 않는데, 그게 높으면 어떻게 됩니까?"
케이슨은 그 질문은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오차율이 높은 세계에서 지낸다고 해도 당장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건 아니야. 하지만 그 세계에서 살아가게 될 경우 본래에 있을 수 없었던 일들이 새로 생겨나게 되지. 흔히 말하는 나비 효과라고 불리우는 현상으로. 내가 그곳에서 먹고 살기위해 무언가를 먹었는데, '하필이면' 그 먹을 것을 본디 먹어야 할 사람이 먹지 못해서 죽어버렸다고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보자고, 그 경우 이후 그의 자손들에 미칠 여파에 대가를 치르게 되는거다."
"대가라면?"
"몰라 당해본적이 없으니까, 일단 세계라는 것들도 아주 잘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먹거나 자거나 하는 일 때문에 극단적으로 일이 꼬여 버릴 경우는 적기도 하고, 그런 일들은 지금까지 매번 피해왔으니까,"
케이슨의 이야기를 듣고 벤하르트는 '대가'라는 것이 자신의 기술 천륜요란의 대가와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케이슨은 과거를 생각하면서 우수에 찬 눈으로 말했다.
"여행자라고는 해도 사실상 미아나 다름 없는 것이었지. 지금 이렇게 재 시간대에 찾아 온것도 기적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어려운 겁니까?"
"시공의 문은 그런 거거든. 어디가 나올지 어디로 통하는 길인지 누구도 알 수 없지. 하지만 자신이 살아온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마음 하나로 평생을 떠돌아 다녀야 하는 거다. 내 경우는 이곳 샤이 한이었지만, 그것도 100년이나 지나 버렸군."
"그러면 지금의 오차율도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겠군요."
케이슨은 벤하르트의 말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니. 나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아.'"
"케이슨씨의 말이 맞다면, 100년이나 지난 지금 이 시대는 케이슨씨에게 있어서는 오차율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 아닙니까?"
"그래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아니었던 거다. 100년이나 지난 이 세계 오차율은 없다."
"어째서?"
"내가 시공의 여행을 한 것은 10여년.. 시공의 여행지에서 보낸 시간은 현실의 시간으로 보면 10배라는 것 아니겠나? 그렇게 하면 딱 떨어지게 된다. 나를 아는 사람이라고는 단 한사람도 없는 이 세계가 내가 도착해야만 하는 세계였던 것이지. 다행이지 뭐냐. 아마 내가 이곳에 나오게 된 것은 너라는 매개체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테니까,"
케이슨은 쓸쓸하게 웃었다,.
"매개체라니 그건 뭡니까."
"시공의 여행은 모든 것이 정해져 있지 않은 불투명한 것이지만, 그 안에는 그 사람과 이어지는 무언가의 인연의 끈이 존재한다고 누군가 말해 주었지. 그 끈이 연결해 줄거라고 시공의 틈의 어떤 분이 말해 주었지. 내가 무사히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네가 이곳에 있었기 때문일거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이미 여기에는 케이슨씨를 아는 사람은.."
"괜찮아 괜찮아. 그런 별세계에 적응하는 것은 이골이 났으니까 말야. 내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거든. 그렇잖냐? 문화도 문명도 종족마저도 다른 이세계를 10년 동안이나 끊임없이 반복해온거다. 이정도야 나에게는 가뿐한 일이지."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케이슨의 표정은 너무도 쓸쓸해 보였다.
"케이슨씨."
"어이 어이. 그 케이슨씨라는 것 말이다. 사실 무지 거슬리거든. 나는 너한테 있어서는 아저씨라고 네가 요만할때부터 보아 왔단 말이다. 이제부터는 아저씨라고 부르도록 해라."
"보통.. 아저씨라고 불리우는 건 싫어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사람 나름이지. 임마. 네 아버지와 나는 친구인데 그 아들이 그런식으로 말하는건 닭살이 돋는단 말이다."
"아무래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벤하르트는 잠시 골똘히 생각했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하는거냐?"
"저기..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케이슨 아저씨는 그럼 지금 많아 봐야 40대도 안된 거죠?"
"그렇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20대 아니면 30대 아니겠냐 하핫."
"....."
"어이 왜 그래?"
"제가 존대를 하고 있기는 합니다마, 미묘하지 않습니까?"
벤하르트는 쭈뼛쭈뼛 거리다가 말했다.
"제 나이는 거의 100이 다 되었다는 것 아시겠죠? 이리 보여도 말입니다."
"아.. 하하.. 과연.. 그렇구만, 뭐 어떠냐 어차피 네가 데인의 아들이라는 것은 불면의 사실이고, 나이야 뭐 별로 중요한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요."
지금까지 훨씬 어린 사람들에게도 존대를 꼬박꼬박 하던 벤하르트였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케이슨의 말에 찬동했다. 시원시원한 케이슨의 성격이 그는 싫지만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이제 네 이야기를 조금 들어 보도록 할까? 어떻게 100년이나 지난 지금 아직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거지? 그리고 아오이스라고 했었나? 그 조직은 어떻게 알고 있는거냐?"
"이야기 하자면 깁니다만,"
벤하르트는 적당히 각색하여 지금까지 이야기를 설명해 주었다. 아직 해가 지기 전에 시작된 이야기는 밤 늦은 시간이 될때까지 계속되었다.
"너도 참 고생이 많구나. 그 신이라는 여자는 지금 봉인 당했다는 거지? 그 아오이스라는 녀석들에 의해서?"
"예. 그렇습니다."
케이슨은 바닥을 치며 말했다.
"그자식들은 왜 그런다냐? 아 그래 그러면 샤이 한은 아직도 존재하는건가?"
"네 어찌어찌..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는 듯 합니다. 현재는 라군델 제국이 룬델의영토의 7할에 육박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하아.. 그래도 나라는 나라구나."
케이슨은 자리에 누워서 별을 바라 보면서 말했다.
"돌아갈 장소.. 조차도 아니지만, 존재하고 있다는게 이리도 반가울 수가 없는걸."
"....."
"나는 말이다. 한가지 정도는 후회를 하고 있다."
"어떤 것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당연하지. 그걸 위해서 꺼낸 이야기 아니냐. 그 옛날 내게 있어서는 고작해야 10년 전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100년 전에 나도 가족을 얻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지. 그랬다면, 지금 설사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이 세계에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그건 반대.. 라고 생각합니다."
"반대?"
"네. 자신이 지켜야하는 가족을 지키지 못한채 세월이 지나서 모두를 잃어버렸다면, 그 기분은 어떠실거라고 보십니까?"
벤하르트는 레니아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 중후한 분위기를 흘기며 케이슨이 말했다.
"과연.. 그렇겠구만, 인연을 만들었다면, 그랬을지도 모르겠군. 이거 너무 일차원적인 생각만 해버렸구만,"
"그리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제가 있으니까요. 인연이 끊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하.. 아무도 없는 세계에 홀로 뚝 떨어질줄로만 알았는데,"
케이슨은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딜 가나 하늘의 별들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구나, 그러고 보면 다른 세상에는 이상한 별들도 많았어."
"이상한 별이요?"
"달이 세개라거나 이상한 고리를 가진 거대한 별이 하늘을 메우고 있다거나 항상 밤인 세계라거나 여러가지 있지.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계는 정말로 빙산의 일각이라고 느낄 정도로.."
케이슨은 눈을 감고 과거를 회상하는 듯 했다.
"그나저나 제온이라는 녀석과 한번 싸워 봤다고 했었나?"
"아뇨 싸우지는 않았습니다만,"
"그 괴물 녀석과 마주하고도 살아 남았다고?"
"사실 여기 오기 전에도 마주치기는 했었지요."
"너 대단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예상외로 더 대단한 녀석이구나?"
'예상외라.. 뭐 피차 일반이라고 해야하나.'
벤하르트는 평소에 생활할때에는 마치 무방비에 가까울 정도로 일반인처럼 행동했다. 타인에게 자신의 힘을 숨기는 것이다. 케이슨은 벤하르트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 정도는 알아 차릴 수 있었지만, 그 진짜 실력에 대해서는 알아 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케이슨도 마찬가지였다. 범상치 않은 기를 숨기고 있었지만, 케이슨도 벤하르트 못지 않게 자신을 숨기는 것에는 굉장히 능숙했다. '시공여행'을 겪으면서 그는 스스로를 굉장히 많이 갈고 닦았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일단은 샤이 한으로 돌아가 볼까 한다. 네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금은 완전 썩어 문드러진 모양이다만, 그래도 내가 살았던 나라이니, 모른척 할 수는 없지. 그 뒤에는 아오이스를 조사하고 데인에 대해서도 조금 조사를 해봐야 겠지."
"그렇군요.."
"음? 호오.."
케이슨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입니까?"
"지금 시공의 틈이 열렸다."
"네?"
"이게 바로 '내 능력'인 거야. 자 따라와봐라."
벤하르트는 케이슨을 따라 어둑한 산길을 따라 내려갔다. 아직 몸상태가 완전치는 않았지만, 벤하르트에게 이정도 산은 전혀 문제가 되지 못했다.
"잘 따라오는데 그래?"
"뭐 그렇죠.. 그 괴물과 대적하고 살아남으려면 이정도야 뭐.."
"하기사 그것도 그렇구만, 멈춰.. 여기서부터는 조금 조심해. 시공의 틈은 잘못 빠지게 되면 안되니까 말야. 나처럼 미아가 되어서 수십년 뒤에나 이곳에 오게 될지도 모르니까.. 아니 그보다도 내가 아니면 돌아오는 것도 불가능할테니."
"네."
케이슨을 따라 벤하르트는 조금 더 산을 헤치고 올라갔다.
"여기다."
이상할정도로 고요한 적막함이 주변에 가득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들리는 것은 벤하르트와 케이슨이 움직일때 나는 소리 뿐. 둘다 숙련된 발걸음으로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큰 소음이라도 되는 듯이 그들의 발걸음 소리만이 주변에 가득했다.
"이거다. 여기에 들어가면 시간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지. 나는 이 '틈'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고, 그렇기에 시공여행이 가능했던 것이지."
케이슨이 가리키는 곳에는 묘한 아지랭이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벤하르트는 그 곳을 멍하니 지켜 보다가 삽시간에 눈이 번쩍 뜨였다.
"!!!"
"어이 다가가면 안돼!"
"레 레니아.."
'레니아라면,, 이녀석이 말했던 그 신!? 뭘 보고 있는거지 이녀석!'
벤하르트는 그 공간에 서서히 손을 뻗었다. 케이슨은 바로 발로 차서 밀어내려 했으나 그의 발을 벤하르트는 무의식적으로 피해버렸다. 그의 공격은 마치 공기를 찬 것처럼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그 사이 벤하르트의 몸은 어느샌가 시공의 균열에 먹혀들고 있었다.
"이 바보 녀석!"
그는 혀를 차며 벤하르트를 따라 균열에 몸을 내밀었다.
- 작가의말
연참대전이 얼마 남지 않은,,
그리고 저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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