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41화(595화)-
벤하르트가 쉬에프 종족에게 말해 가게 된 장소는 제3지역이었다.
"흐음."
그가 나오게 된 곳은 호루탈 숲과는 전혀 관계 없는 작은 숲이었다.
'이름 모를 숲이지만, 아마도 저런 숲들이 호루탈 숲과 연결 되어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그 통로를 이용하여 호루탈 숲은 여러 지역으로의 공간이동에 버금가는 이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리라.
"그나저나 여기는 어디쯤이려나.."
벤하르트가 찾아가야할 수마행의 탑은 3지역의 가장 북쪽 끝에 위치하고 있었다. 육안으로는 어디가 북쪽인지 동쪽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마계에서 사용하는 나침반을 꺼내들었다.
"북쪽은 저쪽인가.."
이동하려는 찰나 그는 검을 바로 잡고 경계하며 숲을 쳐다보았다. 그를 보는 무언가의 시선을 느낀 까닭이었다. 숲에서는 서서히 빛이 일기 시작하더니 백색의 인영(人影)이 나타났다.
'뭐지?'
서서히 사람의 윤곽이 나타나고 그는 그제서야 그것이 누구인지 확인할수 있었다.
"이니프!?"
"네 그렇습니다."
"무슨 짓을 하는거지? 왜 여기에.."
"벤하르트씨를 따라왔다고 말하면 어떨까요."
"헛소리 하지 말고, 제대로 대답해. 말을 돌려서 현혹하지 말고,"
벤하르트는 그녀의 말을 일부로 딱딱하게 받았다.
"분명 내가 듣기로는 쉬에프종족은 숲의 가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평생을 그 숲에서 묶여 살아야 한다고 들었었는데, 아닌가?"
"맞아요. 단 세례를 의식을 받은 쉬에프에 한하지만요. 듣지 못하셨나요? 숲과 함께하기를 거부한 쉬에프.. 아니 요정도 있다는 것을요.."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벤하르트씨라면 차이를 분명 눈치 채셨을텐데요. 쉬에프 종족은 저마다 숲에서 받은 각인 즉 문신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어떻죠? 귀를 제외하면 인간과 전혀 다를바 없는 모습 요컨대 평범한 요정과 다를바가 없었죠? 그리고 몸에 각인도 없죠. 저는 숲의 세례를 받지 않은 요정이에요. 그러니 숲에 얽메일 이유도 숲의 가호를 받을 이유도 없죠."
"그래.. 그렇군. 그건 그렇다치고, 그렇다고 한다면 어째서 이곳에 온거지?"
"아까 이야기 하지 않았나요? 벤하르트씨를 따라왔다고,"
"나를 따라왔다고? 말도 안되는 이유지만, 설사 그게 정말이라고 해도 무슨 이유로? 나를 따라오는거지?"
"대답할 이유는 없네요."
"그렇다면 이쪽도 동행할 이유따윈 없겠지."
"어머나.. 그럼 이유를 말한다면 동행해도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벤하르트는 아차 싶었지만, 내색하지는 않은채 눈을 피했다. 그 모습을 즐기며 이니프가 말했다.
"전부 말할수는 없지만, 일단은 이야기해볼까요? 저는 언제나 기회를 찾고 있었어요. 저 숲에서 나갈 기회라고 해야 하나요? 그걸 위해 '공용어'를 마계의 사회를 숲이 아닌 다른 곳의 지식을 익혔죠."
"그래서?"
"하지만 지식은 지식에 불과하죠. 겪어 보지 못한 일에 대한 확신은 할 수 없기에, 홀로 숲을 나갈 용기까지는 없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벤하르트씨라는 기회를 만나게 된 것이라고 해야 될까요?"
"이유로는 부족하군. 내가 동기를 만들었다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왜 숲에서 네가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대답할 수 없어요."
생글생글 웃으면서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명백한 거절. 벤하르트는 더 말해봐야 정확한 이유는 들을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검을 휘둘러 백색의 기둥을 만들어 높은 곳에 떠올랐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고는 기둥을 없애고 아래로 내려와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 방향으로 약 반나절 정도를 걸으면 마을이 나오게 될거다. 그리고.."
그는 품안에서 금화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이정도면 몇달정도는 생활할 수 있겠지. 그리고 내가 보기에 너는 어떤 일이라도 잘 해결해 낼 것같은 요정이야. 좋은의미로든 나쁜의미로든,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계기는 만들어 주었고, 사실 여기까지는 따라온 것도 상관 없었지만, 이후의 일은 각자 해결하도록 하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글세요. 저는 벤하르트씨를 따라갈 생각인데요?"
"어째서? 네가 바랬던 숲에서 나갈 기회는 이미 바라던대로 되었잖아? 그리고 나는 네가 원하는대로 계기도 기회도 제공해 주었으니, 나를 따라올 이유는 없을텐데?"
"벤하르트씨 뭔가 착각하고 계신것 아니에요?"
"착각이라니, 뭐가?"
"처음에 말했을텐데요. '벤하르트씨를 따라왔다고,'"
"그건.. 농담이잖아?"
"진담이에요."
"거짓말 하지 마."
"진심인데요? 독심술이라도 하실 줄 아는거에요? 아! 그럴리는 없겠네요. 하실줄 안다면 제가 말하는게 진심이라는 것을 알테니까요."
키득거리면서 빈정거리는 이니프를 보며 벤하르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난 너를 책임지거나 할 재량이 있는 사람이 아니야."
"네. 그러시겠죠. 제 앞가림은 제가 할 거에요. 다만 벤하르트씨를 따라갈 뿐이죠."
벤하르트는 이니프를 째려보고는 검을 들어 슬쩍 휘둘렀다. 백색의 끈이 이니프를 칭칭 감자 그는 허공에 검을 휘둘러 백붕을 만들어 냈다. 거대한 백색의 새에 올라타 이니프를 공중에 대롱대롱 매단채로 그는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난폭하시네요."
"시끄러워."
백붕은 3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벤하르트가 말했던 마을에 도착했다. 이니프는 총명했기에, 방향과 속도를 짐작해 이곳이 벤하르트가 자신에게 말해주었던 마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
"네가 뭐라고 하든 나는 너를 데리고 갈 자신이 없으니까, 여기서 헤어지는 걸로 하자고, 너도 마계에 대해 공부를 했다면 그 금화의 가치는 잘 알고 있을테지? 부족함은 없을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그는 연결 되어 있던 끈을 바로 끊어 버렸다. 이니프는 그대로 공중에서 떨어져내리면서도 비명하나 지르지 않고 떨어지는 그 순간에 조차도 벤하르트를 쳐다보고 있었다. 벤하르트가 신호하자 그녀를 구속하고 있었던 백색의 끈은 둥근 원형의 물체로 변해 그대로 그녀의 충격을 흡수해버렸다.
"후후.. 그렇게 데리고 가기 싫다면 기절을 시키거나 그냥 두면 될 것을, 역시나 이렇게 나오는건가요?"
자신의 몸을 뒤덮고 있었던 빛 덩어리를 차분하게 떼어내고 그녀는 벤하르트의 백붕이 날아가 버린 곳을 응시했다.
"아쉽게 됐네요 벤하르트씨. 저는 캐뱃과는 다르거든요."
'티온의 일 이래로 너무 헤이해진 느낌이군. 이러니 저러니 꼬이는걸 보면, 조금 냉혹함이 떨어져 버린 것이겠지.'
사실 그의 행동에는 여러 방면으로 모순이 있었지만, 그는 다시한번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이니프를 놓고 온 곳을 흘끗 보고 생각했다.
"버리고 온게 조금은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뭐 그 금화를 줬으니까,, 애초에 수완가 같은 요정이었고,, 생각하는건 그만두자. 이렇게 하나하나 받아주다가는 끝도 없을테니까,'
그는 한참을 날아와 백붕의 소환을 취소하고 땅으로 내려왔다. 제3지역은 이전에도 수마행의 탑을 향하면서 겪어 본 일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메마른 허허벌판이었다.
'아까 마을에 들렀을때 지도라도 샀으면 좋았을것을,'
"일단 북쪽으로는 가야 하겠지만, 그래도 위치정도는 알아뒀으면 했는데,"
"지리라면 이곳은 제3지역의 남서쪽에 위치한 곳이네요."
"뭐 뭐!!"
벤하르트는 흠칫 놀라며 거리를 벌렸다.
"너 너.. 어떻게 된거야!"
"반응이 재밌네요. 평소의 벤하르트씨 답지 않은데, '그쪽'이 원래의 모습일까요?"
눈앞에서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띄우는 이니프를 보며 벤하르트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수년간 어떤 일에도 동요하지 않는 벤하르트에게 있어서 그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었다.
"이거 필요하지 않으세요?"
이니프는 손가락으로 지도를 잡아 살랑거리며 웃었다.
- 작가의말
연참대전의 시작이네요.
앞으로 한달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바빠서 통과를 할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되는한 써보도록 할게요.
연참대전을 참가할때는 4000자를 기본으로 썼는데,
시간이 없으니(자야되고,, 학교 수업도 빵빵해서,,) 3000자가 될 일도 많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쨋든 연참대전 스타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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