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54화(611화)-마굴(15)
특이하다면 특이한 능력이었다. '위험을 감지하고 그것을 회피할 수 있는 능력' 감각적으로 현재 무엇을 해야 살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능력으로 에실러는 언제나 위기를 모면해왔다.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위기를 감지'하는 것과 '상황의 타개'하는 것에 대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었다.
이곳 '마굴'에 들어와서 별다른 방도도 없이 이정도로 버틸 수 있었던 것도 그녀의 능력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그녀는 지금 고민하고 있었다.
'어쩌지'
그녀의 본능적인 감각은 '벤하르트를 지원해야 한다'고 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는 분명히 희생이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이미 그녀는 구도우를 통해 망자들의 이상 행동에 대해서도 들어둔 바였다.
망자들에게 의지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의 생각을 완전히 역전 시킨 것이었다. 그런 위험한 곳에 협력자들을 보내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행동이었다.
'어쩐다..'
그녀는 정말로 한참을 고민했다. 빛이라고는 들어오지 않는 적막한 방에서 홀로 그녀는 뜬눈으로 밤을 지세웠다. 끊임 없이 고민하고 고민한 뒤 그녀는 결심을 굳힌듯 비장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어쩔수 없지."
[똑 똑]
"누구지?"
"에실러야."
"무슨일로 이곳까지."
벤하르트는 검을 손질하고 허리춤에 차고 있었다.
"보아하니 준비는 다 끝난 모양이지?"
"아니 조금은 해둬야 할 일이 남아 있어."
"할 말이 있는데, 내가 이번 '중심'을 가는데 힘을 보태어도 될까?"
"뭐?"
벤하르트는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그건 조금 무리겠는데.."
"어째서?"
"어중간하게 말하지 않겠어. 딱 잘라 말하면 '실력 미달'이지."
"그런건 알고 있어. 하지만 가지 않으면 안돼."
벤하르트는 그녀의 말에서 강제성이 느껴지는 것을 알아차리고 물었다.
"안된다니, 어째서?"
"위니스트가 내 칭찬을 하는 것을 들었었지?"
"그래. 살아날 수 잇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했었나?"
"그래 믿을지 믿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내 본능이 너를 따라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거야."
에실러는 말하고 나서 피식 하고 기가 찬 듯 웃었다.
"참 이런 말 믿기도 어려울테지, 나 자신도 뭣하러 네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누군가는 도와주어야 된다고,, 뭐 그런 느낌이야. 그렇다고 그런 사지에 다른 사람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고 말야. 간다고 하면 내가 가야 하지 않겠어?"
"....."
"그리고 내 실력이 떨어지는 건 나도 알지만 뭣하면 방패라도 되어 줄테니까 말이지. 싸울 준비를 한다고 했었지? 내 예상이지만, 지금 만전의 상태가 아닌건 아니야?"
"그래 맞아. 하지만 내 몸이 이런 것과 그 선택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그래 별개야. 내 실력 같은건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것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나는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에실러의 생각은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그 무모한 것은 벤하르트에게 폐를 끼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 그리고 그 행동에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있는 것이었다.
"알았다. 출발시간은 2시간 정도 뒤가 될거야. 준비해두도록 해."
"알았어."
"무슨 이야기를 했어요?"
"중심으로 향하는 것에 동행하기로 했어."
"에실러가?"
"그래."
"제가 간다고 했을때는 꽤나 반대하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이니프는 약간 빈정거리듯 이야기 했지만, 벤하르트는 무덤덤하게 받았다.
"그녀한테서는 내 옛 모습을 보는 것 같았거든."
"옛 모습요?"
"너는 단순히 네가 하고 싶기에 가는 것이지만, 에실러는 달랐어. 에실러는 자신이 무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기에' 목숨을 건 것이었지. 아마도 네가 생각하기에는 바보같은 일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쉽게 웃으며 바보 취급할 수는 없거든. 그녀를 부정하게 되면 이전에 내가 했던 행동들이 전부 억지가 되어 버리는 것이니까,"
"벤하르트씨의 선택에 제가 왈가왈부 할 것은 없죠. 하지만 괜찮겠어요?"
이니프는 벤하르트에게 다가가 일전에 호쉬르에게 당했던 상처에 손을 가져갔다. 옷자락 위로 느껴지는 그녀의 손에 벤하르트는 슬쩍 뒤로 물러섰다.
"아직 낫지 않았죠? 신목의 상처는 아주 길고 오래간다구요."
"그런 모양이지. 하지만 그래도 가는 수 밖에 없다면, 갈 수 밖에."
그의 눈에는 한 점의 망설임도 섞여 있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니프 너는 괜찮아?"
"뭐가요?"
"이번에 나가게 되면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고, 나라고 해도 지키는게 불가능 할지도 몰라."
"상관 없어요."
"너는 참 이상하단 말야."
이니프는 궁금해하며 벤하르트에게 물었다.
"뭐가 말인가요?"
"너는 내게 희생해가며 남을 지키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라고 바보 같은 일이라고 말했었지. 그렇다면 네 가치관의 경우 무언가의 위험을 각오하는 일은 사실상 '자신'을 위한 일이어야만 해. 하지만 너는 자신의 목숨을 거는 것에 전혀 자신을 '위하지 않아.' 남을 위하는 것도 자신을 위하는 것도 아닌 일이라고 한다면 '무엇때문에' 목숨을 거는 거지?"
"글세요. 아마 저는 과정을 보고 싶은 것일지도.."
'과정이라..?'
"어쨋든 결정한 것에 후회는 없어요. 벤하르트씨가 어떤 식으로 생각하든 말이죠."
"뭐? '중심'에 가기로 했다고?"
"네 그렇게 되었어요."
에실러는 너털웃음을 뛰우며 말했다.
"어째서? 그 일은 벤하르트에게 맡기기로 했잖아. 이미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일이라고 이건.. 지금까지 할 만큼 했잖냐!"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이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니까, 사실 제가 아니어도 상관 없어요. 구도우씨가 가주실래요?"
"..... 조 좋아. 내가 가지."
"농담이에요. 아저씨는 겁도 많잖아요?"
"피차 일반이라고,,"
구도우는 불만 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는 원래가 도적이잖냐. 이정도 해줬으면 잘 한 거잖아."
"그래서 다른 이를 보내라는 건가요? 그럴수는 없어요. 예전에도 말했죠? 세상이 우리를 도적으로 만들었지만, 도적질을 할 지언정 인간성을 버리지는 말자고요. 양심적인 도적이라는 것 따위 모순이나 다름 없지만, 저희는 그렇게 지내 왔잖아요?"
"그랬지. 하지만 이건.."
"다르지 않아요. 제가 목숨을 걸지 않으면, 이 일은 실패할 확률이 높아져요. 반대로 제가 목숨을 걸 수 있다면 이 확률은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되겠죠."
"그 그렇다면 내가.. 내가 하겠어. 이런건 나이든 사람이 하는거야."
에실러는 웃으면서 말했다.
"뭐 죽으러 가는 사람처럼 이야기 하시네요. 위험성이 높기는 하지만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만약 아저씨가 간다면 반드시 죽을걸요? 전 그런건 보고 싶지 않아요."
"도적주제에 넌 어째서 그렇게 마음이 약한거냐."
"뭐 이런 도적이 있는 것도 재밌지 않아요? 그보다 구도우씨 부탁할게 있어요."
"뭔데?"
"제가 없는 동안은 아저씨가 이곳을 지켜주어야 해요. 대장의 역할을 하라고는 이야기 하지 않겠지만, 아무쪼록 모두를 도와서 잘 이끌어 나가 주세요. 아마 벤하르트가 실패한다면, 그가 말했던 '청부자'쪽이 오게 될 거에요. 그 자에게 전하는 것은 이제 아저씨의 몫이라구요."
"야 야! 뭐야 그 말은? 마치 죽으러 가는 것 같은 말투잖냐."
"위험하니 죽지 않으라는 보장도 없으니까요."
"어이.."
구도우는 에실러의 어깨를 잡았다.
"너와 나는 동료다. 나는 말야. 너같은 돈줄을 놓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어. 네 그 능력은 말야. 보물이잖아? 꼭 돌아와서 떼돈을 만지게 해달라고,"
"저도 아저씨 같은 길잡이를 놓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그러니까, 여기서 생환이나 기도해주도록 하세요."
"하여간.. 따라가고는 싶지만, 어쩔수 없나. 꼭 살아 돌아오라고, 에실러."
"네."
- 작가의말
저도 사실 남들의 마음속에 남는 작품을 써보고 싶었는데요..
가끔 명작을 볼때면,, (.....) 싶은 기분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표현이 나올 수 있을까? 나도 저런걸 써보고 싶다.. 스러운 기분이 듭니다. 그래도 사실 개인적으로는 엔쿠라스에서 몇몇 부분은 마음에 들곤 합니다. 잘썼다는건 아니지만, 쓰길 잘했다. 싶다고 해야 될까요?
아무튼 주말이 시작됐습니다. 모두들 좋은 주말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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