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72화-
짙은 어둠 더 깊은 아래로 벤하르트와 레니아 그리고 라프라는 끊임없이 내려갔다. 칠흑같은 어둠 보이는것이라고는 오로지 눈앞에 펼쳐진 계단들뿐인 오감조차 마비되어 버릴것만 같은 계단이었지만, 이윽고 끝에 도달할수 있었다.
"어서오게. 벤하르트 그리고 레니아."
"당신이 부르달 도시의 정보상인가?"
"그래."
꾀쬐쬐한 차림새에 치렁치렁하게 무언가를 달고 있는 행색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가짐등은 제쳐두고라도 남자의 외모는 인간치고는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키는 4~5살난 어린아이 같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은 성인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기묘한 생김새는 잘못 안다면 무시를 당할수도 있는 기형적인 외모였으나,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그것을 도저히 지적할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사내에게서 느껴지는 압박이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그 내용이 강압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라프라는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섬뜩한 기분을 받지 않을수 없었다.
"우리의 이름은 어떻게.."
"이정도가 되지 않으면 정보를 판다고 할수는 없겠지."
"과연.. 그렇군."
"내이름은 시오우스. 부르달 도시의 비밀 정보상이다. 부르달 도시에 있는 왠만한 정보는 거의 다 가지고 있지. 참고로 정보상을 하게 된 계기는 이곳의 전설 라스펠의 정보도시에서 따온것이지."
시오우스는 가는 눈으로 벤하르트와 레니아를 가늠이라도 하는듯 흡사 검사를 하는듯한 야릇하고도 불쾌한 시선으로 바라 보았다.
"일단 우리들의 정보는 누구에게도 팔지 않겠다는 조건이 필요해."
"돈만 받는다면야 확실하지."
벤하르트는 3 마크닐을 내려놓았다.
"확실히 받았다."
말을 할때까지만 해도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그가 돈을 가져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정도였다. 확인했을 때에야 돈이 사라졌다는것을 깨달았다.
'정말 대단하군.'
"그렇게 돈을 밝히는데 우리가 준 3마크닐보다 더 많은 돈을 주면 우리에 대한 정보를 팔수도 있는것 아냐?"
"아니 그렇지야 않지. 3마크닐이라는것은 신용의 돈. 만약 내가 그것을 무시하고 너희들에 대한 정보를 팔았을 경우 나는 수천 마크닐을 벌수 있는 기회를 날리는 셈이 되어 버리니까 절대로 약속은 깨지 않아."
"금액에 따라 다르잖아 사람의 욕심이란건."
"그 욕심을 중심으로 해서 말하지 않는것이니까 안심하게. 레니아. 나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니까 말이지. 너희들을 팔았을때, 너희들이 죽지 않고 살아 도망쳤을 경우를 생각하면, 절대로 약조는 깨지 않아. 그편이 훨씬 안전하면서 나에게는 득일 테니까, 선악 구분은 하지 않지만, 스스로의 규칙을 깨는것은 정보상으로써 실격이란 말이지. 나름대로 나는 이쪽 계통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니,, 그나저나 확실히 신으로써의 생각은 정말이지 보통의 인간과는 다르기도 하군.
"너..!?"
레니아는 섬칫 놀라며 움직였다.
"아아. 너무 발끈 하지 말라고, 이쯤은 되어야 내 정보상으로써의 신용이 일것 같아서 이야기 한것이니."
"어떻게 안거야?"
레니아는 그를 살짝 노려보면서 말했다.
"알려줄수는 있지만, 그 경우 정보료로 50마크닐은 줘야 해."
"헛소리 하지 마시지. 궁금하긴 하지만, 알지 않고 말지. 50마크닐이라는 돈이 우리 수중에 없다는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이야기 하기는."
"눈치 챘나? 너희들의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은 7마크닐 842 크닐이지. 50마크닐은 설사 구해오려고 해도 구하지 못할것은 당연한 이야기지."
"우리에게 50마크닐이 있었으면 천 마크닐을 불렀겠지?"
"물론. 남의 능력을 그렇게 쉽게 말해 줄수 있나. 밥벌이 도구를 뺏으려 들면 곤란하지. 너희들이 이곳에서 할수 있는건 오직 한가지 뿐이다. 가격대에 맞춘 정보를 나에게 묻고 나는 그것에 답한다. 그것뿐이야."
"그런가.. 그렇다면 일단 퀘이소를 가지고 있는 크래치의 저택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려줘."
"좋지."
선악 구분 없이 시오우스는 언제나 정보를 판다. 그것이 일으킬 결과는 자신과는 관계가 없는것이다. 하지만 의뢰인이 자신의 안전을 사고 든다면, 실제로 그것에 대한 정보는 팔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모종의 이유를 내포하고 있는 인적사항일 뿐이다. 때문에 사유재산같은 부류의 엄밀하게 따지면 자신과 관련이 없는것에 대한 정보는 지킬수 없는것이다.
지킬수 있는것은 개개인의 인적사항. 크래치는 이미 자신의 인적사항에 대한것을 사 두었다. 그렇기에 크래치 개인에 대한 어떠한 의뢰가 들어온다면 그것에 대해서 절대 말해주지 않는다.
가령 크래치가 자신의 자리를 비울경우. 행선지. 크래치의 약점등에 대한 개인적인 정보는 절대 팔지 않는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크래치에서 벗어난 경우라면 어떤 정보라도 돈만 주면 팔아 넘기는 것이다.
하지만 시오우스도 지키는 규칙 정도는 있었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기생해서 살아간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이 부르달 도시의 안에서 부르달도시의 단물을 빼먹고 사는 마물이라는 생각을 그는 지우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인적사항등의 제제를 확실하게 걸어둔 것이다. 그가 알려주는것은 어디까지나 부르달이 망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정보를 팔아왔다. 물론 벤하르트와 레니아가 요구하는 정보는 절대로 부르달이 망할리도 그 이전에 혼란 조차도 야기시키기 힘든 정도의 질문이었기에 시오우스에게는 거릴게 없었다.
"정보상이라는것은 굉장히 중립을 잘 지켜야 하는 법이지. 착한 사람이건 나쁜 사람이건 원하는 정보가 있다면 나는 알려줄뿐이지. 그것이 어떤 결과를 일으킬지는 모른채, 일어난 일을 기대하지."
흥얼 흥얼 거리면서 그는 누런 종이에 무언가를 열심히 그렸다. 시시 각각 변하는 손놀림은 빠르기 그지 없었고, 점차 그림은 형식을 갖추어 갔다.
"상당한 악취미잖아?"
"그것도 그렇군. 하지만 그 악취미에 동참하는것 또한 의뢰인이지."
완성된 그림은 저택의 그림이었다.
"이것이 바로 크래치의 저택이지."
"그거야 알지만, 저택의 그림을 그려서 어쩌자는 거야?"
"이제부터 설명 할테니 잘 들어라. 크래치는 이 도시의 대부호이다. 그가 데리고 있는 경비병의 수는 개인 사병으로 총 326명 그중에서 나름대로 실력을 갖추고 있는 너희들이 의식하고 있는 기를 사용할수 있는 사람은 3명이다."
"우와.."
질렸다는듯 레니아는 탄성을 내질렀다.
"지키는 곳은 정문과 내부의 이곳부터 시작해 이곳까지. 그리고 크래치의 방이지만, 이번에는 도시가 시끄럽기 때문에 그 배는 더 저택에 들어올것을 감안하면 너희들이 저택안을 안전하게 침입하는건 사실 상당히 어렵다고 할수 있지."
"뭐야 1마크닐이나 먹고서는."
"1마크닐이라고는 하나 나는 어디까지나 정보상. 결론적으로 도시의 강자에게 정보를 팔지 않을수는 없지. 때문에 크래치도 내가 자신의 저택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것을 잘 알고 있다."
"의미가 없잖아."
"그래서 최대한 생각해준다는거다. 일단 너희들이 찾고자 하는 퀘이소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알려주지. 퀘이소가 있는곳은 이곳."
"1층이잖아?"
저택의 1층의 한 곳을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1층에 퀘이소가 있단 말야?"
"아니. 이 저택은 비밀의 문이 많아. 1층에 있는 비밀의 문을 따라 들어가야 한다. 잠시만 기다려."
다시 시오우스는 그림을 잔뜩 그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설명하지. 내가 가리킨 이곳에는 이런 내부가 있다. 이곳에서 바로 이곳. 평범한 양초처럼 보이지만, 이 양초를 들어보면 양초를 꽃아두는 못이 있는데 그것을 두바퀴 반을 돌리면 비밀의 창고로 가는 문이 열린다."
"비밀의 창고.."
"문을 열게 되면 이런 길이 나올거다."
한장의 그림을 넘기자 복도의 그림이 나왔다.
"끝으로 달려서 반대쪽을 돌아 보고 방을 3번 건너 돌아본 그 상태에서 오른쪽 방이다."
말로 설명 하면 굉장히 어려웠지만, 실제로 설명하는 시오우스 본인은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쉽게 알수 있었다.
'그림을 저렇게도 써먹을수 있구나.'
시오우스의 기술에 레니아는 상당히 공감하면서 자신도 써먹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1마크닐의 정보로는 충분하다 할수 있지."
"그렇겠네."
레니아도 그 말에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들이 퀘이소들이 머무는 방을 찾으려 했다면, 아마 제대로 찾을수 있을리 없었다. 최악의 경우는 저택을 쑥대밭을 만들어 찾았을텐데, 그것은 사실상 그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다음으로는 이 도시의 샛길을 그려줬으면 좋겠는데, 크래치가 사는 저택을 중심으로.."
레니아가 내민 1마크닐을 번개같은 손놀림으로 잡아챈 시오우스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시작해볼까."
그는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린것은 극히 일부로써 중간에는 빨간색으로 둥글게 쳐놓은 구역이 있었다.
"초록색으로 쳐진 곳은 나갈수 있는곳. 그리고 빨간색으로 쳐놓은 부분은 다름아닌 크래치의 저택이다. 그리고 이곳 파란 색의 점이 바로 그 지하길로 들어갈수 있는 입구로 그 지도는 여기에 있다. 대조해서 보도록."
"으음 그렇군."
"그 길은 오래전 부르달 도시의 누군가가 만들었다고 한다. 지하에 도시를 만들었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지. 지금도 그곳에는 망령이나 귀신이 돌아다닌다고 하니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그리고 지도는 잘 간수해라. 잘못 길을 들었을때 지도와 비교해서 지도를 따라 나오면 빠져나올수 있을거야."
"그 말은 미로라는 건가?"
벤하르트의 물음에 시오우스가 말했다.
"그렇지. 아까 말한 망령이나 귀신이라고 했었지? 그 영향인지 몰라도 그 길은 극심한 미로 현상이 일어난다고 하더군.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스스로도 망자화 된다고 하는 비밀의 길. 편리하기는 하지만, 추천할수는 없는거다."
"귀신이라.."
레니아는 중얼거리면서 생각했다.
"무서워요."
라프라는 조용히 레니아에게 말했다.
"나도.. 는 아니고 귀신따위가 존재할리 없잖아. 이세상에 있는건 오로지 신 뿐이야. 귀신은 없어."
"개인적으로는 신이 있기에 귀신도 존재하는게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거야,, 으음. 조금 애매한걸."
레니아는 답지 않은 약한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히죽히죽 거리는 시오우스를 확 노려보고 그녀는 말했다.
"어쨋든 좋아. 그리고 한가지 더 물어 봐도 될까?"
"돈만 낸다면야 뭐든지."
"쳇. 돈독 오른놈."
"그건 나에게 있어 칭찬이지."
"좋아 그럼 여기 1마크닐."
내민 돈은 언제 그랬냐는듯 놓인 곳에서 사라졌다.
"질문은?"
"지금 도시에 떠돌아 다니는 소문 알고 있지? 그 퀘이소를 훔쳐간다고 말했던 사람의 정보. 아야!"
재빠른 속도로 무언가가 레니아의 머리를 쳤다. 뒤로 살짝 자빠졌던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친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방금 자신이 시오우스에게 건네주었던 마크닐이었다.
"그 대답은 할수 없어. 이미 그 정보자가 3마크닐을 냈거든."
"그런가."
"알고 싶다면 너희들 스스로가 모으는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겠지. 더 물을 질문은 있나?"
이미 라스펠에 대한 정보도 모은 시점에 그들이 물어야 할 질문이 있을리가 없었다.
"그럼 잘가게. 아 참고로 한번 들어왔을때 사용했던 암호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니까, 유의하도록."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는가 싶더니 정신을 차렸을때에 그들은 벽 앞에 서 있었다.
"뭐야.. 그거?"
"꿈은 아닌것 같아. 그나저나 대단하다. 마법인가?"
"그런 일종이었던것 같아."
벽을 만져봐도 딱딱한 벽 그대로인 상태 암호를 외우는것도 불가능. 트레이야와 제네스가 괜히 두달을 걸려서 겨우 알아내었다고 하는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니 그게 아니지. 이녀석의 경우는 두달이던 세달이던 얼마가 걸리던간에 정보가 필요한 사람이 그 암호를 알수 있도록 깨우쳐 주는 방식인가?'
트레이야가 말해주었던 암호.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이었다. 결국 정한 사람만이 알수 있는 암호로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가 암호를 알아내기란 실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음습하지만 나름대로 재밌는 녀석인걸?"
"그렇게 생각하는 네가 더 이상한것 같다."
"어쨋든 저녀석의 일은 놀랍지만, 결국 정보상에게서 제대로 된 정보도 얻었고, 내일 결행을 하기 전에 작전이나 짜두도록 하자. 밤에는 내가 감시를 하도록 하고,"
"그래."
그들은 다시 여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 작가의말
오늘은 조금 일찍 올리겠습니다. 친구와 함께 놀거라서 밤에 쓸 시간이 (올릴시간 조차) 없을것 같거든요.
이제 곧 종강이 다가오는데, 시험을 잘 치를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시오우스에 대한 설정은 잡아 뒀지만,(능력이라던가..) 따로 적지는 않겠습니다. 각자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죠. (필요하면 밝히겠지만,)
그럼 모두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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