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475화-
"너!"
벤하르트는 곧장 사파드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바로 리스가 그를 막았다.
"그만둬."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는 너에 대해서 방임주의지만, 이번만큼은 네가 후회할것을 뻔히 알면서도 가만히 둘수는 없어."
"뭐가 말야!"
"이렇게 말하고 있는 순간에도 저녀석은 이곳에 올수 없어. 하지만 네가 들어간다면 그대로 싸움이 벌어지겠지. 단언하건데 나는 네가 그렇게 쉽게 질거라고는 생각치 않아. 하지만 반대로 쉽게 이길수 없다는것 또한 확실하지. 레니아가 너에게 했던 귀신을 조심하라는건 저런 녀석을 조심하라는 거야. 저런 녀석들은 자신이 속해있는 영역 내에서는 법칙이라는것을 무시하지. 세간에 있는 귀신에 대한 이야기들은 저런녀석을에게서 나오는 괴담들이지. 네가 싸우는데에는 아무런 이득도 없어."
"뭐라고!"
벤하르트는 신경질스레 답했다.
"한가지 묻겠는데, 그러면 너는 저녀석과 싸워서 무엇을 요구할 생각이었던 거지? 네 성격상 죽이겠다는건 아닐테고 제압했다고 해도 달라지는건 전혀 없어. 낭비하는건 네가 가진 그 힘뿐. 설마 지금부터 하려는 계획이 그정도로 힘을 낭비하고도 쉽사리 성공할수 있는 그런 작전이라는것은 아니겠지?"
"....."
"애초에 그녀석은 처음부터 죽어 있었어. 지금쯤은 너희들이 말하는 성불이라는것을 했을지도 모르지. 그게 아니어도 사람들의 혼을 저녀석에게 가져다 주는 역할을 맡고 있었던 녀석이라고,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게 너라는건 이미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지금은 그럴때가 아냐. 지금 네가 하려고 하는건 단순한 어리광. 힘이 있을때 그 힘을 아무렇게나 어린아이가 개미를 짓눌러 버리려는 행위 처럼 사용해 버리는 것 정도밖에는 안돼. 한때 그렇게 살아왔던 내가 하는 말이니까 흘려 듣지는 않는게 좋을걸? 이대로 저녀석과 붙으면 너는 반드시 후회하게 되어 있어. 이 싸움에는 목적이라는게 없으니까, 단순한 기분 풀이일 뿐이지. 거기에 이 일을 크게 만든건 저기 있는 저녀석이 아닌 벤 너란 말이지."
벤하르트도 사리분별정도는 할수 있었기에 지금 싸우는것이 어떤 이득도 없다는것을 잘 알고 있었다. 흑검사 사파드는 벤하르트와 리스를 보고 있었다. 사실상 감정에 혹해 그는 티링이라는 여귀신에 벤하르트를 데리고 오라고 말했지만, 조금 주의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벤하르트 아니 그 뿐 아니라 옆에 서 있는 여자는 단순한 인간이 아니었다. 필시 싸우게 된다면 자신이 질것은 뻔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로써도 쉽사리 싸움을 걸거나 도발하지는 않았다.
"알았어."
벤하르트는 티링이 사라졌던 자리를 한번 흝었다.
"미안해."
리스의 말대로 사파드쪽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것을 충실히 했을뿐이었기에, 실제로 사파드도 티링도 탓할수만은 없었다. 물론 '인간으로써' 벤하르트가 화를 내는 것을 옳았다. 하지만 '귀신으로써' 그것이 잘못된 행동인가는 별개의 문제라는것을 벤하르트도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그 자리를 뒤로 했다.
그 뒤로부터는 지도를 따라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사실 굳이 벤하르트와 부딪히고 싶지 않은 사파드가 손을 쓴 까닭이기도 했지만, 그렇게 되자 원망의 촛점은 어느정도 지도를 건네준 시오우스에게도 향하게 되었다. 애초부터 지도 표기가 틀리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지도가 틀렸던 걸까.'
시오우스가 일부러 틀리게 해두었을수도, 아니면 사파드에 의해 길이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 낼수는 있어도, 결론을 도출해낼 재주는 없었던 벤하르트는 그 일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을 틈은 없었다. 리스의 말대로 감정에 치우쳐 모든것을 놓칠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탓하고자 한다면 너무도 절묘하게 틀어진 일을 탓해야 할 문제였다.
하지만 이때 벤하르트의 감정은 조금 바뀌어 있었다.
'차라리 그때 그녀의 말을 들어 주었다면,'
하는 생각의 끈은 점차적으로 커졌다. 혹 티링의 말을 들어 주었다면, 두가지 상황이 될수 있었다. 첫째는 티링이 벤하르트를 배신하는 경우, 즉 벤하르트가 생각했던 혼을 빼앗아 먹기 위한 거짓의 한수일 경우. 그리고 다른 나머지 하나는 지금 벤하르트가 겪었던 벤하르트를 위한 말이었을 경우로 나뉠수 있었다.
벤하르트의 생각은 그녀의 말을 일단 믿어준뒤, 그것이 거짓이었다면 용서없이 그녀를 버릴수 있다는, 단순하고도 확실한 생각에 미쳤다.
그는 자신의 마음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 약한것을 포함하면서도 강하게 살수 있는 정신과 힘을 생각하게 된 계기를 가지게 된 것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는 무난하게 약속했던 자리에 도착했다. 기를 넓게 퍼트려보니 바로 그가 있는 자리 위에도 사람들이 배치되어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그가 하려는 것은 완전한 몸상태로도 장담할수 없는 작전이었다. 사파드와 붙었다면 백이면 구십은 실패에 가까운 몸상태가 되어 버릴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쉽지는 않겠는걸."
티링의 일은 벤하르트의 개인적으로써는 정말 안된일이었지만, 그는 그 순간만큼은 리스에게 고마움을 가질수 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녀석이니,'
그런 사람이 점차적으로 늘어가는건 개인적으로는 웃기만 할 일은 아니었지만, 그는 그 말도 안되는 것에도 그는 살짝 미소 지었다.
그는 온 신경을 퀘이소를 구하기 위한 생각으로 가득 채우고 복면은 쓰며 여러가지 상황을 가정하면서 약속한 자리에서 레니아의 신호를 기다렸다.
레니아는 저택을 걷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용병중 한명이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다. 레니아가 저택을 거니는것은 저택에 대해 어느정도 파악을 해두기 위해서 였지만, 그의 시선을 일단 자신에게 고정시키기 위함이기도 했다. 설사 도적이 저택에 침입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확실하게 아니라는 증거를 보여야만 했다.
그녀는 내부에서 혼란을 만들어 주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 이상의 확실한 자신이 도적이 아니라는 증거가 필요했다. 그게 아니라면 도적이 습격 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얼굴이 팔려버린 레니아는 의심을 사는것만으로도 후에 위험하게 될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이렇게 자신을 의심해주는 한명은 꼭 필요했다.
그 뒤 그녀가 노리는것은 스스로가 도적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은 도적이 아니라는것이 확실해지고 따로 움직이면서 혼란을 배가 시키는것도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것 때문에 그녀는 저택의 여러 군데를 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나한테만 붙어 있어도 되는건가?"
"글세. 현재로써는 네가 가장 의심스러우니 도리어 타당한 감시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거야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그렇다면 감시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퀘이소가 어떤지 확인해도 되는건가?"
"그건 무리지. 모종의 특수한 능력은 굳이 손이나 다른 방법을 쓰지 않더라도 훔칠수 있을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는일이니까,"
"하기사.. 하지만 근처를 감시하는것 정도는 괜찮겠지? 그정도는 노릴수 있어야 이 저택에 온 보람이 있는것 아니겠어? 최대한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 도적을 잡는것을 노리는것정도는 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저런 감시를 붙힐정도라면 말야."
용병은 자신의 능력을 자신하고 있었기에 위험을 내포한다고 해도 레니아가 근처에 가는것 정도는 묵인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밀 통로의 앞에서 레니아에게 말했다.
"잠시 눈을 감아라."
레니아는 순순히 눈을 감았다. 물론 그녀는 그곳의 비밀 장치를 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 알고 있다는 내색을 할수는 없었다. 잠시후 드러나는 비밀 통로를 보고 그녀는 놀란 얼굴로 말했다.
"대단한걸."
용병은 그대로 걸어 어둑어둑한 복도에 섰다. 그 어두운 방은 좌우로 수많은 방이 놓여 있었다.
"이 방들중 하나가 바로 퀘이소가 머무르고 있는 방이지만, 그것까지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그렇지."
이곳까지 불러들인 이상 용병은 거의 숨김없이 레니아에게 살기를 내뿜었다. 혹여 있을지도 모르는 레니아의 돌변에 대비한 것이다. 이는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행한 일이었지만, 그 밖에도 강한자와 한번 싸워 보고 싶다는 기대심리적인 측면도 존재했다.
"그렇게 살기를 뿜어봐야 나오는건 없어."
레니아는 마력을 모아 벤하르트가 사용하는 감지 기술을 사용했다. 사실 레니아는 벤하르트에 비해서 이 기술에는 능하지 못했다. 비슷하게 흉내를 낼수는 있었지만, 정확성이 부족한 편이었는데, 특정한 지역을 한정한다면 그녀도 충분히 정확도 높은 기술을 구현할수 있었다.
'그나저나 도적이라는 녀석들은 오지 않는건가?'
그녀는 한참이나 주변을 서성였다. 용병도 이제는 질렸는지 최소한이지만 확실한 안전거리에서 방비를 하며 레니아와 복도를 감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적의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음.."
"이곳에서 뭘하고 있나?"
한 용병이 그들에게 말을 걸어 왔다.
'이녀석도 꽤나 고수구나.'
속으로 한숨 쉬면서 그녀는 다른쪽 용병에게 대답을 촉구했다.
"나는 이녀석 감시. 이녀석은 신참이다. 혹여 도적일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그런가. 예쁜 얼굴이군. 도저히 용병과는 어울리지 않아."
"별로 용병은 아닌데?"
"그런가."
늘어진 눈으로 레니아를 흘끗 보더니 그는 고개를 돌려 밖으로 향했다.
"어딜 가는거냐? 지킬 생각은 안하고,"
"화장실이다."
투박하게 말하고 그는 비밀통로의 밖으로 나갔다.
조금 뒤 비밀 통로가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위에서 누군가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레니아는 찌릿 거리는 머리를 울리는 느낌에 순식간에 거리를 벌렸지만, 레니아를 감시하던 용병은 의심도 없이 수상쩍은 자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볼일은 시원하게 봤냐?"
레니아의 눈에는 복면을 쓰고 있는 남자의 모습으로 보이고 있었기에 소리를 치며 용병을 가격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야!"
레니아의 외침과 동시에 온 공격에 용병은 확하고 달아올랐다.
"어?"
남자는 레니아의 공격을 막고 눈을 비비며 다시 확인했다. 그제서야 눈앞에 있는게 동료가 아닌 도적이라는것을 알수 있었다.
"뭐지!?"
"멍하니 있기는!"
레니아는 양팔을 이용해 도적쪽의 번개같은 두번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하지만 도적의 그 수는 포석이었고, 벌써 도적은 모습을 숨긴지 오래였다. 용병은 예상외의 상황에 허둥댔지만, 레니아는 그 순간에도 눈에 집중해 도적에게 자신의 마력의 끈을 붙혀두었다. 실로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에, 무통의 공격이었기에 도적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듯 했다.
"도적이다!"
그녀는 소리를 지르면서 벤하르트에게 연결해두었던 마력의 끈에 신호를 보냈다.
- 작가의말
오늘 정말 아프군요. 급체를 해서,, 머리가 너무 혼란하고 글도 안잡힙니다. 혹시 수정할게 있다면 연참대전을 끝내고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아프고 괴롭군요.;;;
토를 세번 정도 하니 조금 나아서 수정을 하고 잡니다. 역시 아프지 않다는것은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축복인것 같습니다.
게임이고 소설이고 제가 하고싶은 어떤것이든, 아프니까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군요. 모두 몸조리 잘하세요...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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