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94화-천촉(天觸)(1)
마누어는 기절한채 한참이 지나도 깨어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마력을 탕진한것 같은데,"
하는수 없이 벤하르트는 마누어의 부하들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겁니까."
항상 마누어의 뒤에서 말이라고는 한번 내비친적이 없었던 부하중 하나인 델킨이 그 물음에 대답했다.
"현재 라스펠에 갈수 있는 방법은 전이 마법을 이용한 수단 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마법을 사용할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물론 저희들의 마법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만, 특정 장소 특정 위치에서는 라스펠과의 공명으로 가능하게 됩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라스펠은 다른곳에서는 들어갈수가 없습니다."
"무슨 뜻이야 그게?"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마법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이야기겠지."
"그렇습니다. 저희는 그 마법진을 통해서만 들어갈수 있지만, 사실 다른 어떤 굉장한 마법사라고 해도 그곳을 거치지 않으면 들어갈수 없다는게 됩니다. 거기에 지금 라스펠에 들어갈수 있는것은 저희들 뿐이지요."
"너희들 뿐이라고?"
"라스펠의 주민을 제외하면 라스펠에는 현재 어떤 사람도 마법을 통해서 들어올수 없습니다. 해서 저희들은 일단 확인을 하기 위해 마법진으로 갔습니다만,"
델킨은 씁쓸한 얼굴을 했다.
"이미 마법이 닿지 않는 곳 까지 넘어가 버린 후였던 것입니다. 저희들의 마력으로는 이제 닿을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더 강한 마력이면 가능하다는 이야기잖아."
"그렇기야 하겠지요."
"그럼 레니아 네가 하면 되겠다."
"뭐?"
'멋도 모르고는..'
레니아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것을 대변이라도 하는듯 델킨이 말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라스펠에 들어갈수 있는것은 라스펠의 시민뿐입니다. 그것이 전제조건이기 때문에,"
"레니아 너라면 그 마법도 뚫을수 있지 않을까?"
"뭐가 나라면이야? 아마 무릴거야. 안해볼수는 없으니까, 해보기야 할테지만, 벤 너는 너무 마법을 간단하게 생각하고 있어. 덴의 일도 말야. 나는 그 마법을 푸는데 몇개월이나 걸렸단 말야. 덴이 아무리 천재이고 마법을 잘 만들었다고 해도 개인이야. 아마도 라스펠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술식으로 만들어져 있을거야. 시간만 있다면 가능하겠지. 하지만 그런 시간이 저녀석들에게는 없잖아? 마법이 닿지 않는곳이라니, 어느정도로 올라간건지 감이 안잡힌단 말야. 그 암호를 해독하는 시간은 어떤 작은 마법이라도 개인이 만들어냈다고 한다면 몇시간은 기본이고 족히 하루는 걸릴텐데, 후우,, 저건 그런 간단한 마법조차도 아니란 말야."
"아직은 살아 있을 겁니다. 라스펠의 주변은 강력한 마법으로 뒤덮혀 있을테니까, 올라간다고 해도 얼마간은 버틸수 있을겁니다만,"
"일단은 그 마법진이라는데 가보도록 하자."
"잠깐.. 나도 데려가라."
비틀 거리면서도 마누어는 일어났다.
"마누어님."
"조금이지만 혹시라도 해독하는데에 보탬이 될지도 모르니까,"
"그럼 제가 들어 드리겠습니다."
벤하르트는 마누어를 엎어 들었다.
"흐으음?"
프쿠타는 약간 흥미롭게 그들을 지켜 보았다.
달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마법진으로 향하는 동굴에 도착할수 있었다. 마법진은 이상한 바윗틈 동굴안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동굴안에도 여러가지 잡다한 함정들이 즐비해 있었다. 하지만 그 함정을 설치한것은 다름아닌 라스펠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마누어의 도움으로 하나도 밟지 않고 마법진에 도착할수 있었다.
"그럼 일단 확인을 좀 할게. 오면서 마누어에게 말을 조금 들었으니까, 연결을 할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레니아는 그렇게 말하고 마법진에 손을 가져간뒤 눈을 감았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도리는 없지만, 그자리에 있는 일동은 레니아가 엄청나게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계산을 하기 위해 술식을 늘여 놓는 것처럼 끊임없는 생각의 파도가 느껴지는듯 했다.
"어지러워."
트레이야는 짤막하게 말했다. 그 말에 벤하르트는 순수하게 공감했다.
한시간쯤 지났을까 레니아는 비틀 거리면서 마법진에서 내려왔다.
"어떻습니까?"
"무리겠는데, 전반적인 술식은 전부 봤지만, 나에게 맞게 개조하려면 못해도 한달은 걸리겠어. 세부적으로 고쳐야 할게 너무나도 많아. 덴이라도 있었다면 일주일이면 충분할지도 모르지만, 그정도의 마법사는 이곳에 있을리도 없고, 적어도 마법으로 이곳을 지나가기 위해 나의 힘을 사용해야 한다면 한달은 기다려야 할거야."
사실상 한달도 엄청나게 짧은 것이었다. 레니아가 덴의 마법을 풀기 위해서 고심했던 시간을 감안하면 라스펠에 도달하는 마법진의 해석이 고작 한달이라는것은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었지만, 지금의 그들은 그것에까지는 깨닫지 못하고 실망만을 할수밖에 없었다.
"라스펠에 있을때 들었습니다. 고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점점더 올라가는 속도가 빨라진다는것을요. 아마 지금쯤은 눈에 보이는 속도로 올라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달이라는 시간을 기다릴수는 없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레니아 마법 하나를 조금 외워 줄래? 시력을 조금 강화 한다거나."
"그런 마법은 모르는데, 잠시만,"
레니아는 조금 고심하면서 뭔가를 생각하더니 벤하르트의 눈을 손가락으로 만졌다.
"즉흥적으로 만든거니까,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아."
"후우. 그럼 잠시 나가보자."
일행들은 벤하르트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벤하르트는 공중을 바라 보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중 트레이야와 제네스 프쿠타가 가장 빨리 벤하르트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눈에 기를 집중하고 있다.'
벤하르트의 시선은 공중을 넘어 그 이상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푸른 하늘을 넘은 방대한 검은 우주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작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아직 다 나간건 아니야.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것 같아."
"그게 보여?"
'조금 더..'
조금만 더 집중하면 뭔가 보일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의 그 생각은 어떤 방해로 무산되었다.
"자 자 괜한것에 심력을 낭비하지 말자고,"
말린것은 프쿠타였다.
"무슨 짓입니까."
그렇게 묻고 있는데 모든 사람들의 표정에 벤하르트는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무슨 짓은.. 네 눈이나 봐둬라."
손을 눈에 가져가니 붉은 피가 왈칵 쏟아져 있었다.
"벤.. 괜찮아?"
"아니 몸 상태는 이상이 없는데,"
"그정도로 무리한거다. 감당할수 없는 힘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것 이상의 힘은 사용할때 자신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오는 법이니까,"
프쿠타는 바로 벤하르트의 눈을 치료해주었다. 섬뜩하게 빨간색으로 충혈되어 있던 눈은 원상태로 돌아갔다.
"어쨋든 라스펠을 보긴 본 모양이군."
"네 아직은 근처에 있습니다. 저곳에,, 육안으로는 파악할수 없었지만, 기 아니 이경우는 마법인가. 뒤덮혀 있었죠."
"다행이다. 그렇다는것은 아직 라스펠의 사람들은 죽지 않았다는것을 뜻하는 겁니다."
"썩 아름답지는 않았던것 같습니다."
"아니 그럴리가. 우리 라스펠은 굉장히 아름다운 도시다. 공중에 떠 있어서가 아닌 그 자체만으로도 유산처럼 여겨질 정도로 찬란했을텐데,"
"그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굳이 비유하자면 차가운 느낌이.."
"네가 잘못 본것일거다. 하지만 어떻게.."
벤하르트는 검을 뽑아 살짝 휘둘렀다. 계속해서 연마된 백색의 기는 벤하르트의 의지대로 움직여 바위를 들고 움직였다.
"한번 시도나 해볼까요."
"무슨 농담을.."
마누어는 그렇게 말했고, 프쿠타는 웃어 제꼈다. 하지만 레니아와 트레이야 그리고 제네스 마저도 벤하르트가 농담을 하는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벤하르트에게 해보고 안되는것은 있을수 있는 일이었지만, 해보는것 자체를 거짓으로 하는 일은 없었다.
"제정신이냐."
여태껏 벤하르트에게 말을 건 일이 없었던 제네스가 말했다.
"못한다고 해도 손해 볼건 없다고 생각해서,,"
"손해 볼게 없다고? 방금의 상황을 모르는거냐? 보는것만으로도 눈이 짓뭉개질뻔 했다. 기로 닿는다고? 그게 얼마나 어려운일인지 모르는것은 아니겠지? 설사 닿았다고 하자.. 하지만 그 뒤는 어쩔거지? 네가 그것을 타고 그곳으로 넘어 갈건가? 아니면 도시 자체를 끌어 내기라도 할거냐? 어떤 방법도 선택할수 있을리 없을텐데 그것은 이미 도전하는것 자체가 손해다."
"제네스 너무 부정적이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만, 물론 바보짓이다. 저녀석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겠지."
프쿠타는 왠지 즐거운듯 말했다.
"이렇게 보란듯이 상황이 만들어진다는것은 쉬운일이 아닌데, 대단하군. 바보지만, 재밌는데? 정말 할수 있을거라면 역시 100분의1이라 할지라도 할수 있는 만큼의 확률은 끌어 내려 줘야 재밌겠지."
"뭔가 방법이라도 있다는것 같은 말투군요."
"그래. 방법이라고 해봐야, 단순무식에, 꼭 된다는 보장 조차도 없는 무식한 수단이지만, 나는 마계인. 마족으로써 마계에 살면서 몇가지 지역의법을 익혔다."
"지역의법? 그게 뭐지?"
레니아는 호기심이 동해 물었다.
"마계에는 각 구역마다 숨은 비기가 존재하고 있다. 그곳의 시민이 되어 한 곳에서 몇백년을 살게 되면 그 비술을 얻을 자격이 주어지는 것인데, 필요하다면 그것에 대해서 나중에 알려줄수는 있어. 나도 마족 나부랭이니 몇가지를 알고 있기는 한데, 그중 하나 제 7법이라면 이 상황에서 저녀석이 바라는 바가 가능할지도 모르지."
"제 7법?"
- 작가의말
하아.. 알바때문에 스트레스가 팍팍 솟는군요. 이거 참 이래저래 휘둘리고 주말알바 구해준다고 해서 이번주 쉬나 했더니 또 낚시네요. 오늘은 진짜 저답지 않게 화가 아주 많이 일었습니다. 하여간 좀 너무 하네요.
Commen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