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534화-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다시 하계로 내려왔다.
"이 공간을 넘나드는 건 익숙해지지가 않아."
어지러움증에 고개를 젓고 그는 주변을 살폈다. 그곳은 라스펠에 올라 가기 전에 머물렀던 동굴이었다. 그들은 동굴을 나와 퀘이소 무리가 있는 마을로 향했다.
"그나저나 저렇게 거대한 대륙이니 부르달에서도 라스펠이 보이지 않을까?"
"아마도 지금은 보일거야. 벤 네가 예상보다 훨씬 더 당겨 버렸으니까,"
"내가?"
"그래. 본래 라스펠은 지금보다 더 상층에 위치하고 있었어. 거기에 독자적인 마법으로 그 모습을 숨기고 있었지. 가끔 모습을 드러내는 때도 있었다고 해. 그런데 지금은 네가 생각한 것 이상보다 당겨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마법을 써도 저 대륙을 감출수 없을테고, 그게 아니어도 기계에 의해서 망가진 라스펠을 수복 시키는것에 집중해야 하거든. 대륙을 숨길만큼의 마력을 사용할수는 없겠지."
"그렇구나."
아래에서 본 라스펠은 굉장히 웅장했고, 거대했으며 신비스러웠다. 방금전까지 자신들이 그곳에 있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위용이 느껴졌다.
'조금 더 보고 올걸 그랬나?'
작은 아쉬움을 뒤로 한채 벤하르트는 퀘이소 마을로 향했다.
퀘이소 마을은 벤하르트와 레니아를 반겼다. 하계에서도 라스펠의 변화는 굉장한 것이어서 다들 그런 이야기들로 흥분해 있었다. 얼어붙은것처럼 차가웠던 대지가 삽시간에 온기를 되찾아 가는 과정을 노래하는 이들도 있었고, 이야깃 거리를 삼는 자들도 있었으며, 보고 가슴속에 새겨둔 자들도 있었지만, 확실한 것은 그 일은 근래에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는 것이었다.
그 사건의 주인공이자, 라프라와 퀘이소를 구해준 벤하르트와 레니아가 돌아왔으니 반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오빠!"
라프라는 반갑게 벤하르트와 레니아에게 달려 들었다.
"라스펠은 즐기고 왔나?"
라프라의 뒤에서 프쿠타는 웃으면서 벤하르트에게 다가왔다. 이미 이전에 입었던 상처나 부상등은 전부 없어진 뒤여서 그는 말끔한 외모로 그들을 맞았다.
벤하르트와 레니아가 돌아온 기념으로 그들은 한바탕 성대한 축제를 벌였다. 인간에 한없이 가까워 지고자 했지만, 그들의 본질은 마수였기에, 야생이 느껴지는 축제속에서 벤하르트는 이야기꾼으로써 라스펠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했다.
대놓고 라스펠을 욕하는 이들도 수긍하는 이들도 있었고, 단순하게 벤하르트의 이야기를 즐기는 자들도 있었다.
"거 참 고생도 많았군. 나도 올라갈때 조금 참고 해야겠어."
프쿠타는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은 매우 딱딱해 보였다. 벤하르트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라스펠에 대한 환상이 어느정도 깨졌기 때문이었다. 그가 찾는 것은 언제고 겪기 어려운 신비스러운 무언가 였으나, 벤하르트의 이야기를 전부 들어버린 지금 라스펠은 단순하게 공중에 뜬 도시에 불과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같이 올라갈걸 그랬나.'
그는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 했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라스펠에 올라가보기로 마음먹었다.
벤하르트의 이야기를 가장 흥미롭게 들은것은 라프라였는데, 라프라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주 고개를 갸우뚱 거려야만 했다. 아직 어린 그녀는 인간의 추악한 부분을 정확하게 이해할수 없었다. 벤하르트와 같이 다닌 탓도 적지 않겠지만, 라프라가 이해하기에 라스펠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던 것이다.
"왜 그런건데요?"
이따금씩 물어오는 라프라의 질문에 벤하르트는 시원스레 대답하기도 뭣해 어물 거려야만 했고, 레니아는 옆에서 약간 다르게 설명해 주곤 했다.
라스펠에 있을때보다 퀘이소 마을의 축제는 화려하지는 않았고, 되려 투박스러웠지만, 마음만은 라스펠에 있을때보다 더 편안했다.
축제가 끝난 후 프쿠타는 작은 언덕에 서 있었다.
"결국 라스펠도 이정도에 불과했나."
그는 본래가 마계 태생이었기 때문에, 공중을 떠 다니는 도시 정도로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부족했다. 마계에 그런 대륙은 많고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되려 그가 이번에 가장 즐거웠던 것은 벤하르트와의 제 7법이었다.
'대단했었지 그건.'
아마 평생을 지금가지 살아왔던 것보다 더 산다고 해도 그런 경험은 더 하기 어려울 보물이었을 것이다. 제 7법은 본래 용도 조차도 그런 용도로 쓰이지 않았다. 본래가 전투용으로 동귀어진의 수로 사용되는 '법'이었다. 굳이 '마계 였기에' 7법이 전투용으로 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힘이자, 누군가에게는 피해를 입히는 행위였기에, 7법은 이론상으로는 힘을 모으는 것으로 사용할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전투시에 사용하는게 일반적이며 절대적인 진리로 자리 잡고 있었다. 누가 생각했겠는가, 동귀어진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기술이 하나의 힘으로 모여 저 거대한 대륙을 끌어 당기는 힘으로 작용될 것이라고,,
그런데도 이렇게 하나의 대륙을 끌어 내었다는 것과 벤하르트의 한계를 모르는 그 힘에 의한 기적적인 일화는 아마 향후 수백년이 지나도 보기 어려운 추억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때문에 아쉬웠다. 상처가 신경이 쓰여서 따라가기를 거부했지만, 아마도 벤하르트와 레니아가 겪은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어떤 '난관'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때 그 순간이 아니면 느낄수 없었을 그런 경험을 '스스로의 목숨을 아끼는' 마음 하나 때문에 날려 버렸다.
"여기 있었군."
"어? 레니아 네가 여긴 왠일이지? 벤하르트와 함께 온 것도 아니고,"
"정보를 이래저래 집어 넣다가 네 이름이 나와서 말야. 사자왕이라고,"
"젊은 날의 별명을 여기서 듣게 될줄은 몰랐군. 보시다시피 나는 사자니까, 이런 말로 돌리지도 못하려나. 그래 사자왕 프쿠타는 나다. 지금은 그냥 방랑가 프쿠타로 불리우고 싶지만,"
"마계에서는 한번 날렸다고 봤는데,"
프쿠타는 쿡쿡 거리며 웃었다.
"그정도까지 거창하지는 않지. 그저 과장된 것 뿐이다. 어느 한 작은 일개의 마족에 지나지 않는 녀석이 같잖지도 않은 큰 사건을 일으켰고, 그 일이 화자가 된 것 뿐이지.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였고, 나에게는 기억하기도 싫은 이야기지. 인간계에도 그런 일은 종종 있고 하지? 일개 병사에 불과했던 자가 적장 수천의 목숨을 베고 올라서 장군에 이르는 '전설'이 된 이야기. 내 이야기는 그정도로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마왕이나 고위 계급에 비하면 그저 한낱 애송이의 만용에 불과했던 일들이지."
"한 도시를 멸망 시켰다고 보았어."
"그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뭐지? 레니아 내 태도를 보면 알다 시피, 나는 말야, 그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 그 일은 나에게 있어서는 치부에 불과하고, 듣고 싶지도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거추장스러운 기억에 불과해. 사자왕? 전설? 엿이나 먹으라고 하시지. 내게 있어서 그 일은 가장 저주하고 싶은 일에 불과하다."
"불쾌하다는건 알지만,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낸건 그냥 이야깃 거리가 필요해서 그런건 아니야. 뒷이야기를 알려 달라고 하지는 않겠어. 하지만 너는 '무언가의 이유'가 있어서 도시를 멸망 시킨 거지?"
프쿠타의 눈이 살짝 떨렸다. 레니아는 그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이유.."
프쿠타의 머리가 회전했다. 무언가 자신의 깊은 곳에서 놓치고 있었던 하나의 정보가 맞추어 짐에 따라 다른 기억들이 연결 되는 듯한 느낌으로 한순간에 그는 멍한 얼굴이 되었다.
"너.. 뭘 안거지?"
"아니 안게 아니야. 네 그 기억은 나에게도 필요한 '정보' 였으니까, 대답은 됐어. 어떤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어떤 식의 이야기였는지는 윤곽이 잡혔으니까,"
"뭔가를 알았다면 알려다오. 뭣때문에 그걸 물었던 거지?"
프쿠타는 약간 절박해 하고 있었다. 평소의 능글능글한 여유로운 태도는 온데간데 없이 그는 레니아에게 매달렸다. 조금만 더 '자신이 잊고 있었던' 무언가의 답에 조금만 더 가면 접촉할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네 사정에 대해서는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고, 정보를 통해 너를 조사한 것도 아니야. 다만, 내가 조사하는 도중 네가 검사 되었을 뿐이었지. 네가 한 도시를 멸망 시켰든 되살렸든 그건 내게 있어서 중요치 않아. 하지만 그 과정은 중요하지."
"과정?"
"네가 도시를 멸망한 것에 대한 과정이 내게는 중요했어. 1차적인 원인 도시와 너와의 원인으로 멸망한 것인가? 아니면 2차적인 '무언가의 개입'이 있었던 것인가? 에 대한 사실. 물론 원인이 1차적이었고 네가 2차적의 개입을 몰랐다는 가정도 해볼수 있지만, 아마 그게 아닌 무언가 집히는게 있는 모양이지?"
"아니 그저 단순한 느낌인 것 뿐이다. 무언가의 개입이라고 단정 지을수는 없지만, 단지.."
"그래 그게 중요해. '당사자' 간에도 그 일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 스스로의 의지로 행했다고 하는 '속임수' 그게 바로 전제 조건이 되는 거니까, 하지만 프쿠타 너는 방금 나에게 물었었지? 그 태도로 미루어 보건데, 너도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던 거야. 사실은 '그들이' 관여를 했던게 아닌가 하고,"
프쿠타는 레니아의 말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들이라니?"
"아마도 네가 도시를 멸망 시켰을때 제 삼자의 입장에서 중계자의 역할 부추겼던 이들 아니면 조언을 주었던 이들. 어떤 모습인지 상상할수는 없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었겠지?"
"뭘 알고 있는거지?"
"이 사건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나는 네가 어떤 경험을 겪었는지는 모르고, 그 내용도 알지 못하니까, 그저 결과만 알고 있을 뿐이야. 그 옛날 사자왕 프쿠타는 마계의 한 도시를 멸망 시켰다. 그 일은 '벤하르트와 나의 여행'과도 관련이 있기에, 조금 더 알아보고자 했을뿐, 설사 프쿠타 네가 알고 싶은게 있다고 해도 나는 네 일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않아."
"그래 내 개인적인 일은 모른다는 건가. 그렇다면, 그 뒷 배경은 어느정도 알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뭐 그렇지. 이제 거의 확신할수 있게 됐어."
레니아는 쓴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당장에라도 말하지 않으면 무력시위라도 할것 같은 태도로군. 하지만 프쿠타 네가 그 말을 그렇게 묻는 것은 사실 나는 목적한 바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어."
"무슨 뜻이지?"
"프쿠타 네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네가 묻는 그 뒷배경과 너는 결코 좋은 관계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한 사실이야. 그리고 그들은 우리에게도 결코 좋은 관계는 아니지. 만약 네가 지난 그 일을 후회한다면 아마도 그 뒷배경과 싸우게 될지도 모르고 그건 결과적으로 볼때, 벤하르트와 나에게는 좋은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거든."
"그런 이야기를 어째서 꺼내는 거지?"
"나는 네가 죽는걸 바라지 않거든."
프쿠타는 레니아의 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올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내가 죽는다고?"
"전력차는 확실할걸. 네 반응을 보고 알았어. 7법을 사용할때도 그 고통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던 네가 그정도로 다급해 할 정도의 사건. 후회하는 과거 등을 생각해볼때, 그 일은 네게는 굉장히 중요했던 일이었을 것이고, 네가 알고 싶어하는 그 뒷배경은 내 예상으로는 관련이 있을 거야. 그렇다면 자연히 네 다음 행동도 예상할수 있게 되지."
"내가 질거라는 것이군."
한숨을 내쉬며 프쿠타는 본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느긋느긋한 말투로 그는 레니아에게 물었다.
"하지만 레니아, 듣지 않았다면 모를까, 그 이야기를 들은 이상 나는 묻지 않을수 없어. 한마디로 대신해 설명하지. 만약 벤하르트가 죽는 어떤 사건이 있었다. 그 뒷배경에 '무언가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것을 깨달았을때 너는 안 묻고 지나갈수 있을까?"
"없겠지. 그래 지금의 너처럼 죽일 각오로 알아 내려고 할거야. 확신을 얻고 싶었을 뿐인데, 너를 끌어 들이고 말았네. 좋아 그렇다면 알려주겠어. 하지만 그 전에,"
그녀는 손에 종이 한 조각을 불렀다.
"여기에 써줘. '절대로 죽고자 하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프쿠타도 마계를 떠돌아다니고 온 세계를 떠돌아 다닌 모험가로써 그 종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모를리 없었다.
"뭐든지 좋아. 네가 굳이 적대시 해야 겠다면, 싸울때는 확신을 가지고 싸워. 네 그 중요했던 일이 고작해야 너의 '개죽음'으로 끝나도 그만인 일이라면 아무래도 좋지만,"
"당치 않은 도발은 그만둬. 하여간 염려를 하는건지, 아닌건지 알수가 없군. 좋아. 네 말대로 무리는 하지 않겠다."
"후우 믿기 어려운걸. 이 종이는 어겨도 '죽음'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소용이 없는 것인데,"
"알려줘."
그는 레니아의 종이에 규칙과 서명을 하고 말했다.
"아마도 그때 뒷 공작을 했던 것은 '아오이스' 라는 조직이었을 거야."
- 작가의말
내일 모레가 시험인데, (.....)
글을 쓰고 있다니,, 그것도 제 전공중 가장 중요한 시험.....
설마 저는 5월에 볼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나저나 두화가 남았는데, 목요일 당일은 시험을 치고 쓰면 된다 치고,,
내일은 그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시험을,, 상대로 소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군요.
연참대전이냐? 시험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냥 오늘 밤새서 소설 한편을 쓰고 시험 공부를 하고 잠을 자는게 나을런지....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