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541화-
기본적으로 에린델은 룬델과는 다르게 허허 벌판이 대다수였다. 그 흔한 산 조차 없었고, 평평한 황량한 평지에 조금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마력석으로 이루어진 길이나 군데군데 덩그러니 놓여진 언덕과 이따금씩 한번씩 모습을 드러내는 여러 종류의 마수들 정도가 하루하루 느낄수 있는 변화정도였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벤하르트나 레니아는 룬델에 비해서 여행길에 대해 지루함을 느낄수 밖에 없었다. 그 시간에 그들은 하나씩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다. 벤하르트의 경우는 검술의 연마였고 레니아의 경우는 마법의 수행을 하기를 즐겼다.
"벤. 이거 봐라?"
레니아는 벤하르트를 불러 세우고 눈을 감은채 무어라 중얼 거렸다, 그러자 한순간에 레니아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벤하르트는 등뒤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깜짝 놀라며 몸을 앞으로 구르며 뒤를 바라 보았다.
"히히. 어때?"
그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레니아에게 물어싸.
"뭘 한거야? 방금."
"짠! 놀랐지? 공간이동을 해본거야."
그녀는 이리 저리 반짝반짝 거리며 이동해 다녔다. 눈이 인식하지 못하는 빠른 이동이 아닌 정말로 사라져다가 나타나는 마법이었기 때문에 벤하르트는 적지 않게 놀라며 물었다.
"이전에 그거 엄청나게 높은 수준의 마법이라고 하지 않았었나?"
"그래. 공간이동은 신의 힘을 가지고 있었을때라면 모를까 지금의 모습으론 상당히 힘든 마법중 하나야. 정말 대단한 마법사들은 사용하는게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보통의 마법사 같은 경우 단거리라면 어느정도의 노력과 재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장거리 같은 경우는 인간이 사용하려면 엄청난 주술의 마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마법진이 필요할 정도거든."
그는 레니아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라질때 어느쪽으로도 움직임을 느끼지 못했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구나."
"그런거지. 그나저나 뭘 그렇게 소스라치게 놀란거야?"
벤하르트는 조금 쑥스러워서 대답하지 않았다.
"그보다 레니아 대단한데 그런 마법을 익히다니 말야."
"이 마법은 특별히 익힌 이유가 있어."
"그게 뭔데?"
"생각해봐. 이제부터 우리는 상당히 위험에 처하게 될 일이 많을지도 모르잖아? 거기에그 흑마의 숲인지 뭔지 하는 곳도 살아 돌아온 사람이 없는 묘지 같은 곳이라면서? 아무리 실력에 자신이 있다고 해도 그런 곳에 아무런 대비 없이 가는건 무리잖아. 그러니까 이건 그에 대한 대비용이라는 것이지."
"아.. 그럼 공간이동은 어느정도의 거리 까지 가능한건데?"
"지금은 100기아 정도?"
"별것 아니잖아. 전투때나 써먹을수 있을 정도구만,"
레니아는 발끈 하며 말했다.
"실례잖아.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이건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정도로 대단한 위업이라고, 어딘가의 마법을 숭상하는 곳 같은 곳에 가면 나는 엄청난 대우를 받게 될 걸?"
"그것에는 한 점 의심도 없지만 말이지.. 도주용이라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 아냐?"
"슬슬 술식을 개조해 나갈거야. 자꾸 그러면 나중에 나 혼자 도망쳐 버릴 테니 그렇게 알아 둬."
"아 죄송합니다 레니아님."
레니아의 농에 벤하르트는 꾸벅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2주 정도면 충분해. 그놈의 흑마의 섬은 빠져나올수 있을 정도로 수련할테니까 기대나 하고 있으라구."
"여부가 있겠습니까."
"하여간 이래서 마법의 위대함을 모르는 사람들은 어쩔수가 없다니까,"
레니아는 투덜투덜 거리면서 양 손에 마력을 모아 이런 저런 마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벤하르트가 물었다.
"그나저나 레니아 너 요즘들어 마법실력이 굉장히 많이 는 것 같은데?"
"뭐 그렇지. 뭐니뭐니 해도 라스펠에서 그 마도서를 보았으니까 말야. 멸절의 마법은 제거해 버리기는 했고, 나 자신은 사용할 마음이 없지만, 다른 마법만으로도 그건 국보급 마도서야. 아마 그런게 라스펠에 있다는 소문이 들리고, 라스펠이 그 마도서를 내어줄 생각이 없다면, 정말 머지않아 라스펠은 멸망해 버릴걸? 세계 각국의 마법사들이 라스펠을 노리고 오게 될테니까 말야."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렇겠군."
"어쨋든 그 마도서덕분에 나는 마력을 활용하는 방법 자체가 달라져 버렸거든. 여러가지 고위 마법들을 개발해보기도 했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즐겁다는건 이런걸 두고 말하는 것일지도 몰라. 하나하나 달성해나가는 이게 또 기분이 좋거든."
'아..'
벤하르트는 건물 옥상에서 리스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리스와 레니아 둘은 기묘하게도 너무도 닮아 있었다. 레니아도 수천년간 리스와 같은 입장에 놓여 있었을 것이다. 서로간의 힘은 다르지만, 상황은 아마 같았다. 무엇이든 상상하고 행동하면 이루어지는 신이라는 것은 실제로는 엄격한 규칙에 묶여 인생을 속박당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인간인 내 입장에서 상상하기는 힘든 노릇이지만,'
"그나저나 벌써 슬슬 식량이 다 떨어졌는데 이제 어쩌지?"
"평상시에 하던데로 하면 되잖아? 뭣하면 내가 잡아다 줄까?"
레니아는 시원스레 말했다.
"아니 내가 할게. 일일히 네게 부탁하고 그럴만한 일은 아니니까,"
벤하르트는 무언가를 죽이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유독 마수들을 죽이거나 하는 일만은 어느정도 내성이 있었다. 그것을 부정해버리게 되면 지금까지 그가 먹었던 고기들 그 자체를 부정해 버리게 되는 것이다. 살기 위해 먹었다고 한다면 그 행동에 망설임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무언가를 죽일때는 섬칫 거리면서 망설이는 습관만은 고치지 못했다.
"그럴까. 그렇게는 생각되지 않는데,"
"레니아 그게 무슨 뜻이야?"
그는 레니아의 영문 모를 말을 듣고 의아해 하며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날의 식사는 얼마전부터 탐욕스럽게 그들을 따라다니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던 마수였다. 긴 어금니를 뽐내며 상당히 날렵한 움직임을 자랑하는 꽤나 강한 마수였지만, 벤하르트와 레니아에게는 어림도 없는 실력이었기에 마수는 상처를 입고 사로잡혔다.
벤하르트가 요리를 준비하고 있는 동안 레니아는 마수를 내려다 보다가 근처에 얼굴을 가져갔다.
"레니아 마수가 아직 살아 있으니까, 조심하는게 좋아."
"내가 그런걸 실수 할 것 같아?"
레니아는 마수를 내려다 보았다. 그르릉 거리는 마수를 그녀는 내려다 보았다.
"정말 운이 나쁜 녀석이네. 먹이라고 생각한 인간에게 잡아 먹히다니 말야."
레니아는 그 뒤로 무어라 중얼 거렸다. 마수는 벤하르트에게 당한 상처에 서서히 눈이 감기며 생을 마감했다.
"시원스런 녀석이네."
식사를 끝내고 여분의 고기를 챙기는 도중 레니아가 말했다.
"벤 이거 묻어 주고 가자."
"뭐? 묻어 주자고?"
"그래. 이렇게 두는 것도 뭣하잖아. 확률은 적지만 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놀랄 가능성도 있고,"
"하기사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왠일이야?"
"그건 무슨 뜻인데?"
"아니 레니아 너는 그런쪽으로는 말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었거든."
레니아에게 섵부른 거짓말을 하는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벤하르트는 솔직하게 시인했다.
"나를 무슨 냉혈한 같은걸로 생각하고 있는거야? 그렇지는 않아."
레니아는 조금 약한 모습을 보이며 말했고, 그에 벤하르트는 조금 당황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한건 아니야. 다만 맺고 끊는게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말이지."
"그것과 이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뭐 정히 이해가 안간다면 단순한 변덕이라고 생각해도 좋고, 도와주지 않아도 상관 없어."
"도와주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잖아. 그냥 평소에는 하지 않는 행동인 것 같아서 조금 놀란 것 뿐이라고,"
"그래? 하기사 그럴지도.."
레니아는 잠시 생각하고는 마법을 사용해서 구덩이를 파내었다. 그 구덩이에 벤하르트는 마수의 잔해를 놓아 묻어 주고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부르달 도시를 나선지 벌써 2주에 달하고 있었지만, 도시는 커녕 마을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벤 다음 마을은 언제 나오는 거야?"
"미안하지만 마을은 없어. 내가 알기로는 말야. 에린델에서 보통 마을이라는 것은 이질적인 몇몇을 제외하면 최근에는 도시의 근처로 정해져 있어. 그러니까 다음 마을 같은 경우는 이정도의 속도로 간다고 한다면, 도시에 도착하기 3일 전에 나올 것 같은데,"
그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달리는 것에 힘쓰고 있었다. 거리가 거리이니 만큼 시간 낭비를 줄이고 싶었고, 실제로 여행을 하면서 쉴것도 즐길것도 없었기 때문에 사념없이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빠르게 향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3일 전이라는 마을이라는 것도 실제로 그들이 정상적으로 여행을 할때 걸리는 시간으로 환산해 보면 일주일정도는 족히 되는 거리라 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이 거대한 땅에 어쩜 이렇게 사람들이 없을수 있담. 이래가지고 에린델을 인간이 손에 넣었다고 누가 주장을 할수 있겠느냔 말이지."
레니아는 투덜 거리면서 사뿐하게 걷듯이 달렸다.
"어 레니아 잠깐만."
"왜?"
그녀는 퉁명스레 답했다. 지금은 벤하르트에게 대답하는 것도 짜증이 치밀 정도였다. 벤하르트는 지도를 꺼내 들고 펼쳐 보았다.
"음.."
"무슨 일인데 그래?"
"저기 한번 봐 볼래?"
벤하르트가 가리킨 곳에는 아무것도 존재 하지 않았다.
"뭐가 있다는 건데?"
"좀더 주의 깊게 봐."
레니아는 마법을 읊조리고 눈을 강화 시켜 벤하르트가 가리킨 곳을 보았다. 그리고 아주 먼 거리였지만, 마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수 있었다.
"오.. 마을이잖아?"
"그래. 그런데 지도상에 저런 마을은 존재하지 않아."
"하지만 말야. 실제로 저기에 존재하고 있잖아. 아 그러고 보니 저곳으로 향하는 마력석의 길이 없는데?"
"그래. 고립된 마을이려나? 마력석의 길이 없다면 지도상에 나타나 있지 않은 것도 이해가 안되는건 아닌데 말이지."
"벤. 나 말야. 심신이 피곤해. 아직도 이 속도로 2주는 더 가야 하잖아? 몸이 지쳤다기 보다는 마음이 지쳐서 말야."
레니아는 답지 않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무언의 요구를 해왔다.
"척 보기에 위험한건 없으니까, 그럼 한번 가볼까? 보통 사람들이라면 위험하겠지만, 우리들이라면 저기까지 가는건 그렇게 어렵지 않을테고,"
"정말? 왠일이야?"
"사실을 말하자면 나도 지쳤거든."
"그럴줄 알았어. 자.."
레니아는 마법으로 벤하르트의 몸을 두르고 자신의 몸에도 마법을 둘렀다. 마수들을 범접하지 못하게 하는 마력을 휘감고 그들은 의문의 마을로 향했다.
- 작가의말
주말이네요. 모두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런데 어째 연참대전을 시작하게 되면 선작이 하나 둘씩 떨어지는게 가슴이 시큰 거리며 저리네요. 글을 못써서 떨어져 나가시는 것인가..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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