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부 61화(619화)-
벤하르트와 리스는 방 밖으로 나왔다.
"아 벤하르트씨. 어 이쪽의 꼬마아이가 사로 잡혀 있었던 거에요?"
"꼬마 아이?"
리스는 이니프를 보며 살짝 눈꼬리를 올렸다. 벤하르트는 리스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일단 소개를 하도록 할게. 이쪽은 이니프 그리고 이쪽은 에실러. 현재 마굴에서 나가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손을 잡고 있어. 그리고 이쪽은 리스라고 해."
"벤하르트씨 말은 똑바로 해야죠. 저는 딱히 일시적으로 손을 잡고 있는건 아니라구요."
"그럼 뭔데?"
리스의 물음에 이니프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웃으며 이야기 했다.
"흐음 동료로써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그런 관계로써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죠."
"정말이야?"
리스는 벤하르트에게 확인을 요하듯 쏘아보았다.
"아니. 그건 저쪽의 희망사항일 뿐이야. 어이 이니프 내가 약속한 것은 가렌더 부크 까지 였을텐데? 말은 똑바로 하자고."
"그런데 이야기 하시는걸 보니 이 꼬맹이는 아는 사이신 건가요?"
"알다마다.. 그리고 꼬맹이가 아니야. 리스라고, 그리고 말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마지막 말은 귓속말로 이니프에게 전해주었다. 리스는 실실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말했다.
"꽤나 버릇 없는 녀석이로구나. 나에게 꼬맹이라고 부르다니 말야? 이녀석과는 뭐 상당히 긴밀한 사이지."
리스는 이니프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리스와 이니프의 시선이 교차했다. 이니프는 벤하르트와 리스를 번갈아 보고 딱하다는 시선으로 벤하르트를 보았다.
"어린아이인데,,"
마치 혐오하는듯한 이니프의 표정에 벤하르트는 변명하듯 말했다.
"읏.. 뭔가 착각하고 있나본데, 이녀석은 어린아이가 아니라고,"
벤하르트는 리스의 정체를 숨기고 이곳에 온 대략적인 이야기를 말해주었다. 리스가 원의 흡혈귀라는 것은 구태어 꺼내지는 않았다. 리스도 자신의 힘이 돌아오지 않은 지금 원의 흡혈귀라는 것을 밝히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잠자코 있어주었다. 리스와 벤하르트의 대략적인 관계 그리고 리스가 이곳에 온 일을 듣고 에실러는 나지막하게 탄식했다.
"아.. 그래서 베일즈가 실패를 하게 된건가.."
"그래 아쉽게도 말이지."
벤하르트의 말을 받아 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고 해도 그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아마 베일즈라는 녀석이 설사 이곳을 돌파 했다고 해도 원하던 것을 얻지는 못했을 거야."
리스 조차도 이렇게 사로 잡힐 정도의 주술. 베일즈가 그 주술을 넘을 수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에실러도 이니프도 이미 주술을 겪어 보았기에, 리스의 의견에 반박할 수 없었다. 리스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이니프가 말했다.
"지금은 일시적으로 어린아이의 모습이 되었다고 했었나요?"
"그래."
그렇게 어려진 와중에도 리스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살면서 누구에게도 미모로 밀린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이니프 조차도 한발 뒤에 서야 될 정도의 용모였던 것이다. 성인이 되었을 때의 모습또한 딱히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본능적으로 리스와 이니프는 서로간에 절대로 친해질 수 없음을 느꼈다. 마치 고양이와 생쥐와 같은 관계가 될 것을 그저 대면하는 것으로 느낄 수 있었다.
"모습따윈 어찌 되었든 상관 없잖아? 지금 중요한 것은 이 공간을 부수기 위한 일이니까,"
어쩐지 리스와 이니프 사이에 불온한 공기가 흐르는 것을 감지한 벤하르트는 한시라도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고 싶었다.
"그렇네. 나도 이 모습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고 말야."
리스는 어려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투덜거렸다.
"자 그럼 이야기는 가면서 하도록 하고 최상층으로 올라가도록 하자고,"
최상층으로 오르는 길에는 망자들이 쉴새 없이 들이 닥쳤다. 썩어도 준치라고 리스의 공격과 벤하르트의 검기에 망자와 유령 마수들은 그대로 쓰러져내렸다.
"후우.."
벤하르트는 상당히 몸이 지친 것을 느끼며 이니프에게 물었다.
"이니프 혹시 아까 전 내가 리스를 데리러 들어갔을때 공격을 오거나 하지는 않았어?"
"아니요. 공격은 전혀 없었어요."
"그래..."
벤하르트는 지금까지의 공격을 곰곰히 생각했다.
'이녀석들의 공격은 우리를 노리는게 아니야. 우리를 잡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노리는 것은 에실러. 그것도 에실러를 노리기 위한게 아니야. 표적은 '나'인가..'
망자들이 목숨을 걸고 노리는 것은 벤하르트의 체력과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벤하르트나 리스에게 덤빈다면 얼마 버티지도 못할 망자들을 적절하게 조율하여 상대적으로 가장 약한 에실러를 노림으로써 벤하르트의 동선을 제약하고 빈틈을 유도해 내는 것이다.
"벤 괜찮아?"
"그래. 그나저나 리스 너야말로 무리 하지 마. 그렇게 창백한 얼굴로 말야."
"흥. 이정도는 몸풀이 밖에 안된다고,"
"그런것 치고는 상당히 호흡이 거칠어."
"그거야 피차 일반이지."
벤하르트는 역시 리스라고 생각했다. 표정은 전혀 변화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리스는 그의 상태가 썩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그는 살짝 미소를 짓는가 싶더니 별안간 큰소리로 외치며 리스와 일행들을 밀쳤다.
"모두 조심해!"
그들의 눈앞에는 거대한 기계병이 서 있었다. 수인형으로 이루어져 있는 거병은 기계로 이루어져 있었다. 벤하르트와 리스는 언젠가 본 적이 있었던 강철의 거병이었다.
"저건.."
[외적 배제..]
마치 마도로 만들어진 거인병을 보는 것 같았지만, 그것을 이루고 있는 것은 강철이었다.
'아오이스..'
지금까지의 임무에서 몇번인가 아오이스를 상대한 적이 있었던 벤하르트에게 있어 그 기계는 몇번인가 본 적이 있었던 병기였다. 최종형이라고 불리우는 거신체 그 위력은 가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벤!"
"그래. 아무래도 쉽게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아. '미네이너' 아오이스의 최상급 병기중 하나.."
[경계태세 배제]
벤하르트의 몸만한 칼날의 손이 벤하르트에게 쇄도했다. 그에 벤하르트는 검을 들어 통칭 '미네이너'에게 달려 들었다.
"대단한데, 도대체 뭐하는 녀석이지 저녀석? 흐음.. '미네이너'로도 막을 수 없는건가?"
벤하르트가 싸우고 있는 영상을 보면서 소년은 놀란 얼굴로 박수를 쳤다.
"너무 아오이스에 대해 등한시 하고 있었나? 저정도의 실력자라면 아오이스의 정보망에 없을리 없을텐데, 그나저나 '미네이너'로도 이정도라.. 어쩔수 없지. 내가 직접 움직이는 수 밖에 없겠군. 그나저나 시간은 맞출수 있을까?"
그는 자신의 옆에 놓여 있는 지팡이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섬 백뢰섬!"
번개의 섬격에 의해 오체를 분할 당한 거병은 그대로 고꾸라 졌다. 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고 있었다.
"하아.. 하아.."
검을 기대어 벤하르트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해냈어요!"
"아니 아직이야! 이니프 멈춰!"
이니프가 멈칫하자 미네이너의 눈이 빛났다.
"위험해!"
리스는 몸을 날려 이니프를 밀쳤다. 분할당한 미네이너 로부터 한발의 광선이 이니프를 스치고 지나갔다.
[자가.. 복구.. 개시..]
"후우.. 잘했어 리스.."
벤하르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검을 '미네이너'에게 겨냥했다.
"변함없이 괴물같은 녀석이군. 하지만 이걸로 끝이다."
벤하르트는 눈을 감고 그대로 흐르듯이 움직여 베고 지나갔다.
"일섬 참도."
둔탁한 굉음과 함께 미네이너의 눈은 광채를 잃고 그대로 쓰러졌다.
[.....]
벤하르트는 그제야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모두 괜찮아?"
"네.."
"이쪽도 괜찮아."
리스는 몸을 털며 일어났다. 그녀의 팔에는 작은 상처가 나 있었다. 방금 전 이니프를 구하다가 난 상처였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니프는 리스에게 고개숙여 감사를 표했다.
"됐어. 네가 죽으면 슬퍼할 어떤 녀석이 있어서 살려준 것 뿐이니까, 개인적으로는 별로 살려 주고 싶지 않았다고, 무슨 이야긴지 너라면 이해하겠지?"
"네 뭐 어느정도는요."
그런 냉전중인 그들을 뒤로한채 에실러는 벤하르트에게 물었다.
"저기 저기.. 벤하르트 방금 그건 뭐야?"
에실러가 물음에 벤하르트는 고개를 젓고 말했다.
"나도 정확하게는 몰라. 어느 조직에서 만든 병기라는 것 외에는.. 어디선가 들었는데 하나의 기체가 마법사 천명분의 역할을 해 낼수 있다고 들었던 것 같아."
"천..."
"아무래도 과장이겠지만, 강력한 병기라는 점은 확실하지.."
광선을 쏘아내고 거대하면서도 빠르게 공격하는 무시무시한 병기 '미네이너'는 딱히 벤하르트의 말이 과장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미네이너'가 여기에 있다는 것은 최상층은 별로 멀지 않았다는 뜻일거야. 서두르자."
미네이너를 넘어 그들은 최상층에 도착했다.
"여기가 최상층?"
넓은 장소의 중앙에는 빛나는 구체가 존재하고 있었다. 여러군데에서 빛의 실이 이어진 빛의 구체는 무엇인가가 겉돌고 있었다. 그 중심지에는 한명의 소년이 앉아 있었다.
"하하.. 잘 왔어. 용케도 이곳에 도달했군."
"....."
소년의 목소리에 벤하르트와 일행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너는.."
"이 곳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면 되려나? 요컨데 너희들의 적이라고 하면 되겠지."
벤하르트는 그에게 물었다.
"이곳은 뭘 하는 곳이지? 너는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냐?"
"비밀."
소년은 낄낄 거리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이라고 말해도 되지만, 여기까지 온 노력상으로 알려 주도록 할까? 뭐가 궁금하지? 이곳의 정체? 아니면 이런 곳을 만든 목적?"
"전부다."
"욕심쟁이네. 뭐 좋아. 우리가 사는 세계는 여섯개의 세계가 '가깝게' 묶여 있다는 것 알고 있으려나? 이른바 '육계(六界)'라고 불리우는 것이지. 그 여섯개의 세계는 하나로써 존재하지 않고, 저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운명을 가지고 있지. 그 시간의 평행선상에 있을 '어쩌면 일어날지 모르는' 운명중 하나.. '멸망한 세계' 그것이 바로 이 도시지. 한때는 찬란한 문명을 가지고 있었지만, 보시다시피.. 단추 하나 잘못 낀 탓에 이런 죽은자의 도시가 되어 버려서 말이지. 세계의 중립을 위해서 이쪽이 가져 왔다는 말인데, 믿어 주려나?"
소년은 여유롭게 지팡이를 쥐어 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도시는 나에 의해 그릇이 되어 들어온 자들을 묶어 내지. 흡혈귀가 흡혈 함으로써 그 사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 처럼 말야. 이 도시 또한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무슨 목적이냐.."
"글세. 거기까지 대답해주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나저나 벤하르트라고 했던가? 아오이스와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이 세계'에서는 별로 있어 보지 못해서 알아보지를 못하겠네."
소년은 지팡이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래저래 놀랐다고, 설마 내 주박을 풀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거든. 그쪽의 원의 흡혈귀 조차도 풀지 못한 것을 말야."
원의 흡혈귀라는 말에 이니프는 흠칫 놀라며 리스를 쳐다보았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네 안의 '그' 덕분인가? 재밌는 내면을 가지고 있잖아? 뭐 나는 그쪽의 관계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예의 대행자들과도 여러 면식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무슨 뜻이지?"
소년은 무엇인가를 깨달은듯 눈을 크게 뜨고 웃어 제꼈다.
"아.. 그런건가? 스승님의 기술이었던 건가? 그렇군."
"무슨 소리를.."
"하하.. 모르고 있는건가? 모르는게 약이라는 것은 이런걸 말하는 것이겠네."
소년은 명백하게 벤하르트를 비웃고 있었다.
"....."
벤하르트는 소년이 자신을 도발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설사 그가 자신에 대한 무언가를 알아냈다고 해도 그것에 휘둘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나저나 아쉬운걸. 조금만 더 있었다면 원의 흡혈귀의 '핵'에도 이를 수 있었을 것을.. 뭐 아직 늦은 것도 아니지만,"
"아오이스.. 무슨 속셈인거지? 이런 곳을 만들어서 무슨 득이 있나?"
"아까도 말했지만, 대답해줄 의무는 없지. 거기서 부터는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 경지라고 생각되는데, 안그래?"
"그래 확실히 그렇군. 대답해주어야 할 의무는 없지. 그렇다면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벤하르트는 검을 뽑아들었다. 그에 소년도 자신의 지팡이를 들고 벤하르트를 보고 말했다.
"총념의 '성좌' 후보 아젤 팬서. 성좌대행으로 임무를 수행하지."
아젤은 지팡이를 들어 치켜 들었다. 그와 동시에 벤하르트가 서 있는 공간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 작가의말
오늘은 왠지 잘 안써지네요..
봄돌님 지적 감사합니다. 바로 수정하도록 할게요!
저번에 쓸때도 정신이 없어서 이상한 말? 을 적어 놨었는데 정말 지적 감사드립니다.. 요즘 너무 피곤해서 정리가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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