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75화-시공(時空)(4)(633화)
"으으.."
시공의 균열을 통해 벤하르트는 어느 산중에 떨어져 있었다.
"여기는.."
약간의 어지러움증을 느끼며 그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분명 같이 시공이동을 한 케이슨은 보이지 않았고, 그는 홀로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흐음.."
그는 시계를 보았다. 시계에는 현재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시간과 오차율을 알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오차율... 75%.."
말로 표현 하는 것은 간단했지만, 그것이 어느정도나 오차가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벤하르트는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었다.
"년도는 -800.. 인가."
시계에 적혀 있는 -800이라는 것은 현재의 시간이 그가 머무르고 있었던 시간대에서 800년이나 과거라는 것을 뜻하는 것이었다.
"어지간히도 떨어져 버린 모양인데, 그나저나 케이슨 아저씨는 어디로 사라지신거지?"
벤하르트는 기를 넓게 퍼트려 케이슨을 찾으려 했다.
'누군가가 올라오고 있군.'
꽤나 빠른 속도로 누군가가 올라오는 것을 느낀 벤하르트는 그게 케이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타난 것은 케이슨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단정한 외모에 수염을 기르고 있는 남성이었는데, 나이는 한 30대쯤 되어 보였다.
"어라..?"
벤하르트는 남자를 보고 약간의 경각심을 가졌다. 남자는 벤하르트에게 성큼성큼 다가와서 물었다.
"자네.. 이런 산에서 뭘 하고 있는겐가?"
"예? 아.. 일행을 찾고 있어서 이런 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만,"
"이런 곳이라니, 이곳은 산 중턱인데?"
남자는 미심쩍은 눈으로 벤하르트를 보더니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뭐 말못할 사정이 있다면야, 말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네만,"
"....."
"사실은 나도 찾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키는 한 이정도 되는 꼬맹이인데, 보지 못했나?"
"예 보지 못했습니다."
"어디로 가버린건지.. 하여간.."
남자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하튼 이곳은 위험한 산이네. 영산이라고 불리우지만, 마수도 꽤 많은 편이고, 하기사 '자네라면' 별다른 문제는 없겠지만,"
"....."
"그나저나 찾는 사람이라는 건 누군가?"
"예.. 나이는 저보다 조금 더 많고 약간 경박스러워 보이는 남자입니다만, 혹시 보시지 못하셨습니까?"
"보지는 못했네만, 아까전 산 아래에서 벤하르트! 라고 부르는 남자가 있기는 했네. 혹시 일행인가?"
"네 그사람입니다."
"그렇군. 아마도 산 아래로 내려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예? 그걸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직접 대면이라도 하신겁니까?"
"아니 그런건 아니고, 스스로가 내려간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기 때문에 말이지. 아마도 자네가 들으라고 한 이야기였겠지만,,"
"그 사람은.."
안일하기 짝이 없는 케이슨의 행동에 벤하르트는 주먹을 살짝 쥐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던 중 벤하르트와 중년 남자는 동시에 한쪽 방향을 쳐다보았다.
"읏.."
'무슨 마기가.. 읏.. 반대쪽에도."
앞 뒤로 느껴지는 마기에 벤하르트의 표정은 살짝 굳어졌다.
"곤란한걸.."
남자는 흘끗 벤하르트를 바라보았다.
"자네도 느꼈겠지?"
"예.."
"이 산의 마수일세. 본래는 신수였던 모양이네만, 최근의 각지에서 일어나는 신수가 타락했다는 것으로 보아 그 영향을 받은 모양이야. 사실 내가 이 산에 올라온 이유는 제자들이 이곳에 올라왔기 때문인데, 미안하네만 나를 조금 도와줄 수 없겠나?"
"제 힘으로 가능하다면,"
"충분하겠지. 자네라면 말야."
고개를 끄덕이면서 남자가 말했다.
"사실 한곳에서만 나왔다면 아무래도 상관 없었을 테지만, 지금 양쪽에서 동시에 마수가 등장해 버린 까닭에 내가 동시에 갈 수가 없네. 한쪽에서 시간을 조금 벌어 주었으면 하는데,, 내가 한쪽을 상대한 뒤에 바로 따라가도록 하지. 괜찮겠나?"
"예. 그럼 저는 이쪽으로.."
"그럼 나는 이쪽으로 가지. 부탁하네."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이고 곧바로 남자의 반대쪽으로 내달렸다.
"하아.. 하아."
"으으.. 제로."
"울지마. 내가 활로를 뚫을테니 곧바로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려서 내려가도록 해."
검을 들고 소년은 거대한 마수와 대적하고 있었다. 나이는 열살 정도 되었을까, 한명은 연신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다른 한명은 검을 들고 마수에게 대적하고 있었다. 자신의 키정도의 장검을 들고 소년은 바로 내달려 마수에게 달려 들었다.
"크윽.."
소년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전광석화. 그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실력이었지만, 마수는 상상을 초월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호랑이를 연상케 하는 마수는 눈으로 쫓지도 못할 정도의 이동으로 마수는 소년을 압박하고 있었다.
"으흑.. 제로.."
"자 내가 벽일 될테니 도망쳐."
"안돼.. 나때문에 이리 된 일이니,,"
"헛소리 그만 하고 도망치라고! 나는 저녀석에게서 스스로 달아날 수 있지만, 너는 무리란 말야. 얼른 도망치라고!"
"으흑.."
"칫.."
순간 마수는 번개같은 움직임으로 울고 있는 소년 쪽을 낚아 채려 했다.
"쿠억.."
"제 제로!"
"제 젠장.. 으윽.."
검붉은 피를 입으로 쏟으며 소년은 검을 바로 잡아 마수에게 휘둘렀다. 하지만 그 공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순간 소년은 마수를 노려보고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었다.
"크르르.."
마수는 순간 소년의 살기에 움찔 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것이 소년이 내는 마지막 단말마라는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바로 소년의 머리통만한 손톱을 내어 달려들었다.
"우아아.."
"수!(守)"
"크아아!"
"!?"
소년들의 눈앞에는 벤하르트가 서 있었다. 벤하르트는 바로 마수의 발을 베어내려 했으나.. 마수의 영민함은 그의 상상을 뛰어 넘어 있었다. 그의 빈틈을 노린 검격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격을 마수는 손쉽게 피해 버렸다.
벤하르트는 흘끗 뒤의 소년들을 보았다. 두 소년중 하나는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방금전에 보여준 살기. 그리고 움직임으로 벤하르트는 그가 일전에 만났던 회색의 검사 제로의 어렸을 적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옷자락을 뜯어서 얼굴을 가리고서야 그 자리에 나타날 수 있었다.
제로가 벤하르트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벤하르트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장소에서 그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지금 모습을 보인다면, 지금까지 만들어져 있었던 자신의 세계의 운명이 전부 거짓이라는 것을 말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심각한 시공의 혼란을 야기하고 심하게는 벤하르트 자신이 소멸할 가능성 또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다짜고짜 얼굴을 감춘 다음에야 그들의 앞에 나설 수 있었다.
"누..구.."
"아.. 지나가던 대.. 아니 검사다."
벤하르트는 검을 바로 잡고 마수를 상대했다. 마수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엄청난 것이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모든 마수들보다도 강하면 강했지 못하지 않았다. 인간으로써는 낼 수 없는 움직임으로 좌우를 공격하는데 그 속도에 벤하르트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으아아.. 밀리고 있어."
"아니 그게 아니야."
제로의 눈은 벤하르트의 움직임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벤하르트는 제로가 자신의 움직임을 뚜렷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전력을 다할 수 없었다. 일섬의 자세 조차도 취할 수 없었다. 제로와의 대면에서 취한 일섬의 자세를 보고 제로는 놀라지 않았었다는 것은 여기서 그가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평범한 검술만으로 벤하르트는 마수를 상대해내고 있었다. 유려의 움직임 조차도 숨기려고 애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어째서,, 저렇게 싸우는거지?"
"뭐? 무슨 소리야?"
"저 남자는.. 지금 이길수 있는데도 자신을 억제하고 있어. 무언가를 신경쓰고 있는 것 같은데,"
'예리하구만, 지금이라고 해도 나와 어느정도 겨룰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인가..'
벤하르트는 제로를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다.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그의 실력은 그 몸으로 할 수 있는 극한에까지 이르러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수에게 밀리기는 했지만, 아마 제로 혼자였다면, 위기 따위는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옆에 있는 소년때문에 어쩔수 없는 상처를 입어야 하긴 했지만, 열살도 안되어 보이는 제로는 이미 괴물같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움직임을 억제하는 수밖에,, 기술을 보여선 안돼.'
아직 무술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제로라면 모를까, 저정도로 숙련된 시야와 실력을 가지고 있는 제로에게 자신의 움직임을 보일수는 없었다. 그 업보에 대한 것은 이미 책으로 읽었기 때문이었다.
"크읏.."
그것은 마치 제로가 울고 있는 소년을 족쇄로 달고 있는 것만 같을 정도로 벤하르트는 크나큰 짐을 지고 마수와 싸우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자신의 기술을 최대한 보이지 않고 '유려의 움직임' 마저도 봉인한채 싸운다는 것은 자신의 본능적인 움직임을 억제하는 데에 쓸데 없는 힘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마수의 발톱이 사정없이 벤하르트를 몰아 세우자 벤하르트는 어쩔수 없이 검기를 내뿜어 마수를 무르게 만들었다.
"하아.. 하아.."
"어째서."
제로의 한마디에 벤하르트는 검을 바로 잡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엄청난 살기를 띄우며 마수를 노려보았다. 제로는 그 살기에 울고있었던 소년을 데리고 멀리 떨어져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가슴이 찌릿 하고 저리면서 철렁 가라앉을 정도의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살기에 마수는 일전 제로때와는 달리 벤하르트에게 더 달려 들지 못하고 있었다.
'좋아 이거라면,,'
앞으로 조금이라면 마수가 도망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마수는 다시한번 벤하르트를 향해 달려 들었다. 벤하르트는 본능적으로 유려의 움직임을 이용해 그 위기를 모면했지만, 바로 연이어지는 마수의 공격에 당황하며 검을 휘둘렀다.
'읏..'
"현월참!"
검은 검기가 마수에게 쇄도했다. 마수는 바로 뒷걸음질 쳤지만, 그 뒷걸음질친 장소에는 거대한 검은 구형이 일고 있었다.
"만월참."
"크오오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마수는 검은 검기에 먹혀 소멸해버렸다.
'이 기술은..'
벤하르트는 그 기술이 제온이나 제로가 사용했던 기술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 작가의말
글의 질이 떨어지고 있어서 마음에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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