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86화-주마의 숲(5)
리스는 레니아와는 달리 한정된 조건에서 답을 도출해낼수 있는 머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녀의 경우는 조금 더 다른 방식으로 답에 접근한다. 레니아가 한정된 조건 최소한의 단서를 통해 답을 유추해낼수 있다면 그녀의 경우는 있는 답을 알아낼수 있는 선천적인 능력이 보통의 인간들과는 이질적이게 다르다.
인간은 여러가지 도구를 활용해서 동물들보다 더 나은 답을 쉽게 도출해낸다. 가령 마법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그 마법 그 자체로 얻어낼수 있는 선천적인 정보가 다른 여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보다 선천적으로 많은것과 같이 리스도 그것과 비슷한 성격으로 정답에 접근하는 것이다.
때문에 세밀하게까지는 알수 없다고 해도 그녀의 말대로 두루뭉실하게는 현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은 어떤 상황인건데?'
[너는 단순히 숲의 이동으로 레니아와 떨어졌다고 생각하는것 같지만, 그건 아니야. 나도 처음에는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고, 그 말이 완전히 틀린건 아니지만, 완벽한 답이라고는 할수 없어. 여긴 하나의 결계야.]
'결계?'
[격리된 결계라고 하는게 맞으려나. 즉 이런거지. 너와 레니아를 떨어지게 만드는데 사용한것은 숲의 이동이지만, 그와 동시에 너는 별개의 공간에 갖혀 버리게 된거지. 그렇게 되면 일단 외부에서 이동하는 숲을 대처 하는 수단은 거의 없다고 할수 있어. 반대로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것도 배는 힘들어 지게 되어 버리지.]
'그런것을 마수라고 이런 숲이 할수 있다는 건가?'
[못할게 뭐있어. 세상에는 오래 사는것만으로도 강한 힘을 얻는 여러가지 사례는 많거든 수백년을 살았더니 요괴가 되었다. 수백년을 살았더니 신이 되었다. 그런 경우야 부지기수라는 거지.]
'그럼 어찌 해야 하나.'
[레니아라도 있었으면 사실상 그런 노력은 안해도 상관 없을지 모르지만, 사실 나도 네가 말하는 법칙은 잘 모르겠거든. 법칙이 있다는것 정도야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알수야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런 문제를 푸는데에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으니까 말야.]
'결국 너도 무리구나.'
벤하르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방법 정도는 있어. 내가 무리라고 한것은 어디까지나 길찾기 개념이거든, 반대의 경우로 정공법으로 간다고 한다면야, 방법이 없는것도 아니지.]
'진짜?'
[그나저나 너도 운이 안좋다고 해야 할지. 왜 항상 이런 일에 휘말리게 되는건지.. 나야 재밌으면 그만이라고 해도 이렇게 되면 안도와 줄수가 없잖아.]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해줄수 있는게 없어서 미안할 만큼 말야.'
[그럼 나중에 부탁이나 몇개 들어줘.]
넌지시 지나가듯 리스는 말했다.
'보통은 한개정도를 말하지 않나. 몇개라니 욕심은.'
[보통이라고 한다면 되려 여기서는 남자답게 '뭐든지' 라거나 '얼마든지' 라는 식으로 받아주겠다는 포부를 보이지 않나?]
'그런가? 뭐 좋지. 네가 부탁하는거라면, 들어줄수 없는것만 빼면 뭐든지 들어줄게.'
[들어줄수 없는것만 빼면 말이지.]
'그럼 뭐든지 들어준다고 했는데, 네 부하나 되라는 그런 소리를 들으면 나는 어쩌란 거냐?'
[아직도 나를 그렇게 못믿다니..]
리스는 실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두운 기운이 팍팍 느껴지는게 속이 우중충해지는 느낌과 함께 금새라도 좌절할것 같은 기운이 꾸물꾸물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아냐 믿기는 믿지만, 만약이잖아 가정이잖아. 이러지 말라는 보장은 없는것이니까 말야.'
그것이 리스의 기분이라고 착각이라도 했는지 벤하르트는 조금 허둥거리면서 변명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리스는 속으로 살짝 웃고는 말했다.
[나는 흡혈귀라는 딱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마기를 읽는것에는 굉장히 민감해. 마왕이나 마수나 마족이나 사실 그게 아니어도 나름대로는 꽤나 자신 있는 편이긴 하지만, 마기(魔氣)를 느끼는것은 본의 아니게 특기가 되어 버린거야. 여기서도 이 숲의 근간이 어디서 오는지 확실하게 느껴져.]
'그래?'
[하지만 벤 네가 갈수 있을까? 솔직히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
'어째서? 주변을 많이 멤돌기라도 해야 되서 그런가?'
숲이 이동한다는것에 착안해 생각한 벤하르트의 말에 리스는 레니아처럼 쯧쯧 거리면서 말했다.
[그런 바보같은 이유로 추천하지 않을것 같아? 조금 가보면 왜 내가 이런 말을 했는지는 자연스럽게 알게 될거야. 아니 지금도 조금만 생각하면 알수 있을걸?]
'아.. 그렇지 뭐.'
벤하르트도 바보는 아니다. 마기의 근원으로 간다는것. 한번 듣고 바로 떠올릴 정도의 생각은 없지만, 두번씩이나 주의를 듣게 되면 그게 뭘 뜻하고 있는건지 정도는 알수 있다.
'아마도 지금 싸웠던 것보다 더 엄청난 마수들이 있다는 이야기겠지.'
그렇게 되면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문제는 쉽지 않았다. 단순하게 벤하르트에게는 막말로 말하면 짐이 셋 있다. 라프라는 사실상 전력으로 생각할수 있을정도는 되었지만, 아마 중심지에 가게 되면 전력외라고 생각해도 무방할테니 실질적으로는 짐을 셋 가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날아서 가기에도 너무 큰 위험부담을 짊어지게 되므로 여기서 선택지는 두가지로 나뉘게 된다. 두고갈 것인가. 데리고 갈 것인가. 데리고 갈 경우 그만큼의 위험부담을 벤하르트가 부담해야 한다. 마수의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알수 없기에 셋을 지킬수 있을지 없을지를 장담할수는 없었다.
두고 갈 경우는 위험부담에서는 벗어나게 되지만, 몇가지 문제가 생기게 된다.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한 경우 다시 저들을 찾을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와 두고 갔을 경우 다른 마수들의 습격이 오지는 않을까에 대한 불안감등 어느쪽도 선택하기 까다롭다고 말할수 밖에 없었다.
'어쩔수 없지. 그럼 위치를 알려줘'
[결정 한거야?]
'그래 데리고 가겠어.'
[괜찮을까?]
'하지만 이곳에 두고 갈 경우도 위험하긴 마찬가지고,'
자신이 손해를 얼마만큼 보던 간에 이곳에 두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고 싶지는 않다는게 벤하르트의 생각이었다.
[네가 그렇게 결정했다면 나는 구태어 말리고자 할 생각은 없어.]
"모두 일어 나시죠."
벤하르트는 다시 출발하기 전 모두에게 조심을 당부 했다.
"지금부터 가는곳은 정말로 위험한 곳이니까,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위험하게 된다면 바로 도망을 쳐야 해요."
셋은 끄덕였지만, 사실 속내는 각자 다들 달랐다. 그런 사실을 벤하르트도 알고 있었지만 더 설명하지는 않았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얼마나 위험한지는 근처에 가면 충분히 알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거기서 오른쪽]
'잘 가고 있는것 맞지?'
[그래. 마구잡이로 섞고 있기는 하지만, 이쯤되면 느껴질것 아냐?]
'섬칫하지 뭐..'
벤하르트도 점점 가까워 지고 있다는것을 느끼고 있었다. 왜 리스가 그런 말을 했는지도 쉽게 파악할수 있었다. 마기에 닿는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혀 올것만 같은 압박감이 몰려 들었다.
'그래도 가야돼.'
그것외에는 실질적으로 벤하르트가 나갈수 있는 길은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이 길을 선택하고 싶었던게 아닌 이 길외에는 선택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꽤 오랜 시간을 걸어 그들은 방금의 숲의 정경과도 확실하게 다른 광경을 볼수 있었다. 주마의 숲은 밤은 물론이고 낮에도 상당히 어둑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더욱 어두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숲의 모습을 보고 이제 금방이라는것을 깨달았을때 벤하르트를 제외한 셋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셋은 극렬하게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마치 심장을 잡고 쥐어 짜는 듯한 느낌에 섬칫섬칫 거리면서도 목소리 하나 낼수가 없었다.
다소 껄렁 거리며 말하는 류누 조차 평소의 표정에서는 생각할수도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내리깔고 금새라도 주저 앉을 듯이.. 스크루는 남자임에도 금새 울어버리기라도 하려는 듯한 얼굴이었고, 라프라는 엄청난 공포와 그것을 참으려고 하는 표정이 공존해 있었다.
흰색의 기가 그들을 덮었다.
"괜찮아. 너희들은 내가 지킨다. 지키지 못한다 해도 도망칠 틈은 만들어 주겠어. 그래도 죽는다면 역시 미안하지만, 최선을 다할테니까,"
차마 셋은 겁을 먹지 않았다고는 이야기 하지 못했다. 두말할것도 없다. 아마 눈앞에 있는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괴물같은 이 남자라고 할지라도 저 앞으로 걸어가는것은 두려울 것이다. 지키는것은 좋지만, 자신의 생명을 잃는것은 벤하르트라고 해도 두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런것을 초월해 자신들을 지켜주겠다고 한것은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걸까.
'이녀석은 이상해..'
인간을 닮고 싶어하는 마수의 눈으로써 볼때 벤하르트는 너무나도 인간과 비교해 이상했다. 하지만 그 정도를 벗어난 이상함에 그는 안심하고 있었다. 류누만이 그런것이 아니다. 스크루도 그런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라프라는 그 말을 듣고 왠지 좋아하는것 같은 기색마저 보이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 벤하르트를 믿는게 아니다. 살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안심한게 아니었다. 다만, 이런 사람과 함께 죽는다면 그것도 나름대로는 나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눈앞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죽는다고 해도 자신들을 지켜줄 그런 인간. 마수가 아닌 인간이라 해도 이해할수 없는 그런 인간이라는것을 류누와 스크루는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벤하르트가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면, 그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저 사람은 지금 가지고 있는 한도 내에서 자신들을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게 틀림 없으니까,,
어쩔수 없이 최악의 상황이 된다면 '죽어도 상관 없다'는 그 감각은 공포를 서서히 마비 시켰다. 세상에는 죽음보다 더한 공포도 몇가지든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이 상황 이곳에서 죽음보다 더한 공포는 없었다. 진심으로 죽을 각오를 한다면 무서운 것은 없는것이다.
사실 죽어도 상관 없다라는 그 진심이 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살면서 마수든지 생물이든지 인간이든지 죽고 싶은 것은 없다. 이세상에 태어났다고 한다면, 이변이 없는 한 당연한 일. 지금 이런 곳에서 죽을 각오를 다지라는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이었지만, 벤하르트의 말 어디에도 죽을 각오를 하라는 말은 없었음에도 셋은 죽을 각오를 자연스레 다지고 있었다.
셋은 천천히 하지만 망설임은 없는 발걸음으로 그곳으로 들어갔다.
- 작가의말
엔쿠라스의 용량을 슬쩍 봤는데, 음.. 제가 생각해도 너무 장편이에요. 질릴만도 하실것 같습니다.
아직도 쓸건 좀 많은데, 이것도 문제 저것도 문제
문제에요. 과연 엔쿠라스는 언제 완결될것인가.. 근데 저도 잘 모르겠네요. 구상은 되어 있는데, 항상 이번 연참대전에는 여기까지 써야지 하고 쓰면 실제로는 그 전까지 밖에 못쓰고,,
사실 저번 연참대전에 라스펠에 도착하는것까지 쓰고 싶었다는게,,, (이번 연참대전에서도 가능할지 모르는 판국에...OTL..)
Commen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