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76화-
대기하고 있던 벤하르트는 레니아의 신호에 윗문을 열고 돌격했다. 레니아의 도둑이다! 라는 소리에 저택 주변의 사람들은 일제히 저택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고, 그 찰나의 시간 벤하르트는 지하에서 나옴과 동시에 자신과 눈이 마주친 한명을 손쉽게 기절시켰다.
그리고는 그 기절한 사람을 든 채 바로 근처의 풀숲에 몸을 숨겼다.
웅성이는 무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 돌파해볼까.'
벤하르트의 최종적인 목표는 이 혼란을 틈타 퀘이소를 빼오는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강행돌파라는 측면이 필요했다. 내부에서 도적이 혼란을 일으킨다면, 벤하르트는 그 내부의 혼란을 틈타 저택의 내부로 들어오고자 한다는 것이었지만, 실상 벤하르트의 정면돌파 마저도 혼란을 크게 만드는 일환중 하나인것이다.
'열다섯.. 아니 열 여섯인가.'
실제 저택의 바로 근거지인 외부 경비를 맡고 있는 사람들은 상당히 숙련자들이었지만, 당장에 몇몇을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자리 잡은 것은 도적의 현상금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그들은 저택 외부를 물샐틈없이 경비하고 있었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도적은 내부로 침입했다는것은 그만큼 자신들이 잡을 확률이 줄어든다는것을 뜻하기 때문이었다.
'어쩌지?' 하는 생각. 그 지극히 짧은 틈은 본래부터 격차가 있었던 벤하르트와 그들과의 힘의 차이를 더더욱 벌리게 되었다.
파악하기도 전에 셋이 쓰러졌고, 파악하고 나서 뒤숭숭한 마음으로 대응했을때, 벤하르트에게 다섯이 쓰러졌다. 상대가 보통이 아니라는것을 깨닫고 거리를 벌리는 시도를 성공하지 못한채 쓰러진게 둘이었다.
남은 경비원은 다섯이었지만, 이들중 둘은 그저 위치상의 운이 좋았기에 당하지 않을수 있는 것이었고, 셋은 혼란한 와중에도 벤하르트의 움직임을 읽어 대비를 했던 사람들이었다.
"이중 작전인가. 이런 작전은 설명에 없었는데,"
한 남자는 준비운동을 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많은 경비원에 당황이라도 했을지 모르는 일이지."
얇고 가는 목소리의 늙은 남자도 단검을 정돈하며 말했다.
"어쨋든 이렇게 나타난 이상 내부에 있는 도적에게 신경은 쓰지 않아도 되겠지. 이놈을 잡는다고 해도 충분한 몫은 돌아갈테니,"
"그럼 일단 보수를 늘려둘까? 이히히."
늙은 노인은 재빠르게 움직여 어벙하게 서 있던 둘의 목을 잽싸게 가격했다. 눈에 촛점을 읽고 둘은 그자리에서 기절해버렸다.
'이 셋은 확실히 다른 녀석들과는 질이 다르군. 거기에 기척을 숨기고 있는 한사람도 있고,'
"어떻게 할까?"
젊은 남자의 말에 노인이 말했다.
"굳이 일대일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나? 어차피 혼자서는 해결할수 있을것 같지도 않고, 보수야 공평하게 나누기로 하고 합공을 함이 어떠한가?"
"그렇군."
셋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전 자신들의 경쟁자를 상대하던 벤하르트의 모습으로 그의 강함에 대한 가늠을 할수 있었다. 최소한 일대일로는 당해내기 어렵다는것은 셋 전부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된 이상 보수가 다소 줄어든다고 해도 합공을 해서 확실하게 사로잡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들은 빠르게 이해 관계를 정리했다.
"그렇게 되었으니 너무 치사하다고 여기지는 마시게."
물론 벤하르트는 그런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셋이 스스로에게 자신있는 무기를 꺼내들자 그는 고요하게 갈무리한 기를 낭비 없이 전신에 두르고 검을 뽑아 들었다.
수많은 마수들과의 전투로 실전경험을 쌓은 세사람은 분명 강했다. 세사람을 합친 실력은 벤하르트보다 높을것이라고 그들은 자신하고 있었다. 벤하르트가 어느정도의 실력을 가졌든지간에 그들은 벤하르트를 이길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벤하르트는 그들의 생각대로 당하지 않았다.
연계 합공등 약점을 집요하게 노리는데도 실낱같은 차이로 도달하지 못했다. 그저 운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어려운 기형적인 움직임이었지만, 그때에는 단지 벤하르트의 움직임에 감탄할 뿐이었다.
먼저 그 공방전에서 변화를 느낀것은 벤하르트였다.
셋은 분명히 강하다. 서로에게 맞추어주는 실력도 감각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벤하르트와 레니아의 관계처럼 서로를 신뢰 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실제 벤하르트가 그들의 공격을 잘 막은 탓도 있었지만, 그것 외에도 셋은 스스로가 손해를 보는 공격을 거의 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지극히 이해타산적인 관계로 셋이 뭉쳤다는것을 뜻하고 있었다. 즉 죽기 살기의 각오가 아닌, 가급적이면 상처 없는 전투를 요구하고 있는것이지만, 그런 공격이 벤하르트에게 통할리 없었다.
'그럼 조금 노려볼까.'
벤하르트는 일부러 수세에 몰리는듯한 싸움을 하는것처럼 연기했다. 그는 셋을 상대로도 마치 개인적으로 싸우는것 같은 여유를 가질수 있었지만, 반대로 셋을 동시에 사로잡는것은 무리였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계략을 짠 것이다.
'조금만 더!'
셋은 조금 더 강한 공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걸리는것은 '손해를 보는 사람'이 존재해야 한다는것. 다소 다칠수 있는 각오를 한 공격이 필요한 시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이 공격을 했을시에는 자신도 상처가 어느정도 날 각오의 공격을 하지 않는한 벤하르트에게 상처를 주기란 쉽지 않다는것을 셋 모두가 파악하고 있었다.
문제는 누가 그 손해를 보는가 하는 문제였다.
'이녀석들'
서로가 서로에게 눈치를 보였지만, 어느 누구도 쉽게 나서지 않았다.
"허허. 젊은 것들이 그렇게 눈치만 봐서 쓰나.."
노인은 그렇게 말하고 벤하르트를 향해 돌진했다. 누가봐도 자살행위 같아 보이는 공격이었지만, 그것으로 분명히 벤하르트는 큰 빈틈을 만들었다. 하지만 순간 벤하르트의 움직임을 파악하기도 전에 그 빈틈을 노렸던 둘은 상처를 입었다. 반대로 빈틈을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 노인쪽은 상처 하나 없는 말끔한 몸으로 서 있었다.
"음.."
노인의 단검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즉 노인의 공격은 성공을 했다는것. 그것을 본 나머지 둘은 노인에게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그도 그럴것이 그들이 생각한 바는 노인이 자신들을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움직임을 해 유도한후 안전하게 노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벤하르트가 노렸던 바로 벤하르트는 한 사람이 빈틈을 만들기 위한 손해를 감수하려 들면 그 사람의 공격은 최소화하는 한도에 '맞아내고' 꾀어낸 다른 둘에게 공격을 적중 시키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어차피 이해타산으로 뭉친 관계. 한번 이렇게 의심이 싹트게 되면 대화를 통해 모순점을 찾지 않는 한, 서로간에 의심은 증폭될수 밖에 없겠지.'
실로 그가 생각했던 대로였다. 물론 반대의 경우. 즉 벤하르트가 계략을 짰다고도 의심을 하지 않은것은 아니었지만, 방금까지만해도 밀리는 벤하르트가 그정도로 여유있는 생각을 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노인을 의심하는것도 벤하르트를 의심하는것도 어느쪽이든지 생각 혹은 고민을 하는것만으로도 벤하르트에게는 충분하다고 할수 있었다.
다시 셋은 다소 뭉개진 얼굴로 벤하르트에게 달려 들었다. 하지만 아까와 같은 연계는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은 둘은 서로간에 위험을 피하고 노인 혼자서 위험을 감수하는 형식으로 싸우게 되었다. 노인은 그들의 그런 태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 해명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일격을 성공 시켰으니 얼마 안있어 마비가 들을터. 저녀석을 사로 잡고 나서 해명을 한다 해도 늦지는 않겠지. 그때까지는 조금 연장자로써 손해를 봐주는수밖에.'
그렇게 생각했지만, 실제로 아무리 싸워도 벤하르트는 지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래 가도 1분 내에는 효과를 보여야 정상일터인데,,'
점점 시간이 흘러 감에 따라 노인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손해를 보는 위치를 점하고 있는것은 독으로 인해 벤하르트를 쉽게 잡을수 있다는 생각에서 였다. 하지만 정작 이렇게 독이 듣지 않는것과 같은 느낌이 되니 스스로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둘의 심정과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이다.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독기도 한층 사그러들었다. 벤하르트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우욱."
노인의 가슴에의 일격 그리고 삼인 일체의 싸움에서 노인이라는 지탱점이 사라지자 둘은 더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벤하르트에게 제압당했다.
"후우."
셋을 빛의 끈으로 묶어내고 벤하르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바로 허공으로 손을 움직였다.
'읏!'
삼인 외에 한명 더 추가로 숨어 있었던 사람은 회심의 암기를 벤하르트가 손쉽게 잡아 내자 놀라움과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이전에도 몇번이고 노려보고 싶었지만, 이미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는 벤하르트는 계속해서 자신의 쪽을 경계하는 싸움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틈을 찾을수 없었고, 셋을 전부 제압한 지금 살기를 거둔 틈을 타 노린것이었는데, 그조차도 쉽사리 막혀 버린 것이다. 그는 저택에 직속으로 고용 되어 있었던 사람이었다.
'혼자서는 상대하기 곤란하겠군.'
그는 재빨리 비밀 통로를 통해 저택으로 들어갔다.
"도망쳤나."
벤하르트의 백색의 끈에 결박을 당한 노인은 한숨을 쉬며 물었다.
"어떻게 독에 당하지 않은것이지?"
"독? 아.. 그런가. 그래서 그런 싸움에도 멈추지 않은 것이로군."
레니아의 약을 먹은 벤하르트는 카이후 정도의 극독이 아닌 한에는 독에는 당하지 않는 체질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떤 이유로 독에는 당하지 않거든요."
"어이 어떻게 우리들을 이용할수 있지?"
"바보같은 녀석들. 나에게 이용을 당한게 아니라 저녀석에게 속은거다. 그렇게 손해보는 역할을 해주었건만 요즘 젊은 것들은.."
투덜거리며 싸우는 셋을 무시하고 벤하르트는 조심스레 저택의 안으로 침입하려 했다.
레니아는 마력의 끈을 따라 도적을 쫓았다. 도적과 레니아의 간격차는 대충 10여초. 레니아가 자신을 따라다니던 용병을 추스르는데에 시간을 소모했기 때문이었는데, 그들이 퀘이소가 있는 방으로 갔을때 이미 퀘이소가 있는 방은 제압당한 뒤였고 퀘이소는 온데간데 없었다. 이미 마력의 실이 향하고 있는 방향이 다르다는것을 레니아는 진즉부터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그녀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틈에 나같으면 도적을 찾겠다."
하지만 이미 레니아는 그럴 필요가 없이 도적과 연결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재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고작해야 10초만에 저녀석들을 전부 제압하다니 보통이 아닌걸. 나 혼자서는 역시 무릴까.. 어?'
"그나저나 왜 나를 쫓아오는거야?"
"아직 네가 범인이 아니라고는.."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마! 실컷 두눈으로 봐두고도 그런 헛소리야? 너따위를 도와주려다 그녀석을 놓친걸 생각하면 이쪽이 더 분통이 터지는 일이라고,"
"네 걸음에는 망설임이 느껴지지 않는것 같다. 왠지 범인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고 있는듯한데,"
'이녀석 안되겠군.'
쓸데 없는 부분에서 통찰력이 대단한 용병을 어떻게든 떼어 놓아야 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의심 없이 떼어 내기 힘들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조금 더 혼란을 가중 시키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연결한 마력의 실은 단순하게 도적이 어디에 있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였기에 따라가는것만 따지면 도저히 붙을수 없었지만, 레니아는 특유의 비상한 머리로 예상하는것이 가능했다.
이전 저택을 돌아다니며 위치를 파악했던것은 이것을 위함이었던 것이다.
"저기다!"
레니아가 가리킨 곳에는 도적이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3층인데,,'
유리를 깨고 양손에 퀘이소를 든채 도적은 창밖으로 몸을 내던졌다. 그에 레니아와 용병도 덩달아 도적을 따라 몸을 내던졌다.
"도적이야!"
레니아가 굳이 그렇게 이야기한것은 실제로 이 저택에 있는 고수들이라고 할지라도 저 도적을 쉽사리 잡을만한 사람은 없을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되려 같은 혼란이라고 해도 잡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건 다름아니 자신이라고 생각한것이다.
"좋아! 그렇게 가라!"
용병은 쌍검을 들어 그대로 도적에게 덤볐다. 레니아의 생각대로 도적은 굉장히 강했지만, 양손에 퀘이소 둘을 데리고 있는데다 용병의 실력도 만만치 않아서 쉽사리 뿌리치지 못했다.
정문을 지나려던 찰나. 레니아와 복면을 쓴 벤하르트의 시선이 마주쳤다. 레니아는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 조용히 하라고 신호한후 용병을 노려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아니! 뭐..!"
용병은 갑작스러운 벤하르트의 공격에 당황하며 막고자 했지만, 그와 동시에 도적에게 머리를 차이고 기절해버렸다. 도적은 흘끗 벤하르트와 레니아를 보더니 망설임도 없이 저택의 밖으로 향했다.
"따라가자."
"그래."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같이 도적을 따라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벤하르트는 레니아에게 말했다.
"레니아. 아무래도 저택의 경비 외에도 다른 쪽의 경비도 있었던것 같다. 아직은 우리들이 감지될 정도의 거리는 아니라고 보지만, 우리들 아니 도적을 정확하게 따라가고 있어."
"뭐?"
"그 와중에 내가 들켜 버리면 너도 위험하게 될텐데,"
"그렇겠네. 어쩔수 없지."
레니아는 작게 중얼 거리고는 투명한 실을 벤하르트에게 연결해주었다.
"다른 방향에서 저녀석을 쫓아가 나는 이대로 저녀석을 쫓을 테니까 말야. 가는 도중에 몇놈 정도는 조금 잡아내 버리지 뭐."
"그런 역할이라면 내가 하도록 하는게 낫겠다."
"하기사.. 안그러면 복면을 쓴 의미가 없겠지. 나는 조금 떨어진곳에서 엄호를 할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면서 갈테니까, 그러면 잔 가지들은 쳐줘."
'아무래도 잔가지들은 아닌 모양인데,'
벤하르트는 따라 오는 무리가 상당히 단련된 고수라는것을 알았다. 비교하자면 저택 내에서 레니아를 감시했던 그정도 수준에는 전부 이르고 있을 정도였다.
'수는 넷 정도인가. 힘들겠는데..'
도적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한 벤하르트라고 해도 퀘이소를 빨리 찾아야 된다고 생각할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다른 추적자들에게 할애할 시간은 최대한으로 줄여야 하는것이다. 하지만 추적자들의 실력이 예상 이상이라고 한다면 시간에 따른 문제가 심각해지기 마련이었다.
'일단 도시에서는 싸울수 없을테니, 도적을 쫓을수밖에.'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도적을 따라 달렸다.
- 작가의말
오늘이 아마 연참대전의 마지막 날이군요. 힘들었고, 여러가지 일들도 있었지만, 어쨋든 완주는 했군요.
이후에도 짬을 낼수 있으면 쓰겠지만, 곧 시험기간인지라... ㅠㅅ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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