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544화-흑마의섬(1)
벤하르트에게 말을 걸어온 사람은 난잡한 웃음을 뿌리면서 접근했다. 곱추처럼 굽은 등에 쭈글쭈글한 외모와 얼굴은 왠지 짓뭉게진 것처럼 울룩불룩한 남자는 언뜻 보기에 나이대도 알수 없을 만큼 참혹한 외견을 가지고 있었다.
"흑마의 섬에 가시려고 하시는 겁니까?"
낄낄 거리며 남자는 다시 한번 물었다. 너무 늙지도 그렇다고 어리지도 않아 보이는 말투였다.
"예. 그렇습니다만,"
"고생이 많으시군요. 이 도시에 이제 흑마의 섬에 가고자 하는 사람 따윈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인데 말입니다."
"그렇긴 합니다만, 누구십니까?"
"저로 말할것 같으면 암사공 입니다."
"암사공?"
"비전문적인 뱃길만을 취급하는 사공입죠. 평상시에는 낚시나 하는 은둔 생활을 하곤 하지만, 댁들같이 특이한 곳을 가려고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뱃사공이라 이겁니다."
끌끌 거리면서 웃는 그의 모습은 그저 웃고 있을 뿐인데도 불쾌함이 느껴질수밖에 없었다.
"주책스럽게 너무 웃어 댔군요."
"그럼 흑마의 섬에 갈 수 있으시다는 겁니까?"
"물론 가능하죠. 단 저도 인간이니 죽고 싶지는 않습니다. 손님이 최소한도 마수들에게서 버틸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곤란합죠."
"가능합니다. 여러명이라면 모를까 당신 한명 정도라면,"
"아니 그건 그렇다 치고 되려 이쪽이 당신에 대해서 묻고 싶은데,"
레니아는 남자의 위아래를 보며 미심쩍은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흑마의 섬에 데려다 줄 수 있는거야?"
"아하 그렇게 물을 수도 있는 것이군요. 맛보기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만, 이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니, 정 못 믿으시겠다면 못 믿으시는 것으로 좋습니다. 저도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흑마의 섬에 가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알수 있을 겁니다. 만약에 가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죽음을 걸고서까지 이런 제의를 할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그렇군. 헌데 그러고 보니 그렇다고 한다면 어째서 흑마의 섬에 우리를 데려다 주는 것을 도우려 하는거지? 아무런 이득도 없을텐데,"
"중요한 것을 이야기 하지 않았군요. 이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죠. 수많은 소용돌이를 지나 흑마의 섬으로 데려다 주는 그 행위는 거의 자살 행위와 다름 없기에, 저도 그만한 '보수'는 받습니다."
"보수라고!?"
남자는 싱긋 웃었지만, 그 웃음은 어디를 어떻게 보나 비열한 웃음처럼 느껴졌다.
"200마크닐 그 이하의 가격으로는 일체 가지 않습니다."
"200이라고! 고작해야 뱃길 하나 안내하는 것에 200마크닐이라니 보통 사람들이 평생을 벌어야 모을수 있을까 말까한 금액이잖아!"
"후후. 그렇다고 해도 어쩔수가 없습니다. 이 가격은 정말로 합당한 가격이니까요. 한번이라고는 하나 저는 사실은 가지 않아도 그만인 것. 아니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면, 되려 가지 않는 쪽이 남은 여생을 즐기기에는 더 나을지도 모르는 일입죠. 제가 거는 것은 '목숨'이라는 위험부담입니다. 사람의 목숨과 200마크닐이라는 금액은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이것은 모름지기 도박. 제 실력이라고 해도 흑마의 섬까지 무사히 안내할수 있을 확률은 모든 방해를 배제 하더라도 9할. 거기에 마수의 방해까지 겹쳐지면 확률은 점점 내려가게 됩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저를 못믿겠다고 했지만, 제가 당신들을 얼마나 믿을수 있는가? 하는 생각으로 넘어가 본다면, 당신들의 마수를 억제하는 실력에 따라 무사히 안내하고 돌아갈수 있을 확률이 정해지게 됩니다. 전부 이상적인 수준이라고 해도 9할. 열번중 한번은 죽을지도 모르는 그런 것에 몸을 맡기는 것일진대, 과연 200마크닐이라는 금액이 비싸다고 할수 있는지요?"
"그건.."
"모름지기 사람의 목숨이라는것은 가치로 메길수 없는 겁니다. 그것을 메길수 있는건 오로지 자기 자신뿐. 저는 제 목숨과 기술에 대한 가치가 200마크닐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것 뿐입니다요. 그게 아니라면, 떠나주셔도 무방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장담하건데 도시의 어떤 사람도 댁들을 흑마의섬에 데리고 갈 사람은 없을거요."
"확실히 그렇군요."
벤하르트는 남자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200마크닐이라는 거금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되려 더욱 현실적인 금액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일단 저도 목숨이 아깝기 때문에 어중이 떠중이들은 태우지 않습니다. 항구를 조금 떠난 자리까지 배를 몰아 볼테니 저를 지키는 것을 봐두고 싶습니다만,"
"좋습니다."
백번 말로 설득하는 것보다 한번에 봐두겠다는 남자의 말에 그들은 작은 배를 타고 마력석을 지난 곳까지 배를 몰아 나갔다.
"이 근처는 상당히 거친 마수가 나오기로 유명한 곳입죠. 배가 뒤집히지 않도록 저는 계속해서 마수를 피해 몰겠습니다. 아무쪼록 잘 지켜줘 보십쇼."
남자는 노를 저어 파도를 헤쳤다.
'나왔다.'
벤하르트는 날카로운 감각으로 마수의 움직임을 오기 전부터 잡아 검을 뽑아 휘둘렀다. 마수가 물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백광에 휘감겨 흰 배를 띄우고 골골 거리며 쓰러졌다. 공중에서 오는 마수들은 레니아의 마법에 의해 요란하게 떨어져 내렸다. 뱃사공은 떨어져 내리고 쓰러져 있는 마수들을 보면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벤하르트와 레니아를 보더니 일순 살짝 기분나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정도면 증명이 되었습니까."
"흑마의 섬으로 가는 도중의 마수는 이것보다 배는 세겠지만, 호위에 걱정은 덜할수 있겠습니다."
뱃사공은 다시 도시로 배를 몰았다. 그때 레니아의 마법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번쩍 거리더니 배는 통째로 항구에 다다를수 있었다.
"어엇!?"
"위험하면 요렇게 도시에 오면 되니까, 안전에 대해서는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될거에요."
레니아는 에헴 거리며 스스로를 뽐내고 있었고, 수엔은 생각보다 더욱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대단하십니다!"
"뭘 이정도야."
"정말 걱정 따위는 없겠군요. 안심했습니다."
안심했다는 표정은 생각보다 더욱 험상궃게 보여서 정말로 안심한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름도 제대로 듣지 못했군요."
벤하르트가 묻자 사공이 대답했다.
"후우 제 이름은 수엔이라고 합니다."
"저는 벤하르트이고 이쪽은 레니아라고 합니다."
"헌데 언제쯤 출발하실 생각이신지?"
"빠르면 좋습니다만, 여러가지 준비해야 할 게 있을지도 모르니 조금 기한은 잡아 두도록 하는게 좋겠지요. 수엔씨도 어느정도의 시간은 필요하실 것 같고,"
"저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준비해야 할것이라고 해봐야, 이틀정도면 가능하고요."
"그럼 이틀째 되는 날 이곳에서 보는게 좋겠군요."
수엔은 그 기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따로 연락을 취할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까?"
"그런건 없습니다. 도시에서 저는 이런 흉측한 몰골로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암묵적으로 싫어하는 사공의 일을 하는 암사공인 이단자입죠. 이런 저를 누가 좋아라 하겠습니까. 아마 저를 아는 것도 손을 꼽을 겁니다요. 약속시간을 잘 잡아 두고 그때에 보도록 하지요. 혹 필요한 일이 있다면 여기서 몇시간이고 대기한다면 저를 볼수 있을겁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이틀 뒤에 보도록하죠."
벤하르트와 레니아가 자리를 떠나고 남자는 실실거리는 웃음기를 거두고 차가운 눈을 내리 깔았다.
"그래 이틀 후.."
여관으로 돌아와서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그 남자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 남자 정말 이상하게 생겼더라."
"그런 말을 하면 못쓰는거야 아무리 본인이 이곳에 없다지만,"
"그런 의도로 말한게 아니고, 재료만 있었다면 약이라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라고, 제멋대로 생각하지 마."
"그런데 그 남자의 목소리는 어디선가 들어 본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 하지만 목소리가 비슷한 사람이야 얼마든지 있는 법이잖아. 나는 잘 모르겠던데,"
벤하르트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아 하기사 비슷한 목소리야 얼마든지 있는 법이니까, 그나저나 흑마의섬에 갈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되어서 다행인것 같아."
"그래. 얼굴은 못봐주겠지만, 나름대로 신념도 있는 녀석이었으니까, 우리가 잘만 조율하면 흑마의 섬에는 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지. 그런데 200마크닐이라니 보통 그런 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없잖아."
"그건 그렇지. 보통은 1마크닐만 가지고 다녀고 상당한 거금을 들고 다니는 셈일텐데, 200마크닐을 당당하게 요구 하다니, 목숨 값이라는 것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긴 하지만, 그런 금액을 제시하면 보통 사람들은 200마크닐이 없어서 라도 갈수 없게 되어 버릴텐데,"
200마크닐이라는 돈은 그들도 사실 마누어에게 받은 돈이 없었다면 도저히 수습할 길이 없을 정도의 거금이었다.
"이 근처에는 마수들이 많으니까, 저런 것들로 돈을 벌수 있다고 생각한 것 아닐까? 실제로 저번에 장을 가보니까, 마수들의 재료는 상당히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는것 같았어."
레니아의 말에 벤하르트는 살짝 흥미를 가지고 물었다.
"얼마 정도?"
"슬쩍 봤는데, 어떤 마수의 이는 한개당 1마크닐의 가격에 거래가 되었던것 같아. 물어보지는 않아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지나오면서 들어보니 무기로 만들면 굉장히 단단하고 이가 안빠지는 검을 만들수 있다는 거야."
"그렇군. 그러면 돈이 없어도 그렇게 사냥을 시켜서 돈을 마련해 오게 되면 '실력'과 '돈' 두개를 동시에 충족시킬수 있다. 뭐 이런 것을 노렸던 건가?"
"추측에 불과하지만,"
"그런데 레니아 장을 보러 갈 기회 같은건 없었잖아."
벤하르트는 곰곰히 생각해본뒤 물었다.
"장을 보지는 않아도 장터 근처에는 갔었잖아. 네가 거프자일에 정신이 팔려 있었을때 나는 주변을 슬쩍슬쩍 둘러 봤거든."
벤하르트는 왠지 자신이 유일하게 앞서는 정보전 조차도 레니아에게 밀릴 것 같아 등골이 오싹해졌다.
"밥그릇은 뺏기지 말아야지."
"음? 뭐라고 했어?"
"아니 아무것도. 어쨋든 말야. 레니아 흑마의 섬은 위험할테니까, 여러가지를 준비해두는게 좋을거야. 혹시 몸이 덜 풀려 있다면 내가 연습상대라도 되어 줄게 만전을 기해 두도록 하자고, 우리둘도 중요하지만, 그 뱃사공의 목숨도 잘 지켜 주어야 하니까,"
"그래. 그런데 우리는 왕복으로 임할거잖아. 그럼 뱃사공은 흑마의 섬에 도착하면 어떻게 해야 되는거지?"
"글세.. 데리고 다녀야 되는건가?"
둘은 동시에 신음소리를 내면서 미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틀이 지나고 둘은 여행을 떠난 이래로 최상의 만전의 상태로 항구로 나갔다. 햇살은 따사롭게 비추고 있었고, 바다도 굉장히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 아름다운 광경과 수엔의 모습은 참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런 내색은 하지 않았다.
"준비는 다 해 오셨습니까?"
"네 헌데 저기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만,"
"뭡니까?"
"저희는 올때도 배를 이용해야 할텐데, 어떻게 하지요?"
"흐음 일단은 저도 흑마의 섬에서 댁들과 다닐수 밖에 없습죠. 저도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 잘좀 부탁드리겄습니다. 마음에는 안드실지 모르지만, 이것도 어쩔수 없는 일이다. 생각해 주십쇼."
"그냥 궁금해서 물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흑마의 섬에서는 안전을 보장해드릴수는 없습니다."
"눈치껏 생존하도록 하겠습니다."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편한 표정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수엔을 버려두고 흑마의 섬을 조사한다는 것은 더더욱 무리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럼 출발 하도록 하겠습니다. 각오를 단단히 먹어 주십쇼. 맨땅이나 이런 잔잔한 바다에서 마수를 상대하는 것은 쉽지만, 소용돌이와 마수의 연환의 공격은 일반적인 것과는 굉장히 틀린 것입죠."
"네 알겠습니다."
집중 하는 벤하르트는 조용히 그리고 냉정하게 타오르는듯 했다. 살기와는 또 다르게 타인이 범접하기 힘든 기운을 내뿜는 것을 보고 수엔은 배를 몰기 시작했다.
소문으로 들었던 것 때문에 생각했었던 것보다 뱃길은 평화 로웠다. 정말 심심할것 같으면 한번씩 공격을 해오는 마수가 있기는 했지만, 벤하르트와 레니아라는 벽을 뚫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저쪽에 쳐놓은 선이 보이십니까. 그곳을 지나게 되면 절반을 지나게 되는 것입죠."
바다에 그려져 있는 짙게 그려져 있는 선을 가리키며 수엔이 말했다. 서서히 접근한 배는 이윽고 그 선을 통과했다.
"읏!"
"큭!"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동시에 소름 돛는 감각을 느꼈다.
"자 잠깐만 돌리는게,"
하지만 수엔은 멈추지 않고 노를 저었다. 한번씩 저을때마다 성큼성큼 앞으로 쏜살같이 바다를 제치고 지나갔다.
"조금 돌아가 달라고 했잖아."
"그건 무리입니다."
끌끌 거리면서 수엔은 거침없이 노를 저었다.
'무리라니 무슨 뜻이지?'
뜻모를 불안감을 느끼는것은 벤하르트 뿐만이 아니었다.
"레니아 일단 돌아가자. 할수 있지?"
"알았어."
레니아는 집중해서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레니아?"
레니아는 약간 울상진 얼굴로 당황하며 말했다.
"벤. 공간이동이 되질 않아."
- 작가의말
아 시간이 너무도 촉박했네요. 조금 급전개를 그리려 하다보니,, 애매했습니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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