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68화-재회(3)
"근처다."
주마의 숲 근처에 이르러 벤하르트는 트레이야와 제네스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레니아의 마력의 실이 있는 한 절대적으로 선공은 벤하르트쪽이 유리하다 할수 있었다. 천천히 셋은 기척을 지우고 레니아에게 접근했다.
"레니아와.. 또 저건 누구야?"
"이야기 하자면 길어."
"적은?"
"글쎄."
순간 벤하르트는 레니아와 눈이 마주쳤다. 살짝 신호를 준것 그것만으로 벤하르트는 양 옆의 둘을 재빠르게 밀쳐냈다.
"벌어져!"
기척이 느껴지지도 않았을때 이미 공격은 쇄도하고 있었다. 마치 공격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제야 기척이 느껴지는 것처럼 그들은 기묘한 공격을 사용했다. 즉 기를 사용하는 벤하르트가 상대하기에 그들은 움직임을 읽을수 없었다. 조금 힘겹게 상대하고 있는 벤하르트와는 다르게 트레이야와 제네스는 상대적으로 벤하르트에 비해서는 여유롭기 그지 없었다.
'상성이 별로 맞지 않아.'
그들의 움직임은 벤하르트의 유려의 움직임을 이용하기 애매하게 다가 왔다. 유려의 움직임은 상대의 움직임을 앞으로 몇수까지 읽어 최적의 공격 최적의 수를 통해 상대방과의 격을 줄이는 것이었는데, 지금의 벤하르트는 기를 못쓰는 관계로 제대로 싸울수 없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유려의 움직임을 제대로 활용할수도 없어서 불리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군데군데 트레이야가 자신의 공격을 포기하면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상처 한두군데 정도는 각오를 해야 했을 것이다.
의문의 적은 확실히 아오이스와는 격을 달리했다. 셋중에서 가장 강하게 보이는 자는 벤하르트를 치고 있었는데, 그조차도 대행자와 비교하면 몇수는 떨어지는 적이라 할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여유를 부릴정도는 아니어서, 트레이야와 제네스는 그들 보다도 훨씬 실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결정적인 한수를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읏."
벤하르트는 바로 검을 들어 백광을 쏘아 내렸지만, '기'가 실리지 않은 백광으로는 상대를 제압할수 없었다. 물론 그 빛도 정통으로 맞게 된다면 상당한 충격은 기대할수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가장 약한 벤하르트에게 상대쪽은 가장 강한 쪽이 붙어서 기본적인 신체의 능력만 가지고는 승부를 내기는 커녕 밀릴수 밖에 없었다.
사실 상대의 공격 방식이 기묘하지만 않았던들 분명 벤하르트는 전혀 거리낄게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기묘했다. 공격을 당하는 순간까지 무슨 공격인지 예측할수가 없는 공격. 필시 그 자신이 트레이야나 벤하르트 정도의 실력이었다면, 벤하르트의 '유려의 움직임' 만큼이나 대단하다고 할수 있었을 것이다.
"벅찬 모양이군. 이전에 만났을때와는 느낌이 다른걸. 우리는 여유를 부리고 있을 틈이 없다."
격전 중에 벤하르트는 그 고요하고 작은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메마른듯한 남성의 목소리라는것이 머릿속에 들어오기도 전에 벤하르트의 어깨가 꿰뚫렸다.
"큭."
정상적인 몸이었다고 해도 그만한 공격을 막을수 있을지 벤하르트는 확신할수 없었다. 사실 정상적이었다고 하면 그 움직임이 나오기전에 제압하는게 가능했을테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한 움직임 만큼은 설사 정상적인 대결의 벤하르트를 상대로 한다고 해도 이점으로 작용할수 있을 정도의 그정도로 무시무시한 일격이었다. 정상임에도 그럴진대 지금의 벤하르트에게는 목을 노리는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다음에는 장기부분이다. 죽고 싶지 않다면 저들을 무르고 얌전히 포박되어라."
"그건 이쪽이 할말인데,"
순간 섬칫 놀라며 그는 뒤를 돌아 보았다. 레니아는 웃으면서 그의 심장에 일격을 날렸다. 달아나려는 시도조차도 하지 못한채 그는 컥 하는 비명과 함께 그녀의 손을 대놓고 맞을수 밖에 없었다.
"별로 대단치는 않군. 예상하지 못한 일격임에도 이정도라니,,"
"원래 그런거니까 말야."
그는 그녀의 그 말뜻을 자신을 약하다고 말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결박을 풀어냈지?"
"이따위것을 결박이라니 농담이지? 나를 봉하려면 너희들의 기를 전부 쏟아부을 정도는 생각해뒀어야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레니아는 거짓을 말한것은 아니었지만, 벤하르트에게 있어서 그 말은 호기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상황에서 한명만 있어도 충분히 레니아는 봉한 상태일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벤하르트와는 다르게 레니아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녀가 그들에게 습격을 당한것은 벤하르트에게 이변이 있다는것을 알고 라프라와 함께 도서관을 나섰을 때였다. 불의의 습격이었다고는 하나 첫 일격에 그녀를 제압하지 못한 세명의 습격자들은 분명 그 시점에서 레니아가 충분히 상대할수 있는 수준이었다. 레니아가 만든 마력의 실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이기적인 것이었다. 벤하르트에게서 위기가 있을 경우에는 어느정도의 위험 수치 이상이 된다면 감지해서 알려주게 되지만, 자신이 위기에 빠졌을 경우에는 스스로가 조율할수 있도록 설정해놓은 것이다. 스스로의 마법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규칙이었지만, 그것으로 그녀는 '고의적으로' 벤하르트에게 그 당시의 상황을 보이지 않았다.
"라프라 조금 물러서 있어."
레니아의 말이 어느정도의 의미를 담고 있는지 쉽사리 파악한 라프라는 곧장 그녀의 뒤로 몸을 숨기고 혹시 있을 공격에 대비했다.
"너희들은 뭐지? 아마 그때 만난적이 있었지?"
"우리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알 필요가 없겠지. 레니아여,, 이렇게 기회를 만들어 두다니 감사하다고 일단은 말해두지."
'기회 좋아하네.'
상대의 실력은 어떤 변수를 가정해도 레니아 이상가지는 못했다. 레니아에게 피해를 줄수 있다고 해도 제압하는것 까지는 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의 힘. 최악의 경우는 양패 구상정도로만 해도 레니아의 입장에서는 여유롭다 할수 있었다.
"왜 우리를 쫓아오는 것이지?"
"너희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라.. 구체적으로 뭘?"
"이런 말은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혹시나 하고 묻지 지령(地靈)의 근원을 내놓는다면 해를 끼치지는 않겠다."
"글세. 그런 말을 해도 나는 가지고 있지 않은데, 일단 이유라도 말해주지 않겠어?"
그 말은 거짓이었다. 레니아가 덴과 마법을 더욱 발전 시킨 이후 레니아는 공간계 마법을 익혔기 때문에 왠만한 짐들은 레니아가 가지고 있었다. 자연히 영석도 레니아의 별도 공간에 존재하고 있었다.
"무엇을 그렇게 알고 싶은건지는 몰라도, 네게 없다고 한다면 간단하지. 나는 너와 대화를 하기 위해 이곳에 온게 아니다. 네게 없다면 벤하르트라는 인간에게 있을터. 너는 그녀석을 부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도록 하지."
그 상황에 레니아는 싸울것인가, 말것인가를 생각했다. 싸운다고 하면 어찌 되었든 지지는 않지만, 그 경우 이녀석들을 잡는것은 불가능했다. 당장에 싸운다고 해도 혼자의 힘으로는 승리를 점치기도 애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질 경우는 벤하르트와 함께 한다면 잡는것 쯤이야 손쉬운 일이었다. 대화를 오가면서 자신에게 난폭한 해를 끼칠것 같지는 않았기에 그녀는 간단하게 후자쪽을 택했다.
"그렇다면 싸우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겠네."
그런 말을 한것이야 말로 상대를 속이기 위한 복선. 상대에게 자신이 싸우겠다고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함이었다. 실로 전력을 다하는듯 하면서도 마치 적보다 약한것처럼 연기를 하는것은 그녀에게 있어 어려운것이 아니었다. 분한듯 씩씩 거리는것도 언제나와 같은 모습을 보이면 그것으로 좋았다.
"그정도 실력으로 싸움을 택하다니 바보인가. 물론 도망친다고 해도 소용은 없었을것이라 생각하지만,"
그의 그 말에는 진정으로 화가났지만, 여기까지 상황을 만들어놓고 화를 내는것이야 말로 바보같은 일이었기에 그녀는 속을 참았다.
"잠깐 라프라는 건드리지마. 그녀석은 관계 없어."
"그럴수야 없지. 그때 밤에 본 벤하르트는 우리들로는 상대하기 버거울지도 모르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녀석에게 대놓고 버젓이 찾아오게 할정도로 우리는 무르지 않다."
'그럼 나를 이렇게 애매하게 대하는건 뭐냐.. 한없이 무르기 그지 없구만,'
그들은 레니아의 몸을 조금 수색하고는 고작해야 밧줄로 칭칭 동여맨 정도로 그녀를 결박했다. 손발을 까딱 할수도 없을 정도로 혹 일반인이었다고 한다면 '제대로' 묶어낸 것이었겠지만, 레니아에게 있어서는 헐겁기 짝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무시를 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럼 어쩌겠다는거야?"
"너와 같이 미끼로 사용해야 겠지."
"그렇다면 죽이지는 않는 것 이겠지?"
"글쎄. 그거야 알수 없지."
"넌 벤을 모르나 본데. 그녀석은 분노하게 되면 장난이 아니라고, 싸울 생각보다 목적을 중시하는 모양인데, 괜히 어설프게 도발하고자 한다면 하지 않는게 더 좋을걸? 미끼로 쓰는것 자체는 별로 신경쓰지 않지만, 해를 끼치는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게 좋을거야."
그는 레니아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이란 감정에 따라 그 힘이 약해지기도 강해지기도 한다는것 정도는 숙지하고 있었다. 레니아의 말 자체는 자신의 동료를 지키기 위한 도발에 불과했지만, 그 말 자체에 거짓은 없었다.
"좋아 해를 입힐 필요는 없겠지. 뭣하면 목숨을 걸고 흥정을 할수도 있는 노릇일테고, 음?"
그는 레니아에게서 은은하게 나오고 있는 끈을 발견할수 있었다.
'저것은 벤하르트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는 것인가? 이용할 가치가 있겠군.'
레니아와 라프라를 데리고 그들은 주마의 숲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벤은 어떻게 불러낼 참이야?"
"그것까지 내가 너에게 말할 필요가 있는건가? 이래뵈도 이렇게 너를 사로잡은 이상 나와 너는 명백한 적이라고 해도 무방할텐데?"
'그거야 잘 알고 있지.'
레니아가 그런 말을 한것은 괜한 의심을 덜기 위함이었다. 레니아의 벤하르트와 연결된 끈은 정말 알아보기 힘든 것이었다. 벤하르트는 물론이고 트레이야도 말해주지 않으면 알아차릴수 없었다. 기를 집중하지 않는한 그정도의 실력자조차도 알아채기 어려운것을 그들보다 떨어지는 습격자가 알리 없었다. 즉 레니아는 고의적으로 그들에게 그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들은 그것으로 벤하르트가 자신들을 찾아올것이라고 예측했고 함정을 팔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지만, 실제로는 레니아의 꾀임에 속아넘어간것에 불과했다.
그렇게 습격을 할수 있는 환경을 레니아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주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들은 최악의 경우 라프라를 인질로 잡을것이 분명했다. 레니아는 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벤하르트를 제압할 환경을 만들어 라프라에 대해 의식 하지 못하도록 하고 그녀 스스로는 기회를 봐 자신과 이야기했던 수령으로 보이는 남자를 잡아 낼 계획을 짰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계획 대로 벤하르트는 그들에게 왔다. 당연히 레니아는 자신이 연결한 실이 근처에 왔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덤으로 두명이 더 있다는것에 놀랐지만, 그 전에 벤하르트에게 눈으로 사정을 알린 것이다.
한차례의 교전시 레니아는 두명의 동행자가 트레이야와 제네스라는것에 놀랄뿐 벤하르트의 몸이 평상시와는 전혀 다르다는것을 당시만 해도 잘 알지 못했다. 어느 순간에 덮쳐야 도망칠 틈 없이 사로잡을수 있을까?를 생각하던중 벤하르트가 상처를 입게 된 것이다. 그녀는 더 참을 수 없이 결박을 해제했지만, 그와 동시에 벤하르트에게 결정타를 입힌 지금이야 말로 저 자가 방심한 절호의 기회라는것을 알아챘다.
그녀의 공격은 그렇게 적중했다.
"한번 성공한것은 좋았지만, 벤하르트의 몸은 저렇고, 너는 '그정도의 실력'일 뿐이니,,"
'그정도의 실력?'
벤하르트는 상대의 말을 순간 이해할수 없었다. 레니아는 분명히 그보다는 확실히 강하다. 아니 다른 부하들과 함께 하지 않는 한 절대로 그에게 승산은 없다 할수 있었다.
"한번이면 충분해. 그건 단순한 공격이 아니거든."
"뭐?"
순간 심장이 덜컥였다.
"무 무슨!"
"네가 벤하르트 정도의 기를 다룰수 있는 녀석이라면 스스로 나의 마력에 대해 견뎌낼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네 심장을 보호 할 수 없을걸."
"서 설마.."
"그래 그때의 무감각한 공격은 네게 충격을 주기 위한게 아니야. 내 마법을 발동하기 위해서 네 심장을 칠 필요가 있는 것이었지. 막을수 있다면 막아도 좋지만, 막을수 있을까?"
레니아의 손이 올라가자 그는 고통이 안쪽으로 부터 몰려왔다. 막고자 해도 막을수 없었다. 그의 선천적으로 단련되어 있는 기의 양은 확실히 벤하르트와는 비할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끄으으.."
"그정도 실력으로 방심 하다니 바보아냐? 실력이 떨어지면 최소한 방심은 하지 말았어야지."
의기양양하게 그녀는 자신이 들었던 말을 그에게 고스란히 돌려주었다.
- 작가의말
음... 시간이 없는 관계로 오늘 사설은 내일에나 쓰겠습니다.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