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501화-라스펠(3)
벤하르트일행은 준비를 끝내고 라스펠로 가기 위해 마누어가 기다리는 마법진으로 향했다.
마누어는 조급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불안함과 조급함이 뒤섞인 혼란한 상태로 그는 옛전에 준비를 끝내두고 벤하르트를 기다렸다. 그렇게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부하 둘 또한 자신들의 가족이 머무르고 있을 라스펠이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들의 상태를 생각하면 프쿠타의 말은 냉혹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라스펠은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렇게 지상에 내려와 있는 이유조차도 라스펠을 위한 행동임을 감안하면 셋의 불안함은 극에 치달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프쿠타의 말은 틀리지 않았지만, 적어도 마누어측의 입장에서는 잔혹하고 냉혹하다고 말할법도 했다.
그럼에도 마누어가 그들의 의견을 묵묵히 들었던것은 그럴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누어님! 오고 있습니다."
"알았다."
곧 벤하르트와 레니아가 그자리에 도착했다.
"준비는 다 끝났겠지? 이쪽도 더는 기다릴수 없어. 어떤 일이 있다고 해도 이제는 가버릴거다."
눈앞에 이전과는 비교할수도 없을만큼 변모한 도시를 보고 기다린것이 벌써 하루 하고도 수시간. 설사 '목적한것'이 있다고 할지라도 이제는 더 이상 미룰수 없었다.
"걱정마. 괜히 다급하게 온게 아니니까, 되려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은 정도야."
레니아의 말을 듣고 마누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예상했던 시간보다 더 빨리 도착했던 것이다.
"그럼 출발하겠다. 모두 여기 있는 진에 오르도록."
일행들이 전원 마법진에 오르자 마누어는 눈을 감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도 그런 모습에 관심은 없었지만, 레니아 만큼은 그의 마법에 집중하고 있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눈이 뒤집히는듯한 느낌 일전에도 몇번인가 맛보았던것 같은 그 '전이'의 느낌이 끝나자 그들은 이미 다른 공간에 서 있게 되어 있었다.
"....."
마누어의 표정은 굉장히 어두웠다.
"저기 말야. 여기가 정말 라스펠이야?"
트레이야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약간 의아해 하며 물었다. 동굴에 있을때와 비슷할정도로 어둑어둑한 곳 주변을 뒤덮고 있는 강철의 잔재는 기괴했다. 그런 곳은 지금까지 살면서 누구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래에서도 보았겠지만, 사실 라스펠은 굉장히 큰 도시다. 도시 자체로 끝나는게 아닌 하나의 거대한 대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지. 본래 이곳은 라스펠의 끝자락에 속해 있는 마을 변두리였지만, 이런 모습은 아니었어."
"그럼."
"길은 이쪽인것 같군."
그들은 마누어를 따라 걸었다. 벤하르트는 길을 따라 걸으면서 오싹함을 느꼈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물체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살아있는 생물은 커녕 흙이나 물이나 풀 같은 자연적인 모습조차도 전혀 찾아볼수 없는 차가운 광경은 속을 시리게 만들었다.
여행하면서 보았던 아무것도 아니었던 흙이나 하다못해 돌멩이 조차도 그립게 만들 그런 도시의 모습은 벤하르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마저 그런 느낌을 가지게 만들고 있었다.
조금 걷자 마누어가 말했던 마을에 도착할수 있었다. 은근히 남아있는 건축물 지상의 세계와는 꽤나 다른 구조의 원형의 건축물이 조금씩 남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역시 금속화 되어 있었고, 인기척 또한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무슨일이지!"
마누어는 분한 얼굴로 바닥을 내리 쳤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파이고 그의 손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건가!"
"마누어님. 그만하십시오."
"음?"
벤하르트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벤 왜그래?"
"인기척.. 아니.. 기척..? 이 느껴진다."
벤하르트가 말을 고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레니아는 곧장 알아차렸다.
"모두 조심해!"
일동은 각자의 무기를 챙겨들었다.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 쌍검을 든 한 남자가 그들에게 달려 들었다. 목표는 트레이야 였지만 그의 교차하는 쌍검을 트레이야는 쉽사리 피해내 그를 걷어 차버렸다.
"뭐지 저건? 아는 사람이야?"
트레이야는 마누어에게 물었다.
"아니 저런 사람은 모른다."
"하나 둘이 아닌 모양이군."
제네스가 중얼거리자 어느샌가 하나 둘씩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몇가지의 병기를 들고 나타났다. 색색의 머리칼을 가지고 있는 그들은 스물도 되지 않은 소년 처럼 보였는데, 얼굴에는 잡티 하나 섞이지 않았고, 다들 제네스만큼이나 엄청나게 잘생긴 미남이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마치 쌍둥이를 보는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로 서로의 외관은 닮아 있었다.
"온다!"
벤하르트의 외침과 동시에 다섯의 소년들이 달려 들었다. 확실히 빠르고 강한 공격에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해서 곤욕이었지만, 각자의 능력은 벤하르틍 일행에 비해 너무나도 떨어지고 있었다. 전력에 거의 보탬이 되지 않는 벤하르트 조차도 잡지 못할 정도로 격의 차이는 현저하다고 할수 있었다. 그들이 유일하게 앞서는 협동이라는 측면 조차도 벤하르트와 레니아 그리고 트레이야와 제네스에게는 아득하게 미치지 못했다.
벤하르트가 팔을 쓸수 없었기에 생각보다는 시간이 들었지만, 형세는 벤하르트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었다.
다섯의 소년들은 일제히 동시에 거리를 확보했다.
"달아나려는 건가?"
마누어는 달아나려는 소년들을 보고 소리쳤다.
"이 일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마누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제히 그들은 도망을 시도 했다. 마누어와 트레이야 레니아는 준비하고 있었다는듯 빠르게 그들의 뒤를 쫓았지만, 어둠속으로 몸을 숨김과 동시에 그들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어떻게 된거지?"
"놓친건가?"
트레이야와 레니아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추적조차 불가능하게 되어 버린것이다.
라스펠에 올라오자 마자 이해할수 없는 여러가지 일들에 모두는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저기 말야.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라스펠의 모든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는것도 아니잖아. 모르고 있었던 라스펠의 아이들이라거나 하는건 아니겠지?"
"내가 라스펠을 떠났던건 그래봐야 몇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물론 도시의 모든 아이들을 기억하고 있었던것은 아니지만, 저렇게 닮고 저렇게 생긴 아이들이 거기에 저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아이들을 내가 기억하지 못할리가 있겠나?"
마누어는 부하들을 둘러 보았다. 부하들도 서로간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아마 맞을거다. 나도 조금 알아낸게 있거든."
좀처럼 말이 없는 제네스의 말에 모두는 귀를 기울였다.
"무슨 뜻이지?"
"내가 사용하는 기술 아니 최면의 성질을 이제는 알고 있겠지?"
레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타인에 대한 반 강제적인 직접적 최면을 사용하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너희들과는 반대의 의미로 최면을 사용하고 있지. 전투시에는 보통 나는 강화를 적을 조정하는것으로 방해를 사용해 싸우는것을 주된 기반으로 삼고 있지."
"그래서?"
"이건 '살아 있다' 라는 개념을 가진 것에는 전부 통용되는 것이다. 환경에 따라 식물이 자라나는 정도가 달라지는것처럼 그 한계를 도와주는 역할은 '살아만' 있다면 어떤것이든 적용할수 있게 되는데, 지금 상대한 그녀석들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그건 무슨뜻이지?"
벤하르트도 짐작이 가는것이 있어 흥미가 있다는듯 물었다.
"저녀석들은 살아있는게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네 능력이제대로 적용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그렇지 않아. 내 최면은 누구에게든 적용된다. 다만 그것에 대한 저항력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이른바 빼기의 개념이다. 개개인에 따라 그 정도치가 달라지게 되는데, 너희들의 경우는 이미 트레이야에게서 자가최면을 어느정도 익히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성이 높은 편이라 잘 듣지 않지만, 그런데도 실제로는 걸려 들었지. 아무리 내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움직임을 억제당하는것에서 자유로울수는 없다. 적든 많든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지. 언제나 일정량은 약해지게 만들수 있는 역량이 내게는 있다. 하지만 내 기술은 그녀석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녀석들이 살아있는데 내 능력을 이겨낸것과 살아있지 않다고 하는것 둘중 하나를 걸라고 한다면 나는 후자쪽을 선택할거다."
"그래. 제네스를 믿을수 없다면 나를 보고 믿어줘. 이녀석의 최면은 신기에 가깝다고, 벤이 도공술의 귀재라고 한다면 이녀석은 최면의 귀재야."
"아니 믿지 않은건 아니야. 하지만 나는 원래 부정하길 좋아하니까, 그렇게 느껴졌다면 미안하게 됐어. 그렇다면 그녀석들은 살아있는게 아니라는 이야긴가?"
"나도 조금 할말이 있는데,"
잠자코 있던 벤하르트도 말을 꺼냈다.
"처음에 굳이 인기척이라는 말을 수정 했었잖아. 레니아 너는 알아차렸겠지만 말이지. 나는 기를 통해 기척을 알아차리는데, 이번에는 그런것은 일체 느낄수 없었거든."
"조금 이상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살아있지 않다는게 도대체 뭐야? 실제로 그녀석들은 움직이고 있었잖아. 인형이라도 된다는건가?"
"인형?"
묘한 정적이 흐르고 벤하르트가 말했다.
"인형.. 일지도 몰라. 우리가 아는 인형은 아닌것 같지만,"
"혹시 짐작 가는게 있어?"
레니아는 마누어에게 물었다.
"아니 짐작가는건 아무것도 없다."
마누어는 흙이라도 씹은듯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
"이게 어찌된 일이지."
라스펠을 위해서 지상에서 고생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에게 있어서 이 상황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마을에는 아무도 없는 모양인데,"
벤하르트는 주변을 둘러 보고 말했다.
"하아.."
"다른 사람들이 있을만한 생각나는 곳은 없어?"
"중심도시 라스펠에 가봐야 할것 같아. 변두리지만 이곳이 이렇게 되었다는것은 아마 다른곳도 이런 상태라고 생각하는게 맞겠지. 그렇다고 한다면 가능성이 있는것은 라스펠일것이지만,,"
마누어의 말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평소에도 그는 무뚝뚝하고 남에게 관심없는듯한 모습을 보이곤 해서 그렇게 정이 가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런 모습을 보니 측은한 마음이 안들래야 안들수가 없었다.
"서두르는게 좋겠군. 방향이 어디지?"
정적을 깬것은 벤하르트의 말이었다. 그들중에서는 가장 중상인 벤하르트가 의욕적이게 그런 말을 꺼내자 레니아와 트레이야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마누어도 벙찐 얼굴로 그를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하시네. 어서 가자구."
- 작가의말
오늘은 조금 뭣하군요. 쓸건 다 쓴것 같지만서도, 초한지를 너무 보고 싶어서 초한지를 보면서 쓰느라 약간 얼기설기한 부분이... 정말 마음에 안드네요. 멀티태스킹이란 정말로 힘든것 같습니다.
엔쿠라스의 세계관에는 기계라는게 많지 않습니다. 마법이 공존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상당히 열악하죠. 모종의 일로 인해서 달라질 계기는 있습니다만, 지금 상태는 아닌 시점이구요. 현 시점에서는 시계나 상식적으로 필요한 부분의 공학은 어느정도 있는 편이지만, 다른 부분으로는 거의 개발이 필요치 않은(마법이나 기 등이 존재해 대체할수가 있으므로.) 수준이기 때문에 구태어 설명하진 않았지만, 어떤 내용이신지 글에서 확인하실수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혹시라도 중구난방식이라 이해하지 못하시는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연참대전이 끝나고 수정할수 있으면 하고 싶어서요. 제가 놓치고 지나갈수 있는 부분도 있을것 같고 말이죠.
홍보를 하고 싶었는데 기회 잡기가 영 쉽지가 않군요 ㅡㅠ;;;
오랜만에 아슬아슬한 시간대에 올리며 연참대전 2일차 클리어.
모두들 좋은 한주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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